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1화(31/466)
사방을 가득 채운 책장과 그 책장에 꽂혀 있는 수많은 책들.
도서관이라고 하기엔 꽤나 협소하고, 서재라고 하기엔 조금 큰.
딱 그런 느낌의 방이었다.
“이건 또 뭔…….”
책에서 빛이 흘러나온 것부터 시작해서 공간 이동까지.
꽤나 당황스러웠다.
‘일단 책 안에 들어 온 것 같긴 한데.’
정황상 그럴 확률이 높아 보였다.
시험의 페이지에 들어설 때처럼 이동 직전에 스승님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아마 이번에 새로 얻은 책 속에 들어 온 게 아닐까.
“분명 부록……. 미미르의 서라고 했지?”
분명 그렇게 말했다.
부록, 미미르의 서.
스승님의 인생이 담긴 책이라고 말이다.
그때였다.
툭툭-
누군가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갑작스런 터치에 당황해서 재빨리 얼굴을 돌렸다.
쿡.
그 순간 내 볼에 검지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볼 콕 장난이었다.
“안녕?”
내게 장난을 건 상대는 난생 처음 보는 여성이었다.
내가 장난에 걸린 게 기쁜 것일까.
기분 좋다는 듯이 웃으며 내게 인사를 건넨다.
“당신은?”
“나? 나는 미미르.”
여성이 내 어깨와 볼에서 손을 떼고 정자세로 서서 활짝 웃으며 나를 올려다본다.
“이곳 미미르의 샘을 관리하고 있는 관리자 미미르야. 만나서 반가워. 계승자.”
“미미르의 샘?”
“여기, 이 도서관의 이름.”
미미르의 서 안에 미미르의 샘.
이런 거구나.
“레이 벨 바이테너가 미래의 계승자를 위해 준비해 둔, 오로지 바이테너식의 계승자만을 위한 도서관의 이름이야.”
“음…….”
나는 주위를 다시금 살폈다.
“도서관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것 같은데요.”
말했듯이 잘 봐줘야 큰 서재 정도다.
동네 서점도 이거보단 클 거다.
절대 도서관이라 불릴 만한 규모는 아니다.
“그건 아직 네 성취가 낮아서 그래.”
“……제 성취요?”
“응. 이곳. 미미르의 샘은 계승자의 경지에 따라 규모가 달라지는 특징을 지닌 도서관이거든.”
“아.”
성취에 따른 확장.
이드레드의 서와 비슷한 메카니즘을 지닌 곳인 듯하다.
“규모로 봐서, 아직 두 번째 시험의 페이지도 통과하지 못한 것 같은데. 맞지?”
“네. 맞아요.”
“그렇구나. 음, 그나저나…….”
미미르가 뭔가 찝찝하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렸다.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건가?
“그, 일단 말 좀 편하게 해 주면 안 될까?”
“예?”
“앞으로 계속 볼 텐데, 언제까지고 존대하는 건 좀 그렇잖아. 그니까 편하게 가자, 이 말이지.”
미미르는 격식이나 격조 같은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 듯하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할게.”
“쿨해서 좋네. 굿굿.”
미미르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나저나 계승자. 너 되게 운 좋다?”
“운이 좋다니?”
“2서클에 나를 찾은 거 말이야. 운 좋다고. 보통 이렇게 빨리 찾진 못하는데.”
“그런 의미면, 확실히 운이 좋긴 했지.”
확실히 미미르의 서를 찾은 건 행운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긴 하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아무튼 축하해. 이걸로 최소 5서클까지는 아무 문제없이 쭉쭉 갈 수 있겠네.”
“5서클까지?”
“응.”
“무슨 의미야?”
“말 그대로의 의미인데?”
미미르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한쪽 선반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곤 곧바로 한 권의 책을 뽑아서 내게 던졌다.
“백문이 불여일견. 읽어 봐. 그럼 알 거야.”
갑자기 뜬금없이 뭔가 싶었지만, 일단 읽어 보라니까 읽어 보기로 했다.
“어?”
그리고 첫 페이지를 넘긴 순간, 내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공진의 상세 이론?”
이 책은 이드레드의 서에는 적혀 있지 않던 공진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내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설명도 굉장히 자세하고.
서클값의 변화에 따른 공식도 굉장히 세세하다.
“이곳에는 이드레드의 서에 미처 담지 못했던 정보들로 가득 차 있어. 지금 네가 읽고 있는 책들 같이.”
“이드레드의 서에 담지 못했다는 건 또 무슨 말이야?”
“그것도 말 그대로의 의미야. 시험의 페이지 수록으로 인한 처리량 과다. 계승자 확인을 위한 점유율 과다. 그 외 기타 여러 가지의 이유로 이드레드의 서엔 딱 필요한 정보밖에 담을 수 없었어.”
“아.”
정보량, 점유율 과다로 인한 정보 축소. 이해했다.
“이드레드의 서가 요약 정리본이라면, 이곳은 일종의 교과서와 참고서라고 보면 돼. 요약정리만으론 알 수 없는 것들을 세세히 풀어서 설명해 둔 전문가용 전공서적이라고 해야 하려나.”
참고서.
좋은 비유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이건 참고서다.
그것도 진짜 전문가들을 위해 존재하는 TMI 참고서.
이 책은 이드레드의 서에 기록된 5페이지 남짓한 공진에 대한 이론을 700페이지로 늘려 설명하고 있다.
“여기 있는 책들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는 굳이 더 설명할 필요 없지? 네 눈으로 지금 확인하고 있으니까.”
페이지를 넘겼다.
“여기 있는 책들. 모조리 이런 밀도의 정보를 담고 있는 거야?”
“맞아.”
딱 봐도 백 권은 넘어 보이는데.
그 책들이 전부 이런 수준이라는 거지?
“내 성취가 올라갈수록 책은 점점 많아지는 거고?”
“마법이 어려워지는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워.”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온다.
대박이네 진짜.
“어때? 이제 내가 왜 최소 5서클까지는 쭉쭉 갈 수 있을 거라고 했는지 알겠지?”
“어. 무슨 의민지 정확히 알았어.”
미미르의 서는 내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엄청난 책인 듯하다.
아마도 이드레드의 서 만큼이나 말이다.
‘진짜 두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합격하는 건 일도 아니겠는데?’
이런 양질의 정보를 지니고도 합격하지 못한다면, 그건 그냥 멍청한 거다.
* * *
금요일 아침.
나는 간만에 세상 개운한 기분으로 등굣길에 올랐다.
수면 시간은 한참 부족했지만, 피로 따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79개라니.’
79개.
어제 새벽에 두 번째 시험을 치르며, 발동시키는 데 성공한 마법진의 수다.
저번 시험에선 고작 25개의 마법진을 발동하는 게 한계였는데.
고작 하루 사이에 세 배 넘게 뛰었다.
지금까지의 고생이 뭐였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진보였다.
‘빠르면 오늘 밤. 늦어도 내일까진 무조건 통과할 수 있어.’
이러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만약 미미르의 서를 못 얻었다면, 합격까지 못해도 3주는 걸렸겠어.’
30번째 마법진을 발동하는 것과 70번째 마법진을 발동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만큼의 난이도 차이가 있었다.
대체 뭔 수식을 그리 난해하게 구성해 놨는지.
진짜 과장 하나도 안 보태고 3배는 더 어려웠다.
‘90번대 마법진은 이것보다 훨씬 더할 테고.’
미미르의 서에서 공진에 대한 세부 정보를 얻지 못했다면 그걸 넘어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을지.
상상도 하기 싫다.
‘두 번째 시험도 시험인데, 세 번째 시험은…….’
어우.
살짝 상상만 했을 뿐인데 오한이 들었다.
일단 확실한 건 올림피아드 전까지 4서클을 달성하는 건 무리였을 테지.
‘미미르의 서. 진짜 물건은 물건이란 말이지.’
고작 두 권의 책을 읽었을 뿐이지만 단언할 수 있다.
미미르의 서는 사기다.
그것도 그냥 사기가 아니라 개사기다.
‘스승님… 그 위대한 대마법사가 지식의 보고라고 표현할 만해.’
대체 무슨 설명이 그렇게 자세하고, 또 친절한지.
마치 족집게 강사가 따로 붙은 느낌이었다.
너무 유익하고 재밌어서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후. 다른 책도 빨리 읽고 싶네.’
양질의 지식을 마음껏 탐닉할 수 있다는 것만큼이나 호화로운 축복이 달리 또 있을까.
어서 그 감각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재밌어 보이는 타이틀이 엄청 많았는데.’
아, 벌써부터 설렌다.
그렇게 아직 읽지도 않은 책들에 대한 걸 떠올리며 교실로 향했다.
* * *
금요일 모든 수업이 끝나고.
나는 아버지의 부름을 받아 본가로 향했다.
두 번째 시험 합격이 코앞에 있기도 하고, 오늘은 하루 종일 미미르의 서와 이드레드의 서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아쉽다.
‘하필 오늘이라니.’
약속이 내일이면 좋았을 걸.
그렇게 생각하니 아쉬움은 더 커져갔다.
‘이것도 나름 중요한 일이긴 한데…….’
오늘 내가 친가에 방문하는 이유는 마석 채굴권 획득에 관한 상을 받기 위함이다.
마석 채굴권 절반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권리를 손에 넣은 만큼 상당한 상을 받을 수 있을 테지.
‘아, 상이고 뭐고 그냥 미미르의 샘이나 가고 싶다.’
진짜 아버지의 부름이고, 상이고, 다 무시하고.
그냥 이드레드의 서에 들어가서 두 번째 시험을 치르고 싶다.
‘3서클이 코앞인데.’
3서클에 대한 갈망이 모든 욕구를 압도하고 있었다.
뭐, 마음이 그렇다는 거지 진짜 무시할 순 없지만 말이다.
‘가문의 창고에서 꼭 가지고 나와야 할 것도 있고.’
뭐가 됐던 한번은 가야 했다.
좋게 생각하자.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약 20분이 흘러.
나는 본가에 도착했다.
“안전한 운전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그럼 좋은 하루 되시길.”
차에서 내리자 메이드 한 분이 내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서재에서 가주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나는 메이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익숙한 복도를 따라 쭉 걷다보니, 저 멀리 아버지의 서재가 보였다.
“가주님. 하율 도련님께서 오셨습니다.”
“들어오도록.”
“예.”
메이드가 서재의 문을 열고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났다.
“앉거라.”
서류 작업에 몰두하고 계시던 아버지가, 내게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그렇게 말했다.
“네.”
나는 아버지의 말에 따라 다과상이 준비되어 있는 테이블 앞에 앉았다.
아버지는 여전히 내게 시선 한번 돌리지 않고 서류 처리에 집중하셨다.
마법 처리가 된 문서에 아버지의 고유 마나에 반응해 작용하는 마법 도장을 찍는다.
그것을 약 10번 정도 반복했을까.
서류와 도장을 책상 위에 내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오셨다.
그리곤 내 앞에 앉아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꺼내셨다.
“이전 건과는 달리 100% 네 덕분에 얻은 지분은 아니긴 하다만, 네 공이 반 이상이었다는 건 명백한 사실. 이전 건과 합쳐 마석 채굴권 지분 26%는 네 공이다.”
“네.”
이 일에 내 공이 절반이라는 것도 사실 잘 쳐주신 거다.
이번 일은 아버지의 재빠른 행동과 깔끔한 정보 은폐가 아니었으면 그냥 백가의 몰락으로 끝났을 일이다.
계기는 나였을지언정, 마석 채굴권 20%는 사실상 아버지가 만든 거나 다름없다.
“네 덕에 큰 이득을 얻었으니, 그에 합당한 상을 내려야겠지.”
아버지가 진중한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원하는 게 있느냐.”
“네. 있습니다.”
“뭐지?”
아버지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이번엔 또 어떤 톡톡 튀는 말로 자신의 뒤통수를 후릴까.
그런 기대를 하시는 듯한 눈빛이었다.
“가문의 창고 최심부에 보관 중인 고대의 유산을 원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딱히 톡톡 튀는 말을 할 생각이 없다.
“……고대의 유산?”
아버지가 다소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것이 역사적 가치 외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걸 알고 하는 말이냐.”
“네. 알고 있습니다.”
고대의 유산.
말 그대로 유물이다.
마법적인 처리가 되어 있는 일종의 아티팩트이기는 하나, 성능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
아버지의 말처럼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유물.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가문의 비보.
값비싼 골동품.
그게 고대의 유산에 대한 세간의 평가다.
“설마 고대의 유산에 비밀이 남아 있을 거라는 헛된 망상을 진짜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고대의 유산에는 여러 가지 소문이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게 바로 고대의 유산에는 진정한 힘이 잠들어 있다는 소문이다.
“그건 헛소문이다. 고대의 유산엔 아무런 가치도 없다. 옛 마법은 낡은 마법일 뿐이며, 신화는 허구로 치장된 이야기일 뿐이야.”
물론 소문일 뿐이다.
그냥 고대의 유산들이 외견만은 엄청나게 훌륭하기에,
신화 속에 등장하는 유산들도 있기에 그런 소문이 퍼졌을 뿐.
지금까지 고대의 유산에서 뭔가가 나온 적은 없다.
그렇기에 아버지가 저렇게 말하시는 거다.
“아뇨.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고대의 유산에는 확실히 뭔가가 있다.
“저는 고대의 유산에 대한 전설도, 신화 속 이야기도 모두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승님의 마법이자 내 마법.
바이테너식이 그 증명이다.
바이테너식이 이렇게 대단한데, 바이테너식이 존재하던 시대에 탄생한 아티팩트가 별거 아닐 리가 있겠는가.
‘미미르의 샘에서 읽은 책에 고대의 유산을 의미하는 듯한 문장도 종종 보이기도 했고.’
고대의 유산에는 분명 무언가가 있다.
“……아직 어리긴 하구나. 그런 허무맹랑한 전설을 믿다니.”
아버지가 진심으로 실망하신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좋다. 그게 네 선택이라면 존중해 줘야겠지. 이번 일에 대한 상으로 고대의 유산을 주겠다.”
“감사합니다.”
“단, 가져갈 수 있는 건 딱 하나 뿐이다. 알고 있겠지?”
“예. 알고 있습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들이 그러하듯, 고대의 유산도 가치만큼은 엄청나다.
마석 채굴권 지분 26%라는 어마 무시한 돈으로도 하나밖에 살 수 없을 만큼 말이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후회는 안 하겠지?”
“네.”
내 의지는 확고하다.
나는 우리 가문의 창고 최심부에 보관되어 있는 고대의 유산.
“저는 가문의 보물고에 잠들어 있는 고대의 유산, 레이 벨 바이테너의 로브를 원합니다.”
레이 벨 바이테너의 로브.
스승님의 로브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