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7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79화(279/466)
그날 밤.
한국으로 귀국하기 8시간 전.
내 호텔방에 아델라가 방문해 왔다.
“쉬고 있을 시간인데 불러서 미안해.”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니, 호텔로 와 달라는 메시지에 한 걸음에 달려 와 줬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아니에요. 그리 먼 곳도 아니고, 신경 안 쓰셔도 되요.”
아델라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그래서 그, 중요한 용건이란 건 뭔가요?”
아델라가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아무래도 내가 이렇게 직접 호텔로 부르는 경우가 흔치는 않다보니, 꽤나 심각한 안건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심각한 표정 안 지어도 돼. 중요한 부탁이긴 한데, 위험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라서.”
“아하.”
아델라의 표정이 단번에 풀렸다.
“굳이 너한텐 돌려 말할 필요도 없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뒤쪽 구석탱이에서 웅크려 자고 있는 미호를 꺼내들었다.
“한동안 미호 좀 맡아 줄 수 있어?”
“……미호를요?”
아델라가 세상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내가 이런 부탁을 할 거라곤 상상도 못 한 모양이다.
“어. 대충 이틀 정도? 가능하겠어?”
“이틀 정도야 어떻게든 되긴하는데…….”
아델라가 의아하다는 듯이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그, 미호는 특수한 마법으로 연결된 상태라, 소환이 자유롭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치.”
아델라에겐 미호의 소환 유무에 대해 이미 전달해 뒀다.
스승님과 만나기도 했겠다, 대부분의 것은 다 알고 있는 아델라이니만큼, 굳이 그런 사소한 것까지 숨길 필요는 없다.
그래서 그냥 사실대로 말 했다.
“그런 미호를 굳이 제게 맡긴다는 건…….”
아델라의 표정이 다시금 심각해졌다.
“혹시……. 저 지금 위험한 상태인 건가요?”
“뭐?”
갑자기?
“아뇨, 그, 미호를 보디가드 역할로 제게 붙여두시려는 게 아닌가 해서요.”
대충 무슨 생각의 흐름으로 저런 결론이 나온 건지 알았다.
썩 그럴싸한 추론이었다.
근데.
“아니야.”
그런 이유는 전혀 아니다.
아델라의 신변에 위험 같은 건 전혀 없다.
위험하다면 오히려 내가 더 위험하지.
“처음엔 말했잖아. 위험한 문제는 아니라고.”
“아하. 그러고 보니 그랬죠. 그럼 왜……?”
“그냥. 나한테 좀 문제가 생겨서. 지금 미호를 역소환할 수가 없거든. 그래서 잠시만 맡아달라고 한 거야.”
“아…….”
아델라가 ‘그런 비밀이…….’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한 표정으로 탄성을 흘렸다.
“내일 당장 미호를 데리고 비행기에 타는 건 힘드니까, 그 사이에 좀 맡아 달라. 이런 말이군요.”
“그런 거지.”
지금껏 미호를 자유자재로 소환할 수 있었던 건, 미미르의 서가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지금 미미르의 서는 그 역할을 끝마치고,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다.
미미르의 서가 사라진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다.
“근데 그러면 제가 한국에 돌아 갈 때는 어떻게 하나요? 미호를 이대로 프랑스에 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역소환은 힘들어도 소환은 가능하니까.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소환할 생각이야.”
“아. 원거리 소환 자체는 문제없이 작동하는 거였군요. 이해했습니다.”
아델라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때. 부탁해도 될까?”
“네. 물론이죠. 미호는 이틀 간 제가 데리고 있겠습니다.”
아델라가 내 품에서 골골대며 졸고 있는 미호를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미호를 이리 건네 달라는 제스처였다.
나는 그대로 천천히 미호를 아델라에게 넘겼다.
아델라의 손에 닿음과 동시에 미호의 귀가 움찔 떨렸다.
제 3자의 터치에 순간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인 것이다.
“미안. 깼어?”
그러나 거부 반응도 잠시.
이내 자신을 안고 있는 게 아델라라는 걸 깨닫고는 나른한 표정을 지었다.
크게 하품을 하며, 아델라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고 새근새근 잠을 청한다.
“많이 피곤한가 보네요.”
“그치. 아무래도 지하 연구소에서 무리를 좀 했으니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최소 2~3주는 저렇게 잠만 자지 않을까 싶다.
그 이상일 수도 있고.
무려 스승님의 영체를 불러 내 몸에 빙의시킨 거니까.
후유증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거다.
“밥은 뭘 주면 되나요?”
“안 줘도 돼.”
“미호……. 아무것도 안 먹어요?”
“어. 미호는 영혼을 다스리는 신수거든. 물질적인 건 입에도 안 대.”
아델라의 품에 안겨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자고 있는 미호.
나는 그런 미호의 머리를 검지로 살살 긁어줬다.
미호가 기분 좋다는 듯이 비음을 흘렸다.
“굳이 뭘 챙겨 줄 거면, 마나나 좀 챙겨줘. 마나가 주 에너지원이거든. 응축된 마나를 좋아하니까. 훈련 중에 좀 챙겨주면 될 거야.”
“응축된 마나. 알겠습니다.”
아델라가 신기하다는 듯이 미호를 내려다봤다.
마나를 주식으로 삼는다는 게, 꽤나 신기한 모양이다.
“근데, 제 마나도 좋아할까요?”
“좋아할 거야. 애초에 네 마나가 별로였으면 널 따르지도 않았을 걸?”
내 입으로 말하기도 뭐하지만, 미호는 세상 까탈스러운 성격의 소유자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절대 마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미미르에게 시종일관 마음을 허락하지 않았던 게 그 증거다.
그런 미호가 마음을 줬다는 건, 아델라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는 말이다.
영혼도, 신체도, 품고 있는 마나의 성질조차도 말이다.
아마 ‘솔 루나리’ 가문의 체질이라는 것과 관계가 있는 걸 테지.
“아, 그래. 그거 물어보려고 했는데. 솔 루나리 가문용 마나 순환법엔 좀 익숙해졌어?”
“아뇨……. 그, 일단, 말씀하신 방법대로 마나 순환 방법을 바꿔보긴 했는데…….”
“잘 안 되나보네.”
“……네. 아무래도 좀, 어색해서…….”
현재 아델라는 새 마나 순환법을 수련 중에 있다.
마나지체인 솔 루나리 가문에 맞춰져 있는 특수 마나 순환법인데. 이걸 습득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마나 순환이라는 게, 몸에 완전히 버릇처럼 배여 있다 보니, 바꾸는 게 쉬운 건 아니다.
아델라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대충 어떤 상황인지는 알겠는데. 일단 말은 아낄게. 직접 보기 전에 애매하게 조언을 하면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니까.”
이런류의 조언은 하는 측이 더 조심해야 한다.
“이 얘기는 귀국한 후에 하자. 이런 건 직접 보면서 하는 게 더 좋을 테고.”
“네. 부탁드릴게요.”
아델라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벌써부터 귀국 후가 기대된다는 표정이었다.
* * *
다음날 아침.
나는 예약해 둔 비행기를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
최대한 조용히 움직인 터라, 딱히 사람이 몰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무사히 비행기에 탑승해,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다행히 인천에서도 내게 주목이 몰리지는 않았다.
나는 그 기회를 노려서, 최대한 빨리 인천 국제공항을 나섰다.
“에잉. 재미없네.”
집으로 향하는 길.
샤를 단장님이 시시하다는 표정으로 하품을 했다.
“비행 중에 습격도 없었고. 공항 습격도 없었고. 시시하구만.”
“놈들이 절 왜 습격해요. 걔네는 이번 일에 제가 연루되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는데.”
“혹시 모르잖아. 상대가 상대인데. 이미 루안이 너라는 것도 알고 있을 지도 모르지.”
“……부정은 못 하겠네요.”
상대는 흑색 마탑.
그 중에서도 세상의 모든 정보에 엑세스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간부 ‘헤르메스’다.
샤를 단장님의 말처럼 내 정보가 유출되었을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다.
“아무튼 시시한 거랑은 별개로 다행이긴 하네. 이렇게 조용하다는 건, 놈들이 네가 루안 팔라티아라는 걸 정말 아예 모른다는 말이니까.”
“예.”
이걸로 일말의 가능성도 사라졌다. 흑색 마탑 놈들은 내 정체에 대한 걸 아예 모르고 있다.
이제 마지막 남은 일말의 걱정까지 털어내도 될 것 같다.
“하아암. 그럼 이제 마음 편히 계획 준비에 임해도 되겠구만.”
계획.
흑색 마탑의 본거지 습격에 앞선, 스파이 일망타진 계획을 일컫는 것이었다.
“준비는 얼마나 됐나요?”
“대충 2할 정도?”
“벌써요? 엄청 빠르네요?”
“그야 뭐. 마담이 잠도 줄여가면서 준비하고 있으니까. 적색 마탑주랑 녹색 마탑주도 되게 협조적이고. 늦어도 3달 내엔 준비될 것 같아.”
“3달. 딱 좋네요.”
“그치. 뭐, 사실 마음 같아선 1달은 앞당기고 싶긴 한데…….”
흑색 마탑이 모든 정비를 끝마칠 것을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게 좋긴 하다.
“과유불급이라고 했습니다. 너무 안달 낼 필요 없어요. 3달도 충분히 빠른 거예요.”
근데 그건 욕심이다.
일을 빠르게 처리한다는 건, 일을 어느 정도 대충 한다는 말과 같다.
그랬다간 어딘가에서 우리의 정보가 흘러나갈 확률이 커지고.
그럼 모든 게 말짱 도루묵이다.
그냥 안전하게 가는 게 맞다.
“알아. 내가 바보냐. 그냥 아쉽다는 거지.”
샤를 단장님이 그대로 뒷머리에 깍지를 끼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한껏 기대 누웠다.
“아무튼 한국 쪽 준비는 잘 부탁한다.”
“그 부탁은 제가 아니라 아버지께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스파이 일망타진 계획의 한국 쪽 준비는 아버지가 도맡아 하고 계시다.
저 말은 내게 할 게 아니라 아버지께 해야 한다.
“됐어. 그 양반이랑 굳이 말 섞기 싫어. 대체 뭔 놈의 잔소리가 그리 많은지. 어휴.”
샤를 단장님이 상상도 하기 싫다는 표정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진짜 그놈. 너 있을 때랑 없을 때가 아예 다른 사람이라니까? 나는 이번에 아예 마음을 정했어. 신인혁. 그 양반이랑 대화할 땐, 무조건 널 데리고 갈 거야. 아니면 말이 안 통해.”
“확실히 가주님께서 하율 도련님께 무른 면이 있으시긴 하죠.”
시종일관 침묵을 유지하며 운전하는 데만 집중하시던 석현 아저씨가 작게 웃으며 한 마디를 던지셨다.
“아버지가요?”
“예. 도련님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 있으시겠습니다만. 확실히 하율 도련님에게만 유독 무른 면이 있으십니다.”
석현 아저씨가 단호하게 답했다.
“그냥 무른 것도 아니고, 거의 뭐 썩기 직전의 홍시급 무름이지.”
샤를 단장님도 혀를 찼다.
저 두 분이 저렇게 입 모아 말하시는 걸 보면 그런 거겠지만…….
……잘 모르겠는데.
“아마 금방 알게 되실 겁니다. 도련님은 워낙 눈썰미가 좋으시니까요.”
“쟤 눈썰미가 좋은 건 팩트긴 한데, 글쎄. 저놈 저거 이런 쪽에는 젬병이라서. 아마 영원히 모르지 않을까?”
샤를 단장님이 귀여운 조카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흘겨봤다.
“아, 그리고 꼬맹아. 네가 부탁한 거 말인……. 아.”
샤를 단장님이 말을 하다 말고 슬쩍 석현 아저씨의 눈치를 봤다.
여기서 말하면 안 되는 건가? 라고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괜찮습니다. 안 그래도 석현 아저씨한테도 부탁드릴 생각이었거든요.”
“아, 그래?”
샤를 단장님이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냥 말할게. 네가 부탁한 무소속 연구원 말인데. 네가 말한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사람이 한 명 있어.”
“……완벽하게요?”
“어. 완벽하게.”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들이었는데. 그걸 완벽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너도 이름은 들어봤을 걸? 테룬이라고.”
“테룬이면……. 테룬 시트레아요?”
“맞아. 역시 알고 있네.”
내 눈이 서서히 커졌다.
“그, AI 최초 개발자 말씀하시는 거 맞죠? AI 마도학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정확해.”
천재 중의 천재.
AI에 한해선 세계 제일이라고 불리는 인물.
테룬 시트레아.
아니, 故 테룬 시트레아.
“그 분이……. 살아계시다고요?”
63년 전 10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고 알려져 있는 전설적인 연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