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80)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80화(280/466)
“아니. 진짜 테룬 시트레아는 아니야. 본인이 그렇게 자칭하고 있을 뿐이지.”
“……아. 동명이인이군요.”
깜짝이야.
아니구나.
하기야. 사실 말이 안 되는 얘기긴 하다.
테룬 시트레아는 63년 전, 10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만약 테룬 시트레아가 살아있다고 해도, 현재 나이는 170세라는 말이다.
제 아무리 대단한 경지를 이룬 사람이라도 170세까진 살지 못한다.
살아있을 리가 없다.
“스스로 테룬 시트레아라고 자칭하다니. 벌써 상당한 괴짜네요.”
“음. 조금 이상한 면이 있긴 한데, 그렇게까지 괴짜는 아니야. 성격이 괴팍하다거나 한 건 전혀 아니고. 물론 한번 만나 본 거라 단언할 수는 없긴 한데…….”
“일단 단장님의 눈엔 걸리는 건 없었다는 말이죠?”
“엉.”
“……그럼 진짜 괜찮은 사람이라는 거네요.”
샤를 단장님의 눈썰미는 상당하다. 단장님이 괜찮게 봤다는 건 진짜 괜찮은 사람이라는 말이다.
“내 눈을 너무 과신하는 거 아냐? 나도 가끔은 틀려.”
“그야 사람이니까 틀리긴 하겠죠. 그래도 눈썰미가 워낙 좋으시니까요.”
“크흠. 뭐, 그렇긴 해.”
“오히려 단장님의 눈을 속일 정도의 일이 뭔지 좀 궁금하네요.”
“어……. 뭐였더라.”
샤를 단장님이 시선을 위로 향하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는 표정이다.
“생각해 보니…… 없네?”
“……네?”
없다고?
“엉. 보통 저 새끼 나쁜 놈이다! 싶으면 다 나쁜 놈이었고. 저놈 착한 놈이다! 싶으면 다 착한 놈이었어.”
“그건 단순히 눈썰미가 좋다고 하는 수준이 아닌 거 같은데요?”
“그치. 솔직히 눈썰미라기보단 감의 영역이긴 해.”
샤를 단장님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 그럼 혹시 생각보다 섀도우를 빨리 인정하신 것도…….”
“엉. 맞아. 걔는 생각보다 나쁜 느낌이 안 들더라고.”
“……오우.”
진짜 감이 엄청나게 좋으시구나.
저런 걸 뭐라고 하더라.
동물적인 감각이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할까. 개 같네요.”
“……뭐 이 새끼야?”
아. 말이 이상하게 나왔다.
“아뇨아뇨. 욕이 아니라. 말 그대로 개. dog 같다고 한 거예요.”
“뭐가 다른 건데?”
“그러니까 그, 개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하잖아요? 그런 게 아닌가 해서요. 한 마디로 동물적인 감각의 소유자라는 거죠.”
“아무리 그래도 개 같다는 건 좀 기분 나쁜데?”
“칭찬의 의미로 한 말이에요. 늑대도 따지고 보면 개과잖아요? 감각이 극도로 예민하게 발달한 늑대 같다. 이런 말이었어요.”
“감각이 발달한 늑대. 늑대라. 흐음. 그렇게 들으니까 또 괜찮은 거 같기도 하고…….”
샤를 단장님이 오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이걸 기분 나빠해야 하는지, 좋아해야 하는지. 아리송하다는 표정이다.
“그래서 그 테룬 시트레아라는 분이랑 만날 수 있다는 거죠?”
그 틈을 노려서 빠르게 화제 전환을 시도했다.
“엉? 아, 어. 나한테 빚진 게 있어서 시간 좀 내 달라고 하면 내 줄 거야.”
“좋네요. 전공은 뭔가요?”
“당연히 AI 마도학이지. 아마 AI에 한해선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걸?”
“다섯 손가락이면…… 진짜 대단하신 분이라는 건데. 그런 분이 왜 무소속이십니까?”
성격이 개차반이라도 실력이 좋으면 어디서든 데려간다.
실력도 좋고, 성격도 좋은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테룬 시트레아는 무소속 1인 연구원일 이유가 전혀 없다.
뭔가 치명적인 흠이 있는 건가?
“이름 때문이지 뭐.”
“아……. 테룬 시트레아. 그게 문제군요.”
“그치. 테룬 시트레아는 AI 마도학의 어머니이자, 전설이라 불리는 연구자잖아. 그런 대단한 사람의 이름을 자칭하고 다니는 연구원을 누가 믿고 채용하겠어.”
“확실히 좀 그렇긴 하네요.”
하기야.
나라도 채용 안 할 거 같긴 하다.
“뭐, 그밖에도 연구 재단에서 일이 좀 있었다고도 하고.”
“일이요?”
“어. 뭐, 재단의 높은 사람이랑 대판 싸웠다나.”
“주먹으로 치고받고 싸웠다는 건 아니죠?”
“당연히 아니지. 뭐, 논문 관련으로 한판 붙었다고 하는데. 자세한 건 나도 몰라. 양쪽 다 상대가 자길 모욕했다고 주장했다는데. 자세한 건 본인들만 알겠지.”
샤를 단장님이 그대로 양손을 쫙 펴고 기지개를 켰다.
“아무튼 그 사건 이후로 블랙리스트에 등재됐다나 봐. 그래서 어딘가에 소속되는 게 불가능한 상태가 됐고.”
“그래서 무소속이군요.”
“그치.”
업계의 탑에게 찍혔으니, 어딘가에 소속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지금까지의 말만 들으면, 딱 제가 원하는 인재네요.”
“그래서 말했잖아. 네가 말한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인물을 찾았다고.”
“예.”
뛰어난 실력에 모난 데 없는 성격. 거기에 더해 협회와 척을 진 상태이니만큼, 다른 데와 붙어먹을 확률도 매우 낮다.
말 그대로 내가 바라던 인물상이다.
‘걸리는 건, 굳이 자신을 ‘테룬 시트레아’라고 자칭한다는 망상증 정도인데…….’
솔직히 그 정도 흠은 흠도 아니다.
실력만 확실하다면야 망상증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더 물을 것도 없네요. 주선 부탁드려도 될까요?”
“오케이. 그럼 바로 약속 잡아 볼게.”
“예. 정해지면 바로 연락주세요.”
“오케이.”
샤를 단장님이 검지와 엄지를 이용해 동그라미를 만들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 * *
그 후, 우리는 약 20분의 주행 끝에 본가에 도착했다.
“으아아아~”
오랜 이동으로 몸이 찌뿌듯한 듯, 샤를 단장님이 크게 기지개를 켰다.
이어 목을 좌우로 이리저리 꺾으며 스트레칭.
이제야 좀 살겠다는 표정이다.
“호위는 이제 됐지? 그럼 난 먼저 가 본다?”
“아, 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 무슨. 앉아있기밖에 안 했는데.”
“단장님한텐 그게 제일 큰 수고잖아요.”
샤를 단장님이 나를 째려봤다.
“너 아무리 생각해도 나를 무슨 똥마려운 개 취급하는 거 같은데.”
“제가요? 그럴 리가요. 오해십니다.”
나는 허허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기회에 확실히 말해두지만, 나는 딱히 기다리는 걸 못 하는 게 아니야. 그냥 좀 싫어하는 것뿐이지.”
보통은 그걸 못한다고 한답니다.
나는 그 말을 속으로 삼켰다.
“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일 큰 수고를 하셨다고 한 겁니다.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게 얼마나 큰 수고입니까.”
“그렇긴 한데…….”
샤를 단장님이 찝찝하단 표정으로 날 지그시 바라봤다.
“암만 생각해도 뭔가 무시당한 기분인데…….”
“진짜 오해십니다.”
“오해 맞지?”
“그럼요. 제가 샤를 단장님을 존경하면 존경했지, 왜 무시를 합니까.”
“그치?”
“그럼요.”
샤를 단장님이 찌푸렸던 미간을 풀고, 작게 미소 지었다.
“그래. 그럼 됐고.”
그리고는 이번엔 어깨를 붕붕 돌리며, 어깨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난 진짜 간다. 나중에 또 연락할게.”
단장님이 그대로 제자리 뛰기를 시작했다.
“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손을 작게 흔듦과 동시에 바람처럼 달려 나갔다.
순식간에 콩알만 한 크기로 변한 샤를 단장님의 등.
그 모습을 보고 있자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간만에 산책 나와서 기뻐하는 강아지 같네…….’
* * *
그 후.
내 방으로 가서, 가볍게 옷을 갈아입은 뒤.
곧장 아버지의 서재로 향했다.
서재 앞에 서서, 세 번 노크.
“들어와라.”
나는 그대로 문을 열고 서재 안으로 들어섰다.
아버지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온갖 서류 더미가 즐비해 있는 책상 앞에 앉아 계셨다.
“방금 막 복귀했습니다. 그간 무고하셨습니까.”
“그래.”
아버지는 서류에 시선을 집중한 채로 단답으로 대답하셨다.
내가 돌아오고말고, 별 감흥이 없다는 무감각한 반응과 표정이었다.
“얘기는 들었다. 꽤나 큰일을 해결했더군.”
“예.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여전히 서류에 집중하시면서, 10초 정도의 텀을 두고 다음 말을 건네셨다.
“그 사건에서 파생되어, 세인 비노슈와 상당히 좋은 관계를 맺었다는 것도 들었다.”
“예. 운이 좋았습니다.”
표정이나 목소리나.
무덤덤 그 자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를 각별하게 생각하시는 거 같진 않은데.’
석현 아저씨와 샤를 단장님의 말처럼, 나를 특별 취급한다거나, 내게만 특히 무르다거나 그런 점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건 무르다기보단, 나한테만 더 엄격하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찾던 물건은?”
“찾았습니다. 여기 이게 그겁니다.”
나는 아에스에서 이그니스의 매개체를 꺼내 아버지께 보였다.
아버지의 눈이 처음으로 서류에서 떨어졌다.
“호오.”
이그니스가 뿜어내는 격이 다른 마나에 감탄하신 듯, 눈을 빛내셨다.
“그게 전에 말한 7서클에 도달하기 위한 새로운 교본인가.”
“아뇨. 그건 아닙니다.”
나는 이번에 프랑스에 가기 전, 아버지께 새로운 ‘교본’을 찾기 위해 간다고 했었다.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선 그게 제일 좋을 거라 생각해서 그런 말을 했던 건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굳이 그런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그냥 사실대로 말했으면 됐을 텐데 말이다.
“이 보석은…….”
나는 천천히 이그니스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내가 왜 이걸 필요로 했는지부터, 이게 어떤 힘을 지니고 있는지까지.
신화 마법에 대한 것까지 해서 모조리 설명했다.
“신화 마법. 태초의 불꽃 이그니스라. 이름이 꽤나 거창하군.”
아버지가 흥미롭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었다.
“신화 마법이라는 게 어느 정도의 위력을 지녔는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졌다.”
아버지가 서류에서 손을 떼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천천히 내게 다가오셨다.
“따라와라.”
“네? 어딜…….”
어딜 가자는 걸까.
“대련장.”
아버지가 그대로 외투를 걸쳐 입고 천천히 서재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저택 인근에 위치한 개인 수련장. 그 안에 존재하는 대련장에서 나는 아버지와 마주하고 있었다.
‘……이건 또 예상 못 했는데.’
다짜고짜 대련장으로 끌려와서, 다짜고짜 방호복을 입게 되고, 다짜고짜 전력을 다하라는 말을 듣고 있다.
대충 뭘 원하시는진 알겠지만, 이게 맞나 싶다.
“어디 그 이그니스라는 신화 마법의 힘을 내게 보여 봐라.”
아버지의 눈이 살벌하게 빛났다.
마나가 살기를 띄었다.
당장이라도 나를 씹어 삼키려는 것처럼 흉흉한 기세를 뿜어낸다.
“만약 신화 마법이라는 게 이름만 거창할 뿐, 내 기대에 미치지 않는 수준의 마법일 뿐이라면…….”
각오해야 할 거다.
아버지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나는 그런 아버지의 눈빛을 그대로 받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귀국하자마자 이렇게 대련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역시 인생이라는 건 다 계획대로 되는 게 아라니까.
“알겠습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길게 숨을 내뱉고는 신경을 날카롭게 벼렸다.
완전한 전투태세.
눈앞에 있는 적을 배제하겠다는 일념만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실망하지 않으시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아버지의 입꼬리가 살짝 위로 치켜올라갔다.
내가 풍기는 분위기가 썩 마음에 드신 모양이다.
“다만 그 전에 감히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나는 아에스에서 카일룸과 이그니스의 매개체를 꺼내, 양손에 쥐었다.
“뭐지?”
“부디 막으려고 하진 마시길.”
“……호오.”
아버지의 눈이 가늘어졌다.
내 말에 흥미를 가지는 한편, 자존심도 조금 상한다는 표정이었다.
“상당히 거만한 발언이군. 나 따위는 막을 수도 없다 이건가?”
“오해하지 마시길. 아버지를 무시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내 마나가 인피니티 서클과 마나 코어를 타고 크게 일주한 뒤, 오른손을 타고 카일룸으로 흘러들어갔다.
신화 속 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스태프, 카일룸.
그 위로 뫼비우스의 문양이 떠올랐다.
“이그니스를 초견에 막는 건 소피아 님에게도 힘든 일입니다.”
이그니스는 마나와 마법마저 태워버린다.
이그니스는 어지간한 마법으론 막을 수 없다.
“그러니 부디 피해 주시길.”
쿵!
카일룸이 지면에 격돌하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렸다.
동시에 빠르게 팽창하기 시작한 뫼비우스의 문양.
무한의 문장 아래에서 나는 천천히 이그니스의 시동어를 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