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90)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90화(290/466)
테룬 시트레아.
100년 전, AI 마도학의 시작을 연 전설적인 연구원.
누구나 인정할 만한 큰 업적을 남기고 106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셨다.
……고 세상엔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니다.
테룬 시트레아는 죽지 않았다.
“전생. 즉, 63년 전의 테룬 시트레아는 자신의 뇌 기억을 모조리 데이터화시키는 데 성공했어. 그리고 그 데이터를 특수한 AI에 남겨 자신의 아들에게 건넸지.”
테룬 시트레아는 육체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덴 실패했지만, 자신의 기억을 미래에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덴 성공했다.
그녀의 106년의 인생은 데이터로서 미래에 전해졌다.
“내 뇌에는 그 데이터가 들어있어. 나는 테룬 시트레아로 살아왔던 106년 인생을 모두 기억하고 있어.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테룬 시트레아라 자칭하고 있는 거야.”
육체는 사라졌을지언정, 그녀가 남긴 모든 것들은 뇌에 그대로 남아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을 ‘테룬 시트레아’라고 말하는 것이다.
육체는 다를지언정 그녀의 두뇌는 테룬 시트레아의 것과 거의 다를 바가 없으니까.
“기억과 육체. 클론에 대한 정의가 떠오르는 말이네요.”
조용히 테룬의 얘기를 듣고 있던 신하율이 넌지시 한 마디를 내뱉었다.
“클론에 대한 정의. 외견이 같은 클론과 기억이 같은 클론. 둘 중에 누가 더 진짜에 가까운가에 대한 논제? 오랜만에 듣네 그거.”
사람을 사람으로서 구분하는 건 외견이 우선인가, 기억이 우선인가.
그에 대한 의문을 제시했던 연구였지.
“상당히 마이너한 연구인데. 그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네.”
40년 전 쯤에 한번 대두됐다가 그대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논문인데.
그런 것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최근에 따로 조사해 봐서 알고 있는 겁니다.”
“최근이면……. 이 연구 때문에?”
“네.”
테룬이 아직까지 손에 쥐고 있는 완전 자율화 AI에 대한 논문을 슬쩍 눈으로 훑었다.
“완전 자율화 AI란 따지고 보면 사람을 하나 만드는 행위나 마찬가지니까. 클론 기술학과 어느 정도 궤가 닿아있긴 하지. 물론 클론 기술학은 실현 불가능한 연구라고 결론이 났긴 하지만서도. 응. 나쁘지 않은 접근법이라고 생각해.”
테룬 시트레아가 꽤나 놀랐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이 연구를 클론 기술학에 접목시킨다는 건, 생각도 못 해 봤는데.
역시 천재는 천재인 모양이다.
“아뇨. 딱히 그런 이유로 클론 기술학에 대해 알아 본 건 아닙니다.”
“그럼?”
“육체와 기억. 둘 중에 어떤 것이 더 영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가. 그게 궁금해서요.”
“……영혼?”
“네. 영혼이요.”
테룬 시트레아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이상한 걸 믿는구나? 영혼이라는 건 과학적으로 아무런 검증도 되지 않은 몽상 속의 산물을…….”
“아뇨. 영혼은 실재합니다.”
신하율이 테룬의 말을 끊고 단언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눈빛.
신하율의 두 눈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흥미롭네.”
단순히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니다. 신하율은 진짜로 영혼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그럼 영혼의 존재 여부는 그렇다 치고, 그게 왜 궁금했는데?”
“…….”
신하율이 침묵했다.
‘미미르의 영적 데이터가 진짜인지, 아니면 가짜인지 궁금했다.’
라고 답할 수 없는 고로, 어쩔 수 없이 침묵을 선택한 것이다.
“말하기 힘든 거면 굳이 말 안 해도 돼. 그렇게까지 궁금한 건 아니니까. 물론 영혼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건 아주 흥미롭긴 하다만.”
“그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보여드리겠습니다. 영혼이라는 게 무엇인지.”
“약속한 거다? 나중에 말 바꾸기만 해 봐?”
“안 바꿉니다.”
애초에 이번 연구를 진행하는 데, 영혼의 존재는 필수불가결이다.
테룬 시트레아에게 영혼의 실재를 확인시키고, 학습시키는 건 꼭 필요하다.
테룬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환하게 웃었다.
“아.”
그러다가 문득 얘기가 탈선했다는 걸 깨닫고는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얘기가 샜는데. 아무튼 나는 테룬 시트레아의 기억을 온전히 지니고 있는 테룬 시트레아의 후손이라는 말이야. 여기까진 이해했어?”
“예. 이해했습니다.”
“……의심할 줄 알았는데. 되게 쉽게 믿네?”
“의심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증거는 없는 자신만의 주장일 뿐이긴 하지만.
이 상황에서 굳이 저런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
아마 높은 확률로 진실일 테지.
“너. 진짜 마음에 든다. 말이 너무 잘 통해.”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하율이 짧게 고개를 숙이고, 테룬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혹시 질문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뭔데?”
“어째서 다른 연구원들에겐 그 얘기를 하지 않으신 건가요?”
테룬 시트레아가 과거의 테룬 시트레아의 기억을 잇고 있다는 건, 난생 처음 듣는 말이다.
보통 저 정도로 특이한 주장이면 소문으로라도 퍼질 법한데.
그런 말이 아예 돌고 있지 않다는 건, 그냥 테룬 시트레아가 다른 사람에게 말 자체를 안 했다는 거다.
어째서일까.
“말하시고, 검증에만 성공하셨으면 온갖 나라에서 초청을 받아서, 돈이나 인력 걱정 없이 연구에만 임하실 수 있으셨을 텐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아직 어리구나. 하긴. 아직 18살이라고 했던가.”
테룬이 쓴웃음을 지었다.
“만약 내가 이 얘기를 했으면 나는 지금 연구원이 아니라 모르모트가 되어 있었을 거야.”
모르모트.
실험체.
“기억의 전이는 일종의 불로불사잖아? 만약 이 기술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면…….”
“온갖 사람들이 노리겠군요.”
“응. 맞아. 그리고 그 중엔 분명 흑색 마탑도 껴 있었겠지.”
“……예.”
그런 대단한 기술을 지닌 사람을, 흑색 마탑에서 가만히 둘 리가 없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녀를 납치해 데려갔을 테지.
그럼 그녀의 말마따나 흑색 마탑의 연구 재료로서 이용됐을 것이다.
지금은 없는 닥터의 주도하에 잔인한 인체 실험이 시작됐을 테지.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미안할 건 아니고.”
테룬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손사래를 쳤다.
“그럼 궁금증은 다 풀린 거지?”
“아뇨. 하나만 더…….”
저 얘기를 지금껏 아무에게도 하지 않은 이유는 알겠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왜 저한테는 이렇게 쉽게 말해주신 건가요?”
“음…….”
테룬이 잠시 고민에 잠겼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하는 것이다.
“혼자로는 한계가 있더라고.”
“한계요?”
“응. 지금 하고 있는 연구가 12년 째 진전이 없어. 그래서 말하려고 한 거야. 너 정도의 천재면 뭔가 새로운 접근법을 발견해내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이유였군요.”
“그리고…… 또 그, 음. 자금이 완전히 바닥나서…….”
테룬이 조금 머쓱하다는 듯이 뺨을 긁적였다.
“너 정도면 내 연구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모를 수가 없을 테니까……. 말하면……. 그, 뭐냐. 있잖아.”
앞으로 돈 걱정은 안 해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말이었다.
“이해했습니다.”
신하율이 완전히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물론 처음엔 이렇게까지 다 얘기할 생각은 아니었긴 해.”
테룬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원래는 딱 반 정도만 말할 생각이었어. 테룬 시트레아의 기억을 모두 지니고 있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의 지식을 전수받았다. 그 정도만 말해도 지원을 받을 순 있었을 테니까.”
맞는 말이었다.
오히려 완전하지 않은 만큼 더 큰 지원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럼 지금 이렇게 모든 걸 다 말씀하신 건…….”
신하율의 시선이 테룬이 쥐고 있는 논문으로 향했다.
테룬이 픽 웃으며 논문을 치켜들었다.
“응. 이 논문 때문이야.”
테룬의 눈에 환한 빛이 떠올랐다. 기쁨으로 가득 찬 태양 같은 눈빛이었다.
“내가 증조부의 기억을 전수받는 데 사용된 이론과 이 논문의 이론은 공통점이 아주 많아.”
“완전 자율화 AI와 말입니까?”
“응.”
테룬이 그대로 논문의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며 천천히 답했다.
“기억의 데이터화. 그리고 그 데이터의 전수. 이것도 이미 대단한 업적이긴 하지만, 이건 증조할머님의 최종 목표는 아니야.”
테룬이 잠시 뜸을 들이고 말했다.
“기억의 전수는 그냥 곁다리. 연구를 하시던 중에, 수명이라는 한계를 느끼신 증조할머님께서 우연찮게 시도하고, 우연찮게 성공한 산물일 뿐이야.”
테룬이 논문에서 시선을 떼고 신하율과 시선을 맞췄다.
“증조할머님의 목표는 애초부터 완전 자율화 AI를 완성하는 거였어.”
신하율의 눈이 커졌다.
“그러니까 63년 전부터…… AI의 완전 자율화를 생각하고 계셨다는 말입니까?”
“응. 증조할머님은 그게 AI 마도학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하셨어.”
“…….”
6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완전 자율화 AI를 63년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니.
“제 생각보다 더 대단한 분이셨군요…….”
“그럼. 당연하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AI 마도학의 어머니 테룬 시트레아잖아?”
테룬이 배시시 웃었다.
“아무튼. 그래서 다 사실대로 말한 거야.”
테룬이 신하율에게 논문을 건넸다.
“내가, 전생에서부터 100년 넘게 연구해서 얻은 결과를 단숨에 만들어 낸 천재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 그리고…….”
한쪽 눈을 감고 장난스럽게 웃는다.
“환심도 좀 살 겸 해서. 너랑 같이 연구하면 여러모로 좋을 거 같았거든. 안 그래도 최근 몇 년 간 혼자 연구하니까 적적하기도 했고.”
테룬이 그대로 소파에 몸을 한껏 기대고 등을 활처럼 꺾어, 양손을 쫙 뻗었다.
“신뢰란 본디 누군가가 먼저 한 발 다가가는 걸로 만드는 거잖아?”
“그렇죠.”
신하율이 속으로 감탄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어때? 이 정도면 합격이야?”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런 사람이 불합격이면 대체 누가 합격일 수 있겠는가.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았어.”
테룬이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깡총 뛰어 일어났다.
그리곤 신하율의 앞에 서서 오른손을 내밀었다.
“나도 잘 부탁해.”
“예. 필요하신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저희 가문이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해 드릴 테니까요.”
신하율이 손을 맞잡고 말했다.
“그래? 그럼 바로 부탁 좀 할게. 근처에 방부터 준비해 줘. 연구소로 쓸 만한 크기로다가. 내 연구소의 물품들도 전부 이쪽으로 옮겨주면 고맙겠고. 여기. 내 연구소 주소랑 키야.”
“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테룬이 설렌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 일단 이 논문에 대한 걸로 나랑 얘기 좀 하자.”
“얘기요?”
“어. 여기까진 나도 어느 정도 접근했으니까. 이 이상 나아가려면 일단 브레인 스토밍이 필요해. 그러니까…….”
“아. 그러고 보니 아직 말씀을 안 드렸네요.”
“……응? 뭘?”
저쪽 얘기만 듣다보니, 이쪽 얘기를 아예 안 하고 있었다.
“잠시만요. 바로 돌아오겠습니다.”
“어디가는데?”
“아뇨. 가지러 갈 게 좀 있어서…….”
테룬이 보고 있는 앞에서 아에스를 꺼낼 수는 없다.
“……아. 상관없나?”
근데 생각해보니까.
굳이 숨길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연구를 함에 있어서, 조금 더 효율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도 아에스의 존재는 미리 알려두는 게 좋을 테지.
“아닙니다. 그냥 여기서 꺼내겠습니다.”
“……?”
테룬의 고개가 한층 더 기울었다. 대관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신하율은 그런 테룬을 보며 작게 웃고는, 그대로 아에스를 꺼내 둘렀다.
“너, 그거 어디서…….”
테룬의 눈이 토끼처럼 커졌다.
“아공간 마법이라고 하시면 이해하실까요.”
“……뭐? 아, 아공간? 공간 마법이라고?”
“예.”
신하율이 로브 안에 손을 넣고, 미리 준비해 둔, 종이뭉치들을 꺼냈다.
“…….”
테룬이 ‘이건 또 뭐지?’ 하는 표정으로 눈을 빛냈다.
당황 반, 호기심 반이 적절하게 섞인 눈빛이었다.
“너, 아공간 마법 같은 건 대체 어떻게…….”
“그 얘기는 나중에. 일단 그것부터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이거? 뭔데?”
테룬이 종이뭉치를 쥐어들었다.
“논문? 아까 읽은 거랑 같은 거 아닌…….”
그 순간, 테룬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
“야 너. 이, 이거…….”
지금 보고 있는 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
“네.”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넋이 나간 테룬.
그런 테룬을 보며 신하율이 넌지시 답했다.
“아까 전에 보신 건 대충 30% 정도만 적어둔 페이크였고. 그쪽이 오리지널입니다.”
“이거, 그럼 진짜로…….”
“역시 대단하시네요. 아직 몇 페이지 안 보셨는데, 벌써 눈치 채셨습니까.”
“진짜, 진짜라고……?”
테룬이 그대로 종이뭉치를 손에서 떨어트렸다.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손에 힘이 풀린 것이다.
“완전 자율화 AI에 대한 이론이…… 이미 완성됐단 말이야?”
테룬은 시선을 내려, 논문의 이름을 다시금 확인했다.
[미미르 논문]논문의 이름은 그런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