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1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15화(315/466)
현재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확실히 이해했다.
“김강인 님도 김강인 님이지만, 섀도우도 섀도우군요. 둘 다 두뇌 회전이 범상치않네요.”
현재 상황을 100% 이해하고,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각한 뒤, 곧장 세인 비노슈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행동으로 옮긴 김강인 님.
그리고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김강인의 행동까지 예측하여, 김강인에게 접선한 섀도우.
두 명의 적절한 대응이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천재일우의 찬스로 바꾸었다.
요약하자면 이런 말이었다.
“글쎄. 둘 다 훌륭한 대응이긴 했다만, 더 훌륭한 대응을 보인 사람을 꼽으라면 섀도우. 그놈이겠지.”
“그렇긴 하죠. 섀도우가 그 타이밍에 김강인 님께 접선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내 도착이 30분은 늦어졌을 거다. 그렇게 됐다면 넌 이미…….”
“저는 망자가 되어 구천을 떠돌고 있었겠네요.”
세인 님은 섀도우의 그림자 마법을 타고 한국까지 날아왔다.
만약 섀도우가 그 타이밍에 움직이지 않았다면 세인 님의 도착은 수십 분 이상 더 늦어졌을 거고.
나는 그대로 래피드에게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섀도우가 아니었으면 소피아 님에게 현 상황을 알리는 것도 불가능했을 테고요.”
스파이 일제 소탕이라는 극비 중의 극비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소피아 님 쪽과 연락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섀도우 덕분이다.
세인 님의 말마따나 섀도우의 역할이 더 주요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것만이 아니다.”
세인 님이 팔짱을 낀 채로, 살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지금 섀도우는 헤르메스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하늘을 보는 게 아니라, 저 하늘 위에 있는 위성을 보고 계시는 거였던 모양이다.
“섀도우가 헤르메스와……?”
순간 경악했으나, 이내 납득했다.
“아……. 그래서 래피드의 무전에도 헤르메스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거군요.”
“그래.”
아까 전, 세인 님은 래피드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그쪽도 그쪽 나름대로 바빠서, 네게 신경 써 줄 여력이 없을 거다.
라고 말이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가 싶었는데.
이런 말이었구나.
“그럼 현재 흑색 마탑의 눈과 귀는 진짜 완벽하게 봉쇄되었다는 말이네요.”
세인 님이 무언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관건은……. 서울 쪽의 습격을 얼마나 완벽하게 막아내느냐랑…….”
“본대 쪽이 무사히 흑마도왕을 처리하는 데 성공하느냐. 이 두 가지겠지.”
세인 님이 다시 시선을 내려, 나와 눈을 맞췄다.
“원래는 이곳. 해역에서 쏟아지는 몬스터의 범람을 버텨내는 것 또한 하나의 난제였다만…….”
세인 님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픽 웃었다.
“설마 해역의 폭주 자체를 막아 낼 줄이야.”
장난 반, 감탄 반의 감정이 듬뿍 담겨져 있는 눈빛이었다.
“그런 신기를 선보였으면서, 내 얼굴에 그리 금칠을 했단 말이지.”
“그건 그렇게까지 대단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걸 어디부터 어떻게 말을 해야 하지?
“대단한 게 아니긴 무슨.”
그때, 테룬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코웃음을 쳤다.
“남해 일대의 마나가 동시에 멈추는데, 진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호오. 이 방대한 마나가 모조리 움직임을 멈추었단 말이더냐.”
“예. 쟤가 이렇게 손을 휙! 움직이니까 그대로 마나가 멈추더라니까요?”
테룬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꿈꾸는 소녀 같은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저건 그렇게 귀여운 느낌이 아니다.
새로운 연구 대상을 발견한 과학자 같은 표정.
이게 딱 적절한 표현이겠지.
“과연. 혼자서 이 일대의 마나를 완벽하게 컨트롤 했단 말이지…….”
세인 님이 눈을 빛내며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아주 흥미롭다는 표정이다.
“과연 스승이로다. 이 정도는 해야 나, 세인 비노슈의 스승이라 할 수 있지.”
“그게 아니라…….”
“자, 잠시만요. 스, 스승이요?”
내 말을 끊고 테룬이 소리쳤다.
“신하율이 스승이라고요?”
“그래.”
“아니 저, 그건…….”
뭔가 얘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거 같아서 잽싸게 끼어들었다.
“설마 검을 사사한 스승이라는 건 아니죠?”
그러나 테룬이 또 다시 내 말을 끊었다.
내 말은 아예 들을 생각도 없는 듯하다.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검사가 검 외에 무엇을 배운단 말이냐.”
테룬의 눈이 이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세, 세인 비노슈에게 검을 가르쳐……?”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나를 괴물 보듯이 바라본다.
“바다 일대의 마나를 컨트롤할 수 있는 마법 실력에…… 세인 비노슈에게 검을 사사할 수준의 검 실력까지……?”
“저, 테룬 님. 아무래도 오해하시는 거 같은데…….”
오해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다시 한번 말을 꺼내려 했으나.
“거기에 더해,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만큼의 지능까지…….”
“…….”
소용없었다.
테룬은 이미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든 것으로 보인다.
아예 내 말이 안 들리는 거 같은데.
“너. 대체 정체가 뭐야? 평범한 18살이 마법, 검술, 학문 세 가지를 모두 거기까지 다룰 수 있을 리가…….”
테룬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
이미 한계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더 눈이 커질 수가 있구나.
“서, 설마 너도…… 나처럼 누군가의 기억을 전승받은 거야?”
“기억의 전승?”
세인 님의 눈이 다시금 환하게 빛났다.
기억의 전승.
그 단어에 흥미가 솟구치신 것이리라.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그 논문도 이해가 가.”
테룬은 그런 세인 님의 눈빛 따윈 느껴지지도 않는다는 듯.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가정하면…… 맞아. 확실해. 미미르 논문의 의의도…….”
“…….”
뭐라 말도 안 나온다.
아니, 뭐라 말을 해도 의미가 없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뭐.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저대로 놔둬야지.
오해를 푸는 건 나중에 해도 된다. 지금은 오해를 푸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다.
“세인 님. 그럼 저흰 어떻게 할까요?”
“음?”
세인 님이 상념에서 벗어나, 내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완벽하게 해결 된 거라곤 못 하겠습니다만, 해역의 폭주는 일단 해결됐습니다. 적어도 이번 일이 모두 끝나기 전까진 안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보이는군.”
남해의 문제는 해결되었다.
해역의 폭주와 래피드의 습격.
양쪽 모두 해결되어, 모든 위협이 사라졌다.
“지금 저희가 남해에 남아 있을 이유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세 가지 사건 중, 심연의 해역 폭주 사건은 일시적으로나마 종결되었다.
“서울로 지원을 가거나, 흑마도왕에게 간 본대에 지원을 가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서 움직이자?”
“예.”
“적절한 판단이로군.”
선택지는 둘.
서울 쪽 지원.
혹은 소피아 님 쪽 지원.
“그래. 어디로 지원을 갈 생각이지?”
세인 님이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내 눈을 직시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리는 게 옳을까.
두 선택지 모두 나름의 일장일단이 있어서, 뭐가 정답이랄 건 없다.
‘어떤 선택이 최선이고, 어떤 선택이 차선인가.’
생각 외로 결론은 금방 나왔다.
“저는…….”
내 대답에 세인 님의 눈이 찬연한 빛을 내뿜었다.
* * *
흑색 마탑의 본거지.
소피아 아네체프리를 포함한 30명가량의 고위 마법사들이 숨을 죽이고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네요.”
흑색 마탑이란 이름에 걸맞게 온통 흑색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마탑.
거대 범죄 조직의 본거지답게, 최소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 가량의 흑마법사들이 진을 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수십 명의 흑마법사는커녕, 개미 한 마리 찾아 볼 수가 없다.
“소피아 님. 이미 눈치 채고 도망간 거 아닐까요?”
녹색 마탑주, 민가연이 조심스레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 정도로 아무것도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어지간한 범죄 조직의 본거지면 모를까, 무려 흑색 마탑의 본거지인데.
이 정도로 조용하다는 건, 이미 눈치 채고 도망갔다는 게 아닐까.
“아뇨.”
그러나 소피아의 생각은 달랐다.
“흑마도왕. 그는 자신의 성을 버리고 도망 갈 사람이 아니에요.”
소피아는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흑마도왕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한다.
흑마도왕이 도주 같은 선택을 했을 리가 없다.
“그는 이 탑의 꼭대기에 앉아, 오만한 자세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검은 왕좌에 앉아, 다리를 꼬고, 턱을 괸 채로.
세상 모든 것을 깔아보는 듯한 눈빛으로 습격자들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소피아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함정이겠군요.”
적색 마탑주, 제임스 필러의 표정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그가 굳이 그런 번거로운 방법을 사용할까 싶습니다만…….”
소피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흑마도왕의 성격에, 굳이 귀찮게 함정 같은 걸 설치해 뒀을까?
그럴 확률은 결코 크지 않을 테지.
“혹시 모르니,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가며 진입합시다.”
하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굳이 흑마도왕이 준비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간부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함정을 설치해 뒀을 수도 있고.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예.”
녹, 적 마탑주를 포함해.
황, 백 마탑주와 각 대마법사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색 마탑주.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맡겨주세요.”
이름 그대로, 백색이 그 누구보다도 잘 어울리는 여인이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가 한 걸음 앞으로 움직일 때마다, 주위에 빛이 팽창하듯이 부풀어 오른다.
빛 마법을 상징하는 백색의 이름을 지닌 마탑주 다운 모습이었다.
‘라이트 서쳐.’
백색 마탑주의 손짓에 서서히 팽창하던 빛이 일제히 팽창했다.
빛의 반사를 이용한 탐색 마법.
빛을 이용해 주위 마탑의 주위는 물론, 마탑 내부까지 동시에 탐색한다.
이 일대를 전부 아우를 정도의 엄청난 광량과 마나.
빛줄기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인다.
과연 백색 마탑주라 불릴 만한 수준의 마법이었다.
“……3층까지 확인해 봤습니다만, 역시 아무도 없네요.”
그렇게 약 30초가량의 시간이 흘러.
백색 마탑주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본디 내부에 아무도 없다는 건, 좋아해야 할 일이지만, 이 정도로 아무것도 없다면 얘기는 다르다.
찝찝하다.
“함정으로 보이는 건 있습니까?”
“일단, 제 감각에 걸리는 건 없었습니다.”
사람만 없는 거면 모를까.
함정으로 보이는 것도 일절 찾아 볼 수 없었다.
덕분에 찝찝함만 배가되고 있다.
“그 위는?”
녹색 마탑주가 물었다.
“3층의 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그 위로 빛을 보내는 게 불가능해.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으면 탐지는 불가능해.”
제 아무리 백색 마탑주라고 해도 이 위치에선 3층을 탐지하는 게 한계다.
“그럼 뭐가 됐던 일단 진입해야 한다는 거군요.”
“……면목 없습니다.”
소피아의 말에 백색 마탑주가 면목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드세요. 3층까지 확인하는 데 성공한 것만으로도 대단하신 겁니다. 훌륭해요.”
소피아가 자애롭게 웃으며 백색 마탑주의 손을 쥐었다.
백색 마탑주가 감동한 표정이 되었다.
마탑주들 중, 그 누구보다도 소피아를 존경하고, 경애하는 백색 마탑주인만큼, 감동은 더더욱 컸다.
“그럼 일단 뒤로 물러나세요. 다음은 저희가 1층까지 진입한 후에…….”
그렇게 소피아가 백색 마탑주를 다시 후방으로 돌리려 할 때였다.
‘어둠!’
돌연, 흑색 마탑의 내부에서 어둠이 흘러나왔다.
그 누구도 느끼지 못할 속도로.
소피아만이 아주 살짝 불안감을 느꼈을 수준의 빠르기로.
어둠이 백색 마탑주를 덮쳤다.
“어리석은 것.”
그리고 다음 순간.
백색 마탑주는 소멸했다.
“네 난잡한 빛 때문에 아끼던 도자기가 깨져버렸잖느냐.”
소피아와 맞잡고 있던 양손만을 남긴 채,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 죄. 네 목숨으로 갚거라.”
소피아가 팔만 남은 백색 마탑주를 떨리는 눈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흑색 마탑의 입구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어둠과 시선을 맞추었다.
“흑마도왕…….”
어둠으로 전신을 무장한, 검은 남자.
“그와는 별도로…….”
은연중에 흘러나오는 마나가, 모두에게 긴장과 공포를 선사하고 있다.
“환영하마. 소피아 아네체프리.”
그가 무감정한 목소리로 소피아를 반겼다.
“진심으로.”
살벌하게 요동치는 어둠의 형상.
마치 심연 속 악마가 희열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