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93)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93화(293/466)
아사쿠라 렌의 이름으로 예약해 둔 호텔방에 도착한 레비는 세상 복잡하고 험악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진짜 섀도우인가, 아니면 함정인가…….’
공항에서 발견한 섀도우로 보이는 아이가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만약 원래 모습인 상태에서 섀도우를 발견했었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메타몰포시스를 이용해, 시력을 강화하면 대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정도는 알아 낼 수 있었을 테니까.
적어도 아사쿠라 렌의 마나 성질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지만 않았더라도, 손바닥을 특수한 눈으로 변형시켜,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메타몰포시스는 다 좋은데 이게 문제라니까.’
너무나도 완벽한 나머지, 타겟의 무능력함까지 그대로 복제해 버린다.
이게 메타몰포시스의 제일 큰 약점이다.
레비가 캐리어의 짐을 풀고, 캐리어 한편에 감춰 둔 특수 통신 단말을 꺼냈다.
헤르메스 특제 개조 단말.
이걸 이용하면 통화 내역이 외부로 새어나갈 일은 없다.
레비는 혹시 모를 내부 카메라를 확인한 뒤, 헤르메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착했나 봐?
통화 연결음이 제대로 울리기도 전에 헤르메스가 전화를 받았다.
―바로 움직일 거지? 잠시만 기다려. 지금 납치하기 쉬운 타겟을…….
“섀도우를 봤어.”
레비가 헤르메스의 말을 끊고 싸늘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섀도우를 봤다고? 어디서, 어떻게 본 건데?
“공항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중, 섀도우랑 똑같은 얼굴의 꼬마가 지나가는 걸 봤어.”
―본모습의 섀도우를 봤다고? 그림자에 숨어있는 섀도우를 본 것도 아니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이 폐급 신체로 섀도우의 은신을 어떻게 간파해.”
―그렇긴 한데……. 섀도우가 공항에서 본모습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단 말이지…….
헤르메스가 고민에 잠긴 듯, 침묵했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 추격했어?
“아니. 그냥 뒀어.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해서.”
―확실히 수상하긴 해. 섀도우가 본래 얼굴을 드러낸 채 공항을 돌아다니고 있다니.
섀도우는 자신의 얼굴을 보이는 걸 싫어한다.
보안상의 이유도 있겠지만, 섀도우는 그냥 말 그대로 자신의 초등학생 같은 신체와 얼굴을 싫어한다.
그런 얼굴을 대놓고 드러낸 채 돌아다니고 있다?
확실히 함정일 가능성이 크다.
―일단 공항의 CCTV부터 확인해 볼게.
“4시 31분 버스 터미널 12번 게이트 앞.”
―오케이. 확인.
스피커 너머로 아날로그 키보드 특유의 타건 소리가 들렸다.
헤르메스와 전화할 때 외에는 들을 수가 없는 묘하게 중독성 있는 소리.
평소라면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 채,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었을 테지만.
오늘의 레비에게 그런 인내심은 없었다.
“아직 멀었어?”
―좀 기다려. 지금 서버 뚫고 있으니까.
헤르메스가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공항의 시스템에 잠입하는 게 쉬운 줄 알아?
점점 빨라지는 타건 소리.
그 소리는 정확히 10초가 지난 시점에서 멎었다.
―접속했어. 4시 31분 버스 터미널 CCTV……. 이거네.
헤르메스가 잠시 침묵했다.
아마도 당시의 CCTV 영상을 보고 있는 거겠지.
―……진짜 섀도우잖아?
“그럼 진짜지. 내가 가짜로 본 걸 진짜라고 했겠어?”
―폐급 신체잖아. 환각 같은 거에 당한 게 아닌가 싶었지.
“환각 정도는 이 상태로도 알아.”
레비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그놈. 어디로 갔어?”
―근처 화장실로 들어갔어.
“그 후에는?”
―아직 안 나왔어. 좀 기다려 봐. 시간 넘기면서 확인해 보고 있으니까.
헤르메스가 다시금 침묵했다.
그렇게 또 다시 1분이 흘러.
“헤르메스?”
다시 레비가 닦달을 할 때쯤.
―안 나와.
헤르메스가 심각한 목소리로 답했다.
―100배속으로 돌려봤는데. 나오는 모습은 찍히지 않았어.
레비의 눈이 화등잔 만해졌다.
“화장실에서 그대로 사라졌다고?”
―어. 가능성은 두 개야. 나올 때는 은신 마법을 사용한 채로 나왔거나…….
“화장실 내에서 그림자 이동을 통해 어딘가로 이동했거나?”
―그치.
헤르메스가 다시 키보드를 신명나게 두드렸다.
화장실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특수 보안 장치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근데 아마 은신 마법을 사용한 건 아닐 거야. 김포 공항의 화장실엔 범죄 방지의 명목으로 은신 마법 탐지 마법이 설치되어 있거든.
화장실에 출입할 때, 신체에 마법을 두르고 있는 자는 이 보안 장치에 걸린다.
―응. 역시 아니야. 확인해 봤는데, 보안 장치에 걸린 흔적은 없어.
“그렇다는 건…….”
―화장실에서 입구를 통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는 말이지.
“섀도우의 그림자 이동…….”
화장실 내부에서 입구를 통하지 않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섀도우의 그림자 이동을 비롯한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헤르메스가 아는 선에서, 공간 이동 마법을 다룰 수 있는 건 섀도우뿐이다.
말인즉.
―아무래도 진짜였던 거 같은데?
“이런 시발…….”
레비가 조우한 섀도우는 진짜 섀도우라는 말이 된다.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추격했어야 했나.
그런 후회가 들었다.
―그 자리에서 추격하지 않은 건, 좀 아쉽지만. 뭐가 됐던 큰 성과야. 섀도우가 한국에 숨어 있다는 걸 알아낸 거니까.
헤르메스의 목소리 톤이 평소 보다 조금 높았다.
아무런 힌트도 없어서 곤란을 겪고 있던 헤르메스에게 있어, 지금 얻은 정보는 천금과도 같은 정보였다.
이걸로 섀도우를 처리할 수 있는 확률이 대폭 상승했다.
―이렇게 되면 레비. 네 주장대로 신하율에게 붙어 있을 확률이 높겠는데?
헤르메스 또한 과거 섀도우와 신하율의 관계를 의심하기도 했고.
레비의 말마따나 섀도우는 신하율과 손을 잡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근데…… 섀도우는 왜 맨얼굴로 공항을 돌아다니고 있던 거지?”
―글쎄. 그건 모르지. 뭔가를 찾고 있던 건지. 아니면 네가 그 시간에 공항에 도착한다는 정보를 얻고, 미끼 삼아 돌아다니고 있던 건지.
“내가 그 시간에 한국에 도착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몇 없어. 미리 알고 있었을 리가 없어.”
레비의 한국행을 알고 있는 건, 레비를 빼고 3명이 채 안 된다.
정보가 유출되었을 리는 없다.
―네가 이번에 새로 들인 비서가 흘린 거 아냐?
“사토는 아니야. 계속 감시하고 있었는데. 그런 짓을 할 겨를이 없었어.”
사토의 알리바이는 확실하다.
다름 아닌 레비 본인이 증인이다. 사토는 비서가 된 후부터, 지금까지 수상한 행동을 보이거나 한 적이 없다.
―그래? 그럼 그냥 김포 공항에 뭔가 찾을 게 있었던 건가?
헤르메스가 ‘흐음.’ 하는 침음을 흘렸다.
―그리고 뭐, 널 기다리고 있었던 거라고 해도 상관없잖아? 네가 레비라는 건 눈치 못 챘을 테니까.
헤르메스는 다시금 4시 31분경의 버스 터미널 CCTV를 확인했다.
―당황했을 텐데. 어쩜 그렇게 표정에 변화가 없어?
“기본이지.”
CCTV 너머로 보이는 레비의 표정 연기는 완벽했다.
만약 섀도우가 레비를 기다리고 있었고, 레비를 찾기 위해 미끼 역할을 수행한 거라고 해도 아무 문제없다.
레비는 그 어떠한 티도 내지 않았다.
적어도 카메라 너머로는 그렇게 보였다.
―재수 없긴 한데. 사실이니까 일단 넘어갈게. 그럼 아무튼 네가 변장할 만한 놈들 리스트 뽑아서 보내주면 되는 거지?
“리스트는 됐어. 지금 제일 가까이 있는 놈의 위치를 말해. 그놈으로 할 테니까.”
―지금 바로 가려고?
“어. 이런 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잖아?”
―그렇긴 하지. 그럼 보자…… 제일 가까이 있는 놈이……. 찾았다.
헤르메스가 잠시 뜸을 들이고 한 남자의 이름과 주소를 읊었다.
레비가 호텔 한 구석에 비치된 펜과 메모장에 주소와 이름을 적었다.
―메모했어?
“어. 그럼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레비가 그대로 전화를 끊고 메타몰포시스를 발동했다.
기괴하게 일그러지며 압축되어가는 육체.
레비는 이내 새의 모습이 되었다.
까마귀보단 크고, 매보다는 작은 크기의 새.
레비의 변화 한계에 딱 걸치는 형태의 새였다.
레비는 그대로 부리로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날아올랐다.
헤르메스가 알려 준 주소까지 날아가면 5분 내에 도착할 테지.
그 후에, 그놈을 처리하고 그놈으로 변장한 뒤에 마도신가에 잠입하면 된다.
‘완벽해.’
레비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힘차게 날갯짓을 했다.
그렇게 천천히 가속이 붙어가던 바로 그때.
쿠구구구구구궁!
돌연 공기가 변했다.
상쾌했던 공기는 돌연 폐쇄된 지역의 공기처럼 차분해졌고.
아무렇지 않던 주위의 마나가 마법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건…….’
레비가 그대로 제자리 비행을 하면서 주위를 살폈다.
이 분위기. 이 공기. 이 마나의 느낌. 확실하다.
‘결계?’
결계에 갇혔다.
다시 말해서.
‘함정……?’
함정에 빠졌다.
놈들은 이미 레비를 특정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어떻게?’
레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리고 상황 정리를 시작하려는 그 순간.
번쩍!
돌연 하늘이 빛났다.
먹구름 사이에서 빛나는 새하얀 섬광 같은 빛.
하늘에서 시작한 빛은 이내 벼락으로 변해 레비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딱 봐도 심상치 않은 위력의 마법.
‘지금 상태에서 맞으면 즉사다.’
레비는 곧바로 메타몰포시스를 해제했다.
순식간에 원래의 신체로 되돌아온 레비.
그대로 떨어지는 낙뢰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또 다시 메타몰포시스.
레비의 오른손이 검은색 방패의 형태로 변화했다.
우르르, 콰아아아아아앙!
그 직후 떨어져 내린 벼락.
7서클의 위력을 품은 한 줄기 벼락은 그대로 레비를 관통했고.
쿠우우우우웅-!
레비의 그대로 지면에 격돌해, 땅에 처박혔다.
자욱하게 솟아나는 먼지.
흩날리는 흙먼지 사이로 잔류 전기들이 빛나고 있다.
“첫 인사 치고는 너무 과격한 거 아니야?”
그 사이에서 레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런 상처도 없다는 듯, 평온하고 태연한 목소리.
후웅!
돌연 바람이 불어 흙먼지들을 모조리 날려버렸다.
레비가 등에 날개를 만들어, 흙먼지를 날려버린 것이다.
“어떻게 안 거야? 내가 레비라는 거.”
흙먼지가 사라짐과 동시에 자취를 감춘 날개.
레비가 찢어진 셔츠 소매에 손을 가져다 댔다.
셔츠는 순식간에 복구되었다.
“아니. 그 전에 내가 그 시간에 김포 공항에 도착할 거라는 정보는 누구한테 들은 거야?”
다시 원래의 말끔한 모습으로 되돌아 온 레비가 눈앞의 두 남자, 신인혁과 신하율을 보며 씨익 웃었다.
“대답해 줄 생각은 없다?”
레비가 천천히 두 명을 향해 걸어 나갔다.
“그래. 그럼 직접 알아보지 뭐.”
레비의 마나가 움직였다.
신체가 변화한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지만, 레비는 이미 완전한 전투태세에 들어섰다.
“근데. 왜 둘밖에 없는 거야?”
레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이런 거창한 결계를 준비해 놓고선, 정작 대기하고 있는 사람은 고작 둘. 날 무시하는 거야?”
레비는 물론 헤르메스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의 은밀한 일처리였다.
그럴 마음만 먹었다면 수십, 수백 명을 대기시켜 둘 수도 있었을 테지.
그런데 고작 둘이라니.
레비가 모욕감을 느끼는 건 당연했다.
“둘? 그럴 리가.”
신인혁이 그대로 마나를 뿜어냈다.
과연 8서클 마법사라 할 만한 괴물 같은 마나량.
주위의 모든 마나가 레비를 향해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율이는 감시역이다. 하율이가 먼저 네게 손을 댈 일은 없다.”
“……뭐?”
“무슨 말인지 모르겠나?”
그 상태로 신인혁이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너 따위는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와라. 쓰레기. 네게 격의 차이를 보여주겠다.”
올 엘리멘탈이 자랑하는 4대 속성의 마나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