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8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84화(284/466)
테러 대응팀 작전 수행 본부.
팀장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신하율을 맞이했다.
“용건은 최대한 간략하게 부탁하지. 시답잖은 얘기에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라는 건 너도 알고 있을 테니.”
팀장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했다.
안티 마기아의 테러 때문에 안 그래도 정신없는 상황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학생이 중요한 얘기가 있다고 찾아오면, 누구나 이런 반응을 보일 거다.
‘마도신가만 아니었으면…….’
마도신가라는 뒷배만 아니었으면 신하율이고 뭐고, 만나주지도 않았을 텐데.
팀장의 미간이 한층 더 찡그려졌다.
‘매스컴에서 띄워주니까 자기가 진짜 영웅이라도 된 줄 알고 있는 건가?’
신하율을 나름 좋게 보고 있었던 팀장이지만, 아마 오늘 이후로는 좋게 보려야 좋게 볼 수가 없을 것 같다.
“짧게 설명하는 것 자체는 가능합니다. 허나 그럴 경우 팀장님께서 제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으실 확률이 큽니다. 그럼 당연히 추가적인 논쟁으로 이어지겠죠. 그게 더 손해입니다. 10분 정도 시간을 투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안 그래도 험악했던 팀장의 표정이 한층 더 험악해졌다.
이제 2시간 17분 남았는데.
여기서 10분을 달라고?
“지금 이 상황에 10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건가?”
결국 팀장은 분노를 터트렸다.
마도신가고 뭐고, 다 필요 없다.
영웅 놀이에 심취한 건방진 꼬맹이에게 욕을 내뱉어줘야 속이 후련할 것 같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근데…….”
팀장의 언변이 격해졌기 때문일까. 혹은 처음부터 시종일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신하율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싸늘하게 변했다.
“지금의 여러분들에게 10분이 더 있다고 뭐가 달라지긴 합니까?”
“……뭐?”
아니.
신하율은 그런 감정적인 이유로 일을 그르칠 성격이 아니다.
지금 이렇게 싸늘하게 조소하는 것은 일종의 충격 요법.
팀장의 반발심을 오히려 더 키우는 것으로 논쟁의 우위를 점하려 하고 있었다.
“상대는 안티 마기아입니다. 세계 그 어느 나라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언터쳐블 테러리스트란 말입니다.”
물론 이 화법은 상대를 더 화나게 하는 만큼, 삐끗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허나 신하율은 자신이 있었다.
“그런 놈들을 체포할 방법이 있으십니까? 10분을 더 준다고 해서 없던 방법이 생깁니까?”
삐끗하지 않을 자신이.
저들을 완벽하게 설득할 자신이 말이다.
“말하고 싶은 대로 지껄이는군.”
팀장이 이를 까드득 갈며, 신하율을 노려봤다.
신하율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저 표정. 다음 팀장의 입에서 나올 말은 필히 자신이 기대하던 말이리라.
그런 확신으로 가득 찬 눈빛이었다.
“그 말을 그대로 돌려주지. 그럼 네놈에게 10분을 준다고 뭐가 달라지나?”
빙고.
“대답해 봐라. 영웅심에 취한 꼬맹이. 네게 10분을 준다고 뭐가…….”
“달라집니다.”
“……뭐?”
반발심이나 분노는 사람을 단순하게 만든다.
그렇게 단순해진 사람만큼, 구슬리기 쉬운 사람은 없다.
“제게 10분만 주신다면, 아니, 제게 지휘권을 양도해 주신다면 100% 안티 마기아를 체포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사고를 잃고 단순해진 만큼, 설득하기 쉽다.
“7천 명의 시민들을 무사히 구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 온 겁니다.”
상대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기에 받아들이는 말의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정중하게 부탁하겠습니다. 제게 딱 10분만 시간을 투자해 주십시오.”
여기서 한번 굽히고 들어간다.
이것으로 상대는 어느 정도 머리가 복잡해 졌을 거다.
혼란에 빠진 채, 멍하니 신하율의 말만을 생각하게 된다.
모두 신하율의 설계대로였다.
그리고 여기서 마지막 쐐기.
“책임은 모두 제가, 마도신가가 지겠습니다.”
책임 전가.
현재 이 답이 없는 상황에 자신의 책임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를 준다.
이렇게 하면 대부분의 상대는 백기를 든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그리고 그 대부분의 사람에는 테러 대응팀의 팀장도 껴 있었다.
“일단 들어는 보겠다.”
아직 자존심이 남아 있어서, 말투는 거칠지만.
이렇게까지 나왔으면 이미 게임은 끝났다.
“감사합니다. 그럼 바로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신하율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팀장이 서 있는 모니터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먼저, 안티 마기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법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단숨에 집중되는 이목.
신하율은 그런 시선들을 즐기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설득까지 7분. 브리핑에 10분. 적당해.’
정식적으로 절차를 밟았을 경우, 못해도 30분은 실랑이를 벌여야 했을 텐데.
무려 13분이나 아꼈다.
‘남은 시간은 1시간 57분.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 * *
약 10분가량의 브리핑이 끝나고.
장내에는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이상. 질문 있으신 분 계십니까?”
“…….”
“…….”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아무도 질문이 없으시다면, 이대로 작전을 시행하는 걸로 해도 되겠습니까?”
“…….”
이번에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들 완전히 넋이 나가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팀장님.”
“……잠시, 잠시만.”
그때, 정신을 차린 팀장이 스멀스멀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게 다가왔다.
“안티 마기아의 구조를……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게 분석해 낸 거지? 마도신가는 이전부터 안티 마기아를 분석하고 있었던 건가?”
그 말이 사실이냐든가.
네 가설을 어떻게 증명할 거라든가.
그런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질문이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런 질문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10분을 투자한 것이다.
“만약 그런 거라면, 안티 마기아의 완전 분석에 성공한 사람이 마도신가에 있는 거라면…… 부디, 그분과 연결해 주었으면 한다. 소속은 마도신가인 채로도 상관없다. 자문 연구원으로서 조언을…….”
“죄송합니다만.”
팀장님의 말을 끊은 건 내가 아니라, 석현 아저씨였다.
“저희 가문에 그런 연구원은 없습니다.”
“아, 마도신가의 연구가 아니었군요. 그렇다면 청색 마탑의 연구입니까? 그렇다면 그쪽과…….”
“청색 마탑도 아닙니다.”
“그럼 누가…….”
석현 아저씨가 천천히 내게 고개를 돌렸다.
“안티 마기아를 분석한 건 여기, 하율 도련님이십니다.”
팀장이 눈을 부릅뜨고 나를 바라봤다.
“안티 마기아의 분석표를 보고, 즉석에서 분석을 끝마치셨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처리 방법까지 떠올리셨습니다.”
“그게…… 말이…… 말이 됩니까?”
“믿으실지 말지는 자유입니다. 저는 제가 본 걸 그대로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
주위에서 헛웃음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다들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다.
“이렇게…… 직접 결과를 보여주셨으니…… 믿어야 하겠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팀장이 나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날 바라보는 눈동자에 열기가 가득 담겨 있다.
대충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거 같았다.
‘만약 저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껏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던 테러도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아까 전 자문 연구원 얘기를 한 것으로 보아, 테러를 막는다는 것 자체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팀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충 내게 도움을 줄 수 없냐고 물으려 하는 거겠지.
“나중에.”
허나 지금은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 얘기는 나중에 이번 사건이 끝난 후에 합시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습니까?”
“…….”
팀장의 눈이 단숨에 날카롭게 변했다. 내 말에 단숨에 상황 파악을 마치고 각성한 것이다.
“……그랬죠. 그럼 브리핑대로 작전 준비를 시작하겠습니다.”
어느덧 팀장의 입에선 하대가 아니라 존댓말이 나오고 있었다.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팀원들을 향해 턱짓을 했다.
팀원들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삼삼오오 뭉쳐 어딘가로 향했다.
각자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동하는 것이다.
“그럼 저도 먼저 현장으로 가 보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팀장까지 사라지고.
본부에는 나와 석현 아저씨만이 남았다.
“아저씨. 잘 부탁드립니다.”
“예. 맡겨주십시오. 지금부터 30분 간. 개미 한 마리도 이 안에 들어설 수 없게 하겠습니다.”
아저씨가 결의에 찬 표정으로 목례를 했다.
“예. 믿고 있겠습니다.”
나는 그런 아저씨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그대로 작전 본부 최심부로 향했다.
탁, 탁!
최심부 팀장의 방에 들어섬과 동시에 방 안의 등불이 모두 소등되었다.
등불만이 아니라 모든 시스템이 다운되었다.
작전대로, 아저씨가 이 방의 관제 시스템을 모두 다운시킨 것이다.
이걸로 지금 내 모습이 기록으로 남을 염려는 사라졌다.
“후우.”
나는 짧게 심호흡을 마치고, 아에스를 꺼내 둘렀다.
그리고 안에 넣어 둔 ‘이그니스의 매개체’와 ‘움브라의 성유물’을 각각의 손에 쥐어들었다.
“이렇게 급하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리고 천천히 움브라의 성유물에 마나를 집중했다.
모든 전력이 차단됐기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방 안.
어둠 보다 더 어두운 그림자가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림자의 중심에서, 그림자를 느꼈다.
‘움브라의 그림자를 신화 마법으로 벼린다.’
이걸 신화 마법의 매개체로 벼릴 수 있는 방법은 이미 미미르가 찾아 뒀다.
나는 미미르가 찾아 둔 방법에 따라, 움브라의 잔재에게 통제권을 빼앗아 오면 될 뿐이다.
‘지금의 내 상태론 대충 10% 정도가 한계인가. 좀 아쉽긴 하네.’
원래대로라면 7서클 이후에나 신화 마법화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래야 움브라의 통제권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빼앗아 올 수 있을 테니까.
지금의 내가 빼앗아 올 수 있는 통제권이 고작 10%라면, 7서클이 되고 난 뒤에 빼앗아 올 수 있는 통제권은 대략 20%.
무려 두 배의 차이다.
그래서 움브라의 신화 마법화를 뒤로 미뤘던 건데…….
‘어쩌겠어. 상황이 이런데.’
안티 마기아를 완벽하게 제압하기 위해선, 움브라의 힘이 꼭 필요하다.
아끼다 똥 되는 것보다야, 지금 쓰는 게 옳다.
그리고 뭐, 솔직히 이런 상황이 되지 않았더라도 이렇게 했을 것 같기도 하고.
7서클이 가까우면 모를까, 멀어도 너무 멀어서.
‘통제권을 추가로 빼앗아 올 수 있는 방법은 그때 가서 또 생각해 보자.’
지금 사용하는 방법은 일회성으로, 두 번 사용할 순 없다.
7서클이 된 후에, 통제권을 추가로 빼앗아 오는 건, 또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때면 미미르도 다시 내 곁으로 돌아 올 테니까.’
미미르와 함께. 새로 고민해 보면 어떻게든 답이 나올 것이다.
나는 그렇게 확신한다.
“후우우우.”
나는 다시금 깊게 숨을 내뱉었다.
내 숨에 맞춰 꿈틀거리는 그림자.
나를 삼키려는 듯이, 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이 격렬한 시위를 벌인다.
한껏 경계하고 있는 야생 동물 같은 느낌이다.
이 이상 가까이 올 경우 공격할 거다.
그런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물러날 생각은 없어.”
나는 그 경고를 무시하고 마나를 조금 더 불어넣었다.
내 마나가 움브라의 성유물을 통해 그림자로 흘러들어갔다.
조금 더, 조금 더.
그렇게 내 마나 용적의 절반가량의 마나를 불어 넣었을 때쯤.
내 시야가 반전되었다.
그리고 다음 시야가 돌아왔을 때.
나는 흰색과 흑색만으로 이루어진 세계의 중심에 서 있었다.
“멍청하기는.”
그런 내 앞에, 마찬가지로 흰색과 흑색의 모노톤으로 이루어진 한 여성이 앉아 있었다.
그림자로 만들어진 듯한 왕좌에 앉아, 요염한 동작으로 다리를 꼰다.
“어느 시대고, 남자들은 참 탐욕스럽기 짝이 없다니까. 경고할 때 조용히 물러나면 좀 좋아?”
자신의 경고를 무시한 내가 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래도. 뭐, 일단 오랜만에 온 손님이니까. 환영은 해 줘야겠지.”
그 말과 동시에 주위에 빛이 돌아왔다.
나와 여인만을 비추던 빛이 확장되어, 모노톤의 세계가 더 넓어졌다.
“어서와. 내 신전. 그림자의 성역에.”
여성이 다리를 꼰 채로,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 턱을 괬다.
“나, 그림자의 신 움브라가 널 환영할게.”
움브라.
그녀가 여유롭게 웃었다.
“그래. 너는 내게 무엇을 대가로 힘을 요구할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