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07)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07화(307/466)
레비가 죽은 뒤로 어느덧 14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신하율. 이 미꾸라지 같은 새끼…….”
무려 2주라는 시간 동안, 헤르메스는 신하율의 위치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어디 숨어있는 거야?”
흑마도왕에게 신하율의 처리를 일임받은 직후.
한국에 존재하는 공항을 시작으로, 온갖 요충지의 보안 체계는 다 점령하고 신하율을 찾아 헤맸지만, 신하율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거의 총력을 다해서 한국 전역을 샅샅이 뒤지고 있음에도, 신하율의 털끝 하나 발견할 수가 없다.
‘분명 한국 내 어딘가에 있을 텐데.’
공항을 이용한 건 절대 아니다.
신하율이 공항을 이용해서 다른 나라로 도망가는 것만큼은 막아야 했기에, 공항의 감시는 항상 최고 수준으로 유지해 왔다.
그 감시를 뚫고 몰래 비행기에 탑승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 어떤 조작을 하던, 그 어떤 마법을 쓰던.
미리 진을 치고 있는 헤르메스의 눈을 피해, 공항을 이용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레비의 메타몰포시스도 뚫을 수 없을 정도니 말 다 한 거다.
‘그럼 역시 마도신가 내, 어딘가에서 잠적하고 있는 건가?’
만약 어딘가에 숨었다면, 이 정도로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을 수가 없다.
어지간히 큰 땅이면 모를까. 한반도 같은 작은 땅에 숨어 봤자 얼마나 잘 숨을 수 있겠는가.
CCTV나 경찰의 조사망은 물론이고, 타 국가의 위성에 까지 접속할 수 있는 헤르메스의 눈을 완전히 피해 14일 동안 숨어 다닌다?
솔직히 불가능하다.
고로, 신하율은 어딘가에 잠적하고 있는 게 아니다.
‘신하율은 마도신가 저택 내부에 숨어있다.’
헤르메스가 유일하게 탐색에 실패한 장소.
헤르메스를 경계하듯, 모든 보안 체계를 전산망과 상관없는 순수 마법 체계로 바꾼 곳.
마도신가의 저택.
신하율은 거기 숨어있을 확률이 높다.
‘그럼 어떻게 할까…….’
지난 14일 간의 조사로, 신하율이 저택에 숨어 있다는 확신은 얻었다.
그럼 다음은?
‘생각할 것도 없나.’
마도신가 채로 신하율을 죽인다.
‘흑색마탑의 전력을 동원해서, 마도신가 채로 신하율을 제거한다.’
선택지는 이것뿐이다.
‘그럼 어떻게 마도신가를 제거해야 할까…….’
내키진 않지만, 지원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나?
* * *
한편, 그 시간.
마도신가에서는 중요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예상대로 해외 쪽의 감시가 많이 약해졌어.”
샤를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 언제 헤르메스가 감시를 원래대로 되돌릴지도 모를 노릇이고. 움직인다면 지금이 타이밍이야.”
샤를의 말에 청색 마탑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동의합니다. 군용 드론까지 해킹해서 움직이는 걸로 봐서, 헤르메스는 거의 모든 눈을 한국에 집중시키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지금을 이 타이밍을 놓치면 후회할 겁니다.”
스파이 일제 소탕 작전.
지금이야 말로 그 작전을 시행할 때다.
“안 그래도 30분 전에 소피아 님에게 연락이 왔다.”
상석에 앉아, 무게를 잡고 있던 신인혁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오늘 한국 시간으로 새벽 3시에 스파이 일제 소탕 작전을 실행하신다고 하시더군.”
“아, 뭐야. 벌써 거기까지 얘기가 나왔어?”
샤를이 뻘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화가 가득한 표정으로 신인혁을 노려봤다.
‘미리미리 말했으면, 입 안 아프고, 시간 절약하고 서로 좋았잖아. 이 썩을 놈아.’
라고 말하는 게 분명한 눈빛이었다.
“오늘 새벽이면…… 12시간 뒤인가요. 꽤나 갑작스럽군요.”
청색 마탑주의 표정은 여전히 심각했다.
세계 곳곳, 온갖 기업에 뿌리를 박고 있는 총 192명의 스파이를 일제히 색출해 내, 제거한다는 큰 작전을 앞두고 있는 만큼, 심각해지는 건 당연했다.
“아니, 그렇기에 오히려 적기라고 해야 할까요.”
청색 마탑주가 세상 험악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전 먼저 가 보겠습니다.”
그런 청색 마탑주를 보며, 신인혁이 살짝 눈을 찌푸렸다.
“혹시나 싶어 말해 둔다만, 작전은 12시간 뒤다. 그러니…….”
“알고 있습니다. 30초 전에 들은 걸 까먹었겠습니까.”
청색 마탑주가 싱긋 웃었다.
평소의 상쾌한 웃음과는 전혀 다른, 분노를 감추기 위한 가면 같은 가짜 웃음이었다.
“추강빈을 처리하는 건 12시간 뒤. 그 전에 움직일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추강빈.
8년 전에 청색 마탑에 입단하는 데 성공한 유망주.
지금은 흑색 마탑에게 홀라당 넘어간 배신자.
지금 당장이라도 그놈에게 천벌을 내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만, 감정은 감정이고, 작전은 작전이다.
작전 개시 전에 움직일 생각은 없다.
“그럼 어딜 가는 거지?”
“마지막으로 좋은 식당에서 밥이나 한 끼 먹을까 싶어서 말이죠.”
“……그 추강빈이라는 놈과 말인가?”
“예.”
김강인의 입꼬리가 한층 더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배신자라고 해도, 한때나마 가족이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할까 싶어서요. 예. 아주 좋은 식당에서 말이죠.”
그 미소를 똑바로 마주하고 있던 샤를의 팔뚝에 소름이 돋아났다.
‘와 씹…….’
살아생전 저렇게 기괴하고 무서운 미소는 처음 본다.
샤를의 떨리는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럼 전 정말 가보겠습니다. 내일 또 뵙죠.”
“그래.”
“샤를 단장님도 내일 뵙겠습니다.”
“……어? 어. 그, 그래.”
샤를이 고장난 기계처럼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김강인이 작게 고개를 숙인 뒤, 방을 나섰다.
그렇게 방 안에는 샤를과 신인혁만이 남았다.
“……쟤, 원래 저렇게 무서운 놈이었어?”
“예전부터 배신자에게 만큼은 가차 없었다. 배신자를 처리할 때의 잔혹함은 상상 이상이었지.”
“……잔혹하다고까지 할 정도야?”
이미지부터 분위기까지.
모든 게 다 선한 느낌이었는데.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신인혁에게 잔혹하다는 평가를 듣는 걸까.
“궁금한가?”
신인혁이 ‘들으면 후회할 텐데?’라고 경고하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안 들을래.”
샤를이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궁금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겠지만.
정신 건강 상, 안 듣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니, 배신자한테 마지막으로 만찬을 먹인다잖아.
이미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데.
거기서 뭔가를 더 한다니.
들으면 정신 건강에 해로울 게 분명하다.
“여전히 감이 좋군.”
신인혁이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찼다.
꽤나 큰 트라우마를 선물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쉽게 됐다.
그냥 질문도 하지 말고 얘기해 줄 걸 그랬나.
“그래서 우리는 뭘 하면 돼?”
샤를이 김강인에게서 관심을 끄고, 다시 스파이 일제 소탕 작전에 관한 질문을 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그래? 역시 대기구만. 혹시나 싶었는데.”
이번 스파이 일제 소탕 작전에, 한국은 포함되어있지 않다.
헤르메스의 모든 눈이 한국에 집중되어있으니만큼, 한국에서 뭔가를 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한국은 이번 작전에서 배제되었다.
뭐, 이전 신비위가 사건을 통해 어느 정도 스파이를 제거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고.
굳이 추가로 뭔가를 할 필요가 없기도 하다.
“쓰읍. 대기는 내 체질이 아닌데.”
샤를이 양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켰다.
‘나 지금 몹시 찌뿌듯해요.’라고 주장하는 듯한 스트레칭이었다.
“그래도 뭐, 작전은 작전이니까 어쩔 수 없지. 내일 아침에 보고가 오는 걸 기다리는 수밖에.”
이번 작전은 신속한 일처리가 필수다.
고로, 작전 시간은 3시간 이내.
한국 시간으로 새벽 3시에 작전을 개시할 테니, 아침 6시 정도에는 결과가 나올 거다.
‘뭐, 좋은 소식이 올 게 뻔하지만.’
소피아 아네체프리가 계획하고, 직접 실행에 옮기는 작전이니만큼,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다.
분명 내일 아침 눈을 뜰 때면, 좋은 소식이 들려오리라.
샤를은 그렇게 확신했다.
* * *
그러나.
그런 샤를의 확신은 예상치도 못한 방식으로 어긋났다.
“……뭐?”
다음날 새벽.
“심연의 해역이…… 갑자기 폭주하기 시작했다고?”
“그래.”
스파이 소탕 작전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기도 전에, 안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심연의 해역에 위치한 몬스터들이 천천히 제주도 쪽으로 이동 중이라는 보고가 들어왔다.”
“몇 마리나 이동 중인데?”
“……모두.”
“뭐?”
신인혁의 표정이 이 이상 없을 만큼 심각하게 가라앉았다.
“추정 개체 수는 7만. 심해에 감지할 수 없는 몬스터를 가정에 넣으면, 최대 10만.”
“10만……!?”
샤를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래.”
신인혁이 눈을 찡그렸다.
“하율이가 위험하다.”
현재 제주도에는 신하율이 있다.
“그, 그럼 빨리 제주도로 지원 보내야지 뭘 그리 한가하게 무게나 잡고 있…….”
그렇게 샤를이 다급하게 소리치려 할 때였다.
“신인혁. 이거…….”
“알고 있다.”
돌연 주변의 소리가 사라졌다.
마나가 살벌하게 요동친다.
그 기운을 느끼며, 샤를과 신인혁이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 가주님!”
쾅!
그때 누군가가 서재의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와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흐, 흑마법사들입니다! 흑마법사들이 습격을 해 왔습니다!”
누가 그랬던가.
불행은 겹친다고.
“지금 당장 피난하셔야……!”
쿠우우우우우웅-!
그때 서재의 천장을 뚫고,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인사도 제대로 안 했는데, 도망가면 섭섭하지.”
2미터는 족히 돼 보이는 거구.
그 거구에 걸맞은 우락부락한 근육이 돋보인다.
“반갑수다. 마도신가 가주 나으리.”
남자가 자세를 잡았다.
숙련된 무도가 특유의 분위기가 신인혁의 전신을 압박했다.
“그럼 잘 가쇼.”
그리고 다음 순간.
후우우우우우우우웅-!
남자의 주먹이 막대한 마나를 품고, 휘둘러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남자의 주먹이 자아낸, 폭풍에 가까운 충격은 그대로 저택의 절반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 * *
심연의 해역이 폭주를 일으켰다.
‘설마설마했는데. 진짜로 폭주하다니.’
그 소식을 전해들은 직후.
나는 곧장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헤르메스에게 도청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기에, 최대한 연락은 자제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심연의 해역 폭주라는 재해를 어떻게든 하기 위해선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하다.
“연락이 안 되네요.”
그러나 정작 아버지와 연락이 되질 않는다.
아버지만이 아니다.
샤를 단장님이나, 다른 마탑주님과도 연락이 닿질 않고 있다.
지금 내가 지니고 있는 비상 연락 단말로 연결할 수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연락을 해 봤으나, 아무도 반응이 없다.
일단 통신망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다.
현재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제주도 관광객들이 서울의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고 하는 걸 보면, 통신망은 확실히 살아 있다.
‘그럼 서울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통신망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면, 문제가 생긴 건 저쪽.
아버지와 샤를 단장님 쪽이라는 말이 된다.
‘무슨 일이 생긴 거지?’
머리가 단숨에 복잡해 졌다.
‘시기상 슬슬 스파이 일제 소탕 작전을 시행할 때긴 한데. 그것 때문에 연락을 못 받으실 리는 없고…….’
이번 스파이 일제 소탕 작전에 한국은 배제되었다.
만약 다른 분들이 스파이 일제 소탕 임무를 수행중이라 연락을 못 받는 상태라고 해도, 아버지는 연락을 받으셨어야 한다.
한국이 작전에서 배제된 이상, 아버지가 할 일은 대기밖에 없으니 말이다.
‘아버지의 몸에 무슨 일이 생기신 건가? 흑색 마탑이 보낸 암살자가 아버지를 노린 거라면…….’
아니, 그 정도 큰 일이 벌어졌으면 나한테 연락이 왔어야 정상이다. 그건 아니다.
‘그러면 뭐지……?’
그렇게 미간을 찌푸리고 상념에 잠기려 할 때였다.
“야, 야!”
테룬이 내 소매를 붙잡고 마구 당겼다. 다급한 목소리와 다급한 표정, 그리고 다급한 몸짓.
“이거, 이거 봐. 여기!”
내게 폰을 내밀어, 방금 막 게시된 뉴스를 보여줬다.
[엎친 데 덮친 격 심연의 해역 폭주에 이어……]딱 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헤드라인.
“흑마법사들의 서울 공습……?”
기사는 흑색 마탑의 서울 습격을 알리고 있었다.
‘이 타이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