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7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78화(278/466)
스승님에게 전수받은 지식에 따르면 미미르의 영혼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다.
미미르의 서가 힘을 잃으며 미미르의 형태를 유지할 힘이 사라졌을 뿐.
미미르를 구성하고 있던 핵심 코어 자체는 여전히 미미르의 서 안에 존재한다.
증거는 이드레드의 서.
이드레드의 서는 한참 전에 힘을 잃고 평범한 책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 안에 엘레나 님과 아스란 님의 데이터는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다.
데이터가 존재하고 있었기에 이번에 여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미미르의 서의 구조는 이드레드의 서와 그리 다르지 않다.
미미르의 영적 데이터는 미미르의 서 안에 확실히 존재한다.
데이터가 살아있는 이상, 미미르를 되살리는 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미미르의 서를 대체할 무언가. 미미르의 영적 데이터를 출력시킬 수 있는 대체제만 찾으면 돼.’
컴퓨터로 비유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다.
미미르의 데이터가 USB라면, 미미르의 서는 본체다.
현재 소실된 것은 본체 뿐.
본체를 대체할 것을 찾으면 USB에 들어 있는 데이터는 다시 작동한다.
미미르의 서를 대체할 것만 찾으면 일은 자연스레 해결된다.
그래서 나는 미미르의 서를 대체할 것을 현대 마법 기술에서 찾으려 하였다.
바이테너식의 탄생 이후, 1만 8천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획기적인 변화를 이룬 현대 마법이라면.
스승님의 시대에는 밝혀지지 않았던 것들이 밝혀진 현대라면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스승님에게 미미르의 서에 대한 정보와 미미르의 서를 만들 때 사용한 마법의 정보를 요구한 것이다.
그걸 알아야, 현대에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다.
무려 미미르의 서를 대신할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 거다.
최소 몇 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걸릴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내 예상은 완전히 어긋났다.
다행히 아주 좋은 방향으로 말이다.
‘미미르의 연구에 답이 있었어.’
미미르가 남긴 연구.
이 연구야 말로 내가 찾던 정답이었다.
이 연구 결과가 있다면 빠르면 2년, 그 안에 미미르를 되살릴 수 있다.
미미르를 되살리는 것만이 아니라, 나 또한 한 단계 높은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
‘완전 자율화 AI의 풀 백업을 이용한 신화 마법의 신속화.’
별다른 실험도 하지 않고 이론만으로 여기까지 연구를 완성시키다니.
미미르는 대체 얼마나 천재인 걸까.
아니, 그보다 이런 미미르를 마법의 재능이 없다고 뒷전으로 뒀었다고?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바이테너 제국 시절의 사람들은 모두 바보인가?
스승님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이번에 한해선 스승님이 크게 실수하신 거다.
다이아의 원석을 옆에 두고도 그냥 원석인 채 썩히다니.
인류적 손실이다.
‘문제는 이 연구를 어떻게 실행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느냐인데.’
논문은 완벽하다.
이론만으로 세운 가설이기에 어느 정도는 시행착오가 필요할 거라고 미미르는 말했지만, 내가 볼 땐 아니다.
미미르의 이론은 완벽하다.
이 이상 뭔가를 바꿀 필요도, 만질 필요도 없다.
그냥 이 눈문에 적힌 내용에 따라 연구를 진행하면 될 뿐이다.
물론 정작 그 ‘그대로 진행한다.’라는 게 난관이지만 말이다.
‘이 연구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실험 재료들이나 실험 과정이 굉장히 난해해. 어지간한 연구원들은 이걸 그대로 실행하는 건커녕,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재현하는 것도 힘들 거야.’
일단 이 연구를 맡아 줄 연구원을 찾는 것부터가 문제다.
아니, 정작 뛰어난 연구원을 찾아도 문제다.
그 연구원이 이 연구 일지를 보고 다른 마음을 품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특히 대형 연구소에 속한 사람이라면 열이면 아홉은 다른 마음을 품을 거다. 높은 위치에 있는 연구원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필히 이 연구를 독점하려 할 테지.
이 연구일지는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
고로, 내가 찾아야 하는 연구원의 조건은 이렇다.
‘세계 제일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수준의 뛰어난 두뇌를 지녔으며, 연구소에 소속되어있지 않고, 날 배신하지 않을 만한 선인…….’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일단 세계 제일의 두뇌를 지닌 연구원이 어딘가의 연구소에 소속되어 있지 않을 확률부터가 극악이다.
그런 괴짜가 있기는 할까.
‘일단 찾아보긴 하겠는데…….’
왠지 없을 것 같단 말이지.
……뭐, 없으면 없는 대로 다른 방법을 찾아보면 되기야 하겠다만.
정 안 되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직접 연구를 주도해도 될 테고.
아니면 청색 마탑주님에게 도움을 청해도 된다.
청색 마탑주님의 전공은 AI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지식 정도는 있다.
이 연구의 가치를 모르실 리가 없을 테니, 어떻게든 도움을 주실 거다.
‘……물론 최선책은 이 방면의 전문가를 찾는 거긴 한데.’
신뢰할 수 없는 전문가에게 맡길 바에야 신뢰할 수 있는 비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나으니까.
‘뭐가 됐던 일단 찾아 본 뒤에 정하면 돼.’
내가 찾는 인재의 첫 번째 조건은 연구소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연구원.
음지에서 홀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괴짜들 중에 찾아보는 게 좋겠지.
음. 샤를 단장님의 인맥 중에 있지 않을까?
용병 또한 음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니만큼, 음지의 연구원과 뭔가 커넥션이 있을 확률이 크다.
한번 물어나 봐야겠지.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그대로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샤를 단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단장님. 잠시 시간 되십니까?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갑자기?
* * *
―믿을 만한 무소속 연구원 말이지. 오케이 일단 찾아볼게.
샤를 단장님과의 짧은 통화가 끝났다.
예상과 다르게 음지의 연구원들과 커넥션이 있진 않으셨다.
아무래도 흑색 마탑만 쫓는 용병단이다 보니, 전투 외적인 인맥을 맺을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래도 뭐, 알아보려면 알아 볼 수는 있다고 하시니까.
기다려 봐야지.
‘좋은 인재가 있으면 좋겠는데.’
나는 그렇게 기도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대로 호텔 지하의 주차장으로 향했다.
VIP 주차장에 서 있는 고급 리무진 한 대.
그 앞에 석현 아저씨가 서 계셨다.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이동하기로 약속한 시간은 10분 전. 생각을 정리하고, 샤를 단장님과 연락을 하다 보니, 약속 시간에 늦어버렸다.
“아닙니다. 정시에 오셨습니다.”
석현 아저씨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셨다.
내가 그대로 차에 올라타고, 석현 아저씨도 뒤따라 운전석에 탑승했다.
“예정대로 비노슈가로 향하면 되겠습니까?”
“예. 부탁드립니다.”
목적지는 비노슈가.
목적은 기사들의 진수, ‘명예’에 관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세인 비노슈 님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우리는 호텔 지하 주차장을 떠나, 한적한 도로에 들어섰다.
그렇게 대충 20분을 달렸을까.
목적지인 비노슈가에 도착했다.
“그럼 전 여기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시길.”
나는 석현 아저씨를 뒤로하고 비노슈가 저택 내부로 들어섰다.
로비의 집사님에게 인사를 하고, 안내를 받아 최상층 세인 님의 방으로 향했다.
“세인 님. 신하율 님께서 오셨습니다.”
“들라해라.”
집사가 천천히 방문을 열어주고, 그대로 뒤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런 집사에게 작게 안내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호오.”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세인 님의 탄성이 들렸다.
날 바라보는 두 눈에 놀람이 가득 차 있다.
“못 본 사이에 또 한 단계 계단을 오른 모양이로구나.”
여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를 통과하고 내 인피니티 서클은 완전한 안정 상태에 접어들었다.
정확히는 여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를 통과하면서 안정 상태에 접어들었다기보단, 스승님에게 전수받은 지식의 간접적인 영향으로 서클이 안정된 거긴 하다.
9서클 이후에나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을 뇌리에 박아 넣은 거니까.
6서클인 지금의 내게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닌데……. 그게 보이십니까?”
근데 딱히 큰 성장을 이룬 건 아니다.
어느 정도 성장을 마친 인피니티 서클이 완전한 안정화에 들어섰을 뿐이니까.
외부에서 보이는 변화는 거의 없을 수밖에 없다.
아니, 출력만으로 보면 오히려 줄었다고 느껴야 정상이다.
안정화라는 건, 불필요한 소모를 억눌러 한층 더 효율적인 상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니까.
“그래. 보인다.”
세인 님이 오른 주먹에 턱을 괸 채로 비스듬히 기대앉은 채, 픽 웃었다.
“다른 마법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마나 서클. 그 아래에 위치한 마나 코어. 그리고 그 두 개와 완전히 하나가 된 것처럼 맞물리고 있는 신체까지.”
세인 님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네 마나가 서클을 타고, 네 뇌를 경유해 이동하는 것까지. 내 눈엔 훤히 들여다보인다. 너무 잘 보여서 걱정일 정도지.”
“…….”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저 정도로 세밀한 관찰력이라니.
저건 내 신안에 필적할 수준의 관찰안이다.
“이틀 사이에…… 많은 일이 있으셨나 봅니다.”
“글쎄. 딱히 대수로운 일은 없었다만.”
세인 님이 내 바로 앞에 서서, 나를 살짝 올려다보며 작게 웃었다.
“지난 이틀 간, 한 거라곤 지하에 박혀서 수련을 한 것밖에 없어.”
세인 님이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올려,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이틀 내내 말입니까?”
“그래.”
“잠은…….”
“안 잤다.”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는 세인 님의 손바닥 위로 마나가 응집되기 시작했다.
“네가 말한 ‘명예’가 무엇인지. 그것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잠 따위에 시간을 쓰기가 아깝더군.”
마나는 이내 작은 검의 형상이 되었다.
아무런 특징을 찾아 볼 수 없는 평범한 중검.
세인 님은 그 검을 손에 쥐고, 그대로 옆으로 몸을 돌렸다.
“만약 너와 만나기로 약속하지 않았다면……. 오늘도 훈련장에 박혀 있었을 거다. 이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그대로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별거 아닌 종베기.
세인 님의 검이 그대로 테이블을 관통하고 지나갔다.
다과상이 준비되어 있는 테이블.
원래대로였으면, 테이블이 두 동강이 나며, 대참사가 벌어졌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그건…….”
그런 대참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테이블은 두 동강 나지 않았다.
세인 님의 검은 확실히 테이블을 관통하고 지나갔지만, 테이블은 멀쩡했다.
“무얼. 별거 아닌 잡기술이다.”
세인 님이 픽 웃으며 손에 쥐고 있던 마나검을 해제했다.
그리곤 테이블로 걸어가 접시 위에 올려져 있는 과자 한 조각을 손으로 쥐어들었다.
아니, 한 조각이 아니다.
‘과자만…… 반으로 잘랐어?’
반 조각.
조금 전, 세인 님의 검격에 정확히 절반으로 나뉜 반쪽짜리 과자.
세인 님은 그 과자를 그대로 입에 넣었다.
“네가 내게 기사의 명예란 것을 시연해 보여 준 이후로 줄곧 고민해 봤다. 과연 명예란 무엇인가. 영광이란 무엇인가. 과거를 잇는다는 게 무엇인가.”
과자를 단숨에 씹어 삼키고는 과자 부스러기가 묻은 엄지를 살짝 핥는다.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더구나.”
세인 님의 눈동자에서 투명한 빛이 흘러나왔다.
마치 새벽녘의 이슬 같은.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호수 같은 눈동자였다.
“마음.”
“……!”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마음이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고작 이틀이 지났을 뿐이다.
그저 눈앞에서 명예라는 게 어떠한 것인지 보여줬을 뿐.
그 외에 다른 건 일절 말하지 않았다.
수학으로 치면, 사칙 연산을 알려준 수준. 딱 그 정도의 정보 전달이었을 뿐이다.
“내가 사용했던 검에는 내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 내가 깃들어 있었다. 네가 사용한 명예라는 것은 그것을 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외부로 표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고작 그 정도의 정보 전달이었을 뿐인데.
이 사람은. 이 검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수십 단계를 뛰어넘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검은 결국 매개체. 검에 깃든 나 자신을 표출하는 게 검의 진수라면……. 그냥 내 안의 나를, 나 자신을 표출하면 되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야.”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모든 것을 초월해서.
“벌써 심검을…….”
“심검. 심검이라. 이 검은 그러한 이름으로 불리는가.”
바이테너 제국 시절, 모든 검사들의 정점에 도달한 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었던 경지.
“과연. 썩 어울리는 이름이로다.”
검의 정상에 도달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