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2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21화(321/466)
이그니스가 역천의 마나를 머금고 대폭발을 일으켰다.
위력 상승을 위한 의도적인 폭주.
폭주한 이그니스가 뿜어내는 화력은 이전까지의 이그니스와 비할 바가 아니다.
폭주한 이그니스의 위력은 충분히 흑마도왕에게도 닿을 수준이다.
화르르르르르르륵-!
흑마도왕의 신체가 활활 타올랐다.
폭주한 이그니스의 중심에 있으니만큼, 이그니스의 모든 에너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마치 불의 거인과 화룡이 흑마도왕의 신체를 중심으로 날뛰는 듯했다.
“터무니없는 위력이로다.”
그 광경을 보며, 세인이 검을 납도했다.
상황이 된다면, 심검을 통해 추가로 공격을 가하려 했으나.
아무래도 그건 안 될 것 같다.
“내 심검으로도 벨 수 없는가.”
저 마법은 벨 수 없다.
벨 수 있을 거란 비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저 마법은 한 차원 위에 존재하는 ‘무언가’다.
“역시 아직 한참 부족하군. 배워야 할 게 산더미처럼 많아.”
세인이 검에서 손을 떼고 작게 웃었다.
지금은 벨 수 없는 저것도 언젠간 벨 수 있게 될 테지.
이 검을 계속 연마해 나간다면 언젠가 저 차원에도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
그러던 중, 문득 옆에서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입을 반쯤 벌리고 있는 소피아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
지금 눈앞에 펼쳐진 마법의 위용에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소피아 아네체프리. 또 그 표정인가.”
“……앗.”
세인의 장난스런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정신 차려라. 아직 안 끝났다.”
이건 비단 소피아를 향해 하는 말만이 아니라, 자신을 향해 하는 말이기도 했다.
순간적으로 전투가 끝났다고 판단하고, 검에서 손을 놓은 건 자신도 마찬가지.
긴장을 풀어선 안 된다.
상대가 상대인 이상, 방심은 금물이다.
“……그랬죠.”
세인에 이어 소피아도 곧바로 정신을 다잡았다.
당장이라도 흑마도왕의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신을 날카롭게 벼린다.
“저……!”
그때, 소피아가 소리쳤다.
기껏 잔잔해져 가던 마음이, 다시금 폭풍처럼 거칠어졌다.
“저 멍청이가……!”
세인도 마찬가지였다.
흑마도왕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날카롭게 벼리고 있던 신경이, 단숨에 물러졌다.
“소피아! 따라와라!”
“예!”
소피아가 가리킨 곳에서 쓰러져, 피를 토하고 있는 남자를 눈으로 확인함과 동시에 흑마도왕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게 되었다.
“무리할 생각은 없다고 하더니……!”
흑마도왕의 신체가 불타오르고 있는 장소 인근.
아직 화염이 뻗어 나오지 않은 장소에 신하율이 쓰러져 있었다.
시퍼런 안색으로 피를 토해내며, 정신을 잃고 있다.
“신하율!”
먼저 도착한 세인이 신하율의 신체를 껴안듯이 들어올리고, 숨부터 확인했다.
숨은 쉬고 있다.
맥동도 있는 걸 보면, 아직 숨은 붙어 있다.
“위험하다.”
허나 그뿐이다.
아직 숨이 붙어있을 뿐.
이대로 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끊어진다.
“속이 완전히 뒤틀렸다. 마나 회로는 물론이고, 장기까지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어.”
세인의 두 눈에는 신하율의 신체 상태가 한눈에 보인다.
현재 신하율의 신체는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한폭탄 같은 상태다.
폭발하기 전에 마나를 가라앉혀야 한다.
“소피아 아네체프리. 도와라. 이건 나 혼자서 될 문제가 아니야.”
만약 신하율이 마법사가 아니라 검사였다면 세인 혼자서도 어떻게든 됐을 테지.
검사의 신체 구조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세인이니만큼, 지금 보다 끔찍한 상태였어도, 어떻게든 목숨은 살렸을 것이다.
허나 신하율은 마법사다.
마법사의 신체 구조에 대한 건 세인도 잘 알지 못한다.
세인이 제 아무리 뛰어난 눈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모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지금 신하율을 살리기 위해선 소피아 아네체프리의 지원이 필요하다.
“제가 뭘 도우면 될까요?”
소피아가 침착한 표정으로 답했다. 이럴 때야 말로 침착해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마나 서클과 마나 회로의 구조를 설명해다오. 어떻게 하면 이 뒤틀린 마나를 원래 궤도로 되돌릴 수 있지?”
세인이 신하율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화산의 입구에 손을 얹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마나 서클은 심장을 감싸는 경로로 설계되어 있어요. 만약 마나 회전이 뒤틀렸다면, 심장을 위주로 보세요. 거기에 분명 문제가…….”
소피아가 ‘보석안’을 사용하며 설명을 시작했다.
마법사의 기초적인 신체 구조에 대한 걸 설명하며, 자신 또한 신하율의 체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애썼다.
“이건…….”
그러나 신하율의 체내를 확인한 바로 그 순간.
소피아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다.
“마나 서클이 심장을 감싸는 구조라고?”
세인이 날카로운 표정으로 소피아를 노려봤다.
“아니. 신하율의 체내 마나는 심장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지 않다.”
신하율의 체내 마나는 심장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지 않다.
“신하율의 마나 서클은 일곱 개. 각기 다른 무언가가, 각기 다른 중심을 통해 회전하고 있어.”
신하율의 마나는 중심이랄 게 없다.
심장을 회전하는 마나도 있지만, 심장을 경유하지 않는 마나 또한 존재한다.
“이 구조는 대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인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마나가 뇌를 그대로 경유하고 있어……?”
진짜 충격적인 건, 그 모든 마나가 뇌를 경유하여 회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나를 뇌신경으로 그대로 컨트롤하고 있었다는 거야……? 말도 안 돼. 아니, 하지만 이렇게 실제로 하고 있는데…….”
소피아의 표정이 시시각각 심각해져 갔다.
“잡생각은 나중에 혼자 있을 때 해라!”
세인의 일갈에 소피아의 정신이 돌아왔다.
“그래서. 어쩌면 좋지? 네 눈은 무엇을 보았느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지?”
세인의 힘으론 신하율을 구할 수 없다.
지금 신하율을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소피아뿐이다.
“내부가 완전히 진탕이에요. 방금 저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얼마나 큰 무리를 한 건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든 회로가 맛이 갔어요.”
세인이 입술을 짓씹고, 아직까지 거세게 요동치고 있는 화염을 바라보았다.
범위는 조금 작을지언정, 위력만큼은 흑마도왕이 사용하던 ‘운석’과도 자웅을 겨룰 만한 마법.
저 정도 마법을 사용하는 데, 대가가 없을 리가 없었다.
“그딴 건 나도 알고 있다. 내가 궁금한 건 원인이 아니라…….”
“네. 알아요. 해결법이겠죠.”
소피아가 그대로 양쪽 소매를 걷어 올렸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게 방법이 있으니까.”
소피아의 신체를 잠식하고 있는 검은 저주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율이의 체내 마나는 심장을 중심으로 도는 게 아니라, 머리를 중심으로 돌고 있어요.”
소피아가 왼손을 신하율의 머리에, 오른손을 신하율의 가슴에 가져다 대고 눈을 감았다.
“각기 다른 일곱 개의 루트로 돌고 있지만, 중심지는 모두 머리. 뇌에요.”
두근, 두근!
심장 박동 소리가 그대로 전해져 온다.
그 박동 소리에 따라, 마나의 떨림 또한 들려온다.
“그리고 일곱 개의 루트 중에서 하나. 아직 온전한 상태의 루트가 있어요.”
“이 진탕 속에 온전한 회로가 있다고?”
“예.”
소피아의 기감에 걸리는 마나 회로들 중.
딱 하나.
“마나가 반대로 회전하고 있는 루트. 이 루트만큼은 멀쩡해요.”
“……무슨 소리지? 거기야 말로 제일 문제가 심한 회로 아닌가?”
마나가 역류하고 있는 회로.
마나 역류를 일으키고 있는 회로이니만큼, 가장 심각한 상태라 할 수 있다.
……만.
“아뇨. 아니에요. 이 회로의 마나는 역으로 회전하곤 있으나, 마나 역류를 일으킨 건 아니에요.”
소피아의 눈엔 달리 보였다.
“이 회로는 애초부터 마나를 반대로 흐르게 하는 게 목적인 특수 회로로 보여요. 이 회로만이 진탕인 다른 회로들 사이에서, 멀쩡하게 회전하고 있어요.”
“마나를 역으로 돌리는 게 목적인 회로……? 그런게 존재할 수 있는 건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적어도 제 눈엔 그렇게 보여요.”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검사에게 마나 역류란, 주화입마를 의미할 뿐이니까.
“이 멀쩡한 회로를 중심으로, 다른 회로를 안정화시키겠어요.”
“그런 게 가능한가?”
“단언은 할 수 없어요. 이게 유일한 희망일 뿐이라서요.”
소피아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세인이 바로 입을 다물었다.
소피아의 기감에 거슬리지 않도록, 모든 기세를 거둬드리고.
소피아가 치료를 마치는 걸 기다렸다.
‘안색이 좋아졌다.’
아주 조금.
좀비 같던 혈색에서 아주 조금 사람의 혈색으로 돌아 온 것뿐이지만, 진전이 있다는 게 중요했다.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충분히 신하율의 폭주를 가라앉힐 수 있다.
“…….”
허나.
“소피아 아네체프리.”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도망가라. 신하율을 데리고, 최대한 멀리.”
세인이 검을 쥐었다.
화염이 타오르고 있는 곳의 중심지.
“어서!”
서서히 검은색이 침범하고 있는 적색의 중심을 뚫어져라 노려보며, 검을 빼들었다.
“후우. 이번엔 진짜로 위험했다.”
서서히 세를 넓혀가는 검정.
그 검정은 이내 흑마도왕의 모습이 되었다.
“아직 성장 단계일 뿐이라고 단정 짓고, 전력 외라고 판단 내린 게 문제였나.”
검정이 팽창했다.
이그니스를 모조리 삼키듯이.
세상을 완전히 잠식하듯이.
주위의 적색을 모조리 흡수하였다.
“설마 벌써부터 이 정도 수준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줄이야. 진심으로 놀랐어.”
터벅, 터벅.
검정 속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어리다곤 하나, 맹수의 새끼는 결국 맹수라는 건가.”
팽창되었던 검정이 다시 수축을 시작했다.
“헌데.”
순식간에 일점에 집중된 검정.
흑마도왕을 향해, 모든 마나가 집결되었다.
“이런 무리한 짓거리를 할 거라면, 내가 아니라 베일 스톨에게 사용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흑마도왕의 신체는 멀쩡했다.
방금 전, 화염에 불타며 입었을 화상은 물론, 조금 전 세인에게 베인 상처들도 모조리 사라졌다.
“그랬다면…….”
흑마도왕이 그대로 세인의 앞에 섰다.
그런 흑마도왕을 향해 세인이 검을 휘둘렀다.
지금껏 제대로 대처조차 할 수 없었던 세인의 검.
세인은 자신의 검이 흑마도왕의 신체를 도륙 낼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만둬라. 세인 비노슈. 네 거창한 검도 지금의 내겐 통하지 않는다.”
세인의 검은 흑마도왕을 베지 못했다.
“지금. 신화로 무장한 내게 더 이상 네 마음은 닿지 않는다.”
세인의 마음은 흑마도왕을 벨 수 없었다.
흑마도왕의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는 어둠을 벨 수 없었다.
“그 어둠은…….”
세인의 눈이 떨렸다.
지금 흑마도왕의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는 어둠을 뚫어져라 노려보며, 입술을 짓씹었다.
‘저 어둠은 벨 수 없다.’
조금 전, 신하율이 사용한 화염 마법. 이그니스와 마찬가지다.
저 어둠 또한, 이그니스와 마찬가지로 차원이 다른 ‘무언가’다.
지금의 미숙한 경지론 저 마법을 벨 수 없다.
“아직 미완성인 마법을 아직 완성되지 않은 몸 상태에서 사용하게 될 줄이야.”
흑마도왕이 신하율을 노려보았다.
“너 때문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처음으로 신하율을 향해, 살기를 드러냈다.
“이 책임을 어떻게 질 생각이지?”
어둠이 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어둠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아니. 책임도 살아 있어야 질 수 있는 건가.”
흑마도왕은 신하율의 코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흑마도왕……!”
소피아가 바로 대응하기 위해 움직였으나.
“움직이지 마라. 말하지 마라. 대들지 마라.”
그럴 수가 없었다.
흑마도왕과 눈을 마주친 바로 그 순간.
마나와 신체가 동시에 멈춰버렸다.
“걱정하지 않아도, 이 남자를 죽일 생각은 없다. 말했을 텐데.”
흑마도왕이 3c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신하율의 얼굴을 노려본다.
“바이테너식 정통 계승자. 신하율. 이 남자가 얼마나 밉살스럽더라도, 나는 이 남자를 죽일 수가 없어.”
당장이라도 저 목을 비틀어, 후환을 제거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이 남자가 없으면, 나는 꿈을 이룰 수 없으니.”
이 남자만이 희망이다.
이 남자만이 베일 스톨을 처리할 수 있다.
“소피아 아네체프리.”
흑마도왕이 그대로 고개를 들어, 신하율에게서 시선을 뗐다.
“어떻게든 살려라.”
흑마도왕의 신체가 다시금 어둠에 휩싸여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어둠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흑마도왕은 웬 검은색 왕좌에 앉아 있었다.
“만약 살리지 못한다면…….”
시커먼 안광을 내뿜으며, 싸늘한 미소를 머금었다.
“오늘. 이 세계는 멸망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