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6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65화(265/466)
샤를은 간만에 소피아와 만나기 위해 영국으로 향했다.
신하율의 호위 임무를 맡고 있는 만큼, 원래대로라면 지금 이렇게 자리를 비워선 안 됐지만.
지금 프랑스에는 김석현을 비롯한 온갖 강자들이 몰려 있는 상태다.
신하율의 신변에 무슨 문제가 생길 확률은 매우 드물다.
“상황은 이해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걱정되네요. 흑색 마탑은 워낙 상식을 벗어 난 놈들이니…….”
샤를에게 상황 설명을 들은 소피아가 그래도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바라보는 듯한 표정이다.
“에이. 걱정 안 해도 돼. 놈들이 무슨 짓을 하던, 하율이 손끝도 못 건들 테니까.”
샤를이 그딴 걱정 하들 말라는 표정으로 손을 휘휘 흔들었다.
“세인 비노슈. 그 양반이 하율일 아주 좋아하시거든. 파리에 있는 한 문제가 생길 수가 없어.”
“세인이 그 아이를요?”
소피아가 굉장히 의외라는 듯이 눈을 빛냈다.
입장이 입장이니만큼, 세인 비노슈와도 몇 번 만나 본 적이 있다.
어지간하면 정을 주지 않는 냉혈한 절대자.
그게 소피아가 파악한 세인 비노슈의 성격이다.
그런 세인이 신하율을 아주 좋아한다니.
지난 40일 간,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그 얘기는 나중에 해 줄게. 이것도 꽤나 재밌는 얘기긴 한데, 중요도가 높은 건 아니라서.”
샤를이 신하율과 루안 팔라티아, 그리고 비노슈가에 대한 얘기를 떠올리며 픽 웃고는.
앞으로 해야 할 말의 심각성을 떠올리곤 표정을 굳혔다.
“일단, 여기. 섀도우가 건넨 흑색 마탑에 대한 정보야.”
샤를이 소피아에게 서류 더미와 USB 두 개를 건넸다.
참고로 서류 더미에 적혀 있는 내용들은 USB의 내용들을 그대로 프린트한 것이다.
보고를 종이로 받는 걸 더 좋아하는 소피아의 아날로그적 감성에 맞춰 미리 준비해 온 것이다.
“보면 알겠지만 상당해. 솔직히 나랑 마담이 수십 년 간 모아 온 정보 보다 훨씬 방대하고, 뛰어나.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흑색 마탑의 내부자.
그것도 간부가 제공한 정보이니만큼, 그 정보의 밀도와 양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했다.
“거점의 정보까지 이렇게 세세하게…….”
소피아는 샤를의 말을 들으며, 건네받은 자료를 빠르게 읽어나갔다.
과연 샤를이 저런 말을 할 만큼 뛰어난 정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 우리가 웅크리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봐.”
각 국가에 잠복해 있는 흑색 마탑의 스파이에 대한 정보.
흑색 마탑에 소속되어 있는 각 간부들의 능력에 대한 정보.
흑색 마탑의 각 거점에 대한 정보와 그곳에 들어 설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정보.
이런 정보를 지니고도 가만히 있는 건 죄악이다.
지금은 이쪽이 공세로 나설 차례다.
“혹시 몰라 묻습니다만, 이제 스파이를 일소해도 상관없는 거죠?”
“어. 상관없어. 섀도우와의 거래는 모두 끝났으니까.”
지금까지 스파이를 일소하지 못했던 건, 섀도우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정확히는 섀도우의 신변을 지키는 것으로, 향후 얻게 될 추가 정보들을 지킨 거라고 해야겠지.
이 거래가 끝난 만큼, 이제 섀도우를 배려해 줄 필요는 전혀 없다.
“……그렇군요.”
소피아가 빠르게 서류를 눈으로 훑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확실히 지금은 샤를의 말대로 공세로 돌 때다.
공세로 돌 때긴 한데…….
“뭘 그리 고민해? 스파이들만 일제히 소거하면, 놈들의 귀와 눈은 닫혀. 그때를 노리면, 제 아무리 흑마도왕. 그놈이라고 해도 제대로 대응 할 수 없을 거야.”
“…….”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샤를의 말이 맞다.
상대의 정보원을 끊고, 그때를 노려 대대적인 토벌대를 구성.
상대의 눈과 귀가 닫혀 있을 때를 노려 총력을 가한다.
이 필살의 일격은 어지간해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이야 말로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왠지 머릿속 한편에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흑마도왕…… 그라면…….’
10서클 마법사.
흑마도왕.
상식을 벗어난 괴물.
그라면 어떻게든 막아내지 않을까.
그런 불안한 생각이 소피아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담. 정신 차려. 흑마도왕을 경계하는 건 좋은데. 두려워하면 어떡해?”
“그건…….”
흑마도왕을 두려워한다.
그 말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확실히 소피아는 흑마도왕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전 미국에서 붙은 후, 제대로 된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공포라는 이름의 가시로 형상화해, 가슴 깊은 곳에 박혀 있다.
“마담이 그런 생각을 하는 거. 이해할 수 있어. 놈의 힘은 그 정도로 강했으니까.”
샤를이 그대로 눈을 날카롭게 떴다.
“근데 마담이 그랬잖아. 놈은 아직 힘을 완전히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다고. 실제로 섀도우의 보고서에도 그런 내용이 적혀 있고.”
소피아가 분석한 정보와 섀도우가 제공한 정보.
둘 모두 흑마도왕이 아직 만전의 상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 놈을 상대로, 시간을 주는 거야 말로 진짜 최악 아니야?”
부정할 수 없는 정론이었다.
확실히 승부를 볼 거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보는 게 낫다.
괜히 시간을 줬다가, 흑마도왕이 모든 힘을 갈무리하는 데 성공하기라도 하면, 그땐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힘들어진다.
“그리고……. 시간이 없잖아.”
샤를이 입술을 강하게 깨물곤, 소피아의 신체를 응시했다.
2달 전 보다 훨씬 더 짙어진 저주. 이전 흑마도왕과의 전투에서 저주의 성장세가 급격하게 커졌다.
이 기세라면 앞으로 반 년 내에 소피아 아네체프리는 죽음을 맡이 하게 될 테지.
그 전에 어떻게든 흑마도왕을 쓰러트려야 한다.
“솔직히 제 목숨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긴 합니다만…….”
소피아가 샤를의 마음을 읽은 듯,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말 하지 마.”
샤를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피아를 째려봤다.
어디 다시 한번 그런 말을 해 봐라. 그렇게 말하는 표정이었다.
소피아가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샤를의 배려와 사랑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만약 딸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어찌됐던, 제가 완전히 병상에 눕기 전에 승부를 볼 필요가 있긴 하겠네요. 제 이탈은 전력상으로 큰 손해니까요.”
“응. 무조건 속전속결로 끝내는 게 최고야.”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최대한 빨리 승부를 봐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 방향으로 작전을 다시 짜 봅시다.”
* * *
저녁 시간.
나는 미미르의 서에서 미미르와 이번에 얻은 정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재잠입이라……. 말 그대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네.”
섀도우가 무사히 재잠입에 성공한다면, 이쪽은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정체가 발각되어, 재잠입에 실패할 경우 이쪽의 정보가 저쪽으로 흘러들어갈 확률이 크다.
고문이고, 정신 조작이고,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놈들이니만큼, 섀도우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이 저쪽에 알려진다 봐도 될 테지.
“걸리면 좀 곤란해지기야 하겠지만……. 괜찮아. 아마 안 걸릴 거야.”
이번 섀도우의 재잠입은 생각보다 그리 리스크가 큰 행위가 아니다.
어지간해선 섀도우의 정체가 발각될 리가 없으니까.
“왜?”
“음. 그러고 보니 아직 말 안 했던가?”
생각해 보니 미미르는 현재 섀도우의 상태에 대한 걸 아예 모른다.
“자.”
나는 미미르에게 두 장의 사진을 건넸다.
한 장은 이전의 섀도우가 찍혀 있는 사진.
그리고 다른 한 장은 이후의 섀도우가 찍혀 있는 사진이었다.
“……아빠랑 아들 사진이야? 뭔데 이게?”
미미르가 갑자기 이런 사진을 왜 주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섀도우에 대한 걸 내 말로만 전해들은 미미르이니만큼, 저 사진의 남자가 섀도우라는 걸 추측하는 건 힘드리라.
“둘 다 섀도우야.”
“……뭐?”
미미르가 눈을 부릅뜨고 다시 사진을 살폈다.
두 장을 양손에 쥐고 번갈아가며 본다.
안 그래도 커졌던 눈동자가 한층 더 커졌다.
“움브라의 그림자를 제거하니까, 이렇게 큰 거야?”
“어. 신기하지?”
나도 엄청 놀랐다.
이틀 동안 자취를 감추고 있던 섀도우가 다짜고짜 성인이 된 채로 나타났으니.
“……확실히 이 정도로 외견이 변했으면, 들킬 확률이 거의 없긴 하겠네.”
“그치. 애초에 섀도우가 어른이 됐다는 건 샤를 단장님이나 소피아 님도 모르는 일이고.”
참고로 세인 님도 모른다.
세인 님과 만났을 때, 섀도우는 그림자로 전신을 감싸고 있는 상태였다고 했다.
“확실히 이러면 리스크가 그리 크진 않겠다. 대충 음……. 미들 리스크라고 하면 되나?”
“난 아슬아슬하게 로우 리스크라고 봐.”
비단 성장한 것만이면 모르겠는데, 품고 있는 분위기 자체가 이전과는 천지차이다.
이전의 섀도우는 뭔가 공허함의 화신 같은 느낌이었지만, 지금의 섀도우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아마 그림자에게 먹혀가던 감각이나 감정을 되찾았기 때문인 거 같은데.
아무튼 지금의 섀도우를 보고 이전의 섀도우를 연상하는 건 상당히 힘들다.
솔직히 나도 구분 못할 뻔했다.
어떻게 된 게 지니고 있는 마나의 성질과 주위 마나의 성질까지 변해서. 완전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었을 거다.
“계승자가 그렇게 확신할 정도면 그런 거겠지.”
미미르가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가능하다면 섀도우와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표정이다.
“그나저나 참… 재밌네.”
학자로서의 탐구심에 불이 붙은 것 같다.
“움브라의 핵을 제거했는데도 여전히 그림자를 다룰 수 있다는 것도 재밌고. 대체 섀도우의 신체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참고로 섀도우는 힘을 잃지 않았다. 지금의 섀도우도 여전히 그림자를 다룰 수 있다.
물론 이전이랑 완전히 똑같진 않다.
움브라의 핵을 잃은 만큼, 힘은 상당히 약해졌다.
수백km를 이동할 수 있었던 그림자 이동도 이제 10km 정도 밖에 이동하지 못하고.
그림자 신전 같은 대규모 마법도 더는 펼치지 못한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출력이 90% 이상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
그나마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건 그 탁월한 은신 능력 정도일까.
“그걸 알아내면, 이놈을 완전히 길들이는 데 도움이 될 텐데. 직접 못 보는 게 한이다 진짜.”
미미르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움브라의 핵, 그림자를 뭉쳐 놓은 듯한 특수한 구체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역시 힘들어?”
“음. 조금?”
현재 미미르는 움브라의 핵을 신화 마법의 매개체로 벼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상태다.
만약 성공한다면, 나는 섀도우가 사용했던 마법을 다룰 수 있게 된다.
“이게 악신과에 속해 있는 놈들의 상징물은 좀 까탈스럽다고 해야 하나. 길들이기가 여간 힘들 게 아니라서……. 실제로 아바마마도 악신의 상징물을 길들인 건 하나뿐이고.”
절망적인 얘기를 하는 것치곤, 표정이 생생하다.
지금 이 상황이 아주 즐겁다는 표정.
역시 천성이 학자이자, 연구자라는 걸까.
“그래도 뭐, 희망이 보이긴 하나 봐?”
“당연하지.”
미미르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환하게 웃었다.
“예전이었으면 뭐, 두 손 두 발 다 들어야 했겠지만…….”
웃는 채로 옆에 놓아둔 책더미들을 응시한다.
모두 내가 가져다 준 최신 마법 기술에 대한 책들이었다.
“지금의 나는 바이테너 제국 시대의 나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울트라 미미르라서. 이 정돈 식은 죽 먹기라 이 말씀.”
요컨대 최신식 기술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접근법이 떠올랐다. 이런 말이었다.
“대단한데?”
“아직 칭찬은 넣어 둬. 연구가 성공하면 배로 받을 테니까.”
미미르가 베시시 웃었다.
진심으로 기분이 좋다는 표정이다.
“아, 그리고 닥터에 관한 건 어떻게 됐어? 정리 끝났어?”
“아. 그거? 응. 아까 전에 끝내 뒀어.”
미미르가 내게 노트 한 권을 건넸다.
“뭐, 결과만 말하자면, 다행히 흑마법이 미래라는 족쇄에서 해방된 건 아니야.”
나는 미미르가 건넨 노트를 펼쳐 빠르게 읽어나갔다.
“흑마법 자체가 진화를 했다기보단 카리에스. 신화 속 상징물을 이용한 것뿐이니까.”
“역시 그렇구나.”
닥터의 마법은 진화한 흑마법 따위가 아니었다.
카리에스의 힘을 이용한 것일 뿐.
즉, 흑마법은 미래의 족쇄를 풀어헤친 게 아니다.
흑마법은 여전히 도태된 채다.
이런 말이었다.
“그나마 한 시름 놓았네.”
나는 진심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끔찍하리만큼 강한 놈인데. 여기서 더 강해진 채로 나타나면 어쩌나 했는데.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근데…….”
미미르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을 흐렸다.
“딱 하나. 흑마법사들이 신화 속 상징물을 연구하고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려.”
“뭐가 걸리는데?”
“뭔가를 연구한다는 건, 새로 뭔가를 얻고자 한다는 거잖아?”
미미르가 눈을 날카롭게 떴다.
“놈들이 대체 뭘 얻고자 하는지. 그게 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