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00)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00화(300/466)
남해 바다 한가운데.
우리는 베히모스를 타고 유유자적 바다를 건너고 있었다.
“베히모스를 어떻게 테이밍하신 건가요?”
이 정도 수준의 몬스터를 이렇게 완벽하게 컨트롤하다니.
뭘 어떻게 테이밍을 하면 이런 게 가능한 걸까.
“딱히 특별한 테이밍 마법을 사용한 건 아니야. 내가 사용한 건, 여타 다를 바 없는 테이밍 마법이야.”
“……평범한 테이밍 마법으로 베히모스를 길들였다고요?”
말도 안 된다.
만약 그런 게 가능했다면, 몬스터 테이머들의 입지는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올라갔을 것이다.
평범한 테이밍 마법으로 길들일 수 있는 건, 끽해야 A랭크가 한계다.
흑마법이라면 모를까, 정식 마법으론 베히모스 같은 규격 외 몬스터를 테이밍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평범한 테이밍 마법으로도 S랭크 몬스터를 테이밍할 수 있어. 조건이 좀 까다로워서 그렇지.”
“어떤 조건인가요?”
“일단, 새끼여야 해. 제 아무리 S랭크 몬스터라고 해도, 새끼 때는 그렇게까지 정신 방벽이 강하지 않으니까. 그때부터 테이밍을 하면 여타 다른 몬스터들과 다를 바 없이 테이밍 돼.”
“이미 거기서부터 말도 안 되게 까다롭네요.”
일순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건 말도 안 되는 조건이다.
S랭크 몬스터는 그 긴 수명 때문인지. 쉽사리 새끼를 낳지 않는다.
그나마 번식이 빠르다고 알려진 S랭크 몬스터, 드래곤 비(Bee)가 50년 주기로 새끼를 낳는다고 하니, 말 다 한 거다.
베히모스의 산란기는 밝혀진 게 없지만, 포유류라는 특성 상 다른 몬스터들 보다 빠르진 않을 터.
베히모스의 산란 주기는 가볍게 수백 년을 넘어서지 않을까.
그래서 새끼를 포획하는 게 힘든 거다.
새끼를 노리고 S랭크 몬스터의 서식지에 쳐들어가도, 새끼가 없을 확률이 극단적으로 높으니 말이다.
“그리고 새끼 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테이밍 마법을 걸어줘야 해. 성체가 되어서도 우리에게 복종하도록. 수십 수백 년에 걸쳐서 계속.”
“……수백 년이요?”
“어. 수백 년.”
테룬이 현재 우리가 올라 타 있는 베히모스의 피부를 어루만졌다.
“실제로 얘를 완전히 길들이기까지 걸린 시간만 근 500년이거든.”
“테이밍이 힘든 포유류라는 걸 감안한다고 쳐도 500년은…….”
길어도 너무 길다.
“아니, 그보다 최소 6대가 테이밍을 이어왔다는 건가요?”
“맞아. 시트레아가 8대 가주들의 합작품이야. 대단하지?”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엄청난 집념이네요.”
500년 동안 8대에 걸쳐 테이밍을 하다니.
“원래 시트레아가는 테이밍의 극의를 추구하는 테이머 가계였거든. 집념이 생길 만도 하지.”
“시트레아가가 테이머 가계였군요. 처음 듣네요.”
우연찮게 얻은 베히모스의 새끼.
테이머 가계라면 당연히 집념이 생길 법하다.
“뭐, 물론 지금에 와선 가문이고 뭐고 다 망해버렸지만서도.”
“실례가 안 된다면, 왜 그렇게 된 건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지금 상황만 봤을 때, 시트레아가는 베히모스를 길들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테이머들의 꿈이나 다름없는 S랭크 몬스터의 완전 테이밍.
그런 대업을 이룬 가문이 어째서 아무런 기록조차 남기지 못하고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것일까.
순수하게 궁금했다.
“간단해. 160년 전. 테룬 시트레아라는 23대 가주가 테이머로서 살기를 거부했거든.”
“거부…….”
테룬 시트레아의 업적을 생각하면 쉽사리 예상은 간다.
대충 연구자가 되겠다고 테이머가 되는 것을 거부한 거겠지.
“그때 그런 테룬에게 가문의 다른 사람들이 반발하고 일어나면서, 가문 내 내전으로 번졌고. 그 내전을 막지 못해서 그대로 끝. 베히모스도 그 내전 중에 잃어버렸고. 시트레아가는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어.”
“……그렇군요.”
한 가문이 그대로 멸문할 정도의 사건이라니.
대체 얼마나 큰 전투가 벌어졌던 걸까. 상상도 안 간다.
“근데. 그렇게 되면 지금 베히모스는 어떻게 된 건가요? 베히모스를 잃어버렸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만에 하나 다시 베히모스를 찾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베히모스는 완전히 야성을 되찾아서 평범한 몬스터가 되었어야 정상 아닌가요?”
“음. 나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이게 500년이나 반복해서 테이밍 마법을 건 덕분인지 수십 년간 방치된 뒤에도 테이밍이 해제되지 않았더라고. 우연찮게 다시 만난 베히모스는 아무런 적의 없이 전대 테룬을 따랐어.”
“……그럴 수가 있습니까?”
“몰라. 나도 신기해. 근데 믿어야지 어쩌겠어. 전대 테룬은 물론이고, 나한테도 이렇게 복종하고 있는데.”
“그건…… 그렇습니다만.”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야기였다.
수십 년간 방치되어 있었음에도 사람을 따르고 있다라…….
“몬스터에게도 애정과 같은 감정이 있다는 걸까요?”
“글쎄. 그건 모르지. 마음과 감정이라는 건 연구로 알아 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
테룬이 오묘한 표정으로 웃으며 다시금 베히모스의 피부를 어루만졌다.
“근데. 난 있다고 믿고 있어.”
애정으로 가득 찬, 따스한 눈빛.
“우리 애. 진짜 엄청 순하고, 엄청 착하거든. 그치?”
베히모스의 등에서 힘차게 물이 솟구쳐 올랐다.
마치 테룬의 말에 긍정을 표하는 것 같았다.
“근데. 얘가 있으셨으면, 일본에서 건너오실 때. 얘를 타고 오셨으면 됐던 거 아닌가요?”
“되겠냐. 보안이 얼마나 철저한데. 일본에서 거대한 마나 덩어리가 다가오고 있다고 진돗개 하나나 발령 안 되면 다행이지.”
“아. 맞네요. 여긴 남해니까 이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거였죠.”
이곳은 심연의 해역을 중심에 둔, 남해.
수많은 몬스터들이 즐비해 있는 장소이니만큼, 레이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베히모스를 타고 유유자적 돌아다니고 있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거다.
남해에선 이 정도 마나 반응은 흔하니까.
“뭐, 실제로 빚을 져서 도망가거나 할 때 많이 이용하긴 했어.”
“빚을 지고 튀었다니……. 투자자 앞에서 할 말은 아닌 거 같습니다만.”
“에이. 우리 사이에 뭘. 이미 다 아는 사이인데. 설마 내가 튈까봐?”
테룬이 너스레를 떨었다.
“아. 아니면 뭐, 추후에 문제가 생길까 봐 그런 거야? 그런 거면 걱정 안 해도 돼. 애초에 그렇게 빚을 질 때는 내 이름이 아니라 가명으로 진 거라서. 나중에 놈들이 찾아와서 너한테 ‘테룬을 내놔라. 내놓기 싫으면 네가 대신 돈을 갚던가.’라고 할 확률은 아예 없어. 걱정 안 해도 돼.”
“……너무 양아치 아닙니까?”
“양아치는 무슨. 양아치는 내가 아니라 나한테 돈을 빌려 준 놈들이지. 내가 돈이 아무리 궁해도, 착한 사람 등을 쳐먹고 살진 않아. 양아치 같은 놈들한테서만 뜯어냈으니까 걱정 마.”
테룬이 사악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 뭐냐. 양아치한테 돈을 뜯어내는 건 합법이잖아?”
“……그게 어떻게 합법입니까?”
“도의적 합법.”
“그건 또 신박한 법이네요.”
뭐가 됐던 별 문제 없다고 하니.
그러려니 해야지.
“연구는 좀 어떻습니까?”
“아주 좋아.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잘 진행되고 있어.”
테룬이 입술을 핥으며 눈을 빛냈다.
“애초에 문제가 생길 수가 없어. 이론이 그렇게 완벽한데 어떻게 문제가 생기겠어. 여기서 어버버하는 연구자가 있으면, 그냥 펜 놔야 돼. 자격 미달이야.”
“그 말대로면, 이 세상에 연구자는 10명도 안 남을 걸요?”
누누이 말했지만 미미르의 이론을 100% 이해하고, 실현해 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다.
“그런가? 하긴. 어중이떠중이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다.”
테룬의 표정이 일순 짜증으로 물들었다.
“특히 협회의 그 꼰대 새끼들. 그 새끼들이 이걸 봤으면 뭐라고 했을지……. 또 ‘이론뿐인 허울’이라고 했겠지? 어휴. 떠올리기 만해도 죽이고 싶네.”
“…….”
그러고 보니 협회랑 대판 싸웠다고 했지.
‘협회장에게 이론뿐인 허울이라는 말을 들었구나.’
아마 테룬이 무언가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고, 협회장이 대판 무시한 것이리라.
그래서 그렇게 싸움이 난 걸 테고.
“아, 그래. 안 그래도 연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논문 이름이 미미르 논문이잖아?”
“네.”
“이 논문을 쓴 사람의 이름이 미미르인 거야?”
“예. 맞습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긍정했다.
내가 썼다고 포장해도 됐겠지만.
미미르의 업적을 빼앗는 것 같은 행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미미르의 업적은 온전히 미미르의 것이다.
“그래. 역시 네가 만든 이론은 아니었구나.”
“예. 아닙니다. 실망하셨나요?”
테룬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혀. 오히려 안심하고 있어. 솔직히 조금 좌절하고 있었거든.”
“절망이요?”
“응. 자괴감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이런 걸 18살짜리가 생각해 냈다니. 난 그동안 뭘 한 거지 싶어서.”
2대에 걸쳐 AI의 완전 자율화를 연구하던 연구원.
테룬 시트레아.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자괴감을 느낄 법도 하다.
“그래서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이 미미르라는 사람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일단 너보다 나이가 어리진 않을 거 아냐? 그럼 자괴감은 좀 덜하겠지 싶어서.”
그러고 보니 미미르가 몇 살인지를 모르네.
아니, 나이는 의미가 없나?
미미르의 서에서 꽤나 긴 세월을 혼자 보냈을 테니까.
실질적으로 정신 연령은 테룬 시트레아 이상일 테지.
“그리고 그…… 이런 거 묻기 좀 뭐하긴 한데. 혹시 이 미미르라는 사람 말이야.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야?”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만약 이 논문의 저자가 살아 있다면, 굳이 자신에게 연구를 맡길 이유가 없다.
본인에게 맡기면 되는 일이니까.
이 연구를 자신에게 맡겼다는 것 자체가 미미르라는 인물의 죽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리라.
“아뇨. 죽지 않았습니다.”
“어?”
테룬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조금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뿐. 곧 다시 깨어날 거예요.”
“아, 음. 어…….”
테룬이 세상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내 눈을 바라봤다.
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고 있는 표정.
“걱정 마세요. 현실도피를 하고 있다거나 그런 게 아니니까. 사실에 기반한 팩트를 말한 것뿐입니다. 미미르는 곧 깨어날 거예요.”
아마도 내 말을 현실도피성 발언이라고 생각한 것이리라.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언젠가 다시 깨어날 거라 믿고 있는 우둔한 망집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닐까. 그런 걱정을 한 거겠지.
“그래? 그럼 다행이네. 너한테도 그렇고…….”
테룬이 다음 말을 흐렸다.
아마 다음에 이어 올 말은 ‘나한테도 그렇고…….’겠지.
“만약 그 미미르라는 사람이 다시 깨어나면 꼭 만나게 해 줘. 여러 가지로 묻고 싶은 게 많으니까.”
테룬 시트레아에게 미미르는 메시아다.
그런 미미르의 생존해 있다고 하니, 기쁠 수밖에.
“예. 물론입니다.”
“그래. 기대하고 있을게.”
테룬의 눈이 환하게 빛났다.
난생 처음, 자신보다 뛰어난 연구자와 만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른 듯했다.
“그 날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네. 여기서 실수라도 했다간 나중에 그 미미르라는 분을 만났을 때, 고개도 제대로 못 들 거 아냐.”
“음. 그런 애는 아니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쪽 문제가 아니야. 내가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든다고.”
“아하.”
그쪽이었구나.
“그니까 빨리 재료 좀 구해 줘. 진도 좀 더 팍팍 빼게.”
연구에 필요한 자재들이 좀 희귀한 것들이라.
구하는 데 시간을 좀 먹고 있다.
그래서 지금 실질적으로 연구는 멈춰있는 상태다.
“아마 다시 서울로 돌아가실 때쯤이면 다 구해두셨을 겁니다.”
석현 아저씨가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니며 재료를 모으고 계시니.
늦어도 모레까진 다 구해주시지 않을까.
“그럼 좋겠네.”
테룬이 기대 반, 불안 반의 표정으로 답했다.
쿠구구구구궁-!
그때, 돌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내려쳤다.
“슬슬 그 구역이야.”
심연의 해역에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긴장해. 베히모스한테 시비를 걸 만한 간 큰 몬스터는 없을 거 같긴 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예.”
나는 슬쩍 신안을 활성화시켰다.
주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이건…….’
그리고 신안이 활성화 됨과 동시에 내 전신에 닭살이 오소소 솟아났다.
‘수천… 아니, 만 단위?’
주위에 느껴지는 몬스터의 기척이 가볍게 만 단위를 넘어선다.
아니, 일정 깊이 까지만 확인한 거니까. 심해의 몬스터들까지 생각하면 최소가 수만.
여차하면 십만.
그 정도 수준의 몬스터들이 이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상해요.”
“뭐가?”
“몬스터가 많아도 너무 많아요.”
1년 전에 조사해 본 바에 따르면 심연의 해역에 자리 잡은 몬스터는 약 8000마리 정도.
결코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심연의 해역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묘한 불안감이 내 등을 스치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