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16)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16화(316/466)
헤르메스의 작업실.
헤르메스는 난데없는 섀도우의 습격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어! 처음부터 의심스럽다 싶었는데. 역시 내 생각이 맞았잖아!”
헤르메스가 분개했다.
흑마도왕이 사토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배신자가 아니라고 단언해서, 일단 의심을 접었었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어필했어야 했는데!’
헤르메스가 이를 갈았다.
“헛소리. 너는 내가 섀도우라는 걸 조금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사토, 아니. 섀도우가 조롱 섞인 웃음과 함께 헤르메스에게 그림자 괴수를 쏘았다.
움브라의 신물은 이미 섀도우의 몸속에서 사라진지 오래지만, 신물이 깃들어 있었던 만큼 그 힘의 잔상만큼은 어느 정도 남아 있다.
이전처럼 터무니없는 규모의 그림자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림자를 다룬다는 그 특색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내가 레비의 뒤통수를 친 배신자라고만 생각했을 뿐.”
섀도우의 힘은 아직 현역이라 부르기 충분하다.
물론 전성기 대비, 2할 이상의 전력밖에 지니고 있지 않지만.
전투 능력이 그리 높지 않은 헤르메스를 상대하는 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흥!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거든? 나타난 타이밍. 뛰어난 능력. 혹시 섀도우가 변장한 거 아니야? 하고!”
헤르메스가 날아드는 그림자 괴수를 특이한 형태의 마도구로 막아냈다.
반투명한 다각형 형태의 방패.
방패는 섀도우의 괴수를 완벽하게 막아냈다.
“그런 것치곤, 재판 당시 아무런 언급도 없었던 것 같다만.”
“그야……. 신장 차이가 너무 나니까…….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싶어서…….”
헤르메스가 마도구에 묻어 있는 그림자의 잔상을 털어내듯이 휘두르고는 표독스럽게 눈을 빛냈다.
“아무튼 예상은 하고 있었어!”
“흠. 과연. 그렇군.”
섀도우가 방패에 막혀 흩뿌려진 그림자의 잔해를 다시 회수해서 작은 구체로 벼렸다.
“즉, 너는 내가 섀도우라는 것까지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이렇게 쉽게 습격을 용납했다. 이런 건가?”
“그건…….”
헤르메스가 말을 잃었다.
지금 섀도우의 말은 외통수다.
지금 이 타이밍에 섀도우에게 습격을 용납한 이상, 무슨 말을 하던 자기 얼굴에 침 뱉기 밖에 안 된다.
“시끄러워!”
불리한 화제는 피하는 게 상책. 헤르메스가 짜증과 함께 공격 태세로 접어들었다.
헤르메스의 행동에 맞물려, 다각형 방패 모양의 마도구가 소총의 형태로 모습을 바꾸었다.
“내가 네 행동 따위 예측하지 못했을 거 같아? 천만의 말씀! 다 알고서 기다리고 있던 거야!”
대외적으로 헤르메스의 능력은 ‘해킹’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니다.
헤르메스의 능력은 해킹이 아니라 제작.
헤르메스는 그 능력으로 이 세상 그 어떠한 전산망에도 접속할 수 있는 마도구를 제작했을 뿐이다.
“제 아무리 너라고 해도, 내 성에서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이 장소에는 온갖 마도구들이 비치되어 있다.
헤르메스의 아이덴티티나 다름없는 해킹 능력이 인챈트 되어 있는 컴퓨터 형태의 마도구는 물론이고.
방금 전 사용한 마나를 차단, 흡수하는 방패라든지.
지금 사용하고 있는 흡수한 마나를 기반으로 발동할 수 있는 소총이라든지.
전투력이라는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마도구들이 수두룩빽빽하다.
‘다른 덴 몰라도, 여기서만큼은 누구에게도 안 져!’
마도구만 있는 거면 모를까.
만에 하나의 사태를 대비한 마법진도 상당수 설치되어 있다.
이 장소에서라면 다른 간부에게도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스스로 호랑이의 아가리에 머리를 집어넣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해 줄게!”
헤르메스가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과연 세상의 온갖 전산망에 침투하고, 방화벽을 뚫어버릴 수 있는 수준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능력답다고 해야 할까.
헤르메스가 다루는 마총은 여타 평범한 마총과는 격이 달랐다.
연사 속도부터, 위력까지.
어지간한 5~6서클 마법사에 꿀리지 않는 수준의 마탄이 비처럼 쇄도한다.
누가 보면 게틀링건을 이용하고 있는 줄 알 것 같다.
“글쎄.”
5~6서클 마법사가 사용하는 저출력 마법이 초당 수백 발 연사되고 있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
어지간한 고위 마법사라도 식은땀을 흘릴 법한 상황임에도, 섀도우의 표정엔 그 어떠한 동요도 엿보이지 않았다.
“내가 그 정도도 모르고 여기 왔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섀도우가 응집시킨 그림자가 단숨에 팽창했다.
마치 풍선껌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서서히 커져가던 그림자의 장막은 이내 섀도우의 앞을 가득 채울 정도로 커졌다.
“네 마도구에 대한 건, 이미 대책을 세워 둔지 오래다.”
그림자의 장막이 완전히 펴짐과 동시에 총알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저 얇은 장막 따위, 내 앞을 막을 수 없다는 듯이.
성난 멧돼지처럼 달려드는 총탄들.
그 압도적인 숫자의 폭력에 그림자의 장막 따윈,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져 내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유는 강을 다스린다고 하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섀도우의 그림자는 수백, 수천 발의 총알과 격돌했음에도 깨져나가지 않았다.
“총알 따위는 내 그림자를 뚫지 못한다.”
섀도우가 펼친 그림자 장막은 견고함을 앞세워 펼쳐지는 배리어 따위가 아니다.
섀도우의 장벽은 견고함 따위와는 거리가 먼, 껌과 같이 부드러운 성질을 지닌 장막이다.
총알 같은 걸론 저 장막을 뚫을 수 없다.
총알이 바다를 온전히 뚫어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총알은 그림자의 장막에 모든 물리력을 흡수당해, 아무런 힘도 지니지 못한 고철 덩어리로 화할 뿐.
우두두두-!
그림자 장막에 막혀, 그대로 자유낙하하는 총알.
그 모습을 보며, 헤르메스가 경악한 듯이 눈을 부릅떴다.
“너……. 방금 그 마법…… 어떻게…….”
그런 헤르메스의 반응에 섀도우가 픽 웃었다.
“왜 그러지? 내가 이런 컨트롤을 할 수 있다는 게 그렇게 놀라운가?”
“…….”
헤르메스의 머릿속에서 섀도우의 이미지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폭주 마법사에 가까웠다.
그림자라는 거대한 힘을 지녔으나, 그 힘을 50%도 채 활용하지 못하는 반푼이.
그러나 50%의 힘만으로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을 지닌 괴물.
그게 딱 섀도우의 이미지였다.
‘섀도우가 저런 세밀한 컨트롤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그런 섀도우가 갑자기 저런 괴물 같은 컨트롤을 보이고 있다.
헤르메스가 놀라는 건 당연했다.
‘만약 섀도우가 모든 힘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된 거라면…….’
50% 이하의 전력으로도 간부들 중, 상위권의 힘을 지니고 있던 게 바로 섀도우다.
그런 섀도우가 모든 힘을 컨트롤하는 데 성공한 거라면…….
‘절대 못 이겨.’
헤르메스의 등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렸다.
그런 헤르메스를 보며 섀도우가 다시금 입꼬리를 비틀었다.
“걱정하지 마라. 네가 생각하는 것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테니.”
다시금 모든 그림자를 회수한 섀도우가 손바닥 위에서, 이리저리 그림자를 움직이며 나직하게 말했다.
“이건 단지 덜어내고 나니, 무언가가 보인 것뿐이라서.”
그림자의 세밀한 컨트롤이 가능해진 건, 움브라의 신물을 잃어, 힘의 크기 자체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힘의 절대량이 줄었기에 헤르메스가 걱정하는 것 같은 사태는 벌어질 수가 없다.
“……무슨 의미야?”
“말한 그대로의 의미다만.”
섀도우가 손바닥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던 그림자 구체를 다시금 적당히 위에 띄웠다.
“이게 지금의 내 한계다. 이 정도 그림자를 다룰 수 있을 뿐.”
섀도우의 기세가 단숨에 날카로운 검처럼 변했다.
그 기세에 맞물리듯, 단도의 형태로 변한 그림자.
그것이 신기루처럼 일렁이더니, 이내 분열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그림자 성역 같은 건 걱정하지 말고 덤벼라.”
이내 수십 개의 단검으로 변화한 그림자.
이전과 대비해서, 사용하는 힘은 5%도 채 안 되지만, 담겨 있는 위력은 고작 5%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뛰어나다.
“아,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말도록. 만약 내가 그림자 성역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해도, 그림자 성역을 사용하진 않았을 테니까.”
섀도우가 도발의 의미를 가득 담아 비아냥대듯이 웃었다.
“너 따위를 상대로 사용하기엔 너무 사치스러운 마법이라서.”
“…….”
헤르메스의 눈썹이 일순 크게 요동쳤다.
순간적으로 끓어오른 분노를 미처 다 수습하지 못한 반응.
헤르메스가 다소 화가 난 표정으로 섀도우를 노려봤다.
“……까부네.”
헤르메스가 양손을 뻗었다.
그런 헤르메스의 손짓에 작업실 내에 존재하는 마도구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봐 주니까 기어오르고 말이야. 주제파악도 못하고.”
헤르메스는 자신의 전력을 아직 그 누구에게도 발설한 적이 없다.
지금 사용하는 마법에 관한 건 흑마도왕 조차도 알지 못한다.
신중한 성격의 헤르메스다운 마지막 보험.
이 마법을 선보이는 건 최초다.
“기뻐하도록 해. 네가 내 마법의 영광스런 1호 실험체야.”
“……실험체라.”
섀도우의 표정이 한층 더 사나워졌다.
닥터에게 실험체로서 이용당했던 과거가 있는 섀도우에게 실험체라는 단어는 역린이나 다름없었다.
“곱게 죽여 줄 생각이었다만, 생각이 바뀌었다.”
섀도우의 표정이 그림자 보다 더 어둡게 가라앉았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주지.”
섀도우가 자세를 낮췄다.
그런 섀도우의 행동에 맞춰, 주위에 떠 있던 그림자 단도 또한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글쎄. 과연 고통스럽게 죽는 게 누구일까?”
그런 섀도우에 반응하듯이, 헤르메스 또한 반격 태세에 접어들었다.
섀도우가 움직이는 순간이 섀도우의 마지막이 되리라.
헤르메스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
“…….”
바야흐로 일촉즉발의 상황.
누가 먼저 움직이고, 누가 먼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긴장 속.
“또 다시 실패했구나.”
먼저 움직인 건, 섀도우도 헤르메스도 아니었다.
“……!”
“……!”
두 명이 동시에 눈을 부릅뜨며 한 걸음씩 물러섰다.
“이걸로 이제 세 번째 인가.”
부지불식간 솟아난 어둠 덩어리.
미세하게나마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는 칠흑 같은 어둠.
“흐, 흑마도왕 님……!”
‘흑마도왕!’
흑마도왕.
그가 두 명의 사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실패할 것이라 예상하긴 했으나. 이 정도로 처참하게 실패할 줄은 몰랐다.”
흑마도왕이 무감각한 표정으로 헤르메스를 노려보았다.
“실패를 넘어서, 적이 내 왕좌에 침입하는 계기까지 선사할 줄은.”
헤르메스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 그게 무슨…….”
왕좌에 침입해?
누가? 어떻게? 언제?
“그런 것도 모르고 있었나.”
흑마도왕이 마치 축생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으로 헤르메스를 바라보았다.
도축하기 직전의 축생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아직 충분히 써 먹을 데가 있을 것 같아, 처리하는 건 미뤄뒀거늘. 아무래도 내가 너무 물렀던 모양이야.”
“흐, 흑마도왕 님…… 그게 무슨…….”
흑마도왕은 헤르메스를 완전히 무시하고, 섀도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반면 너는……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의 움직임을 보이는구나.”
헤르메스를 향하던 무관심한 시선과는 상반된, 흥미로 점철된 시선.
“놔두면 적당히 이쪽의 정보를 흘려 줘, 썩 괜찮은 긴장감을 유지해 줄 거라고만 생각했거늘.”
헤르메스가 예상 이상으로 일을 못했다면.
섀도우는 예상을 아득히 초월할 정도의 일을 선보였다.
“네 유능함을 미처 예측하지 못한 건, 명명백백 나의 실수겠지.”
한 명의 무능과, 한 명의 유능이 지금 이 사태를 만들었다.
소피아 아네체프리의 습격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일궈냈다.
“내겐 지금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덴, 흑마도왕의 책임 또한 적지 않게 있다.
“그러니.”
흑마도왕이 오른손을 뻗어들었다.
“너희 둘은 먼저 퇴장해 줘야겠다.”
빠르게 팽창하는 어둠.
그림자 따위와는 격이 다른 칠흑이 순식간에 두 명을 감쌌다.
“흑마……!”
“이……!”
두 명이 미처 반응할 새도 없었다.
어둠은 순식간에 두 명을 집어삼켰다.
“너희의 죽음이 이번 사태를 수습할 첫 번째 열쇠이니.”
이미 계획은 어긋났다.
사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라인까지 나아갔다.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제 남은 방법은, 작전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하는 것뿐.
“잠들어라.”
이번 계획의 주요 장기말이었던 헤르메스와 섀도우를 지워버리는 것으로, 모든 걸 백지로 되돌리는 것뿐이다.
“영원히.”
그 말과 함께, 세상에 어둠이 만연했다.
그리고 다음, 어둠이 사라졌을 때. 작업실엔 그 어떠한 인기척도 남아있지 않았다.
헤르메스, 섀도우는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소멸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용해진 작업실의 중심에서.
흑마도왕의 인영이 사라지며, 작업실엔 그 누구도 남지 않게 되었다.
* * *
흑색 마탑의 본거지.
흑탑의 입구.
소피아 아네체프리가 사용한 마법이 흑마도왕에게 직격했다.
그 여파로 신체를 가리고 있는 어둠이 서서히 소멸하기 시작했다.
“……흠.”
어둠이 소멸하고,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 흑마도왕.
20대 중반 정도로밖에 안 보이는 젊은 외견과 날카로운 검은 동공이 도드라진다.
“일부러 봐 주고 있는 건가요?”
소피아가 그런 흑마도왕을 째려보며 물었다.
현재 흑마도왕은 전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마치 다른 데 정신이 팔린 것처럼, 설렁설렁 방어에만 전념할 뿐.
소피아가 저런 말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아니면……. 그게 현재 당신의 한계인 건가요?”
소피아의 예상대로면, 현재 흑마도왕은 진화를 위해 힘을 안정화시키고 있는 상태다.
비유하자면 유충이 나비가 되기 전, 번데기가 되어 힘을 응축하고 있는 상태일 확률이 높다.
만약 그렇다고 치면 지금 흑마도왕은 힘을 빼고 있는 게 아니라, 이게 전력일 확률도 있다는 말이 된다.
“미안하군.”
흑마도왕이 방금 전 공격으로 날려간 어둠에 덩달아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돈하며 픽 웃었다.
“다른 데,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그쪽에 신경을 쓰다 보니 상대적으로 이쪽에 소홀해졌다.”
그 순간, 흑탑의 결계 밖에서 무언가 검은 마나들이 몰려들어왔다.
검은색 안개가 이 주위를 뒤덮은 듯했다.
“허나 걱정 마라. 다른 쪽 일은 방금 막 처리를 끝마쳤으니.”
안개는 순식간에 흑마도왕의 신체로 흡수되었다.
안 그래도 압도적이었던 존재감이, 한층 더 거대해졌다.
“지금부턴. 온전히 너희들에게만 집중할 생각이다.”
흑마도왕의 마나가 팽창했다.
세상을 뒤덮을 기세로.
끊임없이, 무한히 뻗어나갔다.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절망을 보여주마.”
화아아아아아아악-!
솟구치는 마나와 함께, 흑마도왕의 눈에서 시커먼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