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63)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63화(263/466)
제일 솔 루나리가 남긴 자서전엔 여타 자서전과 마찬가지로 제일 솔 루나리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만 적혀 있을 뿐이었다.
딱히 내게 도움이 되는 정보는 없었다.
그나마 다른 자서전과 다른 점이라고 하면 내용의 반절 가량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레이 벨 바이테너’의 이야기라는 것 정도 일까.
“솔 루나리. 마나에게 사랑받는 체질. 마나지체를 타고난 가문…….”
아델라가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확실히 이 자서전에는 확실히 ‘내게’ 도움이 되는 정보가 없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나’에 국한된 얘기일 뿐.
아델라는 별개다.
“마나라는 거대한 힘과 누구보다도 가깝기 때문일까, 솔 루나리에서 태어난 자들은 보통 30세를 넘지 못하고 죽게 된다.”
자서전에는 솔 루나리라는 가문의 특징이 아주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이 정보는 아델라에겐 천금과도 같은 정보다.
“역대 스테어트가 가주님들은 대부분 단명하셨지?”
“예. 보통 30~40세 사이에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요.”
아델라가 이제야 의문이 해소됐다는 표정으로 눈을 빛냈다.
“스테어트가의 사람은 타고나길 허약한 체질로 태어난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네요.”
역대 스테어트가 가주들의 사인은 대부분 ‘쇠약사’다.
다들 수명을 다한 것처럼 서서히 생명의 기운을 잃어가다가, 그대로 잠들듯이 숨을 거뒀다고 한다.
“가주들이 단명하지만 않았다면, 스테어트가는 프랑스의 명문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명문이 되었을 것이다. 이 말은 애초에 전제 자체가 잘못됐던 거네요. 천재들이 운 나쁘게 단명한 게 아니라, 단명하기에 천재였던 거니…….”
역대 가주들이 단명하지 않았다면, 그 재능 또한 없었다.
고로, ‘단명하지 않았다면’이라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
그런 말이었다.
“근데 현 스테어트가 가주님은 50세이신데 정정하시잖아?”
“그쵸.”
“전대 가주님도 되게 오래 사셨다고 들었고.”
“예.”
“그럼 이 자서전에 적힌 내용이랑 다른 거 아냐? 여긴 솔 루나리가에서 태어난 마법사는 모두 단명한다고 적혀 있는데.”
“그건 저도 의문이긴 해요. 이전에도 오래 사신 분들이 있긴 한데, 그분들은 모두 마법사로서의 재능이 없으셨던 분들이니까, 이 자서전에 따르면 ‘재능’을 받지 못했기에 ‘단명’하지 않았던 거라고 볼 수 있겠지만…….”
“현 가주님이랑 전대 가주님은 두 분 다 8서클. 재능이 없을 수가 없잖아.”
“예. 그게 의문이에요. 왜 두 분만 예외인 건지…….”
현 가주와 전대 가주만 솔 루나리의 체질이 지닌 ‘단명’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
그게 뭘까.
“혹시 전대 가주님과 외삼촌. 두 분도 제일 솔 루나리 님처럼 압도적인 재능으로 저주를 극복하신 걸까요?”
자서전에 따르면, 솔 루나리 가문에서 단명하지 않은 건 제일 솔 루나리뿐이다.
그가 지닌 압도적인 재능은 마나의 독소를 완전히 억누르고,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아니. 그건 아닐 거야.”
“제일 솔 루나리 님이 어느 정도 수준의 마법사인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두 분 다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뛰어난 분들이셨어요. 그 두 분들이라면 제일 솔 루나리 님처럼 저주를 극복하셨을 수도…….”
“두 분의 재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야.”
이건 재능 이전의 문제다.
“제일 솔 루나리 님이 단명의 저주를 이겨내신 덴, 그분의 뛰어난 재능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었던 건 맞아. 근데 그건 말 그대로 밑바탕일 뿐이잖아? 그가 저주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그게 아니야.”
“아.”
아델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눈치 챈 모양이다.
“내 인생은 19살. 주군과의 만남과 함께 시작되었다…….”
“맞아. 제일 솔 루나리. 그가 단명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스승님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야.”
스테어트가의 전대 가주님과 현 가주님의 재능이 제일 솔 루나리에 닿을 수준이었다고 해도, 레이 벨 바이테너가 없는 이상 단명의 저주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 왜……?”
아델라의 표정이 한층 더 심각해졌다.
스테어트가 일족의 단명.
이 문제는 아델라의 인생에 직결한 문제다.
심각해지는 게 당연하다.
“두 분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음.”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침묵 속에서 나와 아델라는 이번 일에 대해 생각하는 데만 몰두했다.
“하나. 떠오른 게 있는데.”
그때 무언가가 번뜩였다.
“뭔가요?”
“전대 가주님 말인데. 마법 혁명 이후. 마법 과도기 시대에 태어나셨지?”
마법 혁명.
지금으로부터 101년 전, AI의 개발과 함께 마법 체계가 극단적으로 변화한 사건을 그렇게 부른다.
“예. 마법 혁명 이후. AI가 상용화되기 시작할 시기에 태어나셨어요.”
역시나.
“근데 그건 왜 물어보시…… 아.”
아델라가 뭔가 깨달은 듯 눈을 부릅떴다.
“설마… AI 때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지체.
마나와 가까운 만큼, 마나의 독소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는 체질.
“맞아. AI가 중간에서 거름망 역할을 하며, 마나의 독소를 중화시켜 준 게 아닐까 싶어.”
마나의 독소란 뇌에 작용하는 독소이니만큼, AI의 개발로 그 독소가 중화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 * *
호텔에 도착하고.
신하율의 이름으로 미리 예약해 둔 방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미미르의 서로 향했다.
그리고 미미르에게 오는 길에 아델라와 나눈 얘기를 그대로 전달했다.
“AI가 중간에서 중화제 역할을 했다……. 응.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미미르가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물론 그렇게 되면, 마나지체라는 체질이 의미를 잃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솔 루나리 일족이 지닌 천부적인 재능도 꽤나 쇠퇴됐겠지만, 죽는 것보다야 재능이 좀 없어지는 게 나으니까.”
“역시 마법적인 재능에도 영향이 가는구나.”
“당연히 영향이 가지. 마나지체가 왜 마나지첸데. 마나와 누구보다도 가까운 자들이라서 마나지첸데, AI가 일차적으로 거름망 역할을 해 버리면 그게 무슨 의미야.”
맞는 말이다.
“근데 그런 것치곤 스테어트가의 전대 가주님이랑 현 가주님 둘 다 역대급 재능이라고 명성이 자자하던데?”
“그건 AI가 개발되기 전과 후를 비교하니까 그런 거 아냐?”
“아. 그럴 수도 있겠네.”
AI의 개발로 마법사의 전체적인 실력이 상승했다.
AI가 개발되기 전에 태어난 마법사들과 개발된 후의 마법사들을 비교하면, 개발 후의 마법사들이 압도적으로 강할 수밖에 없다.
비유하자면 재능 있는 궁사와 평범한 재능의 거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 아델라도 솔 루나리의 단명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거지?”
AI가 솔 루나리의 단명을 해결했다면, AI를 지닌 아델라의 단명 또한 해결되었다는 말이다.
“음? 아니. 그럴 리가.”
미미르가 뭔 헛소리를 하는 거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델라 스테어트. 그 여자는 별개야. 마나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아.”
마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건, 마나와 그만큼 가깝다는 말이다.
즉, 아델라는 AI가 있음에도 마나지체라는 체질이 정상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참고로 솔 루나리 가문 최고의 천재라 불리던 제일 솔 루나리. 그도 마나의 목소리 같은 건 듣지 못했어.”
“제일 솔 루나리보다, 아델라가 마나와 더 가깝다고?”
“엉. 훨씬.”
미미르가 그대로 노트를 펼쳐, 이것저것 끄적이기 시작했다.
“그 정도 수준이면 20세가 넘기 전에 마나의 독소에 중독돼 죽어야 정상이야.”
“…….”
20세.
앞으로 2년도 채 안 남았다.
내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아, 그렇다고 아델라 스테어트가 20세가 되기 전에 죽는다는 건 아니니까 오해하진 말고.”
내 미간이 찌푸려졌다.
죽는다고 했다가 갑자기 죽지 않는다니.
무슨 말이지?
“내 말은 원래대로였으면 죽었을 거란 말이야.”
“원래대로였으면?”
“응.”
미미르가 펜을 멈추고, 그대로 필기한 내용을 확인한 뒤,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원래대로였으면 길어야 2년을 못 살았겠지만, 그 여자는 ‘신의 은총’을 먹었잖아?”
그러고 보니, 스승님도 아델라에게 신의 은총에 대한 얘기를 했다고 했지.
“신의 은총은 섭취한 자의 신체를 그 누구보다도 완벽한 마법사의 신체로 바꿔주는 희대의 영약이야.”
미미르가 내게 필기한 내용을 보여줬다.
“그리고 완벽한 마법사의 신체란, 레이 벨 바이테너. 아바마마와 흡사한 신체를 의미해.”
레이 벨 바이테너.
스승님과 비슷한 체질.
“그 말은…….”
“그래. 마나의 독소에 완전 면역인 체질 말이야.”
미미르가 환하게 웃었다.
“아바마마나 계승자보단 못하지만, 그 발치에까진 근접한 체질.”
미미르가 정리한 노트의 계산식의 마지막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지금의 아델라 스테어트는 마나의 독소에 완전 면역이야.”
[솔 루나리+신의 은총=무적]이라고 말이다.
* * *
다음날 아침.
나는 약속한 장소로 향했다.
‘여길 다시 오게 될 줄이야.’
약속 장소란 다름 아닌 비노슈가의 저택.
내가 ‘루안 팔라티아’의 신분으로 활동할 때, 열댓 번은 들락날락한 곳이다.
설마 여길 다시 오게 될 줄이야.
저택의 입구에 서서 멍하니 저택을 올려다봤다.
‘설마 눈치채신 건 아니겠지?’
날 부른 건 다름 아닌 세인 비노슈 님이시다.
생판 처음 보는 타인일 날 갑자기 보자고 부르다니.
뭔가 찝찝하다.
‘설마 아니겠지? 그냥 가벼운 다과회라서 부르신 거겠지?’
이전부터 릴리안 님이 나에 대한 이야기를 몇 번이고 했기도 하고.
세인 님의 호기심을 생각하면 나에 대해 궁금해서 부르셨을 확률이 높다.
‘그래. 이번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다고……. 눈치 채셨을 리가 없어.’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안 들어가고 여기서 뭐하니?”
“일찍 도착하셨네요?”
그렇게 멍하니 서 있는 중.
스테어트가 모녀가 도착했다.
입구에 멀뚱멀뚱 서 있는 나를 향해 다가왔다.
“긴장이라도 했어? 아님 무서워서 그래?”
릴리안 님이 내 볼을 콕콕 찌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아닙니다.”
“아니긴. 그런 게 아니면, 네가 여기서 멍하니 서 있을 이유가 없잖니.”
릴리안 님이 마치 아들을 보는 듯한 따스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셨다.
“걱정 마. 세인. 얘가 세간에는 무서운 이미지로 알려져 있긴 한데, 실제로는 그리 안 무서워. 그냥 평소처럼 하면 돼.”
“……예.”
그런 이유로 망설이고 있는 게 아니었지만, 굳이 번거롭게 반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긍정했다.
“만나 보면 알 거야. 들어가자.”
“예.”
릴리안 님이 다시금 내 뺨을 쿡 찌르고는 그대로 저택 내부로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메이드 분께서 우리를 반겼다.
“안녕. 세인은 일어났니?”
“예. 한참 전에 기침하셨습니다. 지금은 다과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래? 의외네. 이 시간이면 안 일어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재 시간은 낮 1시.
세인 님에게 있어선 새벽이나 마찬가지인 시간이다.
“그럼 바로 다과실로 가면 되겠네?”
“예.”
“그래. 알았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괜찮아. 길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피로가 많이 쌓인 거 같은데. 쉬고 있으렴.”
“아뇨. 피로 같은 건 전혀…….”
릴리안 님이 미소 지었다.
‘됐으니까 쉬고 있으렴.’이라고 강요하는 듯한 미소였다.
“예.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메이드가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가자.”
“예.”
릴리안 님이 나와 아델라를 바라보며 싱긋 웃어 보인 뒤, 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향했다.
루안으로 활동하던 시절, 몇 번이나 지나갔던 계단과 복도를 지나, 익숙한 다과실에 도착했다.
“세인. 들어갈게?”
릴리안 님은 대답도 듣지 않고 그대로 다과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다과실로 들어서려는 순간.
“……!”
“……!”
다과실 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죽음을 연상케 하는 짙은 살기.
그 살기에 내 생존본능이 반응해 버렸다.
그대로 자세를 낮춰, 습격에 대응할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누군가가 우릴 습격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세인. 아무리 그래도 이건 장난이 너무 심하지 않니?”
빠르게 멎어가는 살기.
평소와 같은 유유자적한 분위기가 된 다과실의 중심에서 세인 비노슈가 야수처럼 웃고 있었다.
릴리안 님이나 아델라는 보이지도 않는 듯.
“흐음.”
오로지 나만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리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