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76)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76화(276/466)
미미르의 서가 사라진다.
미미르가 사라진다.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일이었다.
미미르의 서는 계속해서 내게 새로운 지식을 전수해 줄 것이고.
미미르는 계속 내 파트너로 존재할 거라고.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미미르? 진짜야?”
상상도 해본 적 없는 미래이기 때문일까.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
미미르가 고개를 더 숙였다.
면목이 없다는 듯이.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꽉 쥔 주먹을 바르르 떤다.
“진짜……구나.”
지금 스승님이 하신 말씀이 진짜냐고. 진짜 사라지는 거냐고.
그렇게 더 물을 필요도 없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미미르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루. 아니, 이제 23시간인가. 그 정도 시간이면 둘이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스승님이 나와 미미르를 한 번씩 바라보셨다.
“지금껏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나누고……. 결코 충분한 시간은 아니겠지만, 웃으며 작별을 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스승님이 쓴웃음을 지었다.
미미르를 바라보는 두 눈에 미안함이라는 감정이 가득 담겨 있다.
“이게… 못난 아비가 딸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다.”
“마지막…… 선물이요?”
미미르가 한층 더 강하게 주먹을 쥐었다.
분노한 듯, 욱한 듯.
“저를…… 저를 생각하셨으면……!”
울분을 토해내듯이, 천천히 속에 담아 둔 말을 쏟아낸다.
“그냥…… 그대로 보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떨리는 목소리.
푹 숙인 미미르의 고개 밑으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그냥 조용히……. 혼자서……. 그렇게 사라지게 두셨으면……. 좋았을 텐데…….”
미미르의 고개가 한층 더 아래로 숙여졌다.
곧 죽어도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기 싫은 것일까.
“이미 마음의 준비는 다 끝내뒀는데…….”
문득 미미르의 말이 떠올랐다.
여기 오기 전.
여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가 열렸다고 말하며 지었던 미미르의 표정이 떠올랐다.
축하해야 할 일임에도, 묘하게 공허해 보이던 눈빛이 떠올랐다.
왜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편지까지…… 다 써 놨는데…….”
미리 축하를 하던 미미르가 떠올랐다.
다음에 제대로 축하해 달라던 말에 쓴웃음을 짓던 미미르가 떠올랐다.
짧게 편지까지 써 둘 테니까 나중에 보고 울지 말라며 장난스레 웃던 미미르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바마마는…… 잔인하세요.”
과거 미미르와의 만남이 떠오른다.
다짜고짜 편하게 말하자 하던 미미르의 첫 인사.
날 위해 해 주던 조언들.
날 걱정해주고, 날 믿어주고, 날 위해주고.
미미르의 서에서 미미르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잔인하다…… 인가.”
스승님이 후회로 점철된 눈빛으로 미미르를 바라봤다.
“네 눈엔 내가 잔인해 보일 수도 있다. 조용히 아무렇지도 않게 사라졌으면, 그렇게 했다면 그 이상의 아픔도 없었을 텐데. 어째서. 그런 원망을 품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
“하지만 딸아. 잔인한 건 너도 마찬가지다.”
스승님이 내 눈을 바라봤다.
미안함이 가득 담긴 눈이었다.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의 후회는… 슬픔은…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만약.
만약에.
스승님이 이렇게 나타나지 않으셨다면 어떻게 됐을까.
베일 스톨이 스승님에게 뭔가를 하지 않았고, 스승님도 나타나지 않으신 채.
그대로 여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를 통과했다면.
시험에 통과한 뒤에 미미르의 서로 돌아가려 했는데, 미미르의 서가 이미 역할을 끝마치고, 평범한 책으로 돌아간 뒤였다면.
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는 내가 느꼈던 슬픔을 계승자가 느끼지 않길 바란다.”
스승님이 천천히 미미르에게 다가갔다.
“나는 네가 도망치듯이 이별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인 미미르와 그대로 눈을 맞췄다.
“네 마지막을 지켜주지도 못한 못난 아비지만, 네게 제대로 사랑한단 말을 해 준 적도 없는 나쁜 아비지만…….”
그대로 손을 들어, 미미르의 뺨을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고작 23시간. 그 정도 시간밖에 남겨주지 못하는 못난 아비지만…….”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엄지로 훔쳐내며, 그대로 미미르와 눈을 맞췄다.
“너는 나와 달리 못난 게 하나도 없으니 말이야. 마지막까지 확실하게. 계승자에게 네 마지막이 원망과 후회로 기억되지 않도록. 멋진 딸로 있게 하고 싶었다.”
“아바……마마…….”
미미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한껏 붉어진 눈동자.
그렁그렁한 눈으로 스승님을 바라본다.
가슴이 아팠다.
미미르가 저런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게.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미미르에게 아무런 말도 해 줄 수 없다는 게.
“미안하다. 네게 이런 중역을 맡겨서.”
미미르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슬픔이 커진 듯.
눈물이 점점 더 거세게 흐르고 있다.
“네게 두 번이나. 이런 슬픔을 맛보게 해서 미안하다.”
스승님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미르의 뺨을 잡은 채, 미미르의 고개를 들어올렸다.
“정말…….”
미미르가 돌연 스승님에게 안겼다. 그대로 꽉 안긴 채,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끕.”
그리곤 그대로.
“으아아아아앙!”
소리 내서 울었다.
가슴이 찢어질 만큼 아팠다.
“아바마마가 원망스러웠어요.”
“……그래.”
“긴 시간 동안 혼자……. 너무 외로워서.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서. 죽고 싶었던 적도 있었어요.”
“……미안하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에요.”
미미르가 입술을 짓씹으며 울음을 참아낸다.
“마지막 반년은…… 행복했어요.”
시야가 흐릿해졌다.
눈물이 내 시야를 혼탁하게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계승자는…… 신하율이란 남자는……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이나 멋진 사람이라서…….”
형용할 수 없는 가슴의 아픔이었다.
“계속. 계속 반푼이라고 불렸던 불량품 황녀가. 누군가의 도움이 된다는 게 기뻐서…….”
“……그래.”
스승님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랬더니 고마워져서. 아바마마에 대한 원한 따위 눈 녹듯이 사라졌어요. 저, 참 제멋대로죠?”
스승님이 그대로 미미르의 머리에 얼굴을 묻었다.
“그래서…… 그래서…….”
미미르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더 말을 하고 싶은데, 눈물이 말문을 막았다.
“헤어지고…….”
떨리는 목소리.
눈물로 가득 찬,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울부짖음.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미미르의 머리를 안고 있던, 스승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제서야 제 인생을 찾았는데. 하루하루가 즐거웠는데…….”
“…….”
“어째서. 미미르의 서는 영원히 존재할 수 없는 건가요? 어째서……. 어째서…….”
“…….”
미미르가 울었다.
그간의 울분을 다 토해내듯이.
마음에 담아 둔 것을 모조리 게워내듯이.
후회가 없을 만큼 크게 울었다.
“그러니, 제발 부탁드려요.”
미미르가 천천히 말했다.
“이대로…… 보내주세요.”
“미미르…….”
스승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제 행동이, 이렇게 조용히 떠나는 게 계승자에게 잔인한 일이라는 거. 알아요. 아는데…….”
미미르가 스승님의 가슴에서 얼굴을 떼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저는…… 버틸 자신이 없어요.”
미미르가 웃었다.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로, 억지웃음을 지었다.
“더 살고 싶어질 거예요. 헤어지기 싫어질 거예요. 얘기를 하면 할수록……. 마음이 아파질 거예요. 그러니까…….”
미미르가 짐짓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대로. 사라지게 해 주세요. 딸의 처음이자 마지막 어리광이에요.”
“…….”
스승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셨다.
지금의 미미르에게 그건 안 된다는 말을 할 만큼, 잔인한 아버지는 없다.
“그리고 부디…….”
미미르가 천천히 내게 시선을 돌렸다.
미미르의 얼굴이 구겨진다.
“아바마마의 남은 시간을 제 마지막 이별을 위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계승자를 위해 써 주세요.”
슬픈 미소.
가슴 아픈 표정.
“제 투덜거림 때문에 벌써 10분란 시간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20분은 긴 시간이니까요. 지금 이 20분은…… 분명 계승자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러니…….”
“미미르…….”
스승님이 고개를 숙였다.
복잡한 심사가 눈빛을 통해 그대로 전해져 온다.
“계승자. 계승자에게도 부탁할게.”
미미르가 나와 똑바로 눈을 맞췄다.
“부디 날 위해서라도…… 널 위해서라도……. 아바마마의 20분은 널 위해 사용해.”
“…….”
“그게 내…… 마지막 부탁이야.”
미미르가 웃으며 울었다.
“네가…….”
내 입술이 떨렸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거절할 수가 없잖아…….”
미미르가 웃었다.
“고마워.”
연약한 아기 새 같은 미소였다.
“정말 많이.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즐거웠어.”
미미르는 그 미소를 마지막으로 스승님에게 시선을 돌렸다.
“부탁드릴게요.”
“……알겠다.”
스승님이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미미르의 머리에 올린 손에 마나를 집중했다.
미미르의 신체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원래 있던 곳.
미미르의 서로 되돌아가는 것이리라.
빠르게 사라져가는 미미르의 신체.
그런 자신의 몸을 보며, 미미르는 아련하게 웃었다.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안녕.”
그 미소를 지은 채, 내게 안녕을 고했다.
“행복해야 해.”
마지막으로 보이는 얼굴이기 때문일까.
미미르의 미소는 내가 지금껏 본 어떠한 미소보다도, 밝고 쾌활했다.
보는 내가 다 슬퍼질 만큼.
* * *
“시간이 없습니다. 바로 시작하죠.”
미미르가 사라지고 난 뒤.
나는 곧장 화두를 열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약 19분.
이 19분을 유효하게 활용해야 한다.
“냉정하구나.”
스승님이 조금은 의외라는 듯, 쓴웃음을 지으셨다.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건, 좋은 덕목이지만.
이렇게 쉽게 미미르와의 이별을 털어내는 게, 아버지로서 슬프다는 듯한, 그런 표정이었다.
“남은 시간을 미미르와 저를 위해 유효하게 활용해 달라는 게 미미르의 부탁이었으니까요.”
“……그래. 그랬지.”
스승님이 눈을 감고,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 무엇이 제일 궁금하더냐.”
다음 다시 눈을 뜨셨을 때, 스승님의 눈에선 모든 미혹이 다 사라진 상태였다.
“바이테너식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더냐. 베일 스톨과 나 사이에 얽힌 이야기더냐. 아니면, 앞으로의 성취에 대한 조언이 필요하더냐.”
모두 군침이 도는 화제들이었다.
시간만 충분했다면, 모두 듣고 싶었을 정도로.
“시간은 유한하다. 지금의 네게 가장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확실히 생각해 보고 결정해라. 30초 주겠다.”
스승님이 임의로 중요도를 나눠서, 가장 중요하다 싶은 걸 차례대로 설명해 주셔도 됐을 텐데.
굳이 내게 선택권을 주시는 점이 참으로 스승님 같았다.
자유를 상징하는 바이테너식을 만드신 분 답다고 해야 할까.
“괜찮습니다. 생각은 충분히 했습니다. 아까 전, 미미르가 스승님께 안겨 울기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때부터였나. 정말 냉정하구나. 조금 무서울 정도야…….”
“아뇨. 저는 냉정하지 않습니다. 냉정하지 못해서 이렇게 서두르고 있는 겁니다.”
미미르가 그렇게 처연하게 울고 있을 때, 나중을 생각했다는 게 자못 냉정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니다.
나는 냉정하지 않다.
냉정하지 않기에 그 모습을 보면서 곧장 생각에 빠져 들 수 있었던 것이다.
“저는 미미르를 이대로 떠나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스승님이 슬픔이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안타깝지만 불가능하다.
스승님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스승님에게도 방법이 없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만약 가능했다면, 이미 그렇게 하셨을 테니까요.”
나는 딱히 스승님에게서 답을 찾는 게 아니다.
“제가 원하는 건 정답이 아니라 힌트입니다.”
“힌트?”
“네. 힌트. 미미르가 이대로 사라지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찾을 힌트. 이게 마지막이 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 수 있는 힌트.”
“힌트. 힌트라…….”
스승님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거 아느냐. 지금껏 그 누구도 내게 답이 아닌, 힌트를 바란 적은 없었다. 모두가 내게 정답을 요구했다.”
레이 벨 바이테너.
그는 이미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신이니만큼, 모두가 그에게 정답을 갈구했을 것이다.
신은 모든 걸 알고 있으니까.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신이 생각하는 게 더 정확하니까.
“그런데 너는 내게 힌트를…… 내 지식을 요구하는구나. 내 지식을 정보로 삼아, 너 스스로가 새로운 결론을 내려고 하는구나.”
“오만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 그럴 리가.”
스승님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눈빛이었다.
“누군가에게 대신 정답을 찾아 주길 바라는 자는 그 정답에서 안주한다. 허나, 그 정답을 스스로 내려는 자는 새로운 답을 찾아 헤매며 끊임없이 성장한다.”
스승님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훌륭하다. 너는 역시 바이테너식의 정식 계승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태어났어.”
진심으로 기뻐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래.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되지? 내게서 무엇을 원하느냐.”
“마법의 구조를 알고 싶습니다.”
“어떤 마법을 의미하는 거지?”
“미미르…… 그리고 엘레나 님, 아스란 님을 이곳에 묶어 둔 마법. 그 마법의 구조와 정의, 법칙, 그 외 기타 등등. 모든 것을 알고 싶습니다.”
스승님이 작게 미소 지었다.
“어째서지?”
“아까 말씀드렸듯이. 미미르를 이대로 떠나보내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만들고, 내가 만든 마법이다. 이 마법의 구조를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미래. 네가 나를 뛰어넘은 후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아뇨.”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가 스승님 보다 한없이 모자라다는 거 압니다. 바이테너식의 성취 또한 스승님에 비할 바가 못 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승님의 미소가 점점 더 짙어지기 시작했다.
“제게는 미래의 지식이 있습니다. 1만 8천년의 세월 동안 가다듬어져, 새로이 자리 잡은 마법 체계의 지식이, 스승님의 시대엔 없던 진보된 마법 체계의 지식이 있습니다.”
레이 벨 바이테너가 방법을 찾아 내지 못한 건, 1만 8천 년 전의 이야기다.
지금이라면.
지금 혁신적인 진보를 이룬 현대의 마법 체계의 지식을 이용한다면.
거기에 레이 벨 바이테너의 원천적인 마법 지식을 보탠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
“미미르가 그랬습니다. 바이테너식은 미래를 위한 힘이라고. 진화하는 힘이라고, 미래를 받아들여 성장하는 힘이라고. 저는 그 말을 믿습니다. 그래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스승님이 웃었다.
이 이상 유쾌할 수 없다는 듯이 소리 내서 웃으셨다.
“즉, 벌써부터 나를 뛰어넘어 보이겠다. 이 말이더냐.”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면, 그리하는 수밖에요.”
“아직 6서클 밖에 안 되는 지금의 네가 벌써부터.”
“6서클이 아니라, 5서클, 4서클이었어도 이런 선택을 했을 겁니다.”
“……하하! 하하하!”
스승님의 웃음소리가 점점 더 커져간다.
“그래. 미미르가 어찌하여 네게 그리도 깊게 마음을 줬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확실히 네겐 사람을 홀리는 매력이 있어.”
내 어깨를 쥐고 있는 스승님의 손에서 느껴지는 힘이 한층 더 강해졌다.
그 악력 너머로, 스승님의 의지가 한껏 전해져 오는 기분이었다.
“알겠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그게 마지막 희망이라면…….”
스승님이 어깨에 올려뒀던 손을 그대로 내 머리 위로 옮겼다.
“나도 거기에 희망을 걸겠다. 네 뜻대로 해 주겠다. 내가 이드레드의 서나 미미르의 서를 만들 때 사용했던 마법의 구조를 전달하겠다.”
내 머리 위에 올려져 있는 스승님의 손에 마나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단, 구두로 설명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마법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무리를 할 수밖에 없다.”
“……예.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지금 스승님이 하려고 하시는 건, 지식의 직접 주입.
내 뇌에 직접 정보를 때려 박는 마법을 사용하는 것일 터.
“버틸 수 있겠느냐, 같은 질문은 하지 않겠다. 내가 본 너라면 버틸 수 없을 리가 없으니.”
“예.”
스승님의 신체가 흐릿해진다.
지금 이 마법을 사용하는 데, 남은 마나를 모조리 쏟아 붓고 계신 거겠지.
“마지막으로 선대가 아니라,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부탁하겠다. 부디.”
흐릿해지는 스승님의 얼굴.
그 모습은 마치 바람에 흩날려 사라지는 꽃잎 같았다.
“미미르를 부탁하마. 그 아이를 구해다오.”
“예.”
내 머리에 집중된 마나.
지식의 유입이 시작되려는 듯, 머리가 아파오고 정신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맡겨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내 머리에 스승님의 지식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