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9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94화(294/466)
레비의 능력은 메타몰포시스. 신체 변용 마법이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에게, 고작 신체 변화 마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다.
메타몰포시스는 고작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한 마법이 아니다.
‘성가시군.’
신인혁이 채찍처럼 변해 날아드는 레비의 팔을 막아냄과 동시에 반격을 개시했다.
뇌, 수 속성의 이중 복합 마법.
두 속성의 증명이나 다름없는 옅은 노란색과 맑은 물색이 물감처럼 뒤섞였다.
그렇게 탄생한 이중 속성의 마탄. 그것이 길게 뻗어 나와, 무방비한 상태가 된 레비의 오른팔로 날아들었다.
아마 평범한 메타몰포시스 사용자였다면, 여기서 끝났을 것이다.
수 속성으로 강화된 뇌 속성 마나가 채찍처럼 늘어난 팔을 타고 본체로 이동해. 그대로 심장을 멈춰버렸을 테니까.
하지만.
“그딴 게 통할 거 같아?”
상대는 평범한 메타몰포시스 사용자가 아니다.
8서클 메타몰포시스 사용자.
메타몰포시스라는 마법에 한해선 현시대 최강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은 흑마법사다.
채찍처럼 늘어났던 레비의 신체가 순식간에 원래의 형태로 복구되었다.
무려 20미터 이상 뻗어 나왔던 채찍이 0.1초도 채 지나기 전에 원래의 형태로 복구된 것이다.
“늘어난 피격 면적을 이용해서 본체에 피해를 입힌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긴 한데. 나한텐 안 통해.”
레비의 신체 복구 속도는 가볍게 음속을 뛰어넘는다.
신체 변용 술사의 약점인 넓은 피격 범위는 레비랑은 연관이 없는 이야기다.
신인혁이 귀찮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저 무지막지한 변화 속도에는 도통 익숙해지질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저 변화 속도가 신체를 원래대로 되돌릴 때만 적용된다는 건가.’
만약 공격을 할 때도 저 속도로 신체를 변화시킬 수 있었다면, 승기는 없었을 거다.
어디에 서 있던, 음속의 속도로 칼날 같이 변화한 무언가가 날아드는데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는가.
“격의 차이를 보여준다고 하더니. 네 격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한 거였어?”
레비가 한쪽 입꼬리를 비틀며 비아냥댔다.
마도신가의 가주 신인혁.
상당한 실력자라고 소문이 자자해서, 조금 긴장했는데.
괜히 긴장했던 거 같다.
이 정도라면 만에 하나라도 질 확률은 없다.
“그렇게 쉬지 않고 쫑알대는 건, 흑마법사 전원의 공통점인가?”
신인혁이 무표정하게 답했다.
“그렇다면 입만 살아있는 것도 공통점이겠군.”
“…….”
레비의 미간이 일순 꿈틀거렸다.
“입만 살아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너 같은데? 지껄이는 솜씨가 일품이야.”
그런 레비의 표정을 바라보며 신인혁이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니. 나는 너희 같은 놈들과는 다르다.”
빠르게 갈무리되는 마나.
완벽하게 정돈된 마나 서클.
“나는 입으로 마법을 논하지 않는다.”
일부 마나는 지면으로 스며들고, 일부 마나는 대기와 하나가 되었다.
“보아라.”
그 주위로 떠오르는 청색과 적색의 마나.
4대 속성이 신인혁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이게 진짜 마법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흩어졌던 네 개의 마나가 하나로 뭉쳐.
‘올 엘리멘탈.’
‘8서클, 4대 속성 융합 마법.’
돌연 소멸했다.
마치 마법이 발동되지 않기라도 한 것처럼.
마법 사용 중에 문제가 생긴 것처럼.
마법과 마나는 이 세상에서 형태도 남기지 않고 소멸했다.
‘……불발?’
그렇게 레비의 경계가 아주 조금 느슨해진 그 순간.
신인혁이 레비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천천히, 마치 손아귀에 쥐고 있는 레비의 심장을 쥐어 비틀듯이 주먹을 쥐었다.
‘블랙 코어.’
그 순간.
레비의 신체를 중심으로 아주 작은 구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 가지 속성이 완벽하게 섞여 탄생한 검은 구체.
서로 맞물릴 수 없는 것들이 맞물려, 불완전하게 하나가 된 이질적인 마법.
블랙 코어.
그것이 레비의 심장 바로 옆에 자리 잡음과 동시에.
“……!”
피이이이이이잉-!
마치 섬광탄이 수십 개 동시에 터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손톱 크기 만하던 블랙 코어는 이내 사람 하나 정도는 가볍게 집어삼킬 한만 직경 2미터 크기의 구체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1초가 흘러.
블랙 코어는 이 세상에서 완전히 소멸했다.
출현과 소멸.
둘 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마치 백일몽을 꾸는 듯했다.
만약 레비가 서 있던 지형의 바닥이 구체 모양으로 깎여있지 않았다면, 꿈을 꾼 거라고 생각했으리라.
털썩-!
사라진 구체 위로 레비의 오른팔이 떨어져 내렸다.
원래대로라면 흔적도 없이 소멸했어야 하는데.
오른팔이 남아 있는 걸 보니까, 순간적으로 반응을 하긴 한 모양이다.
반사적으로 위로 뛰어오르다가, 신체가 소멸. 그대로 블랙 코어의 범위에서 벗어난 오른팔만 그대로 지면에 떨어져 내렸다.
이런 거겠지.
데구르르-
이내 바닥을 적당히 뒹굴다가 멈춘 레비의 오른팔.
절단부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누가 봐도 죽었음이 분명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
신인혁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레비의 팔을 바라보는 신인혁의 두 눈은 여전한 경계의 색을 띠고 있었다.
신인혁은 레비가 죽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극에 달한 신체 변용 술사는 한 점의 세포에서도 자신의 신체를 복구시킬 수 있다고 하지.”
신체 변용 술사는 신체 조작이라는 측면에선 뭐든지 다 할 수 있다.
신체의 형태를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붕괴된 신체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조차도 자유자재다.
뇌가 부서지고, 심장이 녹아내리고, 사지가 짓이겨지더라도.
멀쩡한 신체 부위가 한 군데라도 있으면, 레비는 죽지 않는다.
레비의 마법, 메타몰포시스는 그런 마법이다.
“일어나라. 죽은 척은 통하지 않…….”
“아버지!”
그때, 뒤에서 신하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뒤에요!”
불의의 기습을 경고하는 다급한 음성.
신인혁이 그대로 몸을 틀어 반쯤 몸을 돌렸다.
동시에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 마나를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갈무리된 마나.
그 상태로 곧장 반격을 하려는 와중.
신인혁의 눈에 신하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스태프를 땅이 짚은 채로 평온한 표정으로 신인혁을 바라보고 있다.
이상한 일이었다.
방금 막 다급하게 외친 사람이 저렇게 평온한 표정으로 서 있다니.
이상한 건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신하율의 경고에 따르면, 뒤에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신인혁의 뒤는 말끔했다.
습격자는커녕 개미 한 마리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병신!”
그때, 다시금 신하율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신하율의 입이 아니라, 신하율과 신인혁의 중간쯤 되는 지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자세히 보자 지면에 웬 입 하나가 달려 있다.
피부고 뭐고 아무것도 없이 입과 성대로만 이루어진 징그러운 형태.
“죽어!”
그 말을 끝으로 입은 모습을 바꾸었다.
기형적일 정도로 길게 늘어나 있긴 하지만, 저게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사람의 손가락.
그중에서도 검지다.
‘지면에 박아넣은 손가락을 저기까지 늘린 건가.’
그때, 지면에 박혀 있던 검지가 서서히 땅을 뚫고 나오기 시작했다.
지면에 매몰되어 있던 전선이 잡아당겨지며 허공에 모습을 드러내듯.
줄처럼 길게 늘어져 있던 검지는 저 멀리 널브러져 있는 레비의 오른팔과 연결되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고무줄처럼 늘어나 있던 신체가 일점에 집중되어, 레비의 형태를 이뤘다.
순식간에 신인혁의 뒤를 잡은 레비.
그대로 무방비한 신인혁의 등에 검으로 변화시킨 오른손을 찔러넣었다.
‘이겼다!’
이건 물리적으로 막을 수가 없는 공격이다.
미리 대비하고 있었으면 막았겠지만, 다른 데 신경이 팔려 등 뒤의 방비에 소홀한 상태에서는 막을 수 없다.
‘부랴부랴 준비한 마법으론 내 공격을 막을 수 없다.’
완벽하게 빈틈을 찔렀다.
두뇌 싸움에서 완전히 압도했다.
레비는 속으로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예상하고 있었다.”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건 신인혁도 마찬가지였다.
카아아아앙-!
부지불식간 생겨난 배리어가 레비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막았어? 어떻게……!’
유야무야 막아낸 것도 아니다.
신인혁은 레비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미리 저런 공격이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등 뒤에서 심장을 찌르려고 한다는 걸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완벽한 방어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커헉!”
‘바, 반격까지?’
거기에 더해 반격의 수단까지 준비해 뒀다.
3중 속성 복합 마법이 레비의 신체에 정확히 직격했다.
레비의 신체가 70%가량 손괴되어, 하늘을 날았다.
그러나 부상도 잠시.
레비의 신체가 지면에 도달할 때쯤. 레비의 신체는 다시 원래의 형태를 되찾은 후였다.
메타몰포시스를 이용해 신체를 순식간에 복구시킨 것이다.
레비가 손을 땅에 짚은 채, 신인혁을 노려봤다.
“……어떻게 눈치챈 거지?”
신인혁이 레비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호흡을 골랐다.
“예상하고 있었다고 했을 텐데. 네놈의 어설픈 수작질 따위. 한참 전부터 꿰고 있었다.”
평상시의 신인혁이었다면 상대가 말을 할 새도 없이 추가 공격을 감행했을 테지만.
지금의 신인혁에게 그럴 마음은 없어 보였다.
마치 레비에게 기회라도 주듯이, 여유롭게 상대의 회복을 기다렸다.
“내가 신하율의 목소리로 페이크를 걸 거란 걸 예상하고 있었다고?”
“그래.”
“헛소리. 이런 걸 예상하고 있었을 리가…….”
실제로도 기회를 주는 게 맞다.
신인혁은 일부러 레비에게 시간을 주고 있었다.
그가 생각할 시간을 주고 있었다.
“생각보다 멍청하군. 내가 왜 굳이 혼자 왔다고 생각하지?”
신인혁이 거만하게 웃었다.
“네 녀석이 메타몰포시스로, 아군들 사이에 숨어드는 걸 경계했기 때문이다. 네가 아군의 목소리를 이용해 혼란을 꾀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메타몰포시스의 자유로운 신체 변용은 팀의 연계를 붕괴시키는 데 특화되어 있다.
적재적소에서 아군의 목소리를 이용해서 치명적인 빈틈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아군의 모습으로 변신해 뒤에서 칼을 찌를 수도 있다.
그 외에도 팀을 분열시킬 방법은 셀 수도 없이 많다.
레비를 상대함에 있어 물량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렇기에 신인혁은 혼자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네 모든 걸 알고 있다. 너는 절대 나를 이길 수 없다.”
“……과연.”
레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헛소리라고 치부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마냥 헛소리는 아닌 듯하다.
‘역시 섀도우는 저쪽에 붙어있었군.’
아마도 섀도우에게 자신에 대한 것들을 전부 전해들은 걸 테지.
‘그렇다는 건, 내가 평소 사용하는 작전들은 모조리 통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말인데.’
섀도우가 알 만한 것들은 신인혁에겐 통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즉, 레비의 수단 대부분은 봉인된 거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정공법으로 뚫을 수도 없어.’
인정하기 싫지만 정공법으론 이길 수 없다.
‘올 엘리멘탈의 파괴력과 내 메타몰포시스는 상성이 안 좋아.’
상성이 상당히 좋지않다.
애초에 메타몰포시스의 무궁무진한 활용력은 말 그대로 방대한 ‘활용력’이 있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활용력을 선보일 수 있는 수단들을 모조리 배제당한 이상 승기는 없다.
‘그럼 남은 방법은…….’
남은 방법은 두 가지뿐.
어떻게든 기회를 노려서 도망가거나…….
‘섀도우는 물론 헤르메스도 모르는 내 비장의 한 수를 사용하거나.’
아마 신인혁의 방해를 무시하고 이 결계를 뚫는 건 불가능할 테니, 사실상 도주는 불가능.
그럼 소거법으로 남은 방법은 하나뿐.
‘아직 완성된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지.’
비장의 한 수를 쓴다.
그 방법밖에 없다.
‘자, 그럼 이걸 어디서 어떻게 써야 효과가 극대화될까.’
레비가 신인혁에게 걸리지 않도록 신체 일부를 눈으로 바꿔, 저 멀리서 대기하고 있는 신하율을 바라봤다.
제 몸보다 큰 스태프를 쥔 채로 시종일관 조용히 서 있기만 한 신하율.
주위에 마나의 유동이 있는 것으로 보아 뭔가를 하고 있는 건 확실해 보이는데.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진 파악할 수 없었다.
‘결계를 안정화시키고 있는 건가?’
신인혁은 신하율을 감시역으로서 데리고 왔다고 했지만. 그건 아마도 페이크일 거다.
그런 시답잖은 이유로 이런 위험한 곳에 아들을 데려오진 않았을 테니까.
신하율은 내부에서 이 결계를 안정화시키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럼 답 나왔지.’
이 상황을 180도 뒤집어엎을 작전이 떠올랐다.
‘신하율을 이용해 신인혁의 빈틈을 만들어낸다.’
레비의 두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
그리고 그런 레비를 바라보며 신인혁과 신하율 또한 눈을 빛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