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9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299화(299/466)
갑작스레 도착한 섀도우의 편지.
편지에 적힌 작전 실패라는 네 글자 우리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그놈들이 어떻게 눈치를 챈 거지?”
아버지가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의문을 표했다.
“사냥개. 그쪽에서 실수가 있었던 거 아닌가?”
“우리 쪽에서 실수는 없었어. 내 모든 걸 걸고 단언할 수 있어.”
샤를 단장님도 아버지의 표정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세상만사 모든 걱정을 다 떠안은 표정을 짓고 있다.
“증거 조작은 완벽했어. 이건 내가 아니라 마담이 확인한 거야.”
“소피아 님이 확인하신 거라면…….”
실수가 있었던 건 아니라는 말이 된다.
“헤르메스가 저희 측의 작전을 간파했을 확률은 없습니까?”
옆에서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던 청색 마탑주님께서 처음으로 의견을 내놓았다.
“그럴 가능성이 없진 않지. 우리가 헤르메스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변수라는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근데…….”
샤를 단장님의 미간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아무리 그래도 꼬맹이를 타겟으로 지정한 건 말이 안 돼.”
만약 헤르메스가 이쪽의 작전을 간파한 거라면, 타겟은 ‘불확실’하다고 결론을 지어야 정상이다.
거기서 딱 ‘신하율’이라고 주범을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원래부터 의심받고 있기도 했고, 신인혁이라는 방패막이를 생각하면 신하율이 주범일 확률이 매우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아니다.
확률이 높을 뿐. 단정 지어선 안 된다.
뇌가 없는 간부라면 그렇게 결론을 냈을 수도 있지만.
흑색 마탑의 두뇌이자 눈이라 불리는 헤르메스가 그런 적당한 결론을 냈을 확률은 0%에 수렴한다.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럼 대체 뭘까요.”
청색 마탑주님이 다시금 시선을 내리깔고 상념에 잠겼다.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그러한 생각들을 하고 계신 것이리라.
“뭐가 됐던 꼬맹이. 너는 어디 한적한 시골에 숨어있어. 헤르메스의 눈이 닿지 않을 만한 깡촌을 알아봐 뒀어.”
샤를 단장님의 눈빛은 굳건했다.
내 의견 따위 들을 생각은 없다.
너는 무조건 숨어라.
샤를 단장님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미리 말해두는데. 반박은 반박할게. 이번만큼은 내 말을 들어. 지금 여기 남아있는 건 위험해. 네 성격에 무작정 튀는 게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는데…….”
“잠시만요.”
“반박은 안 듣는다고 했지? 됐으니까 내 말대로…….”
“반박하려는 게 아닙니다.”
나는 양손을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며, 릴렉스 하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그렇게 협박하듯이 말하지 않으셔도 원래부터 숨을 생각이었습니다.”
“……잉?”
샤를 단장님의 표정에서 단숨에 독기가 빠졌다.
“……진짜로?”
“그럼 진짜지 가짜겠습니까.”
샤를 단장님이 세상 의외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버지나 청색 마탑주님의 표정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다들 내가 이렇게 쉽게 고개를 끄덕일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다.
‘대체 내 이미지가 어떻길래…….’
조금 억울하다.
나처럼 합리적인 사람이 어딨다고.
“흑색 마탑이 본격적으로 저를 노리기 시작한 이상. 제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습니다. 샤를 단장님의 말처럼 헤르메스의 눈을 피해서 잠적하는 게 최선이겠죠.”
“……그렇지. 잘 아네.”
“그럼요. 제 상황은 제가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이해는 한다.
지금까지 내가 한 행위들을 돌이켜보면, 어느 정도 무리를 했던 건 사실이니까.
아니, 엄밀히 따지면 무리를 한 건 아니지.
다 나름 확신을 가지고 한 행동들이었으니까.
물론 내 딴에 확신을 가지고 한 행동일 뿐이지. 다른 사람의 눈에는 무리를 한 걸로만 보였을 테지만 말이다.
그래서 저런 반응을 보이시는 거다.
“그래……. 음. 잘 알고 있구만.”
샤를 단장님이 머쓱한 표정으로 뺨을 긁적였다.
괜히 눈에 힘 줬네. 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한 표정이었다.
“뭐, 성장했네!”
샤를 단장님이 씨익 웃으며 내 등을 찰싹 때렸다.
“난 또 네가 ‘저를 미끼로 헤르메스를 유인해 내서 죽일 기회입니다.’라고 하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
순간적으로 내 어깨가 흠칫 떨렸다.
완전히 간파당했다.
‘원래였다면 저렇게 말했을 거야.’
만약 나를 노리는 게 헤르메스 뿐이었다면, 저렇게 말했을 것이다.
헤르메스라는 까다롭기 그지없는 간부를 처리할 절호의 기회라고, 나를 미끼로 삼아 헤르메스를 유인하자는 말을 꺼냈을 테지.
하지만.
‘……이번에 날 노리는 건 헤르메스가 아니라, 흑마도왕이야.’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다.
나를 노리는 건 간부급 따위가 아닌 흑마도왕 본인이다.
흑색 마탑에서 나를 주범이라 단정 지은 게 그 증거다.
‘흑마도왕이 개입한 게 아니라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가 없어.’
이번 일엔 흑마도왕이 개입되어 있다.
흑마도왕이 헤르메스에게 모든 진실을 전달한 것이다.
그래서 내가 정확히 ‘타겟’으로 설정된 거다.
말인즉, 흑마도왕이 나를 노리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흑마도왕이 내게 했던 얘기들로 말미암아 생각해 봤을 때, 나를 죽이려는 건 아닐 거다.
아마도 나를 생포해서 뭔가를 할 생각이 아닐까 싶다.
‘……어제까지 만해도 동맹을 맺자고 한 사람이, 갑자기 날 생포하려고 하고 있다는 게 이해가 안 가긴 하는데.’
뭐가 됐던 날 생포하는 게 목적이 아니고선, 나에 대한 정보를 공공연하게 공개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숨으려고 하는 거다.
헤르메스면 모를까, 흑마도왕이 나를 노리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지금의 내겐 대응할 수단이 없으니까.
‘일단 숨어서, 조금이라도 실력을 쌓는 데 전념한다.’
흑마도왕에게 대응할 정도로 성장하는 것까진 바라지 않는다.
적어도 흑마도왕과 조우했을 때, 무사히 도주할 수 있을 정도론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뭐라도 된다.
‘그걸 위해선 먼저 단테로아의 서부터 찾아야 해.’
다행히 단테로아의 서가 있는 장소는 파악해 뒀다.
때마침 CCTV 같은 건 거의 없는 깡촌에 있기도 하고.
여러모로 안성맞춤이다.
‘단테로아의 서를 찾아서, 7서클을 엮고. 시간이 좀 지난 후, 놈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 시들시들해 질 때쯤. 다시 움직인다. 이게 베스트야.’
이게 지금 내가 택할 수 있는 베스트 초이스다.
헤르메스의 눈을 속이는 거야, 이전 ‘루안 팔라티아’ 때처럼 하면 되는 거고.
그림자 마법을 이용하면 마나도 어느 정도 감출 수 있을 테니까.
거기에 추가로 CCTV가 극히 드문 깡촌에 숨기까지 하면?
내 위치가 발각될 확률은 거의 없다.
“그럼 네가 조용히 튈 수 있도록 도주로를 준비해 볼게. 진짜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서 답답할 수도 있는데. 좀 쉬다 온다고 생각하고…….”
샤를 단장님이 누군가와 연락을 하며 내게 말했다.
아마 석현 아저씨에게 말해서 도주로를 확보할 생각이시겠지.
“잠적할 장소는 제가 선택하면 안 되겠습니까?”
“응? 상관이야 없는데, 왜?”
“찾을 물건이 좀 있어서요.”
나는 아버지에게 눈치를 보냈다.
아버지가 ‘호오’하는 표정으로 눈을 빛냈다.
“아. 그거?”
샤를 단장님도 얼추 눈치 채신 듯했다.
하기야.
이전에 ‘이드레드의 서’가 힘을 잃었다는 걸 말해두기도 했겠다.
눈치 못 채는 게 이상하지.
“……?”
그 사이에서 김강인 님만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계셨다.
이드레드의 서에 대한 걸 모르시는 만큼 당연한 반응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설명해 드려야겠네.
“어디로 갈 건데? 해외는 아니지?”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긴 하는데……. 해외는 아닙니다.”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국내지역이면…… 제주도?”
“네.”
단테로아의 서는 제주도 한라산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다.
* * *
다음날 저녁.
나는 부산의 한 항구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 제주도에 배를 타고 가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러게. 나도 제주도에 배를 타고 들어가는 사람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야.”
샤를 단장님이 허허실실 웃으며 답했다.
“역시 항공편은 무리인 거죠?”
“어. 여러모로 알아 봤는데. 너무 위험해.”
공항은 헤르메스의 성이나 다름없다. 그런 곳을 이용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이전처럼 어느 정도 감시가 얕으면 모를까. 지금처럼 헤르메스가 두 눈을 부릅뜨고 있을 때, 공항에 들어가는 건 너무 위험해.”
이전 루안 팔라티아 건 때는 헤르메스의 감시가 그렇게까지 빡세진 않았다.
그때는 나를 타겟으로 삼고 집중 감시를 했던 게 아니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헤르메스는 나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지금 공항은 모두 헤르메스가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페이스 체인지를 쓰던, 그림자 마법을 쓰던.
헤르메스가 전력으로 감시하고 있는 공항에서 내 정체를 감추는 건 꽤나 힘든 일이다.
고로, 공항으로 갈 수는 없다.
지금 공항으로 가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서 배를 타고 가는 건 좀 아닌 거 같은데요.”
상황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이건 진짜 아닌 것 같다.
“심연의 해역을 넘어간다니……. 이거야 말로 자살 행위 아닙니까?”
현재 제주도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뿐이다.
배를 타고는 들어갈 수 없다.
한반도와 제주도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심연의 해역’을 통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무조건 통과할 수 있다고 자신하던데? 괜찮을 거야. ……아마도.”
심연의 해역.
과거 마나 재해로 생성된 특수 지역으로, 어중간한 배는 지나갈 수도 없을 만큼 강력한 소용돌이가 수십, 수백 개 휘몰아치는 위험천만한 바다.
마나가 짙게 밀집되어 있는 장소이니만큼, 온갖 해양 몬스터들이 집결되어 있는 장소기도 하다.
“……진짜 믿어도 되는 거 맞습니까?”
21년 전, 심연의 해역이 생겨난 뒤로 이 구역을 뚫고 지나가는 데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개인적으론 믿어도 된다고 생각해. 적어도 헛소리를 할 사람은 아니야.”
“……그럼 진짜 뚫어 본적이 있다고요? 그 심연의 해역을?”
“……아마도?”
샤를 단장님이 여전히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괜히 한 대 쥐어박고 싶은 표정이었다.
지금 자기 일 아니라고…….
“그렇게 걱정되면 지금이라도 취소할래? 제주도로 가는 건,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내륙에 숨는 거야. 그러면…….”
“걱정 안 해도 돼.”
그때, 저 멀리서 작은 체구의 여성이 천천히 걸어왔다.
테룬 시트레아.
미미르의 논문을 맡아, 연구를 진행할 연구원.
그녀가 오늘 제주도행을 맡은 안내자다.
“너는 내가 제주도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줄 테니까. 나만 믿어.”
“믿으라고 하셔도 말이죠…….”
대체 어떻게 심연의 해역을 뚫고 제주도로 들어 갈 생각일까.
“잘 생각해 봐. 오히려 이건 기회야. 흑색 마탑 놈들은 네가 바다를 직접 건너 제주도를 갔을 거라곤 꿈에도 상상 못할 거란 말이지.”
“그렇기야 하겠죠…….”
현재 공항은 헤르메스가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는 중이다.
헤르메스의 능력이 100% 발휘되고 있는 곳이니만큼, 그곳을 뚫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배를 타고 제주도로 들어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헤르메스가 혹시라도 내가 제주도에 있을 거란 생각을 할까?
못 한다.
공항이 뚫리지 않는 이상, 나는 무조건 내륙 어딘가에 있는 거다.
헤르메스는 그렇게 생각할 게 분명하다.
“진짜 넌 운이 좋아. 이 타이밍에 딱 나랑 계약을 맺다니.”
“……운이 좋은지 안 좋은지는, 제주도에 도착한 뒤에 판단할 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허. 나만 믿으라니까 그러네.”
테룬이 걱정 붙들어 매라는 표정으로 여유롭게 웃었다.
“믿고 싶어도…….”
나는 슬쩍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
항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배 한 척도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만큼 한적한 항구라서 여길 선택한 거긴 한데…….
“일단 우리가 타고 갈 배나 좀 봅시다.”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배길래 심연의 해역을 뚫을 수 있는지.
생긴 거나 좀 보자.
“배? 우리 배 안 타고 가는데?”
“……네?”
“배로 어떻게 심연의 해역을 뚫어. 자살이라도 할 생각이야?”
“아니…….”
그 말을 내가 듣게 되네.
세상에.
“왜 그런 눈으로 봐? 난 배를 타고 간다고 한 마디도 한 적 없다?”
“그렇긴 합니다만…….”
아니, 그냥 바다를 가로질러 간다고 하면 배를 타고 간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지 않나?
“배가 아니면 뭘 탑니까?”
“내 애완동물.”
“……애완동물이요?”
“어. 보면 알 거야. 슬슬 올 때가 됐는데…….”
그때였다.
쿠구구구구궁-!
돌연 바다가 크게 요동쳤다.
서서히 솟구치는 해수면.
마치 수면에서 거대한 잠수함이 솟아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해수면을 뚫고, 거대한 산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산이 아니다.
“야, 테룬……. 이게 어딜 봐서 애완동물이야……?”
반질반질한 검은 피부.
붉게 빛나는 두 개의 눈.
이지스함 저리가라 할 정도로 거대한 신체.
‘고래’의 생김새를 하고 있는 거대한 몬스터.
“소개할게. 내 애완동물…… 아니, 애완 몬스터라고 해야 하나?”
최소가 S랭크.
크기로 보아 랭크 외 재해종일 가능성도 있음.
“베히…모스……?”
바다의 왕.
심연의 포식자.
베히모스.
“맞아. 아네?”
그놈이 나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귀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