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8화(28/466)
방으로 돌아온 나는 곧장 이드레드의 서를 펼쳤다.
210페이지를 펼쳐 마법진에 손을 대고 공진의 묘리에 따라 서클을 회전시켰다.
내 서클이 세차게 회전하며 주위의 마나를 흔들었다.
웅, 웅, 웅!
공명의 고리가 주위의 마나와 심의의 고리와 동조하며, 공진한다.
‘됐다.’
완벽하게 하나가 된 두 개의 고리에서 마나가 뿜어져 나왔고.
번쩍-!
210페이지의 마법진이 무지막지한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잠시 후.
‘바이테너의 정식 계승자여. 그대의 성취를 기원한다.’
첫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서도 들었던 스승님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두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들어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계승자님.”
첫 번째 시험의 페이지와 마찬가지로 여성이 나를 반겼다.
“저는 두 번째 시험의 페이지를 담당하고 있는 안내자. 베타라고 합니다.”
첫 번째 시험의 페이지 안내자는 알파(α)였고.
두 번째 시험의 페이지 안내자는 베타(β)라.
이 기세면 세 번째 시험의 페이지 안내자는 감마(γ)가 되려나.
“두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서는 계승자님이 얼마나 서클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가를 시험합니다.”
베타가 웃으며 설명을 이었다.
“시험 내용은 시험 시작과 동시에 알게 되실 것이며, 시험에 통과하실 경우, 2서클이 완전히 숙달되었다고 판단. 3서클 마법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는 32~81페이지가 갱신됩니다.”
알파에게 들었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반복했다.
“잠깐만, 81페이지?”
첫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서 통과했을 때 갱신된 페이지는 18~31페이지. 고작 14페이지가 끝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많아야 20페이지쯤 갱신되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50페이지가 새로 갱신된다고?”
뜬금없이 3배가 넘는 페이지가 갱신된단다.
물론 좋기야 하다만, 조금 당황스럽다.
“그만큼 바이테너식 마법의 3서클은 격이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심의의 고리나, 공명의 고리와는 습득 난이도가 차원이 다르다는 거구나.”
“네. 그렇습니다.”
“그거 참, 기대되기도 하고, 조금 무섭기도 하고…….”
새로운 지식을 향유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습득 난이도에 대한 불안감.
두 개의 감정이 공존하고 있었다.
물론 기대감이 훨씬 컸다.
습득 난이도가 높다는 건, 그만큼 3서클이 엄청난 성능을 지니고 있다는 말과 같으니까.
“설명은 이상입니다. 곧바로 시험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아, 응. 부탁할게.”
일단 그 전에 두 번째 시험의 페이지부터 통과해야겠지.
“그럼 두 번째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전의 첫 번째 시험의 페이지 때와 마찬가지로.
베타의 몸도 마나로 변해 사방으로 흩날렸다.
‘다시 봐도 참 대단하단 말이지.’
마법 인격체라니.
마나로 이루어진 인형과 평범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진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마어마한 기술력이다.
‘두 번째 시험의 내용을 공지하겠다.’
그렇게 감탄하는 중, 또 다시 스승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수선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시험은 간단하다. 지금부터 차례대로 100개의 마법진이 눈앞에 떠오를 거다.’
허공에 마법진 하나가 두둥실 떠올랐다.
이드레드의 서 210페이지에 그려져 있던 마법진과 비슷한 형태의 마법진이었다.
‘100개의 마법진을 모두 발동시켜라.’
나는 천천히 마법진에 손을 가져다 댔다.
‘마법진과 동조시켜 서클을 공진시키면, 마법진은 자연스레 발동할 것이다.’
나는 천천히 마법진을 느끼며 서클을 동조시켰다.
우우웅-!
약 10초의 동조 끝에 마법진은 무사히 발동했다.
동시에 다음 마법진이 갱신되었다.
바뀐 마법진에 맞춰 새로이 서클의 마나값을 바꾸는 중.
“엇.”
갑자기 마법진이 모습을 바꾸었다.
조금 전 내가 발동시킨 마법진이었다.
‘참고로 한 마법진 당 갱신 시간은 3초. 그 사이에 마법진을 발동시키지 않으면 다시 최초의 마법진으로 되돌아가 리셋이 되어버리니 주의하길 바란다.’
“……아하.”
100개를 그냥 천천히 발동시키기만 해선 안 된다는 말이구나.
“외워서 하라는 건가?”
나는 다시금 공진을 이용하여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그리고 두 번째 마법진이 갱신되고, 아까 전 발동하려다 만 공식을 기억해서 서클을 움직였다.
그러나.
“아까 그 마법진이 아니네?”
이게 웬걸.
마법진은 조금 전과 달랐다.
‘또한, 첫 마법진을 제외하곤, 두 번째부터 완전히 랜덤이다.’
‘패턴을 기억해 봐야 아무 의미도 없다.’
“……와우.”
랜덤이라니.
이건 예상 못했는데.
‘쉽지 않은 시험이겠지만, 무사히 통과할 거라 믿는다.’
‘그럼 건투를 빌겠다.’
그 말을 끝으로 스승님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혼자 남은 나는 멍하니 마법진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각 잡고 준비해도 10초는 걸리는 작업을 3초 만에 하라고?
그것도 100개 연속으로?
이야…….
“난이도가 진짜 제대로 돌아 버렸는데?”
아무래도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 *
장장 8시간의 도전 끝에.
나는 일단 두 번째 시험의 페이지를 나왔다.
“아, 머리야.”
시험을 통과한 건 아니다.
그냥, 말 그대로 잠시 밖에 나왔을 뿐이다.
정신적으로 한계가 찾아와서, 휴식이 필요하다.
“이렇게 했는데도 10개가 한계란 말이지…….”
지난 8시간 동안 나는 100개의 마법진을 발동하긴커녕, 10개의 마법진밖에 발동시키지 못했다.
그것도 진짜 겨우겨우 달성한 거다.
“100개는 보이지도 않네.”
서로 다른 두 개의 서클을 완벽하게 하나로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이걸 마법진에 맞춰서 3초 이내에 행해야 한다.
말로 하니 참 쉬워 보이는데, 이거 진짜 말도 안 되게 어렵다.
생각해 봐라.
심의의 고리와 공명의 고리를 연결하는 데만 해도 시간을 엄청나게 잡아먹었다.
이런 단순한 일치에도 이렇게 애를 먹었는데, 여기에 추가로 마법진이 랜덤으로 제시하는 ‘수치’에 맞춰서 동조를 시켜야 한다.
그것도 100개를 연달아서 말이다.
이게 쉬울 리가 있겠는가.
“후. 이건 계속 도전해 보는 수밖에 없겠네.”
처음엔 두 개도 힘들었는데, 부단한 노력 끝에 10개의 마법진을 발동시키지 않았는가.
계속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
“다행히 슬슬 요령도 잡아가고 있고.”
계속해서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성공하지 않을까.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요령만으로 100개는 힘들려나.”
솔직히 장담은 못하겠다.
그만큼 두 번째 시험의 난이도는 돌아 버린 난이도였다.
무작정 도전해서 통과할 수 있다고 해도, 분명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테고.
‘역시 스승님이 남기신 또 다른 책들이라는 걸 찾아봐야 하나?’
나는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이드레드의 서 31페이지 중간쯤 문장을 다시 확인했다.
[참고로 내가 집필한 책은 이 책, 이드레드의 서 하나가 아니다.] [만약 네가 벽을 느낀다면, 내가 남긴 다른 책들을 찾아 보거라.] [분명 네 성취에 큰 도움이 될 거다.]벽을 느낀다면.
그 문장에 유독 크게 보였다.
지금 실시간으로 벽을 느끼고 있어서 그런가.
‘일단 바람이나 좀 쐬고 와야겠다.’
계속 끙끙대고만 있어 봐야 아무 의미도 없다.
기분 전환도 할 겸, 뇌에 공기 좀 넣어 줄 겸, 잠시 산책이나 하고 오기로 했다.
나갔다 오면서 가볍게 요깃거리도 사 오고.
당분이 필요하다.
기숙사 인근 산책로를 가볍게 돌았다.
5월의 밤공기는 선선하니 기분 좋았다.
“좋네.”
뭔가 뇌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 줘서 그런가.
아주 개운한 기분이다.
역시 사람은 바깥 공기를 좀 쐬어야 하는 모양이다.
“안녕하세요.”
“아델라?”
그렇게 유유자적 산책을 즐기는 중, 아델라와 마주쳤다.
“안녕. 너도 산책?”
“네. 오늘 하루 종일 방에만 있었더니 머리가 멍해서…….”
“아하. 수업 취소됐다고 또 하루 종일 방에만 박혀 있었구만?”
안 봐도 VOD다.
방에 박혀서 하루 종일 공부만 했겠지.
“네에. 조금 흥미로운 논문이 있어서, 그걸 좀 읽다 보니.”
“논문? 뭔데? 재미있는 거면 나중에 나도 좀 보여 줘.”
“음. 딱히 안 보셔도 될 것 같아요. 처음엔 굉장히 그럴싸했는데, 뒤에가 좀 심해서…….”
“아하. 결국 접근만 좋았다는 뻔한 결론이었나 보네.”
“네.”
마법 논문이라는 게 그렇다.
처음에는 굉장히 흥미롭게 시작하지만, 도중부터 헤매다가 결국 결론은 이도저도 아니게 나 버린다.
흔한 일이다.
“그래서 그렇게 실망한 표정이었구나?”
“티 나나요?”
“어. 바로 알겠던데.”
생일날 원하던 선물을 못 받아서 실망한 아이 같은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진짜 얼굴에 ‘나 실망했어요.’라고 대문짝만 하게 쓰여 있었다.
“기대가 많았던 만큼 실망도 크네요.”
아델라가 쓰게 웃었다.
“대체 무슨 논문이었길래 그래?”
이쯤 되면 어떤 논문을 읽은 건지 궁금할 지경이다.
아델라를 저렇게 실망시킬 만한 초반만 훌륭한 논문이 대체 뭘까.
“공간 이동 마법에 대한 논문이요.”
“아, 7대 난제?”
“네.”
마법의 7대 난제.
말 그대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뜻한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공간 이동 마법이다.
유구한 마법의 역사 속에서 아직 공간 이동 마법을 실현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초의 대마법사, 레이 벨 바이테너 외에는 말이다.
“초반이 그렇게 그럴싸했어?”
“네. 접근법 자체가 엄청나게 센세이션했거든요.”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니. 좀 신경 쓰이긴 하네. 혹시 볼 수 있어?”
“정말 별거 없어요.”
“괜찮아. 그 센세이션한 접근법이라는 게 궁금해서 그래.”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아델라가 폰을 꺼내, E북 모드로 전환. 읽던 논문을 펼쳐 내게 건넸다.
“여기요.”
“땡큐.”
나는 곧바로 논문을 읽어나갔다.
초반은 확실히 아델라가 감탄할 만한 논문이었다.
“오, 이건 진짜 말 그대로 센세이션이네. 어떻게 이런 접근이 가능하지?”
“그러니까요.”
그러나 중반부터 갑자기 이론이 지리멸렬해지기 시작하더니, 후반부엔 이론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이건 뭐 용두사미 수준이 아니라 용두무미다.
꼬리가 그냥 없다.
“확실히 실망할 만하네.”
“……그쵸?”
초반과 후반의 갭이 커도 너무 크다. 이건 뭐 다른 사람이 이어 쓴 거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도중부터 왜 이렇게 뒤틀렸지?”
“저도 그게 궁금해서 저 나름대로 연구를 해 봤는데. 답을 내지 못 했어요.”
“……그래?”
나는 일단 논문을 마저 읽었다.
후반부의 개소리들도 이 정도면 예술이 아닐까 싶었다.
응. 보면 볼수록 개소리네.
‘그나저나, 이 논문의 이론들. 왠지 모르게 기시감이 드는데.’
개소리가 뭔가 그럴싸하게 보인다고 해야 하나.
묘하게 눈에 익는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
“어?”
그중에서도 제일 마지막 문장을 보는 순간, 내 눈이 부릅떠졌다.
“……이상의 논문은 레이 벨 바이테너가 남긴 서적들을 기반으로 저 나름대로 분석해 본 것들임을 밝힙니다?”
“네. 이 논문의 저자는 레이 벨 바이테너의 서적들을 엄청나게 연구했다고 해요.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한 마법사는 모든 역사를 통틀어서, 신화 속 대마법사. 레이 벨 바이테너밖에 없으니까요. 아마 거기서부터 접근한 연구겠지요.”
아델라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 결론이 그래서야, 아무 의미도 없는 연구지만요…….”
이렇게 아쉬울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찝찝하죠? 그래서 제가 굳이 볼 필요는 없다고…….”
“미안해. 잠시만 집중 좀 할게.”
“네? 네에.”
나는 곧바로 논문의 제일 첫 페이지를 다시 확인했다.
다시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훌륭한 접근법과 이론의 온 퍼레이드.
처음 봤을 땐, 그저 대단하네 하는 감상밖에 없었지만.
이 논문의 작성자가 레이 벨 바이테너. 내 스승님이 남긴 서적을 연구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자, 논문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이거… 형태나 구조는 좀 다르긴 한데…….’
논문이 중반부로 갈수록 내 눈이 점점 떨려갔다.
‘자세히 보니까 바이테너식의 기초 이론과 흡사한 면이 많아.’
이 논문은 바이테너식에 대한 걸 연구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논문이다.
‘수박 겉핥기식이고, 제일 중요한 이론들이 다 빠져 있긴 한데. 분명해.’
보면 볼수록 확실하다.
이건 확실히 바이테너식의 이론에서 착안한 논문이다.
확실히 레이 벨 바이테너가 남긴 ‘서적들’을 기반으로 쓴 논문이 맞는 것 같다.
“아델라. 이 논문. 누가 쓴 거라고?”
“네?”
아무래도 이 논문을 쓴 저자와 만나봐야 할 것 같다.
[참고로 내가 집필한 책은 이 책, 이드레드의 서 하나가 아니다.]그가 지니고 있을 스승님이 남기신 ‘서적들’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