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2)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2화(32/466)
아버지는 곧장 레이 벨 바이테너의 로브를 창고에서 꺼내 내게 건네주셨다.
‘부디 그 선택에 후회가 없길 바라마. 그럼 나가 봐라.’
아버지는 그 말을 끝으로 내게 축객령을 내리셨다.
닫히는 문틈 사이로 보이는 아버지의 눈빛은 명백한 실망을 품고 있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아버지의 실망이고 뭐고.
이걸 얻기 위해선 감내해야 하는 일이었다.
‘올림피아드 우승 전에는 못 얻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달리는 리무진의 뒷좌석에서 로브가 담겨 있는 상자를 열었다.
외관만은 훌륭한 고대의 유산들 사이에서, 유일무이하게 외견까지 형편없는 걸레짝 같은 로브.
그런 주제에 마법의 기원이자 최초의 대마법사 레이 벨 바이테너의 이름이 붙어 있는 로브.
‘이게 마석 채굴권 지분 30% 보다 비싸다니.’
이 로브는 역사적으로 형용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다.
만약 이 로브가 마도신가의 창고 내에 보관되어 있지 않았다면, 억만금을 주고도 얻을 수 없었겠지.
‘근데 이거 스승님의 로브가 맞긴 한 건가?’
우리 가문의 창고에 스승님의 로브가 보관되어 있다고 하니, 일단 얻으러 오긴 했는데.
이게 진짜 레이 벨 바이테너, 그 위대한 대마법사의 로브가 맞는지 모르겠다.
외견이 상상 이상으로 볼품없어서 그런가. 진심으로 가품일까 걱정된다.
‘살짝 확인해 볼까?’
나는 기사님의 눈치를 슬쩍 본 뒤, 걸레짝이나 다름없는 낡은 로브를 꺼내 들었다.
‘……통짜 마나 섬유네?’
마나 섬유.
마나석의 세공 기술로, 마나석을 가늘게 뽑아 실의 형태로 만들어야 하는 고난이도 기술이다.
마나 섬유를 다룰 수 있는 장인은 세계에서 3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 정도로 어려운 기술이다.
이 로브는 그 마나 섬유로 제작되어 있다.
그것도 부분적으로 마나 섬유를 사용한 것도 아니라 로브 전체가 마나 섬유다.
‘최상급 마나 섬유도 이 정도는 아니겠는데.’
내가 여태껏 봐 온 마나 섬유들 중에 단연 최고다.
이런 순도와 밀도의 마나 섬유는 난생 처음 본다.
‘적어도 가품은 아닌 거 같네.’
이 정도 수준의 마나 섬유로 만든 로브가 가품일 리가 없다.
나는 내심 진품임을 확신하며 로브의 구조를 살폈다.
‘……응?’
그리고 놀랐다.
‘뭐야 이 구조는?’
로브의 설계가 이상하다.
아니, 이상한 수준을 넘어서 괴랄하다.
‘……왜 내피와 외피의 구조가 반대야?’
마나 섬유로 로브를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점 내부와 외부의 구조를 따로따로 짜야 한다는 것이다.
착용자의 피부에 닿아 있는 내부의 마나 섬유는 마나 전도율 및 효율 상승을 위한 설계를 해야 하고,
마법에 피격 당할 위험이 큰 외부는 반대로 마나 전도율을 차단하는 설계를 해야 한다.
근데 이 로브는 이 설계를 반대로 해 놨다.
마나 증폭이 로브 외피에 부여되어 있고, 마나 차단이 로브 내피에 부여되어 있다.
‘이 구조면 착용자의 마나 출력은 약해지고, 로브 외피에 피격되는 마법은 강해지는 거잖아.’
뭐지? 꿈인가?
이 로브는 자살 지망생용 로브라도 되는 건가?
‘혹시 뒤집혀 있는 건가?’
일단 생긴 걸로 봐선 뒤집힌 것 같지는 않은데.
혹시 몰라서 뒤집어 보기로 했다.
“헉!”
그리고 또 다시 놀랐다.
이번엔 크게 소리까지 내서 놀랐다.
“도련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얼마나 크게 경악성을 내질렀으면, 기사님까지 반응할 정도였다.
“아, 아닙니다. 깜빡한 일이 있어서,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일단 기사님의 관심을 돌렸다.
‘어후. 진짜 놀랐네.’
놀란 심장을 다스리고 심호흡을 한 뒤, 다시 로브를 확인했다.
‘설계를 어떻게 하면 겉과 속을 뒤집었는데도 구조가 변하질 않아? 이게 말이 되나?’
이게 내가 놀란 이유다.
로브를 뒤집었음에도 불구하고 외피와 내피에 부여된 마법이 그대로다.
외피는 여전히 마나를 증폭하고, 내피는 여전히 마나를 차단한다.
나는 다시 한번 로브를 뒤집었다.
‘또 그대로네.’
그러던 말던, 로브의 구조는 그대로였다.
내피는 마나를 차단하고.
외피는 마나를 흡수한다.
‘뭘 어떻게 한 거야?’
마도학적으로도, 물리학적으로도, 아티팩트 제작학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래서 이게 창고 구석에 박혀 있었구나.’
이런 최고급 마나 섬유로 떡칠을 한 로브가 왜 그냥 창고에 쳐 박혀 있었는지 이해했다.
‘이게 왜 고대의 유산이라고 불리게 됐는지도 알았고.’
현대의 기술로는 재현할 수 없는 고대의 잔재.
그게 바로 고대의 유산이다.
이 로브는 바야흐로 고대의 유산 그 자체다.
‘그리고 이 로브가 왜 레이 벨 바이테너의 로브라고 불리는 지도 알았어.’
나는 다시 한번 로브를 뒤집었다.
내피 한편에 투박하게 고대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레이 벨 바이테너]이제는 내 필체만큼이나 익숙해진, 악필.
‘스승님의 글씨체. 확실해.’
이건 명실상부 스승님의 로브다.
* * *
그렇게 새벽 1시 정도에 기숙사로 복귀한 나는 곧바로 미미르의 샘으로 향했다.
“미미르!”
“계승자. 어서……어?”
‘어서 와’라고 나를 반기려던 미미르가 내 손에 들려 있는 로브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상 놀란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뭐야. 레이의 로브잖아?”
로브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감탄한다.
“와, 이걸 벌써 찾은 거야? 계승자. 진짜 운 좋구나?”
역시나 미미르는 이 로브가 뭔지 확실히 아는 눈치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지식의 보고, 미미르의 샘.
그곳의 관리자가 이런 것도 모를 리가 없었다.
“미미르. 이 로브. 어떻게 쓰는 건지 알아?”
“어떻게 쓰긴. 그냥 둘러쓰면 되지.”
미미르가 뭐 그런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답했다.
“아니, 로브를 착용하는 법을 물은 게 아니라, 이 로브의 쓰임새에 대해 물은 거야.”
“응? 로브의 기능? 그거야 말로 내가 말해 줄 필요도 없지 않…… 아.”
미미르가 돌연 아차한 표정이 되었다.
“맞네. 너, 아직 2서클이었지?”
그리곤 혼자 뭔가 납득이라도 한 것처럼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모르는 게 당연하구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고 있다.
나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줬으면 좋겠는데.
“계승자. 미안하지만 이 로브에 대한 건 설명해 줄 수 없어.”
미미르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표정이나 분위기로 보아, 대답을 해 줄 수 없는 이유가 있는 듯했다.
“으음.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일단 바이테너식에는 아주 특별한 마법이…….”
미미르가 아차한 표정으로 돌연 말을 멈췄다.
“……아 놔. 생각해 보니 마법의 명칭도 말할 수 없구나.”
그렇게 혀를 찬 미미르가 ‘뭐라고 불러야 하지?’라고 중얼거렸다.
“에이. 모르겠다. 지금 명칭이 뭐가 중요해.”
그리곤 다시 진지한 눈빛으로 말을 시작했다.
“다시 말할게. 바이테너식에는 아주 특별한 마법, ‘진짜 마법’이 있어.”
“……진짜 마법?”
미미르가 즉석에서 대충 지은 게 확실한 이름이었다.
“어. 네가 지금 사용하는 마법 비스무리랑은 다른 진정한 마법.”
“마법 비스무리라니……. 아무리 그래도 그 표현은 자존심이 좀 상하는데.”
내 마법을 전부 부정당한 느낌이라 조금 그렇다.
“아, 그런가? 미안. 그럼 가짜 마법이라고 정정할게.”
“가짜 마법이나 마법 비스무리나…….”
뭐가 다른 거야?
뭔가 미묘하게 더 기분 나쁜 거 같은데.
“그런 사소한 거에 신경 쓰지 마. 아무튼 바이테너식엔 진짜 마법이란 경지가 있다. 여기까진 오케이?”
미미르가 검지와 엄지로 동그라미를 만들며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진짜 마법에 대한 건, 계승자가 일정 경지에 오르기 전까진 발설할 수가 없어. 내 상태를 봐서 알겠지만, 호칭도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잠겨 있어.”
“잠겨 있다니. 왜?”
“미미르의 서에 부여되어 있는 제약이야. 너무 깊게 따지진 마.”
“……그렇구나.”
그런 제약이 있는 줄은 몰랐네.
“아무튼 난 이 진짜 마법에 대한 정보를 일절 발설할 수 없어. 그리고…….”
미미르가 내 품의 로브.
레이 벨 바이테너의 로브를 가리켰다.
“그 로브는 진짜 마법의 보조를 위해 존재하는 아티팩트란 말이지?”
“그래서 로브에 대한 것도 말할 수 없다는 거구나.”
“고러치!”
미미르가 엄지를 척 들어 올리며 웃었다.
“이 로브에 대한 걸 설명하기 위해선, 계승자가 5서클 마스터가 돼서, 다섯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들어가야 해.”
“그럼 그 진짜 마법에 대한 정보 잠금도 5서클 마스터가 되면 해제된다는 거네?”
“그치 그치.”
미미르가 두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5서클 마스터부터 그 진짜 마법이란 걸 쓸 수 있는 거야?”
“응. 그것도 맞아.”
이번엔 네 번 고개를 끄덕인다.
“5서클 마스터는 바이테너식의 기점이거든. 기대해도 좋아. 진짜 뭘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테니까. 내가 왜 지금 네 마법을 마법 비스무리라고 표현했는지 알게 될 걸?”
“그 정도야?”
“그 정도야!”
미미르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때. 말만 들어도 기대되지 않아?”
“……그러게.”
진짜 마법이라.
대체 얼마나 대단한 마법일까.
“그니까 빨리 5서클 마스터가 되도록 해. 나도 하루라도 빨리 모든 걸 털어놓고 싶으니까.”
미미르가 입이 간지럽다는 듯이 입술을 긁는 시늉을 했다.
“노력해 볼게.”
“옹!”
내 대답에 미미르가 배시시 웃었다.
“아무튼 네 말을 요약하면, 이 로브는 5서클 마스터가 될 때까지 방치해 둘 수밖에 없다는 거네?”
진짜 마법과 만나기 전까지, 이 로브와는 잠시 이별해야 할 것 같다.
‘좀 아쉽네.’
그렇게 아쉬움의 한숨을 쉬고 있을 때였다.
“응? 뭔 소리야.”
미미르가 뭔 헛소리를 하는 거냐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그 좋은 걸 왜 방치해?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길 때까지 써야지.”
“이 로브를 사용하려면 5서클 마스터가 돼야 한다며?”
“그건 그 로브의 주된 성능을 사용하려면 그렇다는 거지.”
미미르가 검지를 까딱이며 거드름을 폈다.
“그 로브에는 지금의 계승자도 쓸 수 있는 부가적인 효과가 있단 말씀.”
“부가적인 효과?”
“응. 지금의 계승자에게 엄청 도움이 될 기능.”
“뭔데?”
미미르가 손가락을 하나씩 펼치며 말했다.
“일단 피로 회복.”
“피로 회복?”
“응.”
미미르가 내게서 로브를 건네받았다.
“이 로브. 외피와 내피의 구조가 정 반대잖아?”
“어.”
“이건 로브 내부의 마나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고, 내부의 마나를 포화 상태로 만들기 위함이야.”
“포화 상태…….”
“마나가 풍부해진 만큼, 인피니티 서클도 평소보다 빠르게 회전하게 되고, 당연히 네 뇌를 경유하는 마나도 대폭 늘어나게 돼.”
미미르가 자신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그렇게 뇌가 다량의 마나에 영향을 받아 평소보다 빠르게 피로를 회복하게 되는 거지. 신체에 쌓인 피로도 마찬가지고.”
마나는 뇌에 독이다.
현대 마법의 기본 상식이다.
하지만 독도 잘 쓰면 약이 되는 법.
‘마나는 내 뇌에 만큼은 약으로서 작용한다.’
마나의 독은 마나 개개인이 품고 있는 의지뿐.
마나 자체의 성질은 뇌를 활성화시켜 주고 피로를 줄여 주는 기능을 한다.
바이테너식 습득 이후, 수면 시간을 대폭 줄였음에도 피곤함이 덜 쌓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해했어. 그럼 이 로브를 이용하면, 수면 시간을 더 줄여도 된다는 거네?”
“안 자도 돼.”
“……아예?”
“어. 하루에 5시간 정도만 로브를 착용하고 있으면 아예 안 자도 될 거야. 피로감은커녕 항상 베스트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 걸?”
“……사기네?”
“그치?”
사람은 평생 중 30%의 시간을 수면으로 소모한다.
수면을 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남들보다 30%만큼의 시간을 더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상상 이상으로 엄청난 효과다.
‘여기에 상시 베스트 컨디션까지.’
컨디션 조절 능력도 마찬가지다.
컨디션에 난조를 겪어 본 사람이라면, 이 컨디션 상시 조절 능력이 얼마나 사기인지 곧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내게 꼭 필요한 효과들이라 할 수 있겠다.
“마나 순환 효율 증가 기능도 있어.”
몸에 흐르는 마나가 늘어나는 만큼 당연히 마나 순환의 효율도 증가한다.
“앞으로 마나 순환 같은 걸 할 때는 이 로브를 꼭 착용하고 하길 추천할게.”
“그래야지.”
적어도 기숙사 내에서 만큼은 이 로브를 항시 착용하고 있게 될 것 같다.
“아, 그리고 혹시 몰라 말하는데. 레이의 로브는 너한테만 효과가 있는 거야. 다른 사람이 착용해 봐야 그냥 마법 피해만 추가로 입을 뿐인 불량품일 뿐이니까. 혹여 다른 사람한테 씌울 생각은 하지 마.”
“알고 있어.”
이 로브의 구성과 기능, 효과는 모두 바이테너식과 인피니티 서클이 있기에 비로소 성립되는 것들이다.
심장에만 마나를 모으는 현대 마법사들에게 마나 포화 상태는 득이 아니라 독이다.
마나 과다로 마나 폭주나 일으키지 않으면 다행이다.
“다른 건 굳이 설명할 필요 없지? 다 지금 설명한 마나 포화 상태에서 비롯한 피로 회복 효과에서 파생된 것들이니까.”
“어. 대충 다 파악했어.”
이 로브는 마법 훈련이란 점에 있어선 지고의 보물이다.
“놀랍네. 이게 별거 아닌 부가적인 기능이란 말이지…….”
그게 더 놀라운데.
미미르가 손을 휘휘 저었다.
“엣헴.”
미미르가 허리에 손을 척 얹고 거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한껏 들어 올렸다.
진짜 마법이 이렇게 대단하다고 으스대는 듯했다.
“대체 ‘진짜 마법’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궁금해?”
미미르가 내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고, 눈썹을 까딱댔다.
“어. 이쯤 되니까, 진짜 궁금해 미칠 것 같아.”
미미르가 씨익 웃었다.
“그럼 빨리 5서클 마스터가 되면 돼.”
“……현실적인 충고 고맙다.”
혹시 뭔가 힌트라도 주려나 했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음? 가려고?”
“어.”
미미르의 샘 중앙에 있는 책 밖으로 나가는 문으로 향했다.
“어디 가는데?”
“어디겠어. 꼬우면 빨리 5서클 마스터가 되라며?”
밖으로 나서는 문을 연 뒤, 몸을 반쯤 돌려 미미르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후딱 가서 3서클 되고 올게.”
“아하.”
단언컨대,
두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가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