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7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74화(274/466)
터벅. 터벅.
구두가 대리석 바닥을 내딛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렸다.
레이 벨 바이테너.
그가 걸음을 내딛음에 따라, 그가 입고 있는 화려한 외견의 붉은 로브가 펄럭였다.
붉은 로브 위로 그의 긴 금발이 비단처럼 흩날렸다.
“일단…….”
마치 태양을 응축시킨 듯한 찬란한 눈빛.
태양이 세상의 모든 걸 밝히듯이, 그의 눈빛 또한 세상의 모든 걸 밝히고 있었다.
“거기서 물러나 줘야겠다.”
그가 크게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러자, 그는 어느새 베일과 신하율의 사이에 도착해 있었다.
베일이 그대로 마나를 수습하고 뒤로 물러섰다.
상대가 레이 벨 바이테너인 이상 섣불리 움직여선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일단 거리를 벌린 것이다.
“스승……님?”
레이가 신하율과 눈을 맞췄다.
날씨 좋은 봄날, 태양을 쬐는 것 같은 따스한 눈빛.
그 눈빛을 보고 있자, 마음이 절로 편안해 졌다.
베일 스톨의 마나에 억압되어 있던 신체가 단숨에 원래대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얘기는 나중에. 보고 있거라.”
레이가 곧장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베일 스톨. 지금은 한가로이 대화나 나누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지금은 저 남자와 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두 번 다시없을 기회이니.”
계승자에게 조금이라도 많은 걸 남겨주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주군.”
베일이 마나를 회수한 것으로 인해, 자유의 몸이 된 아스란이 침울한 표정으로 레이에게 다가왔다.
“레이.”
아스란과 마찬가지로 베일의 압박에서 벗어난 엘레나가 천천히 일어서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아 낼 것 같은 표정이다.
“아스란. 엘레나.”
레이가 오묘한 표정으로 두 명에게 말을 걸려고 할 때.
돌연 사이로 거대한 털뭉치가 끼어들었다.
구미호.
그 누구보다도 레이를 좋아했고, 그 누구보다도 레이의 죽음에 슬퍼했던 신수.
구미호는 레이에게 얼굴을 묻은 채, 눈물을 흘렸다.
“……구미호.”
레이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구미호를 쓰다듬었다.
이전에 신하율의 몸에 빙의했을 때의 구미호와는 기억을 공유하지 못하는 상태지만.
반응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구미호의 반응이 레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혼자 남게 된 구미호의 슬픔을 생각하자, 가슴이 먹먹해졌다.
레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안해서. 미안하고 고마워서.
지금의 그가 할 수 있는 건 상냥하게 구미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뿐이었다.
“……미미르.”
그렇게 구미호를 쓰다듬는 중.
레이가 넌지시 미미르를 불렀다.
뒤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미미르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내 얼굴은 이제 보고 싶지도 않은 것이더냐.”
“……아닙, 아닙니다.”
미미르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꾹 다문 입과 푹 숙인 고개가 그녀의 복잡한 심사를 잘 나타내고 있었다.
“저는…… 그게……. 아바마마께…….”
레이 벨 바이테너, 자신의 아버지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레이는 그런 미미르를 슬쩍 바라본 뒤 상냥하게 웃었다.
“되었다.”
그리고는 상냥하게 미미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더 말하지 않아도 된다.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 모두 알고 있으니.”
“아바, 마마…….”
미미르의 어깨가 한층 더 거세게 떨렸다.
푹 숙인 고개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레이는 그런 미미르를 바라보며 슬픈 미소를 지었다.
“조금 더 빨리 이리 하였으면 좋았을 것을.”
“아바, 아바마마…….”
미미르가 그대로 입을 꾹 다물고 오열했다.
다시는 울지 않을 거라 다짐했는데. 절대 울지 않을 거라 몇 번이고 결심했는데.
이건 반칙이다.
갑자기 이렇게 튀어나와서, 갑자기 이렇게 마음을 흔들어 놓다니.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지만…….”
레이가 서서히 미미르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그건 나중으로 미루자꾸나.”
구미호를 슬쩍 뒤로 물리고, 저 멀리서 지금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베일 스톨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지켜보고 있거라. 미래의 계승자와 함께.”
터벅, 터벅.
한 걸음. 한 걸음.
베일 스톨에게 조금씩 다가간다.
그렇게 총 여섯 걸음.
일행과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짐과 동시에.
“내 전투를.”
결계가 형성되어, 레이와 일행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베일 스톨의 전투를.”
그렇게 형성된 결계는 순식간에 뻗어나가, 베일 스톨과 레이 벨 바이테너를 가두는 콜로세움이 되었다.
“미래를 위해서.”
반투명한 결계 속.
레이 벨 바이테너는 뒤를 돌아보는 일 없이 베일 스톨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다중 차원 결계라. 무리를 하는군. 확실히 이러면 계승자에게 위해를 끼칠 순 없겠지만…….”
베일 스톨이 눈을 빛냈다.
“네 전투력은 어느 정도 떨어질 수밖에 없지.”
다중 차원 결계.
이름 그대로, 하나의 차원을 더 형성해 그곳에 대상을 가두는 마법이다.
“그런 상태로 나와 싸울 생각인가?”
베일이 가소롭다는 듯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무얼. 이 정도 핸디캡은 있어야, 네가 전력을 다하지 않을까 생각했을 뿐이다.”
레이가 여유롭게 웃었다.
“확실히 나는 널 이용했다. 내 심연에 박아 둔 네 의지를 느끼고, 여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들어서는 걸 확인했음에도 그냥 뒀지.”
“…….”
베일이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의 계획이 모두 탄로가 났다는 사실에 불쾌함이 치솟은 것이다.
“목적은 네 정보를 미래에 전달하기 위해서. 미래의 계승자에게 네가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 위함이다.”
레이 벨 바이테너의 힘이 신에 필적할 정도였다곤 하나, 같은 급에 위치한 베일 스톨을 재현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베일 스톨이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시험의 페이지 안에 넣는다면 얘기는 다르다.
베일 스톨을 시험의 페이지 안에 존속시킬 수 있다.
베일 스톨이 얼마나 위험한 놈인지, 미래의 계승자에게 직접 보여 줄 수 있다.
그렇기에 레이는 베일의 수작질을 막지 않았다.
그가 계승자에게 위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아주 작은 제약 장치만 걸고, 다른 건 일절 손대지 않았다.
“굳이 그걸 다 설명해 주다니. 여전히 친절하군.”
“너라면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모든 상황 파악을 끝냈을 테지. 파악하고, 그대로 항복하는 걸 선택했을 것이다. 내 목적, 네 정보를 미래의 계승자에게 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
정답이었다.
베일은 레이가 저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모든 걸 눈치 챘을 것이고. 그대로 반항하는 일 없이 조용히 패배를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어차피 이곳에 있는 자신은 진짜가 아닌 가짜.
굳이 상대에게 정보를 주는 것보다, 조용히 패배를 받아들이는 게 낫다.
레이와의 지혜 승부에서 밀렸다는 게 다소 아니꼽긴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이번 승부는 명백히 베일의 패배다.
“그래서 다중 차원 결계를 사용했다. 스스로 족쇄를 채워, 네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네게 행동할 동기를 주기 위해서.”
베일이 눈을 가늘게 떴다.
레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완전히 이해했다는 표정이었다.
“내게 전력을 다해 싸우게 하기 위해서, 굳이 너 자신의 전력을 약화시켰다고?”
“그렇다.”
레이가 체내의 마나를 점점 더 빠르게 회전시키며 말했다.
“지금 나를 쓰러트리면, 다중 차원 결계 밖에서 대기 중인 계승자를 쓰러트릴 수 있다.”
레이의 신체를 타고 흐르던 마나가, 레이의 의지에 따라 밖으로 흘러나가, 뫼비우스의 문양을 만들었다.
“계승자를 쓰러트리면 미래는 사라진다. 미래영겁, 이 세계는 너의 것이다.”
완전한 임전태세.
언제 어디서 베일이 움직여도 대응할 수 있는 완벽한 전투 태세였다.
“전력을 다해 싸워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헛소리.”
베일이 코웃음쳤다.
“이 세계는 네 제어 하에 있다. 제 아무리 약화된 상태라고 해도, 지금의 내가 널 이기는 건 불가능. 고려해 볼 가치도 없다.”
“아니. 이 세계는 내가 제어하고 있지 않다. 너도 알고 있을 텐데.”
만약 이 세계가 원래의 형태.
베일 스톨이 끼어들기 전의 형태였다면 제어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베일 스톨이라는 이단분자가 끼어 든 지금, 이 세계를 제어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 세계는 이미 레이의 손을 떠났다.
“그러니 전력을 다해 싸워라. 베일.”
레이의 마나가 빛처럼 반짝였다.
“패배해도 잃는 건 사소한 정보의 유출 뿐. 승리로 얻는 건 영원한 승리다.”
레이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로우리스크 하이리턴. 완전히 내가 밑지는 장사다. 한번 도전해 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웃으면서 말하니, 설득력이 없군.”
저 자신만만한 미소.
레이는 지금 핸디캡이고 뭐고, 자신이 질 리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근거 있는 자신감도 아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
레이는 아무런 대책도 없음에도 자신이 이길 거라 확신하고 있다.
“정말……. 마법만큼이나, 신경을 긁는 덴 천부적인 놈이다.”
머리에 열이 오른다.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주어를 붙여주면 좋겠군. 내 비아냥은 너 한정이다.”
베일이 코웃음을 쳤다.
정말 봐도 봐도 웃기는 놈이다.
“그래서 어쩔 거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아직도 싸울 의지가 생기지 않았나?”
베일의 입꼬리가 서서히 치켜올라갔다.
“아니. 그럴 리가.”
그와 동시에 베일의 마나가 한층 더 밀도를 더했다.
레이와 대칭점을 이루는 듯한 칠흑의 마나.
베일 또한 완전한 임전태세에 접어들었다.
“레이 벨 바이테너. 너는 내게 기회를 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빛과 어둠이 서로 격돌하기 시작했다.
레이 벨 바이테너와 베일 스톨.
두 마법의 창시자의 격돌.
“미래의 계승자와 함께 사라져라. 망령.”
어둠이 세상을 집어삼키려 쇄도했다.
“글쎄.”
그런 어둠에 대응하듯, 빛이 움직였다.
“그럴 일은 없을 것 같군.”
신화 속 마지막 전투가 다시금 이 자리에서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 * *
결계의 바깥.
나는 멍하니 결계 내부의 전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
헛웃음도 안 나온다.
과연 저게 사람과 사람의 전투가 맞기는 한 걸까.
모르겠다.
전혀 모르겠다.
저 둘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저 둘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게 내가 알고 있는 마법인지 조차 의심된다.
내 상식이 파괴되는 기분이다.
인지 부조화가 올 것만 같다.
“……잘 보세요. 저게 당신의 미래. 당신이 도달해야 할 미래입니다.”
엘레나 님이 내 등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그리고 잘 보세요. 베일 스톨. 앞으로 당신이 쓰러트려야 할 적의 모습을.”
지금 저 광경을 한 시도 놓치지 말고 눈에 담으라고.
엘레나 님의 강인한 목소리가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이 전투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오늘의 전투가 당신의 미래를 바꿀 거예요.”
“예. 알고 있습니다.”
스승님의 전투는 내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등대와도 같다.
이 전투를 보고 안 보고가, 앞으로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거다.
지금 눈앞에서 스승님의 전투를 볼 수 있다는 건, 이루 말할 수 없는 행운이다.
베일 스톨의 전투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내가 쓰러트려야 할 최악의 강적.
그런 강적의 전투를 미리 봐 둔다는 건 아주 큰 메리트다.
강하다, 강하다 말로만 들었지.
직접 경험해 본 건 아니니까.
이것으로 미래를 대비함에 있어, 한층 더 수월해졌다.
“……난놈은 난놈이다.”
아스란이 문득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시선이 느껴지는 걸 보니 아마 나를 향해 하는 말 같은데.
“갑자기요?”
나는 아스란에게 시선을 돌리는 일 없이 되물었다.
이 전투의 일거수일투족도 놓쳐선 안 된다.
지금 시선을 돌릴 수는 없다.
“난놈이라기엔 계속 당한 것밖에 한 게 없는데요.”
“그거야 당연한 거다. 이제 갓 걷기 시작한 햇병아리가, 봉황을 상대로 뭘 할 수 있겠나.”
햇병아리와 봉황이라.
완벽한 비유였다.
“내가 놀란 건 네 태연한 태도 때문이다.”
“태연? 제가요?”
그럴 리가.
“저 지금 엄청 떨고 있는데요.”
무려 두 번이나 죽을 뻔했다.
아직도 심장이 떨린다.
“흥. 지금 너 정도면 태연한 거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지금 제대로된 사고조차 못 해야 정상이야.”
“……그런가요?”
“그래.”
아스란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쳤다.
“당장 죽을 뻔한 게 아니라도 그렇다. 보통은 저 전투를 보고 절망해야 정상이다. 닿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을 느끼고 좌절하는 게 정상이야.”
“음……. 확실히 저 정도 경지에 도달하는 제 모습이 잘 상상이 안 되긴 합니다만…….”
잘 모르겠다.
닿을 수 없는 높은 벽이라.
“그게 좌절할 일인가요? 오히려 기뻐할 일 같은데요. 제가 평생을 노력해도 닿을락 말락한 경지가 있다는 거잖아요? 얼마나 설렙니까.”
“…….”
가슴이 뛴다.
저런 세계가 있다는 사실에.
노력하면 나도 저런 세계에 접어들 수 있다는 사실에.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어서, 주체할 수가 없다.
“그리고…… 미미르가 그랬거든요.”
“나, 나?”
멍하니 전투를 바라보고 있던 미미르가 화들짝 놀라 답했다.
“내, 내가 뭐?”
“바이테너식은 미래를 위한 힘이다.”
그날.
미미르가 했던 말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러니 계승자는 아바마마를 뛰어넘을 만큼 강해질 게 분명하다. ……라고.”
“……아.”
“호오.”
미미르가 작게 탄성을 내뱉었고, 아스란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미미르가 그런 말을 했단 말이죠? 흐으으으음?”
엘레나 님이 세상 즐겁다는 톤으로 웃었다.
시선을 돌리지 않아 확인할 순 없지만, 아마 상당히 장난스런 표정으로 미미르를 노려보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미미르 님이 그렇게 말한 게 뭐 어쨌다는 거지?”
“설레지 않아요?”
“뭐가?”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결계 너머 절대자들이 격돌하는 곳을 가리켰다.
“제가 저 둘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게.”
“…….”
“…….”
“…….”
세 명이 동시에 할 말을 잃었다.
다들 왜 저렇게 조용한지 확인해 보고 싶어도, 시선을 돌릴 수가 없어서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 제가 뭐 말실수라도 했나요?”
나는 전투에 시선을 집중한 채로 조심스레 물었다.
레이 벨 바이테너를 뛰어넘겠다. 그 말이 조금 건방지게 들린 걸까?
“……하하하하!”
그때 돌연 아스란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 뒤로, 엘레나 님이랑 미미르도 덩달아 웃음을 터트렸다.
“그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하군. 어떻게 하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지?”
“평범하지 않나요?”
“천외천을 넘어선 천외천. 압도적인 강자를 앞에 두고 보통은 절망하는 법이다. 근데 너는……. 크하하하!”
그중 유독 아스란의 웃음소리가 크게 울렸다.
“정말 아쉽군. 아쉬워!”
“예. 저도 아쉽네요.”
엘레나 님이 조신하게 웃으며 말을 받았다.
“이 아이의 미래를 끝까지 지켜 볼 수 없다는 게. 레이를 뛰어넘는 광경을 눈앞에서 함께 볼 수 없다는 게, 너무나도 아쉬워요.”
엘레나 님이 뜸을 들이고 이어 말했다.
“미미르. 당신이 부럽네요. 이 아이의 미래를 끝까지 지켜 볼 수 있을 테니.”
진심으로 부럽다는 기색이 목소리에 가득 묻어나왔다.
“끝까지…….”
미미르가 내게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미르?”
큰 반응이 없는 미미르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 듯, 엘레나 님이 다시 미미르를 불렀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생각할 게 좀 있어서.”
미미르가 환하게 웃었다.
“그래 뭐, 계승자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아주 장난스런 미소.
“응. 나만 볼 거야. 엘레나랑 아스란은 못 봐. 부럽지? 이히히.”
왜일까.
미미르의 웃음소리는 왠지 슬프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