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5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58화(258/466)
이그니스가 카리에스를 완전히 불태워갈 때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위험해.’
내가 아는 카리에스의 특징은 강력한 부식성과 강력한 전염성, 그리고 생명력이다.
이중에서 가장 강한 힘은 전염성도, 부식성도 아닌 생명력이다.
주위를 오염시킨다는 전염성과 순식간에 소멸시켜 버린다는 부식성이 혼합되어 탄생한 능력으로, 대상을 ‘전염’시켜, 영혼만을 ‘부식’시키는 것으로 대상의 몸을 빼앗는다.
그렇게 대상의 삶을 ‘강탈’해,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그게 카리에스의 강력한 생존력의 비밀이다.
내가 읽은 책에선 이 능력을 ‘약탈 생존’이라고 칭했다.
‘근처에 성유물도 없겠다. 약탈 생존은 발동 안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닥터는 카리에스의 힘을 100% 활용하고 있던 게 아니다.
닥터는 섀도우와 달리 성유물을 흡수하거나 한 것도 아니고.
연구를 통해 카리에스의 힘을 일부 빌려와서 사용했을 뿐.
출력으로 치면 대충 20% 남짓한 정도일까.
폭주가 이 정도로 끝난 게 그 증거다.
진짜 카리에스가 폭주했다면, 지금의 나로서는 무슨 수를 쓰던 막을 수 없었을 테지.
아니, 애초에 폭주를 발생시킬 필요도 없었을 거다.
닥터가 카리에스의 힘을 100% 컨트롤할 수 있었다면 세인 님도 어쩔 도리가 없었을 테니까.
전염과 소멸.
그리고 약탈로 인한 무한한 생명력.
그런 힘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놈을 어떻게 막겠는가.
아무튼 결론을 말하자면 닥터는 카리에스의 힘을 ‘빌려서’ 사용했을 뿐이라는 거다.
즉, 이 주위에 카리에스의 성유물은 없다.
주위에서 폭주하고 있는 카리에스의 에너지는 오리지널이 아니라, 약화된 에너지일 뿐.
이게 내가 도출한 결론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이그니스로 공격을 막아 낸다는 작전을 세운 거다.
그런데.
‘설마 약화된 상태에서도 약탈 생존을 사용할 수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예상은 했지만 그럴 확률이 1%도 안 된다고 단정 짓고, 아예 가능성에서 배제해 버렸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까.
‘진짜로 위험해.’
지금도 스멀스멀 내게 다가오고 있는 카리에스의 마나.
저것의 접근을 막기 위해, 한계까지 이그니스의 화력을 높였음에도 별 소득은 없었다.
카리에스의 침범 속도를 조금 늦추는 덴 성공했지만, 완전히 막는 건 불가능했다.
카리에스의 생존 본능을 완전히 꺾어버리는 건, 지금의 나로선 무리다.
죽여도 죽여도 부활하는 불사신을 상대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대로 있다간 카리에스에게 완전히 전염된 채로 영혼을 부식당해, 빈껍데기만 남은 상태로 놈의 에너지원이 되어, 삶을 마감하게 될 거다.
그렇게 되기 전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분명 카리에스의 전승에 답이 있을 거야. 생각해라. 생각해.’
이그니스의 출력을 최대한 유지하며, 사고를 가속시켰다.
미미르의 서에서 읽은 카리에스의 전승을 기록한 서적.
그 서적에서 카리에스는 어떻게 묘사되었는가.
카리에스는 어떤 인물이었으며, 어떤 신들과 싸웠고,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가.
‘카리에스는 마지막에 누군가에게 패배해서 진 게 아니라,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원래라면 가장 도움이 될 만한 그의 최후에 대한 이야기는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의 사인은 타살이 아닌 자살.
사랑하는 여인이 생긴 카리에스는 그녀의 순애에 크게 감동하고, 약탈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죄악인지를 깨달은 후, 평생을 속죄하며 살다가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과 함께 자살한다.
그게 악신 카리에스의 최후다.
그는 생애 그 누구에게도 목숨을 위협받은 적이 없다.
‘안 돼. 전승 속, 그 누구도 카리에스의 약탈 생존을 막아 낸 사람이 없어.’
전승 속 카리에스는 사실상 무적이었다.
그와 싸운 상대는 모두 그의 약탈 생존을 버텨내지 못하고, 그의 에너지원으로 화했다.
그의 전승 속에 ‘패배’라는 두 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승 속엔 아무런 힌트도 없어.’
그의 전승은 그가 얼마나 사기적인 능력을 지닌 악신인가를 묘사하고 있을 뿐이다.
그의 전승에선 일점의 위기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럼 어쩌면 좋지?’
약탈 생존을 막을 방법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점점 가까워지는 카리에스의 마나.
사신이 조금 씩 조금 씩 내게 가까워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어떻게 해야…….’
그렇게 입술을 짓씹고 있을 때였다.
크릉!
내 어깨에 올라탄 채로, 내 백업에만 전념하고 있던 미호가 큰 소리로 울었다.
정신 차리라고 다그치는 건가 싶었는데. 딱히 그런 의도로 소리친 건 아닌 듯하다.
“……미호야?”
미호의 눈이 마치 ‘날 믿어.’라고 말하는 듯했다.
뭔가 방법이 있는 모양이다.
번쩍-!
그 순간 미호의 몸이 환하게 빛났다.
아니, 몸이 빛나는 게 아니다.
빛나는 건 영혼.
미호의 영혼이 순백의 빛을 사방으로 내뿜고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미호가 뭘 하려고 하는지 알 거 같아.’
미호와 ‘팩티오’를 통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까.
지금 미호가 뭘 하려고 하는지, 왠지 모르게 알 것만 같았다.
“영혼의 결속?”
지금 미호는 누군가와 영혼을 연결하려 하고 있다.
자신의 영체를 핵으로 삼아 지금 이 상황을 타파할 지원군을 영혼으로나마 불러 올 생각이다.
‘근데 누굴……?’
하지만 누굴 불러오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거기까진 알 수가 없었다.
알 수 있는 건 지금 미호가 느끼고 있는 감정 정도뿐이다.
‘그립고, 애달퍼.’
미호의 영혼은 슬피 울고 있다.
슬피 울면서, 기뻐하고 있다.
마치 지금을 기다렸다는 듯이.
계속, 계속해서 오늘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게 울부짖으며 울면서 웃고 있다.
…….
미호가 나와 눈을 맞췄다.
미호의 두 눈이 내게 말하고 있다.
자신과 영혼의 파장을 맞춰 달라고.
나는 그대로 뭐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대로 미호가 뿜어내는 영혼의 파장에 맞춰, 내 영혼을 흘려보냈다.
딱히 어렵지는 않았다.
합을 맞추는 게 미호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전에 영적 세계에서 한번 경험했던 것이기 때문일까.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영혼을 동조시킬 수 있었다.
‘고마워.’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중성적인 목소리.
난생 처음 듣는 목소리였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
‘이 목소리는…….’
근거는 없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목소리는 미호의 목소리다.
‘도와 줄 사람을 불렀어. 자고 일어나면, 모두 해결 돼 있을 거야.’
미호는 이런 목소리였구나.
하고 실감할 시간도 없었다.
미호가 저 말을 끝냄과 동시에 내 정신이 아득해져 가기 시작했다.
‘머리가…… 아파.’
흐릿해져가는 시야.
멍해지는 정신 사이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만, 그럴 상황이 아닌 것 같구나.”
뭔가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
‘누구지?’
목소리는 익숙한 느낌인데, 목소리의 톤. 그리고 말투가 너무나도 어색했다.
“무얼. 아쉽지는 않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으니까.”
아.
알 것 같다.
이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그리고 이 톤과 말투가 누구의 것인지.
“허나, 걱정되는구나. 지금의 이 아이가 내 힘의 여파를 온전히 감당해 낼 수 있을지.”
이 목소리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목소리다.
“그래. 이미 대비를 해 뒀구나. 훌륭하다.”
그리고 이 톤과 말투는.
“그럼 망설이지 않겠다.”
내 스승님.
레이 벨 바이테너.
그의 목소리다.
“너와도 1만년 하고도 8천년 만이로구나.”
쿵!
스승님이 이그니스를 호명함과 동시에, 카일룸으로 지면을 강하게 찍어 눌렀다.
“오너라. 이그니스.”
그리고 그 순간, 내 정신이 완전히 어둠 속으로 잠겨 들어갔다.
* * *
아델라는 현재 불타는 통로를 쉴 새 없이 달려 나가고 있었다.
‘돌아 갈 때까지 산소가 충분할까?’
화염은 문제가 안 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통로를 가득 채운 화염은 아델라에게 아무런 피해도 끼치지 못한다.
지금 관건은 산소.
밖에서 준비해 온, ‘바람 마법 덩어리’의 산소 함유량이 탈출까지 버텨줄까에 대한 거다.
‘나 혼자라면 어찌어찌 될 거 같긴 한데……. 하율이와 나눠 쓴다고 생각하면…… 한참 부족해.’
이 정도 바람 구체로는 두 명의 호흡을 충당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무래도 돌아 갈 땐,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거 같다.
‘그 그림자 술사분. 이 화염만 무사히 처리하고 나면 그분도 여기 올 수 있으니까. 그분에게 연락을 해서 도와달라고 하자.’
듣기론 그림자를 통한 장거리 이동도 가능하다고 하니까.
연락만 되면, 어떻게든 될 거다.
연락이야 신하율이 지니고 있는 폰으로 어찌어찌 될 거고.
‘앗!’
‘그분이야!’
그렇게 아델라가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중, 주위 마나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그분이 오셨어!’
‘빨리 가자!’
‘만나고 싶었어!’
마나가 기뻐하고 있다.
‘……그분?’
아델라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분이 오셨다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빨리! 서둘러!’
‘이대로면 늦어!’
마나들의 닦달에 아델라가 화들짝 놀랐다.
이대로면 늦는다니.
그 말은 즉, 신하율의 목숨이 경각에 달해 있다는 뜻이리라.
“알았어.”
아델라가 한층 더 속도를 높였다.
이렇게 무리를 하게 되면, 지니고 있는 호흡이 더 가빠져서, 산소 소모가 더 빨라지겠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아델라가 모든 힘을 다 짜 내서, 통로를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바로 앞이야!’
‘다 왔어!’
처음 달려보는 통로였지만, 마나들의 안내 덕분에 수월하게 목적지 인근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저 멀리 뭔가가 보인다.
파괴된 문과 다 타버린 새하얀 벽면.
아무래도 연구소에 도착한 모양이다.
‘도착!’
‘도착했어!’
아니나 다를까 마나들이 도착을 알렸다.
아델라가 천천히 속도를 줄인 후, 연구소에 발을 들였다.
여기부턴 조심해야 한다.
적이 있을 수도 있다.
‘천천히. 주의를 기울여서.’
그렇게 생각하고 만전의 태세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구소 중앙 홀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홀에 홀로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을 확인함과 동시에.
‘와아!’
‘와아아아아!’
마나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멀쩡해?’
멀쩡히 서 있는 신하율.
상태를 보는 한,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주위에 적으로 보이는 자도 없고. 아무리 봐도 위험해 보이는 상태가 아니었다.
“하율…….”
영문 모를 상황에 머리가 멍해진 아델라가 천천히 신하율의 이름을 부르려고 할 때였다.
“네가 구미호가 부른 아이로구나.”
아델라의 말을 끊고, 신하율이 입을 열었다.
“그렇군. 그 영혼의 광채. 신의 은총인가.”
신하율이 서서히 고개를 돌려, 아델라와 눈을 맞췄다.
그 순간, 아델라의 전신이 경직되었다.
금빛으로 빛나는 눈동자.
그 눈을 보고 있자, 자연스레 몸이 굳었다.
마치 호랑이 앞에 맨몸으로 선 듯한 기분이었다.
“아니, 이 느낌……. 신의 은총만이 아닌가. 놀랍군. 구미호가 따를 만도 하다.”
신하율이 분명하지만, 뭔가 신하율이 아닌 듯했다.
마치 누군가가 신하율의 몸을 빼앗은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아델라가 곧장 전투태세를 취했다.
“……누구시죠?”
듣기론, 닥터라는 인물과 싸우는 중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현재 신하율은 닥터에게 몸을 빼앗겼을 확률이 높다.
아델라가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신하율을 노려봤다.
“진정하거라. 딱히 이 아이를 해하려고 이 몸에 들어 와 있는 게 아니니.”
신하율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무언가가 상냥하게 웃었다.
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따스한 미소였다.
캉!
그때, 신하율의 옆에 서 있던 구미호가 크게 울었다.
적의로 가득 찬 울음.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며, 살기등등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흐음. 아직도 죽지 않았는가. 과연 굉장한 생존 본능이다.”
남자도 미호가 보고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치 그곳에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일점을 응시하며 눈을 찡그린다.
“재능 있는 아이야.”
그곳을 응시한 채, 아델라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내가 사라진 후. 이 아이를 부탁하겠다.”
“그게 무슨…….”
그리고 그 직후.
쾅!
손에 쥐고 있던 스태프를 지면에 쿵! 내리찍었다.
스태프의 위로 특이한 형태의 문양이 떠올랐다.
무한을 상징하는 뫼비우스의 띠.
마나가 뫼비우스의 띠를 타고 무한히 회전했다.
“모여라.”
그리고 그가 명령을 읊음과 동시에.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륵-!
화염이 그에게 집결되기 시작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게 당연한 것처럼.
아주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모든 불길이 그를 중심으로 집결되었다.
‘……말도 안 돼.’
이 연구소를 가득 채운 불꽃만이 아니다.
통로를 통해 밖으로 뿜어져 나가고 있던 불길들까지 모조리 다, 이곳으로 집결되고 있다.
‘어떻게 저런…….’
저 남자는 지금 몇 십 킬로에 달하는 거리를 가득 채운 불꽃을 모조리 끌어 모으고 있다.
아델라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화륵!
끌어 모은 화염이 남자의 손아귀에 집중되었다.
수십 킬로를 가득 채운 불꽃이 고작 1cm남짓한 구체로 응축되었다.
남자는 응축된 구체를 천천히 손아귀에 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손을 내뻗은 채, 주창했다.
“이그니스.”
손에 쥔 화염이 폭발적으로 일렁였다.
마치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듯한 모습.
착각일까.
화염이 왠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저 뒷모습…….’
왠지 모르겠지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가 떠오른다.
“저것을 불태워라.”
마법의 시초.
최초의 대마법사.
‘레이 벨 바이테너……?’
신하율의 뒷모습 너머로 그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한 줌의 마나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화염이 무언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