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1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11화(311/466)
심연의 해역이 폭주하게 된 원인은 마나의 범람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몬스터의 범람 때문이라고 해야겠지.
해역 내 풍부한 마나는 새로이 몬스터를 탄생시켰고, 그렇게 탄생한 몬스터에게서 추가로 뿜어져 나오는 마나는 해역의 마나를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풍부해진 해역의 마나는 더욱 빠르게 몬스터를 잉태시켰고.
몬스터의 증가로 다시금 해역의 마나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이 순환의 결과가 바로 지금 이 상황이다.
범람하기 시작한 마나는 해류를 따라 자연스레 남하하기 시작했고.
마나의 유출을 따라 몬스터들 또한 남하하기 시작했다.
이게 현, 심연의 해역 폭주 사건의 전말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사태는 한국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방치가 불러일으킨 참사다.
해역이 조용하다고 해서, 십수 년이나 방치한 게 문제였다.
주기적으로 몬스터들을 토벌하기만 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꾸준히 조사만 했더라도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거다.
몬스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만 미리 파악했다면 미리 대응책이라도 세워 둘 수 있었을 테니까.
‘그나마 나한테 해결 방법이 있으니까 망정이지.’
만약 내가 중립의 고리를 엮는 게 조금만 늦었다면, 그땐 진짜 손도 발도 쓰지 못하고 죽음을 기다려야 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번 일을 대충 처리한 관계자에게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담당자 이름이 송한수였나.’
아니, 조사를 안 했으면 안 했다고 똑바로 말하던가.
왜 1달 전 보고서로, 심연의 해역에 아무런 이상 없음. 같은 걸 써 놔서.
이번 사건이 모두 해결되면, 내 반드시 그 송한수라는 공무원에게 제제를 가하리라.
저 사람의 대충대충 버릇 때문에 대체 몇 명이 죽을 뻔한 건지.
분노가 절로 치밀어 오른다.
키에에에에에에-!
그렇게 한숨을 쉬고 있던 중.
잠잠하던 몬스터 한 마리가, 돌연 튀어 올랐다.
다른 놈들은 아직도 거리를 둔 채로, 경계만 하고 있는데 이놈은 겁이 없나?
나는 그대로 역천의 마나를 몬스터의 쪽으로 흘렸다.
아주 조금.
지금 해역에 불어넣고 있는 마나의 극히 일부.
1% 정도의 마나만을 놈의 아가리에 쑤셔 넣었다.
푸화아아아아악!
마나가 흡수됨과 동시에 피를 뿜으며 숨이 멎었다.
“미호 넌 좀 쉬고 있어.”
나는 놈의 시체에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내 뒤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경계하고 있는 미호를 바라봤다.
“여기까지 진행된 이상, 몬스터들이 수십, 수백 마리가 와도 내 털끝 하나 못 건드려. 그니까 좀 쉬고 있어.”
방금 전, 몬스터의 습격에 곧장 대응하려 신경을 곤두세웠던 미호가, 내 말에 다시 기세를 가라앉혔다.
“괜찮으니까 조금만 쉬고 있어. 금방 끝나니까.”
미호가 일순 불만스럽다는 듯이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런 표정도 잠시.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호의 입가에서 거친 숨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온다.
지쳤다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아서 필사적으로 숨을 참아내고 있지만, 내 감각을 속일 수는 없었다.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힘이 어느 정도 약해지기도 했고.
‘미호는 이미 한계야.’
미호는 이 이상 싸울 수 없다.
방금 전, 격전을 펼치며 이미 소모할 대로 소모해 버렸다.
혼불 같은 고위력 마법을 그렇게 난사했으니 퍼지지 않을 리가 없었다.
지금의 미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애초에 여기까지 온 이상, 미호가 할 일은 더 없긴 하지만.’
이미 미호는 본연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 냈다.
다음은 내 차례다.
‘이제 슬슬…….’
해역에 마나를 한층 더 쏟아부었다.
내가 쏟아낼 수 있는 최대한의 출력으로, 내가 버텨낼 수 있는 최대한의 위력으로.
내 인피니티 서클을 역순환하는 마나를 그대로 해역에 쏟아부었다.
‘뚫렸다.’
빗물이 연이은 낙하로 바위를 뚫고 들어서는 것처럼.
내 마나는 일점에 집중되어, 해역의 통로로 이어지는 마나로를 꿰뚫었다.
‘이 통로에 내 마나를 모조리 집중시켜서…….’
주사바늘 같은 형태로 해역의 마나로에 박혀 있던 내 마나가, 빠르게 해역의 마나로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역순환의 기운을 품은 ‘역천’의 마나가 서서히 마나로를 잠식해나간다.
‘2%, 아니. 3% 정돈가.’
그래 봐야 마나로를 타고 흐르는 마나 대비, 내 마나는 태양 앞의 반딧불이 정도밖에 되지 않기는 한데…….
이 정도면 충분하다.
‘돌아라. 반대로 돌아!’
내 마나는 평범한 마나가 아니라, ‘역천’의 마나.
반대로 회전하는 것을 익히고, 학습한 역회전의 의지를 품은 마나다.
‘여기가 아니야.’
‘방향이 반대야!’
‘반대로 돌아!’
‘반대는 너희야!’
해역 깊숙한 곳에서, 마나가 서로 충돌하는 게 느껴진다.
해역이라는 의지 없는 자연에서 태어났기에 아무런 의지를 지니지 않은 해역의 마나는, 확고한 의지를 지닌 내 마나에 반항하지 못했다.
‘반대구나!’
‘반대였어!’
‘반대래!’
내 마나의 의지는 그대로 해역의 마나로에 스며들어 있는 마나에 영향을 끼쳤다.
‘반대로 가!’
‘반대반대!’
그렇게 다시 감화된 마나가, 또 다른 마나를 감화시키고.
그렇게 감화된 마나가 또 다른 마나를 감화시켰다.
내 의지는 순백의 도화지 같던 마나를 천천히 물들여가기 시작했다.
‘이걸로…… 마무리!’
그리고 그 순간.
쿠우우우우웅-!
무언가가 요동치는 소리가 들렸다.
하늘이 울부짖는 듯한, 바다가 오열하는 듯한 그런 소리가 천지를 가득 채웠다.
쿵!
이어 마나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범람하여 남하하는 마나와.
내 의지를 품고 역류하는 마나.
정반대의 흐름을 지닌 마나가 그대로 충돌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 해역 내, 모든 마나가 움직임을 멈췄다.
* * *
‘말도 안 돼…….’
마나가 멈춘 듯한 착각이 든 직후.
테룬은 곧장 베히모스의 등에 올라타, 언제든지 신하율을 도우러 갈 준비에 임하고 있었다.
마나를 멈춘다는 게 일개 인간이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기에.
뭔가 문제가 생겨서 저런 현상이 발생한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서 지원을 갈 준비에 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해역의 흐름 자체를…… 그냥 멈춰버렸어.’
모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마나가 멈춘 건, 뭔가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신하율의 행위에 반발해, 추가적인 마나 재해가 일어날 징조 따위가 아니었다.
‘일개 인간이…… 혼자서 해역 전체의 마나를 멈추다니.’
그냥, 이 현상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신하율의 목적이었다.
일개 마법사 한 명이, 마나 재해라는 대처 불가능한 재해를 홀로 막아냈다.
“……미친 거야?”
너무 어이가 없어서 순간 욕이 튀어나왔다.
대체 어떤 뇌구조를 하고 있으면, 해역의 마나를 멈춘다는 미친 생각을 떠올릴 수 있는 걸까.
보통은 그런 거, 상식적으로 가능할 리가 없다고 지레 결론내고, 다른 생각을 하지 않나?
‘저건 사고가 유연하다는 수준이 아니잖아.’
신하율의 사고가 유연하면서도 굳건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니, 만약 그렇게 하면 된다고 떠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쳐. 근데 그걸 진짜 실행해 내면 어쩌자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어이가 없다.
저런 생각을 한 것도.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것도.
모두 다 이해가 안 간다.
‘기만자.’
그때 문득 아까 전에 신하율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거라며.’
자세한 방법을 설명할 시간은 없다고, 일단 보라고, 테룬이라면 한눈에 원리를 파악할 거라고 했었던가.
‘알긴 개뿔. 하나도 모르겠구만.’
알겠는 건, 그냥 해역에서 남하하여 흐르던 마나를 그대로 멈췄다는 것뿐이다.
마나의 흐름을 막는 것으로, 몬스터들이 저 장소 이상으로 내려오지 않게 만들어, 제주도를 위험에서 구했다.
테룬이 이해한 건 딱 여기까지가 끝. 결과는 이해했지만, 그 과정과 원인은 1%도 이해하지 못했다.
‘해역의 마나를 대체 어떻게 멈춘 건데?’
해역의 마나에 비하면 일개 인간의 마나는 태양 앞의 반딧불이밖에 안 된다.
지금 신하율이 한 행위는, 반딧불이가 태양과 싸워서 이긴 것 같은 행위다.
지금 이 상황은 그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몬스터들을 일격에 쓰러트리던 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
아까 전, 4서클 이하의 출력만으로 몬스터들을 일격에 즉사시키던 이해할 수 없는 마법.
혹시 그 마법에 비밀이 있는 게 아닐까.
둘 다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라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고.
관계가 있다고 가정지어서 생각해 봐도 나쁘진 않을 테지.
애초에 그거 말고는 따로 떠오르는 가설도 없고.
‘몬스터들이 피를 뿜으며 자멸시킨 마법과, 해역의 마나를 멈춘 것 행위 사이의 공통점…….’
테룬이 곧바로 상념에 잠겨들었다.
지금껏 눈으로 본 것과, 느낀 것, 그리고 얻은 것들을 총 망라하여 가설을 정돈한다.
‘손의 접촉?’
신하율이 몬스터를 처리할 때는, 꼭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해역에 무언가 이상한 짓을 할 때도, 수면 위에 쭈그려 앉아 손을 가져다 댔었다.
‘나쁘지 않은 접근이야.’
비약적이긴 하나, 나쁘지 않은 접근이었다.
테룬이 생각을 이어갔다.
‘지근거리에서 손을 접촉시켜야 사용할 수 있는 방법……. 뭐가 있을까.’
테룬의 표정에선 일말의 불안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언제 초조해 했었냐는 듯이, 말끔한 표정이다.
‘접촉만으로는 힌트가 너무 부족한데……. 이따가 돌아오면 슬쩍 떠 볼까? ……아니지. 혹시 비밀을 알려 줄 수도…….’
해역의 남하가 멈췄다.
말인즉, 제주도는 위기에서 벗어났다.
테룬이 불안해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테룬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시선으로 저 멀리, 공중에 떠 있는 신하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핥았다.
‘적어도 같이 있으면, 지루할 일은 없을 것 같아.’
미미르 논문에 관한 연구가 끝나면, 다시 독립할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꽤나 오래 붙어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테룬이 다시금 입술을 핥으며 작게 미소 지었다.
―지지지지… 지직!
그때, 테룬이 어깨에 걸어 둔 무전기에서 노이즈 소리가 들렸다.
신하율이 맡기고 간 무전기.
여기서 노이즈 소리가 난다는 건…….
‘서울 쪽과 연결이 됐다!’
혹은 소피아 아네체프리와 연결됐을 가능성도 있다.
테룬이 곧바로 무전기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무전기에 대고 말을 하려던 바로 그때.
―래피드. 남해로 가.
“……어?”
무전기 너머에서 들려온 싸늘한 목소리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여성의 목소리.
무전기 너머, 노이즈가 가득 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신하율은 거기 있어.
그 순간, 테룬의 눈이 부릅떠졌다.
저 살기등등한 목소리로 보아, 지원을 보내려는 건 아닐 터.
그 말은…….
‘적?’
이 목소리는 적의 목소리일 확률이 크다.
―확인. 후딱 가서 죽이고 올게.
‘역시 적이야!’
죽인다.
확실하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건 적의, 흑마법사들의 무전이다.
‘어떻게 전파가 연결돼서, 이 무전에 적의 목소리가 잡힌 건진 모르겠는데…….’
뭐가 됐던 무전을 도청할 수 있게 된 건 운이 좋았다.
‘습격자가 올 거야. 그 전에 도망가야 해.’
흑마법사들은 서울에 진을 치고 있다고 했으니, 제 아무리 빨리 이동한다고 쳐도 여기까지 오는 데 1시간은 족히 걸릴 터.
그 사이에 베히모스를 타고 도주하면 된다.
해역의 폭주가 멎어서, 베히모스를 타고도 충분히 도주할 수 있다.
“신하율―!”
테룬의 목소리에 신하율이 반응했다.
왜 그러시나요? 라는 표정으로 테룬을 바라본다.
테룬이 무전기를 들고 다급한 표정으로 어서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테룬의 표정으로 말미암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듯.
신하율이 표정을 굳히고 테룬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최대한 빨리 처리 부탁해.
―걱정 마.
무전기에서 다시금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 전보다 훨씬 또렷한 목소리.
―도착까지 30초. 처리하는 데 10초. 1분 내로 죽여 줄 테니까. 알잖아? 내 코드네임이 왜 래피드(Rapid)인지.
득의양양한 웃음소리와 함께, 자신으로 넘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코드네임, 래피드……. 이름만 들어선 속도에 장점이 있는 간부 같긴 한데……. 어디 있길래 30초면 여기에 도착한다는 거지?’
그렇게 빠르게 가까워지는 신하율을 보며, 테룬이 생각에 잠겼을 때였다.
―보인다. 남자 한 명이랑 웬 거대한 여우. 그리고 좀 거리가 떨어진 위치에 있는 여자랑…… 저건 베히모스인가?
이어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에 테룬의 눈이 부릅떠졌다.
‘보고 있어?’
남자는 근처에 있다.
적어도 우리가 보이는 위치에 있다.
“신하율……! 적이 와! 어서 도망……!”
그렇게 테룬이 크게 소리치려 할 때였다.
“……!”
돌연 신하율이 경악한 표정과 함께, 몸을 비틀며 방어 마법을 시전했다.
카아아아아아앙-!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모를 단도가 신하율의 방패와 격돌하여, 귀를 찢는 충격음을 자아냈다.
“와우. 이걸 막았어?”
무전기에서 들린 목소리와 똑같은 목소리.
‘저 남자가 래피드?’
코드네임 래피드.
“이거, 아무래도 10초는 물건너간 거 같은데?”
그가 신하율을 바라보며 입술을 핥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