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5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59화(259/466)
화염이 무언가를 완전히 불태워 소멸시킨 후.
화염 또한 연구소에서 자취를 감췄다.
화염과 함께 신하율의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던 뫼비우스의 문양도 사라졌다.
마법의 사용이 완전히 중단된 것이다.
“재능 있는 아이야.”
완전한 침묵이 찾아 온 연구소의 중심에서 레이 벨 바이테너가 아델라를 불렀다.
“이리 오거라.”
원래라면 저런 의심분자의 말 따위 들을 아델라가 아니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저 사람의 말은 따라야 할 것 같았다.
아델라가 천천히 남자에게 다가갔다.
“이름이 어떻게 되느냐.”
“아델라. 아델라 스테어트입니다.”
“아델라가 이름이고, 스테어트가 가문인가?”
“예.”
“스테어트라……. 혹, ‘솔 루나리’라는 가문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느냐.”
“처음 듣습니다.”
“그런가.”
남자가 조금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1만 8천년의 시간은 솔 루나리의 이름마저 지워버렸는가.”
“……?”
아델라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솔 루나리가 뭐길래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솔 루나리는 네 머나먼 조상의 가문명이다.”
“가문의 옛 이름이요?”
난생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나중에. 이 아이가 깨어나거든, 네 가문의 옛 이름이 솔 루나리었다고 말해 주거라. 분명 너에게도, 이 아이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다.”
작게 웃는 남자.
그런 남자를 바라보며 미호가 작게 울었다.
구슬픈 울음소리.
그렁그렁한 눈빛.
이제 곧 찾아 올 이별에 슬퍼하는 표정이었다.
“멀지 않아 또 만나게 될 거다. 그러니 그리 슬퍼하지 말거라.”
남자가 미호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미호가 손에 얼굴을 비비며 다시금 구슬프게 울었다.
“다시 만날 때까지, 이 아이를 잘 부탁하겠다.”
미호가 울음을 억지로 참고 있는 아이 같은 표정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미미르… 내 딸아이를 보지 못하고 가는 것 정도인가.”
미미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자신을 미미르의 서 안에 넣어버린 자신을 원망하고 있진 않을까.
계승자와는 잘 지내고 있을까.
완고한 면이 있는 아이니까. 계승자와 의견 충돌이 잦을 지도 모른다.
미이-
그때, 미호가 다시금 작게 울었다. 레이를 안심시키는 미소였다.
“그래. 잘 지내고 있나 보구나.”
레이가 진심으로 안도했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달이 비추고 있는 잔잔한 호수 같은 미소였다.
미호가 다시금 눈으로 의사를 전달했다.
“호오. 둘 도 없는 친구란 말이지.”
미미르와 신하율에 대한 얘기를 눈을 통해 직접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곧 원망 받겠구나.”
남자의 미소가 씁쓸한 미소로 변했다.
“미미르의 서는 이제 곧 끝을 맞이할 테니…….”
미호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되물었다.
“그래. 아직 말하지 않았구나. 참으로 미미르답다.”
레이의 입가가 한층 더 써졌다.
“그게 그 아이의 선택이라면…… 존중해 줘야겠지.”
레이가 이 이상은 말할 수 없다는 강경한 제스처를 취했다.
“이 얘기는 미미르에게 직접 듣거라.”
레이가 미호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상냥하게 대해 주거라. 내 마지막 부탁이다.”
미호는 한참 동안 레이와 눈을 맞췄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착하구나.”
그리고 다시금 연구실엔 정적이 내려앉았다.
“……재능 있는 아이야.”
레이가 미호를 쓰다듬는 채로, 옆에 멀뚱멀뚱 서 있는 아델라를 불렀다.
“네, 네?”
지금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을 해석하느라 정신이 없던 아델라는 당황하며 대답했다.
“1분 후. 나는 사라진다.”
미호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내가 사라짐과 동시에 이 아이의 신체는 엉망이 될 거다.”
“엉망……이요?”
“그래. 한계치를 넘어선 체내의 마나가 나라는 제어 장치를 잃고 마구 날뛸 테지.”
아델라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마나 폭주 현상 중에서도, 마나 과다에 의한 내부 폭주 현상.
최악의 마나 폭주 현상이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아까 전에 ‘이 아이를 부탁한다.’ 라는 말을 했었다.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으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말은 ‘자기가 사라진 후, 마나 폭주로 죽어갈 신하율을 구해 달라.’라는 말이었다.
즉, 신하율의 마나 폭주를 막을 방법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
“영민한 아이구나. 그런 면은 제일을 닮지 않았어.”
그런 아델라를 보며, 레이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대수로운 건 필요 없다. 그저 이 아이의 손을 잡아 주고 있으면 된다.”
“……네?”
“이 아이가 깨어날 때까지 계속. 손을 잡아주고 있거라.”
“그걸로 되는 건가요?”
“그래. 그걸로 충분하다.”
레이가 친구의 딸아이를 보는 듯한 따스한 표정으로 아델라를 바라봤다.
“너는 솔 루나리 가문의 후손이자, 신의 은총에 선택받은 자니까. 그거면 충분하다.”
이 아이의 체질과 재능을 생각하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렇…… 군요.”
아델라가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그것만으로 충분한가?’라고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그런 아델라를 보며 레이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그리곤 머리카락을 상냥하게 쓰다듬어 내렸다.
“이렇게 보니, 정말 제일을 쏙 빼닮았구나.”
“……제일?”
또 나왔다.
제일이라는 단어.
이름인가?
“내 가신이자 친우. 그리고 네 선조의 이름이다.”
“제일. 제일 솔 루나리.”
“그래. 꽤나 열정적인 친구였…….”
그렇게 가신에 대한 얘기를 즐겁게 설파하고 있을 때였다.
레이의 신체가, 아니. 신하율의 신체가 비틀거렸다.
“시간이 됐구나.”
레이가 그대로 몸을 비틀거리며 말했다.
“그럼…… 뒷일을…… 부탁…….”
레이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그 전에, ‘영혼의 결속’이 끝나 버렸다.
레이의 영혼이 신하율의 몸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마나 범람!’
신하율의 신체 내부에서 마나가 범람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페인이 될 게 분명하다.
아델라가 곧바로 신하율의 신체를 눕힌 채, 손을 맞잡았다.
정말 이것만으로 충분할진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레이 벨 바이테너’의 말이다.
잘 될 것이다. 아니, 잘 돼야 한다.
“제발…….”
그렇게 신하율의 손을 꽉 쥐고 있을 때였다.
“……윽!”
신하율의 신체에서 아델라의 신체로 마나가 흘러나가기 시작했다.
범람하던 물이, 댐의 개방과 함께 흘러들어가듯이.
아델라의 신체를 향해 미친 듯이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신하율의 신체를 페인으로 만들 정도의 방대한 마나다.
여차하면 아델라까지 페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생각 보단 버틸 만해.’
이게 웬걸.
아델라는 크게 힘겨워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방대한 양의 마나이긴 하지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니다.
이 정도라면 얼마든지 받아 낼 수 있다.
만약 이 광경을 다른 마법사가 봤다면 경악하다 못해 기절을 했을 것이다.
지금 아델라가 하고 있는 행위는 평범한 인간이 100L의 물을 원샷하는 것과 같은 행위다.
한참 전에 폭발해야 함에도, 아무렇지 않게 물을 마셔대고 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
.
.
그런 아델라를 옆에서 지켜보며, 미호가 옛날 일을 떠올렸다.
제일 솔 루나리.
마나 탱크라 불릴 정도로, 방대한 마나량을 자랑했던 남자.
누가 후손 아니랄까 봐, 저런 점은 그 남자와 아주 판박이다.
물론 그 밉살스러운 남자와 판박이인 건, 저 방대한 마나량뿐이지만.
그 남자를 닮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미호가 아델라를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올려다봤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수준의 마나를 계속해서 흡수하고 있기 때문일까.
현재 실시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마나가, 신체가, 영혼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 때문일까, 안 그래도 사랑스러워 보였던 아델라가 한층 더 사랑스러워 보인다.
지금도 저리 사랑스러운데, 나중에는 얼마나 사랑스러워질까.
미호는 그런 상상을 하며 신하율과 아델라를 줄곧 바라보고 있었다.
* * *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내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엎드려 자고 있는 아델라의 모습이었다.
‘……뭐지?’
상황 파악이 안 된다.
내가 왜 침대에 누워 있는 거지?
“일어났군.”
상황 파악을 채 마치기도 전에, 섀도우가 나를 불렀다.
“뭐지? 그 얼빵한 표정은?”
섀도우의 목소리에 분기가 가득했다.
“설마 기억을 잃었다고 주장할 생각은 아니겠지? 만약 그딴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나와의 거래를 수포로 돌릴 생각이라면…….”
“약속은 지킬 겁니다.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당신의 그림자를 제거해 드릴 수 있어요.”
“지금 당장?”
“예.”
“……몸 상태는 괜찮은 건가?”
“예. 괜찮습니다.”
나는 상체를 들어 침대에서 일어났다.
무리를 한 것치고는, 몸이 아주 개운하다.
아니, 개운하다는 수준을 넘어서 컨디션 절호조다.
“의외군. 이틀이나 자고 있어서 상태가 많이 안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틀? 제가 이틀이나 잤습니까?”
“그래.”
섀도우가 슬쩍 시선을 돌려, 내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델라를 바라봤다.
“저 여자에게 감사해라. 저 여자가 아니었으면, 너는 마나 폭주로 생을 마감했을 거다.”
“……?”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
아델라가 날 구했다고?
그리고 마나 폭주?
무슨 말이지?
“아델라가 절 구해요? 아델라가 지하의 화염을 뚫고 연구실까지 들어왔었다는 건가요?”
“진짜 기억 못하는 건가?”
“예. 그 부분은 전혀…….”
“흠. 부분 기억 상실 같은 건가.”
섀도우가 난감하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었다.
“상당히 무리를 했다고 들었으니. 일시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을 만도 하지.”
섀도우가 그럴 수도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너는 마지막까지 무리를 해서, 닥터의 마나를 완전히 제거했고. 무리를 해서 쓰러진 너를 아델라 스테어트가 구했다.”
“제가 막았다고요? 아니, 그보다 정말 아델라가 그 화염을 뚫고 왔습니까?”
“그래.”
섀도우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네 화염은 아델라 스테어트에게 해를 끼치지 않더군.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
당시 필요 이상으로 출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에, 피아식별 같은 건 불가능했다.
그때의 이그니스는 모든 걸 태워버리는 멸망의 불꽃이었다.
그런 이그니스가 아델라에겐 무해했다니.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자세한 건 나도 모른다. 들은 건 여기까지라서 말이야.”
“거기선 어떻게 빠져나온 건가요?”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이군.”
섀도우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로의 모든 화염이 사라졌다.”
“화염이 사라져요?”
“그래. 순식간에 소멸했지. 저 여자의 말로는 네가 모든 화염을 다시 다 흡수했다더군.”
“흡수…….”
……전혀 기억에 없는데.
“그때를 노려서 너와 그 여자를 몰래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사냥개의 도움을 받아서 은신처를 확보, 네 존재를 여기에 은닉했다.”
“……그렇군요.”
화염이 사라졌다면 섀도우의 행동을 방해할 건 없어진다.
그때를 노려서 나와 아델라를 밖으로 대피시켰다.
이런 말이었다.
“근데 아델라는 왜 여기 있는 건가요? 들은 상황대로라면, 아델라가 여기 있어선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네가 일어날 때까진 절대 손을 놓을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더군.”
“고집이요? 아델라가?”
“그래.”
나는 여전히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델라를 바라봤다.
자고 있는 와중에도 내 오른손을 꽉 붙잡고 있다.
“네 마나 폭주를 완벽하게 수습하기 위해서라고 하던데……. 손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 마나 폭주가 가라앉는다는 얘기는 듣도 보도 못했다. 대체 어디서, 누구한테 저런 말을 들었길래……. 쯧.”
섀도우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아델라를 내려다 봤다.
“누구한테 무슨 말을 들어서……?”
뭔가가 떠오를 것 같은 말이었다.
‘뭐였지?’
내가 기억을 잃기 전에 무슨 말을 들었던 거 같은데.
기억이 흐릿하다.
“그리고 또, 네 애완동물 말이다만 거기 옆에서 자고 있다.”
“미호…….”
침대 옆에선 미호가 몸을 만 채로 잠들어 있었다.
“그놈도 꽤나 무리를 한 건지, 이틀 내내 잠만 자더군.”
“미호가 무리를……. 아!”
떠올랐다.
그래!
‘영혼의 결속!’
정신을 잃기 전.
미호가 영혼의 결속을 사용하기 위해 내게 동의를 받았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영혼이 소환되어, 내 신체에 빙의했다.
서서히 흐릿해져 가던 정신 속, 또렷하게 들려 온 목소리.
확실히 기억났다.
‘스승님! 맞아. 스승님이야!’
내 몸에는 스승님의 영혼이 깃들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