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0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04화(304/466)
갑작스레 모습을 나타낸 금발의 남자.
“네가 찾는 구미호라면 여기 있어.”
그가 오른손을 움직이자, 돌연 미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손에 안긴 채 새근새근 잠들어 있다.
“어디서…….”
분명 방금 전까지 아무것도 없었는데.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어떻게 한 거지?
“구미호는 시련에 방해가 되니까 한동안 내가 데리고 있을게.”
그 순간 미호가 또 다시 종적을 감췄다.
내 눈을 의심케 하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딱히 당황하는 일은 없었다.
“제 감각을 조작해서, 추락하는 환각을 보여 준 사람이 바로 당신이군요.”
“음. 비슷해.”
당황할 이유가 없었다.
7시간 동안이나 추락하는 환각을 보기도 했는데.
미호가 모습을 감추고, 보이는 게 뭐가 대수겠는가.
“그럼 당신이 이번 시련의 시험관입니까?”
“맞아.”
만약 저런 능력을 사용하는 마법사가, 적이었다면 당황했을 테지.
하지만 이 남자는 아군.
엘레나 님과 아스란 님처럼 스승님이 따로 준비해 둔 시험관이다.
이 남자의 목적이 내게 해를 끼치는 게 목적이 아닌 만큼, 당황할 이유가 없다.
“테이 로바인. 주군에게 단테로아를 지킬 것을 명령받은 감독관이야.”
역시 스승님의 가신분들 중 한 분이셨다.
“능력은 아직 비밀. 한번 맞춰 봐.”
“능력을 맞추는 것도 시련의 일종이라는 건가요?”
“그건 아니고. 그냥 보너스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돼. 맞춰도 되고, 못 맞춰도 상관없는 서비스 게임.”
테이가 왼손을 움직여, 검지와 중지로 딱! 소리를 냈다.
그 순간 테이의 왼손이 기계처럼 변했다.
아니, 기계처럼 변한 게 아니라 진짜 기계가 되어 버렸다.
안드로이드의 손이 딱 이러할까.
“이건 힌트. 어디 시련이 끝날 때 내 능력이 뭔지 알아 맞춰봐. 만약 맞추는 데 성공하면, 선물을 하나 줄게. 보너스 게임이라곤 하지만, 보상이 없으면 의욕이 안 생기잖아? 아, 물론 못 맞춰도 페널티는 없으니까 마음 편히 먹고.”
“제게 손해될 게 전혀 없는 제안이네요. 좋습니다.”
내 감각을 완벽하게 속이고, 마나 조작 감각에까지 제한을 건 특수 마법.
안 그래도 신경 쓰였는데 잘 됐다.
“이번 시련이 끝나기 전까지 무조건 당신의 마법의 비밀을 밝혀내 보겠습니다.”
“그래. 기대하고 있을게.”
남자가 기대 따윈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으로 답했다.
아마도 진짜 기대하지 않는 건 아닐 테지.
그냥 표정 변화가 극도로 적은 사람이 아닌가 싶다.
아까부터 시종일관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는 게 그 증거다.
“내 마법에 대한 생각을 할 여유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건 네가 알아서 할 일이니까.”
남자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위로 올라갔다.
미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움직임이었으나, 워낙 표정이 없는 사람이다 보니, 저 정도 변화도 눈에 띄었다.
“그럼 건투를 빌게.”
묘하게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표정과 의미심장한 말.
테이는 그 말을 끝으로 서서히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아, 그래. 시련의 내용은 비밀이야. 원래 여기까진 너 혼자 알아서 해야 하는 시련이라서. 뭐, 뭘 해야 할진 금방 알게 되겠지만 규정은 규정이니까.”
다리부터 천천히 사라지는 테이의 신체.
마치 누군가가 지우개로 테이의 신체를 지우는 것 같았다.
“아,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팩티오는 쓰지 마. 그건 신화 마법 중에서도 상당히 특수한 마법이라서. 지금 이 장소에서 쓰면 여러모로 곤란해지거든.”
“알고 있습니다.”
아마 이 남자는 두 번째 시련이 끝나고 모습을 드러낼 생각이었을 거다.
증거는 ‘원래 여기까진 너 혼자 알아서 해야 하는 시련이라서.’라는 말이다.
‘원래 여기까진 나 혼자 어떻게든 극복하게 하고, 다음 시련에서야 모습을 드러낼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내가 팩티오를 쓰려고 해서, 부랴부랴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대충 이런 상황일 테지.
그럼 여기서 하나 의문이 발생한다.
“혹시 몰라서 여쭈는 겁니다만, 다른 신화 마법도 사용하면 안 되는 겁니까?”
과연 사용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건 팩티오 뿐인가라는 의문이 말이다.
“아니. 다른 신화 마법은 상관없어. 팩티오만 주의해 주면 돼.”
“팩티오만 안 되는 거군요.”
신화 마법이 모두 안 되는 게 아니라, 팩티오만 안 된다.
이건 하나의 힌트다.
테이 로바인의 마법을 밝혀 낼 수 있는 최고급 힌트 말이다.
‘다른 신화 마법과 다르게, 팩티오만 지닌 특수한 성질에 작용해서, 무언가 문제가 발생하는 마법.’
그 말은 즉, 남자의 마법과 팩티오는 만남과 동시에 반발 작용이 발생하는 구조로 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팩티오에 반발하는 성질을 띠고 있으며, 대상의 감각을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는 마법.’
어느 정도 윤곽이 그려진다.
이제 디테일만 잡으면 된다.
‘시련이 얼마나 남았는진 모르겠지만, 그 과정 중에 뭔가 새로운 정보가 안 나올 수는 없을 테니까…….’
가능하다.
시련을 치르면서 힌트를 두어 개 정도만 더 얻으면, 테이의 마법을 확정지을 수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거 같은데…….”
머리만 남은 테이가 그런 날 보며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아마 그렇게 쉽진 않을 거야.”
쿠구구궁-!
동시에 사방이 세차게 떨리기 시작한다.
‘아까 전에 느꼈던 그 진동.’
이건 장미 정원에서, 이곳으로 떨어질 때 느껴진 그 진동이다.
“말했잖아. 애초에 생각 같은 거 할 시간이 없을 거라고.”
진동과 맞물리듯이, 눈, 코, 입 순서로 사라져가는 테이의 얼굴.
“부디 죽지는 말아줘.”
그 말을 끝으로 테이의 신체가 완전히 소멸하고.
쿠궁!
진동도 멎었다.
그리고 그 직후.
쉬이이이이익-!
무언가가 뿜어져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수십 개의 급수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물이 뿜어져 나오는 듯한 소리.
이어, 호수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신 냄새?’
은은하게 느껴지는 신 냄새.
묘하게 다르지만, 어디선가 맡아 본적이 있는 냄새.
‘이거 설마…….’
이 냄새가 무엇인지, 깨닫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위액!’
쏴아아아아아-!
그 순간 저 멀리서 노란 액체가 흘러내려오기 시작했다.
산성을 띄고 있기에, 신 냄새가 나는 미묘하게 샛노란 액체.
확실하다. 위액이다.
‘이런 미친!’
나는 곧장 마법을 사용해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순식간에 내가 서 있던 장소를 뒤덮은 위액.
주위에 나와 함께 떨어져 내린 듯한 장미 더미들이 그대로 위액에 뒤덮였다.
‘무슨 산성이…….’
장미는 위액에 닿음과 동시에 소멸했다.
말도 안 되는 융해 속도였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대체 어느 정도의 산성을 지니면 저 정도 속도로 물체가 융해될 수 있는 거지?’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저대로 위액에 전신이 녹아내렸을 거다.
그렇게 안심하고 있을 때였다.
돌연 정수리 위로 후덥지근한 열기가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머리에 경종이 울렸다.
위험하다! 피해라!
내 감이 그렇게 속삭였다.
나는 곧장 신체를 옆으로 움직였다.
그 순간, 천장에서 진득한 위액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내가 방금 있던 장소를 중심으로 쏟아져 내리는 위액의 비.
‘죽을 뻔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대로 저승으로 갈 뻔했다.
‘공중도 안전한 건 아니라는 거지?’
나는 놀란 가슴을 억누르며 시선을 위로 올렸다.
방금 전 위액을 뿜어낸 천장.
신안을 사용해 자세히 보자, 웬 작은 구멍들이 우수수 뚫려있는 게 보였다.
‘……닫히고 있어?’
방금 전 위액을 뿜어낸 것으로, 모든 역할을 끝냈다는 듯.
서서히 닫혀가기 시작하는 무수한 구멍들.
3초의 시간이 흐르자, 모든 구멍들이 완전히 닫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은 건 매끈한 갈색 벽면 뿐.
그 순간, 내 머리 위 천장에서 다시금 후끈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방금 전까지 아무 이상이 없던 갈색 벽면에 무수한 구멍이 생겨났다.
위액의 낙하 위치를 피해 다시 위치를 옮겼다.
무수히 뚫린 구멍에서 쏟아져 내리는 위액의 비.
‘이 구역 내에서라면, 어디서든 위액을 쏟아 낼 수 있다는 건가?’
벽면이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이 공간 전체가 위액의 사출구라고 봐도 무방할 테지.
앞으로도 이런 위액의 사출이 계속될 거다.
‘심지어 나를 핀포인트로 노리고 있어.’
연달이 내 위치를 핀포인트로 노리고 쏟아져 내린 것으로 보아, 이 위액을 쏟아내고 있는 몬스터는 나를 확실히 감지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위험한데.’
위액에 직격을 맞는 것 자체는 그리 위험하지 않다.
전조가 없는 것도 아니고, 방심하지만 않는다면 모두 피할 수 있다.
‘바닥에 고인 위액은 사라질 기미가 안 보이고.’
하지만 그것뿐이다.
떨어져 내리는 위액을 피할 수 있을 뿐.
쏟아지는 위액이 고여서, 수위가 높아져가는 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바닥에서도 계속 위액이 뿜어져 나오고 있고……. 이 기세면 20분 내에 이 공간 전체가 위액으로 뒤덮일 거야.’
이 공간의 높이와, 빠르고 오르고 있는 수위로 봤을 때, 진짜 길어야 20분이다.
그 시간이 흐르고 나면, 나는 그대로 위액의 바다에 잠기고 말 것이다.
‘그 전에 무슨 수를 강구해야 해.’
테이가 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을 거라고 했는지 아주 잘 알겠다.
확실히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여기서 탈출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가장 무난한 방법은 한쪽 벽면을 뚫고 탈출하는 건데…….’
저 갈색의 벽면.
위액을 쏟아내는 것으로 보아, 아마 위벽일 테지.
저 위벽을 뚫고 밖으로 나가는 게 가장 무난한 방법이다.
‘될지 안 될진 모르겠지만…….’
뱃속의 먹이를 향해 핀포인트로 쏟아내는 위액.
장미 정원이라는 미끼.
먹이를 생포해서, 그대로 녹여내는 게 아이덴티티인 몬스터니만큼, 위벽은 단단할 수밖에 없다.
아마 어지간한 공격으론 생채기조차 나지 않을 테지.
실제로 저 정도 산성을 지닌 위액을 아무렇지 않게 버텨내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위벽은 어지간한 방법으로 뚫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내 예상이 맞다면, 뚫을 수 있을 확률은 거의 없다.
‘일단 시험해 봐서 나쁠 건 없으니까.’
나는 그대로 아에스를 꺼내 입어, 안에서 ‘카일룸’을 꺼냈다.
카일룸을 중심으로, 뫼비우스의 문양을 형성.
모든 인피니티 서클을 최대 속도로 회전시켰다.
‘이그니스를 최대 출력으로.’
내가 지닌 마법 중 가장 강력하며, 격이 높은 마법인 이그니스를 최대 출력으로 발동시킨다.
“적색은 오로지 나만을 위해 탄생한 신의 선물―.”
영창과 함께 카일룸에 새빨간 마나가 집결되기 시작했다.
내 목소리와 마나, 그리고 화염이 하나가 되어.
거대한 화염의 형체를 이룬다.
“―이그니스.”
약 1분가량의 영창 끝에 완성된 완벽에 가까운 이그니스.
아까 전 무한 낙하를 해결하며 어느 정도 성취가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몬스터의 뱃속이니만큼 마나가 풍부하기 때문일까.
완성된 이그니스는 지금껏 사용했던 그 어떠한 이그니스보다, 훨씬 강력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이그니스라면…….’
제 아무리 대단한 몬스터고, 단단한 위벽이라고 해도 버티긴 힘들 거다.
나는 그대로 이그니스를 일점에 집중시켜, 쏘았다.
바늘처럼 얇게 압축된 이그니스가 위벽에 그대로 격돌했다.
화륵, 화르르르르르륵!
이그니스가 활활 타오르며, 위벽이 꿀렁거렸다.
‘반응이 있다.’
그러나.
‘……저게 다라고?’
그게 끝이었다.
위벽이 꿀렁거릴 뿐.
살점이 타오르거나, 화상이 생기거나 하는 건 일절 없었다.
위벽은 멀쩡했다.
‘이그니스로도 생채기조차 낼 수 없는 강도라니…….’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뚫지 못할 수도 있을 거란 건 예상했지만, 아무런 피해도 입힐 수 없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이그니스다.
내 성취가 미흡해, 아직 1/4 정도의 위력밖에 내지 못하는 상태라곤 하나, 태초의 불꽃이 지닌 ‘모든 것을 불태운다.’는 특성이 어디로 간 건 아니다.
그런 이그니스가 아무런 피해도 입힐 수 없는 위벽이라니…….
‘이 몬스터는 대체 뭐야?’
내 동공이 당황으로 미세하게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