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70)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70화(270/466)
지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나는 황녀궁에서 쫓겨났다.
다음 얘기를 듣고 싶으면 일단 그린우드 숲에 가서 엘레나 님을 만나, 인정을 받고 와라.
그렇게만 말하고 그냥 축객령을 내리더라.
너무 단호해서 뭐라 딴죽을 걸지도 못했다.
어떡하겠는가. 지금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미미르인데. 말하는 대로 해야지.
“……그래도 어디로 가야 하는진 알려줘야 할 거 아냐.”
그린우드 숲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려 줬어야 하지 않나?
그냥 다짜고짜 갔다 오라고 만하면 어떻게 하라고.
여기 지리에 대한 건 전혀 모르는데.
‘어쩌나.’
그린우드 숲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주위 탐색부터 해야 하나?
근데 주위를 탐색해 본다고 뭔가 나오기나 할까?
……안 나올 거 같은데.
“머리 아프네…….”
이렇게 된 거, 다시 황녀궁으로 돌아가서 물어봐야 하나.
아무리 그래도 위치 정도는 알려주지 않을까.
‘아니. 그 단호한 태도로 보면 안 알려 줄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뭔가 그렇게까지 단호하게 축객령을 내린 상대에게 도와달라고 하기 좀 그렇기도 하고.
자존심이 상한다고 해야 할까.
‘어쩔까.’
고민은 깊어져 갔다.
‘미호가 있었으면 알아서 해결됐을 문젠데.’
미호가 지금 옆에 있었다면, 엘레나 님의 영혼을 탐지해, 그린우드 숲까지 자세하게 안내해 줬을 텐데.
미호를 데려 오지 않은 게 천추의 한이다.
‘뭐, 애초에 데려 올 방법이 없긴 했지만.’
미미르가 말하길, 시험의 페이지에 출입 할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라고 했다.
제 아무리 ‘팩티오’로 결속되어 있는 미호라고 해도 이곳에 출입하는 건 불가능하다던가.
진짜 아쉽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불러나 볼까?’
만에 하나의 경우란 게 있다.
팩티오를 발동해서 미호를 부르면 훌쩍 날아오는 거 아닐까?
제 아무리 미미르라고 해도, 신화 마법에 대한 것까지 완벽하게 알고 있진 못할 테니까.
‘해 보자. 밑져야 본전이니까.’
시도해 봐서 손해 볼 건 없다.
나는 곧바로 목에 걸어 둔 목걸이, 팩티오의 매개체를 이용해 팩티오를 발동했다.
목걸이에 집결된 마나가 붉은빛으로 변해, 은은한 빛무리를 발했다.
‘……발동 되는데?’
붉은 빛무리가 뿜어져 나온다는 건, 팩티오가 무사히 발동했다는 말이다.
즉, 미미르의 말과 다르게, 미호가 이곳으로 소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뭐야. 잘 되잖아.’
역시. 제 아무리 미미르라고 해도, 신화 마법 같은 규격 외 신기에 대한 것까진 완벽하게 알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지지.’
그린우드 숲까지 가는 건 어찌어찌 해결된 것 같다.
‘문제는 그린우드 숲에 있을 엘레나 님에 대한 건데…….’
미미르는 나를 기억하고 있지 못했다.
즉, 이 세계의 미미르는 나와 만나기 전의 미미르라는 말이 된다.
그렇다는 건, 이 세계의 엘레나 님도 나를 모르고 있을 확률이 크다는 말이다.
‘세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서 만났을 당시의…… 아직 나와 만나기 전의 엘레나 님과 같은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번 세계도 이전 시험의 페이지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면, 이 세계의 엘레나 님은 나와 만나기 전의 엘레나 님의 복제라는 말이 된다.
날 기억하고 있을 수가 없다.
‘그건 좀 머리 아픈데…….’
엘레나 님의 성격을 생각하면, 날 문전박대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머리가 아프긴 할 것 같다. 뭔가 묘하게 슬프기도 할 것 같고.
아니. 묘하게가 아니라 진짜 슬플 거 같다.
내 은사나 다름없으신 분이 날 기억 못하고 있을 거라니.
다짜고짜 ‘누구시죠?’라고 묻거나 하면, 그 자리에서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지도 모르겠다.
미리 마음에 준비를 해 두는 게 나을 수도.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근데 이 시험의 페이지는 뭐가 목적인 거야?’
진짜 이해가 안 된다.
몇 번이고 생각을 해 봤지만, 목적으로 유추되는 게 전혀 없다.
굳이 엘레나 님을 다시 만나게 하는 것도 그렇고.
굳이 날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의 미미르가 심사관으로 나온 것도 그렇고.
스승님은 어째서 이런 세계를 시험의 페이지로 만드신 걸까.
모르겠다.
아예 예상이 안 된다.
‘그리고 미호는 또 왜 아무 반응이 없는 거고.’
소환됐어도 한참 전에 소환됐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미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분명히 정상적으로 발동은 됐는데.’
목걸이는 여전히 붉은빛을 내뿜고 있다.
팩티오는 확실하게 발동되었다.
‘근데 왜?’
그럼에도 미호는 소환되지 않고 있다. 이유가 뭘까.
‘……미치겠네.’
안 그래도 아팠던 머리가 더더욱 아파왔다.
뭐 하나 예상대로 되는 게 없다.
‘아, 몰라. 일단 캔슬하고…….’
그렇게 팩티오를 캔슬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 할 때였다.
쨍그랑!
돌연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 보다 조금 더 날카로운 소리.
뭔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소리였다.
“흠. 이런 얘기는 못 들었는데.”
유리가 깨지는 소리를 뚫고,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또한 기시감이 드는 목소리.
아니, 기시감을 넘어, 확실히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몸을 돌렸다.
깨진 유리처럼 산산조각 나 있는 허공이 보였다.
그 안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남자.
발부터 시작해서, 허벅지 몸통 목. 천천히 남자의 모습이 햇빛 아래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5분 못 본 사이에 눈에 띄게 달라졌군.”
“아스란 님!”
아스란 폴로함루인.
9서클 마법사이자, 스승님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공간 마법을 다룰 수 있는 마법사.
그가 이 상황이 썩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 표정……. 그렇군. 밖은 꽤나 많은 시간이 흐른 모양이야.”
웃으며 턱을 검지와 엄지로 짚고는 생각에 잠겼다.
그 모습으로 보아, 아스란도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듯했다.
“그, 일단 저에 대해서 기억하고 계신 건 맞는 거죠?”
처음 한 말로 보아, 날 기억하고 있음이 확실해 보이긴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 이런 건 확실히 해 두는 게 좋다.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아스란이 뭔 헛소리를 하는 거냐는 표정으로 눈을 찌푸렸다.
확실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아스란 폴로함루인은 내가 알고 있는, 시험의 페이지에서 날 가르친 아스란 폴로함루인이다.
“그딴 것보다 지금 이 상황 말이다만…….”
그렇게 아스란 님이 뭐라뭐라 말하려는 중.
신체가 돌연 앞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그 위로 새하얀 털이 매력적인 거대한 여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
미호.
아니, 지금은 구미호라고 해야 할까.
이전, 시험의 페이지에서 만났던 완전한 상태의 구미호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대로 반갑다는 듯이 얼굴을 가져다 댔다.
목걸이에서 흘러나오던 빛이 구미호에게 스며들어갔다.
“아. 미호가 아니라 이 세계의 너와 연결이 된 거였구나.”
아무래도 팩티오가 소환하려 했던 건 미호가 아니라, 눈앞의 완전체 신수, 구미호였던 모양이다.
‘……신기하네.’
미호나 얘나, 같은 영혼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일까.
직접 계약한 게 아님에도, 팩티오로 연결 돼 있다는 게 굉장히 신기했다.
“중요한 얘기가 있다. 비켜라.”
아스란 님이 그런 구미호를 가로질러 내 앞에 섰다.
구미호는 그런 아스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렸다.
“잠시만 기다려 줘.”
나는 그런 구미호를 달래듯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구미호는 언제 인상을 찌푸렸냐는 듯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리곤 그대로 몸을 작게 만들어, 내 품에 쏙 안겼다.
‘……완전체라 그런가. 몸을 작게 했는데도 미호랑 다르네.’
하기야. 미호가 5미에서 6미로 변했을 때도, 변화가 있긴 했으니까. 다른 게 당연한가.
뭐가 됐던 귀여운 건 똑같으니 상관없기도 하고.
나는 작아진 구미호를 진심을 담아 쓰다듬었다.
“……쯧. 5분 전까지 만해도 죽을 것 같은 얼굴이더만.”
아스란 님이 그런 구미호를 못마땅스럽다는 얼굴로 바라봤다.
그리고는 이내 관심 없다는 듯이 시선을 돌리곤 나를 바라봤다.
“일단, 혹시 몰라 묻겠다만.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있나?”
“아뇨. 자세한 건 저도 모릅니다. 그냥…… 여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들어왔더니 이런 상태였어서…….”
“여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 여기가?”
아스란의 눈이 한층 더 가늘어졌다.
생각이 더 많아진 듯하다.
“방금 막 들어 온 건가?”
“아뇨. 그건 아닙니다. 들어 온 건 아까 전이고, 장소도 여기가 아니라…….”
나는 그대로 엄지를 뒤로 내 빼서, 황녀궁을 가리켰다.
“저기. 황녀궁 안입니다.”
“황녀궁?”
아스란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날 바라봤다.
“뒤에 뭐가 있다는 거지?”
“……네?”
나는 빠르게 몸을 돌렸다.
황녀궁이 어디 있냐니.
황녀궁을 나온 후로, 한 걸음도 안 움직였는데.
당연히 뒤에 있…….
“……어?”
없다.
“……왜?”
방금 전까지 있었던 황녀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완전히 소멸해 버렸다.
“……뭐야 이건 또.”
안 그래도 복잡했던 머리가 한층 더 복잡해졌다.
* * *
그 후, 나는 복잡해진 머리를 정리할 겸, 아스란 님에게 내가 겪은 모든 것들에 대해 얘기했다.
여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들어오자, 자신을 황녀라 밝힌 미미르가 있었던 것.
그 미미르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그리고 다짜고짜 시험이라며 그린우드 숲으로 가서 엘레나 로 그린우드에게 인정을 받고 오라고 한 것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설명했다.
“미미르 님이 시험관이라고?”
모든 얘기를 다 전해들은 아스란 님이 한껏 인상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
아스란 님이라면 뭔가 알아 챌 거라 생각했는데.
모든 얘기를 다 듣고 난 후에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다.
“스승님께서 이런 얘긴 안 해 주신 건가요?”
“그래. 이런 얘긴 없었다.”
아스란 님이 여전히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은 채, 넌지시 답했다.
“내 임무는 조금 전, 너를 통과시킨 걸 끝으로 끝났다. 이 이후의 얘기 같은 건 모른다.”
“……그렇군요.”
시험관 중 한 명인 아스란 님도 모른다라.
그럼 이곳 여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 자체가 극비라는 건가?
아니면 뭔가 스승님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 걸까.
모르겠다.
“정보가 너무 없군.”
“네.”
아스란 님이 작게 혀를 차곤 턱에서 손을 뗐다.
“이 이상 생각해 봐야 아무 의미도 없다. 일단은…….”
그리곤 마법을 사용해, 허공에 균열을 만들었다.
“미미르 님이 말씀하신대로, 그린우드 숲으로 가 보는 게 좋겠지.”
“예. 그게 낫겠네요.”
좌우로 쩍 벌어진 균열에 손을 넣은 채 마나를 불어넣는다.
아무래도 도착지점을 설정하고 있는 모양이다.
“근데…… 그린우드 숲에 갈 수 있는 건가요?”
“원래대로면 안 돼야 정상이다. 내가 있던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구현화된 건 욕망의 미궁뿐이니까.”
뭔가 잘 안 되는 듯, 마나의 양을 줄였다, 늘였다 다양하게 조율한다.
“원래대로라면 이곳에도 올 수 없었어야 한다. 아니, 애초에 이곳이 구현화되어 있지 않아야 정상이지.”
“이곳이 구현화 되어 있다는 건, 그린우드 숲도 구현화되어 있다는 방증이라는 거네요.”
“그래. 이유는 모르겠지만, 구현화된 세계가 넓어졌다. 아니, 이 기세라면 합쳐졌다고 봐야 하는 건가.”
“합쳐졌다…….”
요컨대 세 번째 시험의 페이지와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가 합쳐진 상태라는 거다.
그리고 그 가설이 맞다면…….
“세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가 모두 합쳐졌다. 이런 건가요.”
“그래.”
아스란의 눈이 빛났다.
아무래도 마나 조율이 끝난 모양이다.
“관건은 세 개의 시험의 페이지가 합쳐진 게 주군의 계획대로인지, 아니면 예기치 못한 오류가 발생한 건지다. 전자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만약 후자라면…….”
“난감하겠네요.”
“만약 그녀도 지금 이 상황에 대한 걸 모른다면, 높은 확률로…….”
“뭔가 문제가 생겼을 확률이 크다.”
“그렇지.”
아스란 님이 그대로 균열에서 손을 빼고 내게 턱짓했다.
“뭐가 됐던 일단 엘레나와 합류하는 게 먼저다. 들어가라.”
“예.”
나는 미호를 품에 안은 채, 아스란 님이 만든 균열. 포탈로 발걸음을 옮겼다.
포탈을 이동할 때 특유의 어두운 풍경이 스쳐지나가고.
그린우드 숲이 자랑하는 수십 미터 크기의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진짜 그린우드 숲이네.’
그렇게 감회에 젖어 있을 때.
‘……살기!!’
돌연 등 뒤에서 질척한 살기가 감지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타락한 마나가 천지를 가득 뒤덮었다.
“……네놈. 숲의 마녀와 무슨 사이지?”
수십 명의 흑마법사들이 나를 포위한 채로, 지팡이를 내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