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0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05화(305/466)
이그니스로도 뚫을 수 없다는 건, 지금의 나로선 무슨 방법을 사용해도 뚫을 수 없다는 말과 같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만.
‘……방법이 없어.’
방법이 없다.
주위를 샅샅이 살펴봤으나, 밖으로 나갈 수 있을 만한 구멍은 찾을 수 없었다.
이 공간은 완전한 밀실이다.
탈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 마법에도 반응하지 않고 있고…….’
혹시 이 시련도 아까 전, 무한 추락과 마찬가지로 내 기초 능력을 시험하는 데 의의가 있나 싶어서, 심의부터 시작해 온갖 바이테너식 마법들을 사용해 봤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무슨 짓을 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어쩌라는 거지?’
계속 높아지는 위액의 수위.
생각을 정리하고, 사태를 파악하는 데 추가로 5분을 사용해서, 이제 남은 시간은 길어야 15분.
앞으로 15분 뒤면 이 장소는 위액으로 가득 차게 되고, 나는 그대로 위액에 녹아내려 생을 마감하게 될 테지.
그렇게 생각하자, 절로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게 시련인 이상, 뭔가 방법이 있을 텐데.’
분명 뭔가가 있다.
내가 눈치 못 챈 무언가.
여기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
그걸 어떻게든 찾아야 한다.
나는 다시금 신안을 최대 출력으로 활성화시키고,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바닥에 구멍이 생겼어?’
위액으로 뒤덮인 바닥 한편에 사람 한 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을 법한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가, 곧바로 다시 닫혔다.
대충 3초 정도일까.
‘장으로 연결되는 통로인가?’
이 몬스터의 신체 구조가 어떻게 돼 있는진 모르겠지만.
위가 있는 이상 장도 있을 테지.
저 구멍이 장으로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은 낮지 않다.
‘방금 그 3초 사이, 아주 살짝 위액의 수위가 낮아지기도 했고.’
위액의 수위가 낮아졌다는 것은, 위액이 어딘가로 흘러들어 갔다는 말이다.
즉, 방금 생겼던 묘한 구멍은 장이 아니더라도 어딘가 새로운 장소와 연결되어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말이 된다.
‘그럼 답은 다시 구멍이 열리는 걸 기다렸다가, 그대로 구멍을 향해 돌파하는 것뿐인가?’
3초 정도면 돌파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크기 자체도 사람 하나가 들어 갈만한 크기고.
다음 구멍이 열리는 때를 노려서, 구멍을 통과하는 것 자체는 그리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저 위액의 바다를 어떻게 뚫고 가야 하지?’
저 구멍까지 가는 게 문제다.
지금의 내 실력으론 이 몬스터의 위액을 버텨낼 만한 강도의 방벽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위벽이 단단한 만큼, 위액도 말도 안 될 정도로 산성이 강력할 거야.’
위벽의 역할은 위액의 산성에 버텨내는 것.
보통 위벽의 강도는 위액의 산성과 어느 정도 비례할 수밖에 없다.
위벽이 이그니스를 버텨 낼 정도로 단단하다는 것은, 위액이 이그니스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산성을 지닌 무언가라고 봐도 된다.
‘지금의 내 실력으로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어.’
고로, 저 위액의 바다를 뚫고 바닥의 구멍까지 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
물론 시험해 본 건 아니긴 한데, 굳이 시험해 볼 필요도 없는 일이다.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이니까.
‘그래도 일단 확인은 해 봐야지.’
때마침 천장에서 위액이 쏟아져 내려올 기미가 보였다.
나는 그대로 위액의 피격 지점에서 벗어나, 피격 지점 위에 최대 출력의 배리어를 펼쳤다.
그렇게 펼쳐진 배리어 위에 위액이 쏟아져 내렸다.
‘분명 배리어 채로 녹아내리겠…….’
그렇게 배리어의 소멸을 예상하고 있던 바로 그때.
‘……버티고 있어?’
예상외의 광경이 펼쳐졌다.
배리어가 위액에 닿았음에도, 어느 정도 버티고 있다.
겉이 서서히 녹아내리고는 있지만 순식간에 녹아내리지는 않는다.
‘대충 5초.’
내 배리어는 위액에 닿고 나서도, 무려 5초라는 시간을 버텨냈다.
‘한 방향에서만 위액이 떨어져 내려서 5초니까……. 이 상태로 저 위액의 샘에 뛰어든다면 대충 3초 정도 버티려나.’
방금 전 생겼던 구멍이 열렸던 시간만큼은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배리어를 최대한 내 신체 구조에 맞게 세공해서, 구멍을 통과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고, 그대로 전력으로 구멍을 통과하면…….’
가능하다.
아니,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무조건 통과할 수 있다.
타이밍만 잘 노리면 100% 성공할 수 있다.
‘왜 위액이 고작 이 정도 위력 밖에 안 되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다음에 구멍이 열리는 틈을 노려서…….’
그렇게 구멍을 뚫기로 결심하려던 바로 그때.
‘……잠깐만.’
한 가지 의문이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위액이 왜 이 정도 위력밖에 안 되는지 모르겠지만이 아니라……. 왜 진짜 이 정도 위력밖에 안 되는 거지?’
이상하다.
이그니스에 생채기조차 나지 않은 위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액이, 고작 7서클 급의 배리어도 순식간에 못 녹이는 수준이라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질 않는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도 아니고…….’
위벽의 강도와 위액의 산성이 전혀 맞물리질 않는다.
마치 평범한 물을 흘려보내는 수도관이 미스릴로 만들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구조 자체가 납득이 되질 않는다.
‘시련이라서, 임의로 탈출 방법을 만들어 둔 걸 수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몬스터의 위액의 산성도까지 조절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무슨 품종개량도 아니고.
어떻게 몬스터의 위액 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한단 말인가.
아무리 봐도 시련을 위해 임의로 농도를 낮춘 건 아니다.
‘함정인가?’
방금 전.
바닥에서 구멍이 살짝 생겨난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천장에서 위액이 떨어져 내렸었지.
‘만약 방금 쏟아진 위액이 가짜, 함정이었다면?’
위액의 농도를 조절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특정 시간에 특정 위치에 가짜 위액을 쏟아내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테이 로바인.
그가 날 속이기 위해, 일부러 농도가 약한 위액을 뿌린 거라면?
그럼 모든 의아함이 해소된다.
‘진짜 위액은 분명 내 배리어 따위로는 버틸 수 없는 수준일 게 분명해.’
나는 다시 한번 배리어를 만들어, 바닥에 흥건한 위액의 샘에 그대로 집어넣었다.
분명 이번엔 1초도 채 버티지 못하고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릴 테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3초…….’
내 배리어가 녹는 데 걸린 시간은 3초.
아까 전, 버텨낼 거라 예상했던 시간과 정확히 일치했다.
‘진짜로…… 위액의 산성이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된다고?’
아까 전 떨어져 내린 위액은 가짜나 함정 같은 게 아니라 진짜였다.
기껏 맑아져가던 머리가 다시 한번 복잡해졌다.
‘그럼 뭐지?’
왜 이런 기형적인 구조가 탄생한 걸까.
‘애초에 왜…….’
팽창한 의문이 새로운 의문을 낳고, 새로운 의문은 또 다른 생각으로 뻗어나갔다.
내 사고가 점점 더 넓어지며, 덩달아 사고가 가속되기 시작했다.
‘위액과 위벽의 맞물리지 않는 기형적인 구조 이전에. 왜 팩티오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걸까.’
그렇게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도달한 아주 기초적인 의문.
테이 로바인의 이해할 수 없는 경고가 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왜 미호와 영혼을 연결할 뿐인, 팩티오는 금지고. 모든 걸 불태울 수 있는 이그니스는 허용인가.’
당시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이 상황 자체에 이상한 게 너무 많아.’
위벽와 위액의 기형적인 구조도 그렇고.
신화 마법들 중에서 오직 팩티오만 사용 금지라는 것도 그렇고.
분명 이 기형적인 구조에 이 시련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팩티오를 사용하지 마라. 자살을 희망하는 게 아니라면 절대 쓰지 마라…….’
팩티오를 사용하면 내가 죽는다니.
‘그럴 수가 있나?’
미호와 나를 연결할 뿐인, 계약 마법에 그런 힘이 있을 리가 없다.
‘만약 팩티오를 사용해서 문제가 생긴다면, 내 목숨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이 시련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닐까.
비약적인 추론일 수는 있지만, 지금 이 상황을 대입해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어처구니없는 추론은 아니다.
‘만약 팩티오가 영향을 주는 게, 이 시련 자체라면. 테이 로바인이 부랴부랴 모습을 드러낸 것도 말이 돼.’
테이는 내 목숨이 위험해서 모습을 드러냈다고 했지만.
글쎄.
그 남자가 그런 상냥한 이유로 의도치 않게 모습을 드러냈을까.
‘누가 봐도 목적이 명확한 두 번째 시련에 대한 정보도, 규정은 규정이라고 아무 힌트도 주지 않은 남자가 굳이?’
원칙주의적인 성향이 도드라져 보이는 남자가, 굳이 내 목숨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규정을 깨고 모습을 드러냈을까?
그럴 리가.
원칙주의자가 원칙을 깰 만한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원칙 자체가 붕괴되려고 할 때.’
그래서 그는 부랴부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확실해. 테이는 내 목숨이 걱정돼서 모습을 드러낸 게 아니라, 이 시련 자체에 문제가 생길 것을 걱정해서 모습을 드러낸 거야.’
고로 팩티오가 영향을 주는 건 내가 아니라, 이 시련 그 자체다.
‘그렇게 가설을 내린다면…….’
팩티오가 이 시련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을 만한 상황은 딱 하나밖에 없다.
‘이 장소는 진짜 몬스터의 뱃속 같은 게 아니라, 테이가 만든 가상의 공간인 거야.’
팩티오는 나와 미호가 어디에 있든 간에, 무조건적으로 우리 둘을 연결시켜 줄 수 있는 마법이다.
내가 어떤 공간에 갇혔든 간에, 어떤 결계 내에 고립되어 있든 간에. 나와 미호의 연결을 끊을 수는 없다.
지금 팩티오를 사용하면, 이 공간 바깥에 있을 미호와 연결될 것이다.
아마도 테이와 함께 있을 터인 미호와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일단 이 공간이 가짜라는 것 정도는 무조건 눈치 챌 수밖에 없다.
아니면, 팩티오가 이 공간에 구멍을 뚫어 이 공간 자체가 파괴될 수도 있겠지.
뭐가 됐던 그 순간 이 시련은 끝난다.
이 뒤에 어떤 시련을 준비해 뒀든 간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공간 자체가 가짜라면, 아까 전 내가 느꼈던 무한 추락의 환각도 납득이 가고.’
테이의 지배하에 있는 세계이니만큼, 내 감각을 조종하는 건 더더욱 쉬웠을 터.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것도 납득이 간다.
‘모두 아무런 증거도 없는 추론일 뿐이지만…….’
이 가설대로라면 모든 것이 딱딱 맞아 떨어진다.
‘그럼 어떻게 할까.’
신빙성은 높지만, 증거는 아무것도 없는 가설.
이 가설을 참으로 가정하고 행동을 옮겨야 할지.
아니면 일단 가설은 머릿속 한편에 넣어두고, 여기서 탈출부터 할지.
‘테이의 경고를 무시하고 팩티오를 사용하느냐. 아니면, 일단 바닥의 구멍을 이용해서, 일단 이 장소에서 탈출부터 하느냐.’
결론은 바로 나왔다.
생각할 것도 없었다.
‘팩티오를 사용한다.’
증거만 없을 뿐이지, 다른 건 완벽하다.
모든 정황이 내 가설이 ‘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팩티오에 대한 건 스승님 다음으로 내가 제일 잘 알아. 이 상황에서 팩티오를 쓴다고 내가 위험해 질 확률은 없어.’
골로 향할 수 있는 지름길이 보였는데, 굳이 정공법을 따를 이유는 없다.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다.
테이 로바인의 경고 따윈 가뿐히 무시하고 팩티오를 사용해 이 공간 자체를, 이 시련 자체를 끝낸다.
나는 목에 걸어 둔 ‘언약의 돌’을 쥐고, 마나를 집중시켰다.
‘팩티오.’
순식간에 연결된 나와 미호의 영혼.
그 순간, 세계가 멈췄다.
꿀렁거리며 위액을 쏟아내던 위벽의 연동 운동도.
흘러내리던 위액의 움직임도.
내 코끝을 스치던 신 냄새마저도. 모든 게 멈춰버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걸 대담무쌍하다고 해야 할지…….”
멈춘 세계 사이로, 테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통 감독관이 위험하니까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문제에 뻔히 오류가 보이는데,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흐음. 그래?”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재미있다는 듯.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생각보다 재밌는 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