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0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01화(301/466)
약 2시간 30분가량의 시간이 흘러.
우리는 무사히 제주도에 도착했다.
수만 마리의 몬스터를 가로질러 가는 거라, 혹시 무슨 일이 생기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타고 온 몬스터가 베히모스였으니 망정이지.’
만약 우리가 타고 온 게 바다의 패왕 베히모스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쉽게 심연의 해역을 통과하진 못했을 것이다.
베히모스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위압감이 아니었다면, 누군가는 시비를 걸었을 테고.
둘 중 누군가의 부상을 기점으로 피 냄새를 맡은 새로운 몬스터들이 난입하기 시작하며, 연이은 전투가 펼쳐졌을 테지.
그렇게 됐으면 아마 우리는…….
‘생각하지 말자.’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야.”
그때 테룬이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미안한데. 나, 며칠만 여기 남아도 될까?”
뭔가 불안한 표정이다.
“상관이야 없습니다만……. 바로 돌아간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원래는 바로 되돌아가서 연구에 힘쓰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걸까.
“마음 같아선 돌아가고 싶긴 한데. 그…….”
테룬이 슬쩍 바다 방향을 흘겨봤다. 미세하게 떨리는 동공에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느껴진다.
‘심연의 해역을 다시 건너기가 무서운 거구나.’
베히모스를 타고 오는 동안 우리는 수만 마리의 몬스터들이 뿜어내는 질척한 살기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주위 몬스터들의 마나나 존재를 직접 감지할 수 없는 테룬이라고 해도, 그 기운들을 느끼고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다.
지금 저 상태로 다시 심연의 해역으로 가라는 건, 너무 잔인한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쪽에 남으시는 걸로 해 두겠습니다.”
내 대답에 테룬의 표정이 단숨에 밝아졌다.
아주 다행이라는 표정이다.
“대신 빌린 집이 넓진 않아서 따로 연구실용 방을 빼 드릴 순 없습니다. 주무실 방도 좀 좁을 거구요. 그건 양해해 주세요.”
“당연하지. 나 그 정도로 개념이 없는 사람 아니야. 내 방을 준비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연구야 뭐, 내 방에서 할 수 있는 짜잘한 것들을 조율하는 것만 해도 되고.”
테룬이 혼자 이런저런 말을 중얼거리며 앞으로의 일정들을 조율해나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있으시려고 이러시지?’
대충 들어보니까, 못해도 일주일은 머무실 생각 같은데.
그렇게 무서우셨나?
내가 어느 정도 마법으로 보호를 해 드리기도 했고, 베히모스도 테룬의 떨림을 느낀 듯, 위압감을 상쇄시켜 주기도 했고.
그렇게까지 무섭진 않았을 텐데
‘테이머의 핏줄을 타고 난 만큼, 주위 몬스터들의 분위기에 민감하신 건가?’
따로 마법사로서의 훈련을 한 것 같진 않으나, 테이머의 핏줄은 여실 없이 남아 있을 터.
베히모스를 컨트롤 하고 있기도 하고, 테이머로서의 재능은 일등품이라고 해도 좋겠지.
그런 만큼 심연의 해역에서 느껴지는 몬스터들의 기척을 신랄하게 받아들인 걸 수도 있겠다 싶다.
“베히모스는 이 근방에 대기시켜 두실 건가요?”
“어. 근처에서 알아서 놀고 있으라고 했어. 제주도 남부 쪽으론 가지 말라고 했으니까, 레이더 같은 거에 걸릴 일은 없을 거야.”
“그런 포괄적인 명령까지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군요.”
“대단하지?”
다른 테이머들이 들으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만한 얘기를 되게 아무렇지 않게 하시네.
“그럼 일단 베히모스에 대한 건 걱정 안 해도 되겠네요.”
“어.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실제로 3년이나 남해 쪽에 숨어 있었는데, 아무도 몰랐잖아?”
“……3년이나 남해에 숨어있었습니까?”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기라고들 하잖아. 심연의 해역만큼 숨기기 좋은 데가 또 없으니까.”
확실히 베히모스 정도 되는 몬스터를 숨기기엔 심연의 해역만큼 좋은 장소가 없긴 하구나.
“그럼 진짜 걱정 안 해도 되겠네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테룬에게 손을 내밀었다.
테룬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잡으라고?”
“네.”
“……나 체격은 이래도, 너보다 연상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자존심이 좀 많이 상한다는 표정이다.
뭔가 오해를 하시는 거 같은데.
“애 취급하는 거 아닙니다.”
“길 잃을 수도 있으니까, 손잡고 가자는 거 아니야?”
“길을 왜 잃습니까. 이런 한적한 시골길에서.”
“그렇긴 한데…….”
테룬이 ‘그럼 왜 손을 잡으라고 하는 건데?’라고 말하는 듯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목적지까지 거리가 좀 됩니다. 마법을 써서 가지 않으면 오늘 해가 질 때까지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 그래서 손을…….”
테룬이 ‘그런 간단한 이유였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난 또, 샤를한테 내가 길치라는 얘기를 들은 건 줄…… 앗.”
말을 하다 말고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길치셨군요.”
“…….”
그건 몰랐네.
확실히 그럼 그런 의심을 할 만하지.
“길치 아니야. 조금 방향을 헷갈리고, 가끔 딴 생각 하다가 집을 못 찾을 때가 있긴 한데. 길치는 진짜 아니야.”
설득력이 1도 없는 변명이었다.
“예. 이해했습니다. 제가 오해를 했군요.”
내 예상을 뛰어넘는 심각한 길치라라는 거. 아주 잘 알겠다.
“누가 봐도 이해 못했다는 표정이잖아!”
“그럴 리가요. 100% 이해했습니다.”
“아니야. 누가 봐도 이해 못했어. 너 거기 딱 앉아봐. 앉아서 내 말을 들어. 그럼 알 거야.”
테룬이 허겁지겁 손짓 발짓을 하며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봐. 연구를 하다 보면 피곤하고, 그럴 때가 있잖아?”
“있죠.”
“그럴때 편의점을 갔다고 생각해 봐. 그때 조~금 길을 헤매는 건 누구한테나 있을 수 있는 일 아니야? 이건 길치라기보단 피곤해서…….”
“아, 예. 그렇군요.”
집 근처 편의점에서 길을 잃는다니. 내 상상을 뛰어넘은 걸 뛰어넘은 길치셨구나.
아주 잘 알겠다.
앞으로 혼자 어디 가게 하는 일정을 짜는 건 피해야겠다.
괜히 미아될라.
“아니이…….”
“알겠으니까 일단 손부터 잡으시죠. 더 늦기 전에 이동부터 합시다.”
“이동은 이 오해를 푼 뒤에 해도 늦지 않아. 그니까 일단 내 말부터 들어.”
여전히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테룬. 아무래도 자의로 내 손을 잡을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바로 테룬의 손을 잡아 그대로 당겼다.
그리고 그대로 품에 안아들었다.
“소, 손만 잡는다며!”
“생각해 보니까 이게 더 빠를 거 같아서요.”
손을 잡고 마법을 이중으로 걸어서 달려가는 것보다.
그냥 이렇게 껴안은 채, 내 신체만 강화해서 달려가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그럼 가겠습니다.”
“야, 잠깐만. 이 자세 아무리 그래도 너무 부담스럽…… 꺄아악!”
테룬이 뭐라 더 말을 하기 전에 곧장 지면을 박찼다.
빠르게 바뀌어가는 풍경.
갑작스런 속도감에 놀란 듯 테룬이 비명을 질렀다.
“야야야야야! 너무, 너무 빠르잖아! 그리고 너무 높아!”
“고소공포증도 있으셨습니까.”
“아니 고소공포증이 아니라…… 꺄악! 거, 거미줄? 거, 거미랑 부딪친 거 아니지?”
“흠. 벌레도 무서워하시고.”
여러모로 약점이 많으신 분이네.
묘하게 아델라가 떠올랐다.
마법에만 모든 능력치를 다 투자한 듯한 아델라.
그리고 연구에만 모든 능력치를 다 투자한 듯한 테룬.
역시 천재들은 다 똑같은 건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속도를 좀 더 높였다.
“빨라, 높아, 빨라 높아아아!”
빨라지는 속도만큼 높아져가는 테룬의 비명 소리가 좀 재미있어서, 필요 이상으로 속도를 올린 건 비밀이다.
* * *
그 후.
우리는 약 40분가량의 전력질주 끝에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테룬은 혼절하듯이 쓰러져 버렸다.
고소공포증이 진짜 심하긴 한 모양이다.
끽해야 아파트 5~6층 높이 정도로만 고도를 높였는데.
그것만으로 이렇게 퍼지다니.
리액션이 워낙 좋아서 필요 이상으로 고도를 높인 적도 있긴 한데. 거기서 아예 혼이 나가버린 것 같기도 하고.
아니. 근데 그 마저도 건물 10층 높이가 안 됐는데.
그 정도로 혼절할 정도면…… 비행기는 대체 어떻게 타고 오신 거지?
미스테리다.
“그럼 푹 쉬고 계세요. 전 잠시 주위 좀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나는 방 한편에 혼절한 테룬을 눕혀두고.
나는 곧장 집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대로 ‘팩티오’를 사용해 미호를 소환했다.
미호가 소환과 동시에 내 품에 안겨들었다.
“잘 쉬고 있었어?”
미호가 세상 기분 좋은 듯이 ‘미이~’하며 울었다.
“푹 쉬고 있었구나?”
머리 쪽 털이 살짝 눌려있는 걸 보니, 진짜 세상모르고 자고 있던 모양이다.
그렇게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애교를 부리길 약 3분.
이내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풍경 좋지?”
시골 특유의 한적한 분위기와 적당히 주위를 채우고 있는 푸르른 나무들.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시골의 전경을 미호는 세상 그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바이테너 제국 시대를 떠올리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 바이테너 제국을 통해 스승님을 떠올리고 있다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일까.
“금방 또 만날 수 있을 거야.”
단테로아의 서를 찾고 나면, 분명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럼 가자.”
미호가 결의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품에서 벗어나 내 앞에 자리 잡았다.
그리곤 자기만 따라오라는 듯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미호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약 10분의 시간이 흘러. 한라산 초입에 도착했다.
“역시 한라산에 있구나.”
예상은 했지만, 역시 단테로아의 서는 한라산 어딘가에 잠들어 있는 모양이다.
“으음~ 역시 제주도가 여행 오긴 참 좋아요? 안 그래요, 여보?”
그때 저 멀리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곧장 미호를 안고, 몸을 숨겼다.
“허허. 좋긴 하구려.”
이내 모습을 드러낸 두 남녀.
복장을 보나, 표정을 보나, 여행객이 분명해 보였다.
‘역시 메인 등산로를 이용하는 건 힘들 것 같네.’
심연의 해역이 있으나 마나, 제주도는 여전히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관광섬이다.
심연의 해역이 생긴 직후에는 관광객은커녕, 제주도민들도 내륙으로 도망가고 했었지만.
그 후, 심연의 해역이 제주도에 그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며, 서서히 원래의 관광섬으로서의 역할을 되찾았다.
당연히 제주도의 명소인 한라산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다.
미호와 함께 한라산 수색에 나서야 하는 내 입장에선, 상당히 골치 아픈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나야 페이스 체인지로 얼굴을 바꾸고 있으니 괜찮지만, 미호는 너무 눈에 띈단 말이지.’
지금의 내 실력으로는 미호의 외견을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고.
상시 은신 상태로 돌아다녀야 하나?
아니, 그렇게 하면 미호의 자유로운 탐색이 불가능해 져서, 탐색에 여러모로 지장이 생길 텐데.
내 정신력도 무한대는 아니라서, 30분 이상 은신을 지속하기도 힘들 거고.
아예 새벽을 노려서 수색을 해야 하나.
‘사람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네…….’
그렇게 고민에 잠겨 있을 때였다.
미호가 내 뺨을 핥았다.
시선을 내리자, 미호와 눈이 딱 맞았다.
무언가를 내게 전하려 하는 눈이었다.
“방법이 있다고?”
그 정도야 누워서 떡먹기다.
미호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