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0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08화(308/466)
한편 그 시간.
헤르메스는 상황실에서 현장 지휘에 힘쓰고 있었다.
―아아, 이쪽은 디스트로이어. 현재 절찬리에 신인혁을 뭉개버리는 중. 이상.
―래피드. 감시 중. 이상무.
―디스토션. 한가하게 대기 중. 이대로 아무 계속 대기만 하면 좋겠네. 하아암.
“……확인.”
현재 현장의 습격을 맡은 다른 간부들에게서 연신 좋은 보고가 전해져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헤르메스는 굉장히 언짢아 보였다.
‘심연의 해역이 폭주할 줄 알았으면, 굳이 다른 간부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어도 됐는데.’
습격이 무사히 성공한 것 자체는 기뻐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타이밍이 썩 좋지가 않다.
아니. 타이밍적으로는 아주 좋은데 뭔가 손해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하나.
‘이러면 쓸데없이 다른 간부들이랑 공만 나눠가지는 꼴이 됐잖아.’
심연의 해역이 조금만 더 일찍 폭주했다면, 굳이 세 간부에게 도움을 청할 필요가 없었다.
심연의 해역으로 주요 인력들이 파견을 나가게 되면, 서울의 경비는 당연히 약해질 것이고.
그럼 굳이 다른 간부의 도움이 없었어도, 마도신가를 점령할 수 있었을 거다.
‘아니면 2시간만 더 일찍 폭주하던가.’
다른 간부들에게 연락을 돌린 건, 지금으로부터 13시간 전이다.
그 전에 심연의 해역이 폭주를 일으키는 게 가장 좋았을 테지만.
솔직히 거기까지 바라는 건 너무 욕심이고.
딱 2시간만, 아니 1시간만 일찍 폭주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랬으면 서울의 전력이 다 빠진 후에 움직여서, 더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 텐데.’
아직 서울의 인력이 남해로 떠나기도 전에 습격이 시작됐기 때문에, 당연히 서울의 경비는 평소와 마찬가지다.
심연의 해역을 양동으로 이용하기는커녕, 서울 쪽이 양동이 돼 버린 듯한 상황이 펼쳐졌다.
심연의 해역이 딱 1시간만 일찍 폭주했다면, 크게 득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왜 하필 동시에 폭주를 일으켜서.
덕분에 아주 크게 손해를 본 느낌이다.
‘아, 짜증나.’
물론 서울의 경비가 그대로 남아있다곤 해도, 부산 쪽에 문제가 생긴 만큼 다른 구역에서 지원이 올 확률이 사라졌으므로 이득은 이득이다.
분명 타이밍적으론 이득인 게 맞는데, 뭔가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썩 기분 좋지가 않다.
―여기는 래피드. 여전히 신하율은 발견되지 않고 있음.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작전의 핵심이나 다름없는 신하율이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게 제일 큰 문제다.
기분이 좋으려야 좋을 수가 없다.
‘습격이 잘 진행되고 있으면 뭐해. 정작 중요한 신하율이 안 보이는데.’
이대로 디스트로이어가 신인혁을 죽이는 데 성공하던.
마도신가가 괴멸하던.
신하율을 처리하지 못하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청색 마탑주가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도 걸리고.’
기껏 청색 마탑주의 상대까지 준비해 놨는데.
정작 청색 마탑주의 소식이 오리무중이다.
덕분에 찝찝함이 배가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색 마탑만이 아니라, 다른 마탑도 한국의 지원 요청을 무시하고 있단 말이지…….’
백보 양보해서, 청색 마탑주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다.
모종의 사건으로 큰 부상을 입었을 수도 있고.
뭔가를 연구 중에 역풍을 받아, 마나 서클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다른 마탑들까지 묵묵부답인 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마탑만이면 모를까.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마법사들 중 반절 이상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니.’
세계 각국의 명가를 포함해, 길드, 기업, 연합, 협회 등등.
한국과 연줄이 닿아 있는 온갖 대마법사들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면 모를까, 한국의 지원 요청에 저 정도로 많은 대마법사들이 침묵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걸리는 게 너무 많아.’
하나부터 열까지, 걸리는 게 너무 많다.
그래서 헤르메스가 지금 이렇게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다.
습격이 잘 진행되고 있어도, 뭐 하나 속 시원하게 뻥 뚫리질 않는다.
‘이대로면 또 다시 흑마도왕님께 실망을 안겨드리게 될 거야.’
흑마도왕은 이미 헤르메스를 두 번이나 봐줬다.
아마 세 번은 없을 거다.
이번에 실패하면 분명 처분당할 것이다.
헤르메스가 초조한 표정으로 손톱을 짓씹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신하율 만큼은 처리해야 해.’
흑마도왕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먼 미래, 자신만의 나라를 만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신하율을 제거해야 한다.
헤르메스가 날카로운 표정으로 키보드 위에 양손을 올렸다.
‘어디 숨어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지금 이 혼잡한 상황이라면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어.’
어디에 어떻게 숨어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서울과 부산 양쪽이 위험한 지금이라면, 신하율도 움직일 수밖에 없을 터.
헤르메스가 한계까지 마나를 짜 내서, 컴퓨터에 쏟아 부었다.
‘어서 모습을 드러내. 신하율.’
헤르메스의 모든 신경이 컴퓨터에 집중되며, 한반도 전역의 전파망과 연결되었다.
앞으로 약 1시간.
헤르메스의 정신력이 모두 고갈되기 전까진, 그 어떠한 통신과 영상도 헤르메스의 눈과 귀를 피해갈 수 없다.
* * *
“이걸로 확실해졌습니다. 서울에서 지원은 안 옵니다. 아니, 못 옵니다.”
심연의 해역이 폭주하기 시작한 뒤로, 약 20분이 흘러.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이 끝났다.
“아버지와 아직까지도 연락이 안 되는 걸로 봐서, 서울의 상황도 상당히 심각한 걸로 보입니다. 여기까지 지원을 올 여력이 없을 거예요.”
“서울엔 8서클 마법사가 셋이나 있잖아. 그런데도 못 막고 있을 정도면……. 습격이 대체 어느 정도 규모라는 거야?”
“최소 간부 셋. 일반 단원의 수는 백을 가볍게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악의 경우 현존하는 모든 간부가 출격했을 수도 있다.
‘섀도우의 보고에 따르면 남은 간부는 헤르메스를 포함해 일곱. 만약 일곱 명이 전부 다 출동했다면…….’
8서클 마법사 셋으론 턱도 없이 부족하다.
“그럼 다른 나라에서 지원 오는 걸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네?”
“다른 나라에서 지원이 오면 좋겠습니다만……. 아마 안 올 겁니다.”
“왜?”
아마, 다른 나라의 지원도 기대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음. 일단, 이 통신 장치로 통신을 걸 수 있는 대상은 비단 아버지와 샤를 단장님만이 아닙니다.”
나는 테룬에게 통신 장치를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이건 청색 마탑주님을 포함해, 녹색, 적색 마탑주님. 그리고 소피아 아네체프리 님과도 직통으로 통신을 연결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소, 소피아 아네체프리 님이랑 직통으로 연결할 수 있는 통신 장치? 그런 걸 네가 어떻게 가지고 있는 건데?”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 드리겠습니다. 아무튼 중요한 건 이 통신 장치로 소피아 님에게 통신을 걸 수 있다는 것과…….”
나는 통신 장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소피아 님이 묵묵부답이라는 겁니다.”
“……그게 왜?”
“소피아 님이 지금 이 타이밍에 제 연락을 받지 않으실 이유는 딱 하나 뿐입니다. 작전에 임하고 계시는 중이라 연락을 받으실 겨를이 없으신 거죠.”
“임무? 무슨 임무인데 소피아 님이 직접 움직여?”
“각국, 각 기업, 각 명가에 잠적 중인 흑색 마탑의 스파이들을 일제히 제거한다는 대규모 임무입니다.”
“흑색 마탑의 스파이라니 그건 또 무슨…….”
“이에 대한 것도 나중에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너무 얽혀있는 게 많아서 지금 설명 드리기엔 시간이 부족해요.”
어차피 테룬도 나와 한 배를 탔다. 미미르 논문이라는 극비 중의 극비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이상, 이 정도 비밀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튼 현재 소피아 님은 세계 규모의 큰 임무, 그것도 극비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것도 각국의 온갖 대마법사 분들과 함께 말이죠.”
“그 말은…….”
“예. 지원이 올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지원을 올 사람들이 현재 극비 임무를 수행 중이라, 연락이 될 수가 없으니까요.”
각국에 숨어 있는 흑색 마탑의 스파이들을 아주 은밀하게 제거한다는 극비 중의 극비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니만큼, 외부와의 연락은 단절 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헤르메스라는 억제기가 있는 이상 더더욱, 통신은 배제한 채로 임무에 힘쓰고 있을 테지.
현재 소피아 님은 한국의 상황 자체를 모르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아니, 근데 모든 마법사들이 작전에 투입된 건 아닐 거 아냐. 그럼 어느 정도 지원은 올 수 있지 않을까?”
“6할입니다.”
“뭐가?”
“제가 아는 선에서, 이번 스파이 소탕 작전에 참여한 7서클 이상 대마법사들의 비율 말입니다.”
“6, 60%? 그 정도의 마법사들이 동시에 연락 두절이 됐다면…….”
“예. 그런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이 지원을 보낼 리가 없죠.”
현존하는 대형 전력들 중, 60% 이상이 연락두절이란 말이다.
이런 상황에, 각국이 재빨리 지원을 보낼까?
그럴 리가.
십중팔구 대답을 보류한다.
나라도 그럴 거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지원이 오긴 하겠죠. 근데…….”
물론 모든 나라가 다 침묵하지는 않을 거다.
지원을 보내겠다는 나라도 분명 존재할 테지.
하지만.
“지원이 온다고 해도, 일단은 서울로 지원이 갈 겁니다. 서울과 제주도. 그 중에 우선시해야 할 건, 누가 봐도 서울이니까요.”
나라의 수도이자, 1300만의 국민들이 살고 있는 도시.
서울.
정부는 제주도 보다 서울을 우선시할 게 분명하다.
걸려 있는 목숨의 숫자 자체가 다르다.
“……막말로 지원을 온다고 해서, 10만이 넘는 몬스터들을 막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요.”
애초에 서울과 제주도.
양 쪽에서 발생한 사건의 해결 난이도가 너무나도 극명하다.
서울의 습격이야 어찌어찌 막아 낼 가능성이 보이지만.
제주도는 아니다.
10만이 넘는 해양 몬스터들의 대이동은 어지간한 지원들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답이 없네…….”
“예. 운이 없어도 너무 없네요. 세 가지 사건이 동시에 겹치다니.”
스파이 소탕 작전.
흑색 마탑의 서울 습격.
심연의 해역 폭주.
어떻게 이 세 사건이 동시에 겹칠 수가 있는지.
우연치고는 너무 기구하다.
“그럼 어떻게 하지? 튀어야 하나?”
“상식적으로 생각해선 그게 제일 합리적인 선택이긴 합니다. 심연의 해역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안정한 마나 때문에 비행기가 뜰 수 없긴 합니다만…….”
현재 심연의 해역이 폭주하며, 제주도 일대의 대기는 엉망이 된 상태다. 비행기는 뜰 수 없다.
“다행히 저희한텐 베히모스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비행기가 뜨건 말건, 우리와는 상관없는 문제다.
우린 베히모스를 타고 도망가면 되는 것뿐이니까.
“그, 미안한데. 그건 힘들 것 같아.”
테룬이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방금 막 베히모스랑 정신을 연결해서 확인해 봤는데, 지금 심연의 해역을 뚫는 건 무리래.”
“이유가 뭔가요?”
“다들 폭주로 이성을 잃어서, 자기고 뭐고 무분별하게 공격할 게 분명하다고……. 아무리 자기라고 해도 저 정도 수의 몬스터를 뚫는 건 불가능하대.”
“지금의 몬스터들에게 베히모스의 위압감 같은 건 통하지 않는다. 이런 말이군요.”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폭주한 몬스터들이 베히모스의 위압감 따위에 물러설 리가 없다.
“그럼 일단 해로는 막혔다는 말이네요.”
“그렇지.”
테룬의 표정이 더더욱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도주는…….”
“예. 힘들 것 같네요.”
비행기도 안 되고.
베히모스도 안 된다.
도주는 불가능하다.
“아, 잠시만요. 하나만 더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때,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뭔데?”
“보시면 압니다.”
나는 그대로 ‘언약의 돌’을 이용해 팩티오를 사용했다.
내 부름에 단테로아의 서에서 쉬고 있던 미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걔는…….”
“구미호. 미호라고 합니다. 제 가족입니다.”
“구미호……?”
테룬이 ‘구미호, 구미호.’ 그렇게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처음 듣는 이름인데? 라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미호야. 혹시 이 섬 밖으로 나갈 수 있는지 확인해 줄래?”
혹시, 미호의 ‘영혼의 길’이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내 질문에 미호가 곧바로 주위를 살폈다.
영혼의 길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미호가 답을 낼 때까지 천천히 기다렸다.
그렇게 약 1분이 흘러.
도리도리.
미호가 고개를 저었다.
‘영혼의 길로도 안 되는구나.’
혹시나 했는데, 영혼의 길로도 뚫을 수 없는 모양이다.
이전, 백두산에서도 그렇고.
영혼의 길은 주위 마나의 폭주에 영향을 크게 받는 듯하다.
“미호도 안 된다고 하네요. 역시 도주는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미호에게도 답이 없는 이상, 남은 방법은 없다.
도주는 불가능하다.
“그러면 이제 남은 방법은…….”
“예.”
고로, 이제 남은 선택지는 하나 뿐.
“막아야 합니다.”
심연의 해역에서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처리해야 한다.
“현재의 전력만으로 어떻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