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2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28화(328/466)
100명도 채 모르게 진행되었던 극비 작전.
흑색 마탑 토벌 작전에 대한 건, 금세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흑색 마탑 토벌 성공. 그 대가로 우리가 잃은 것들.] [세인 비노슈. 그리고 소피아 아네체프리. 두 영웅의 이야기.] [세계 각지에서 두 영웅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어…….]현존하는 모든 포털 사이트의 메인은 모두 이번 사건에 관한 기사로 가득 찼으며.
현존하는 대다수의 커뮤니티에서는 세인 비노슈 님과 소피아 아네체프리 님의 죽음을 기리고 있었다.
[흑색 마탑 괴멸. 이번 작전에서 전사하신 영웅 분들의 업적.] [흑색 마탑의 빈도 높은 테러 행위에 두려워하던 대다수의 개발도상국들, 진심으로 환호.] [이번 작전을 수행하다 전사하신 다섯 마탑주님을 기리며.]소피아 님과 세인 님만이 아니다.
이번 작전으로 목숨을 잃으신 다섯 마탑주님에 대한 추모도 끊이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소피아 아네체프리 님. 당신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곳에선 푹 쉬세요.]모두가 진심으로 울었다.
마법사, 검사, 일반인.
오늘만큼은 모두가 한 마음 한뜻이 되어 눈물을 흘렸다.
[세인 비노슈, 그녀의 품에서 유언장이 발견되었다.]……아니.
모두가 같은 마음이라는 건 거짓말인가.
[그녀는 마지막까지도 검사들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슬픔에 크기가 있고.
그 크기를 비교한다면, 필히 검사들의 슬픔이 더 컸을 테니.
[세인 비노슈. 그녀의 유언에 따라, 그녀의 유언장을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장소에 공개한다.]다른 사람들의 슬픔이 강물과 같다면, 검사들의 슬픔은 바다와 같을 테니.
[내 아이들아.]피로 쓴 듯한 엉망진창인 편지.
종이가 없었기 때문일까, 자신이 입고 있던 옷 위에 피로 적은 편지를 남겨 두었다.
[기뻐하거라. 너희는 더 강해질 수 있다.]정신이 흐릿해지는 와중에 쓴 듯. 글자는 삐뚤삐뚤하고, 사이사이 빈 글자들이 도드라진다.
[내가 그 증거다.]하지만 그런 건, 그녀의 마지막 전언을 받아들이는 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녀의 마지막 전언은.
그녀의 자긍심은. 모두에게 확실하게 전해지고 있었다.
[나, 세인 비노슈가. 검사, 세인이 흑마도왕의 목을 베었다. 소피아 아네체프리가 포기할 만큼 강성했던 악적을 내 손으로 직접 죽였다.]점점 흐릿해지는 글자.
글자의 끝마무리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손을 움직일 힘도 없는 듯.
글자가 점점 알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그러니 가슴을 펴고 하늘을 보아라.]그렇기에, 더더욱 와닿는다.
[너희들의 미래가 나이니. 고개를 들고 나아가거라.]그녀의 진심이 가감 없이 전해져 온다.
[스스로를 연마하거라. 내 자긍심들아.]내 자긍심들아.
그 말에 눈물을 흘리지 않은 검사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내 서재, 첫 번째 서랍에. 내가 깨달은 모든 것들을 기록해 두었으니.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모두가 명예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하나도 빠짐없이 적어두었으니.]세인 비노슈는 끝까지 세인 비노슈였다.
그녀의 긍지엔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다.
[나는 바란다.]말라붙은 피처럼, 서서히 흐릿해지는 글자.
이제 손가락에 힘을 주는 것조차 힘들어진 것이리라.
[나와 소피아 아네체프리처럼. 마법사와 검사가 힘을 합치는 세상이 오는 것을.]왜일까.
다 죽어가는 글씨 너머, 세인 비노슈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의 마음이,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그러나 그러한 감정은 그 문장을 끝으로 단숨에 단절되었다.
길게 늘어져 있는 핏줄기.
노트에 펜을 댄 채, 그대로 힘이 빠져 길게 글자가 번진 듯한.
그런 흔적.
[이런, 잠에 들 뻔했군.]그녀의 죽음이 코앞에 다가왔다.
[가장 중요한 말을 전하지 못 할 뻔했다. 안 될 일이지.]죽음의 앞에서도 그녀는 웃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비노슈가 아니라, 세인으로서 이 말을 전한다.]누군가를 걱정하는 듯.
[사랑한다. 딸아.]누군가를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서.
[진심으로.]세인 비노슈는 필사적으로 웃고 있었다.
[네가 내 딸이라 행복했단다.]그 말을 끝으로.
세인 비노슈의 유언은 끝났다.
마침표 아래 피가 웅덩이처럼 고여 있다.
저 마침표를 끝으로, 저 위치에 손가락을 올린 채.
그대로 잠에 든 것이리라.
거기에 손가락을 올린 채, 다신 움직이는 일이 없었던 것이리라.
“……아.”
스텔라가 세인 님의 유언장을 품에 안았다.
그녀의 모든 게 담긴, 최후의 전언을 품에 안고 고개를 숙였다.
“엄마…….”
사랑한다.
행복했단다.
그 말을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어머니.
아름다운 그 이름을 불렀다.
“엄……마…….”
똑, 똑.
한 방울씩 떨어져 내리는 눈물.
그녀의 눈물이 세인 비노슈가 남긴 유언장에 떨어져 내린다.
조금씩 번져가는 유연장.
눈물에 젖어, 핏물이 희미해져 간다.
“싫어…….”
그 사이에서도, 사랑한다는 문장만큼은 지워지지 않았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모든 힘을 다해서 꾹꾹 눌러 담은 듯.
저 한마디만큼은 꼭 전하고 싶다는 일념을 담아.
절대 지워지지 않도록 써 남긴 네 음절.
“아아……!”
그 문장에 담긴 진심을 전신으로 껴안으며.
스텔라 비노슈는 눈물을 흘렸다.
“으아아아아아앙!!”
이 이상 없을 만큼, 처절하게.
오열하였다.
“…….”
나는 그런 스텔라를 바라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의 스텔라에게 위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 스텔라에게 필요한 건 시간.
혼자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천천히 방을 나서, 문을 닫고, 닫은 문에 등을 기대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도련님.”
석현 아저씨의 부름에도, 고개를 내릴 수가 없었다.
“괜찮으십니까?”
이대로 고개를 내리면, 무언가가 쏟아져 내릴 것 같기에.
“예…….”
쏴아아아-!
밖에서 쏟아져 내리는 저 비처럼.
무언가가 쏟아져 내릴 게 분명하기에.
고개를 숙일 수가 없었다.
“마지막까지……. 대단한 분이셨습니다.”
“예.”
다행이다.
지금 비가 내리고 있어서.
“정말로. 저따위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게 아까울 만큼…… 대단한 분이셨습니다.”
“도련님…….”
비가 다른 소리를 지워주고 있어서.
“정말…… 정말로…….”
만약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문 너머에서 스텔라가 우는 소리가 그대로 들려왔다면.
그땐 나도 참을 수 없었을 테니까.
“비가 그칠 기미가 안 보이네요.”
“……예.”
석현 아저씨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창밖의 쏟아져 내리는 굵직한 빗줄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늘도 깊게 탄식하는 모양입니다.”
비는 계속해서 내렸다.
계속 계속.
전 세계에서 쏟아졌다.
정말로 하늘이 슬퍼하는 것처럼.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내렸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열흘, 보름, 한 달.
슬픔이란 불치병을 시간이란 만병통치약이 치료해주기 시작할 무렵.
시간이 두 영웅을 추모하는 것까지 잊게 할 무렵.
나는 프랑스, 비노슈가에서 스텔라와 마주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1달하고도 2주 만에 방 밖으로 나온 스텔라의 몰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초췌한 상태였다.
“어머니에게…… 어머니의 삶을 주셔서.”
그러나, 그런 초췌한 몰골과는 상반되게.
두 눈은 누구보다도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머니의 꿈이 이뤄지게 해 주셔서.”
오랜 장마가 끝나고, 태양이 뜬 것처럼.
그녀의 마음속에서도 장마가 지나가고, 태양이 떠오른 것 같았다.
“……제가 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 이 분위기를 만든 건, 세인 님 본인이십니다.”
세인 님의 꿈.
검사와 마법사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협력해가는 세상.
그 꿈은 지금도 시시각각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세인 님의 유언장이 아니었다면…… 제가 무슨 말을 했든 간에, 이런 분위기가 형성될 순 없었을 겁니다.”
계기는 세인 님의 유언장이다.
그녀가 남긴 마지막 소원은 이 세상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검사들의 마법사를 향한 열등감을 잊게 했으며.
마법사들은 검사들을 향한 모멸 어린 시선을 지웠다.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기 시작한 건 모두 세인 님의 덕이다.
내가 한 건 아무것도 없다.
“아뇨. 모두 당신 덕분이에요.”
스텔라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당신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검사들의 ‘명예’를 일깨워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쉽게 세상이 변하지 않았을 거예요.”
스텔라의 말마따나, 세인 님의 마지막 유언만으로 세상이 바뀌기 시작한 건 아니다.
세인 님의 유언장은 말 그대로 계기가 됐을 뿐.
세상이 변화하기 시작한 덴, 검사들의 변화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감사합니다. 저희들이 잃어버렸던 것들을 상기시켜주신 덕분에. 저희는 다시 긍지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검사들이 잃었던 것.
세인 비노슈가 가장 먼저 되찾고, 모두에게 되찾기를 바라왔던 것.
그들의 검에서 사라졌던 명예.
검사들은 빠르게 과거를 되찾고 있다.
그 결과 검사들은 눈부실 만큼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다.
마법사들에게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
그렇기에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검사들은 이제 더 이상 무시할 존재가 아니게 되었기에, 마법사들은 모멸의 시선을 거두었고.
마법사들은 이제 질투의 대상이 아니게 되었기에, 검사들은 마법사들을 날카로운 눈으로 보지 않게 됐다.
이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전모다.
스텔라의 말대로 내 지식이 중요한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다.
……만.
“……강해지셨네요.”
스텔라가 저런 말을 대놓고 할 줄은 몰랐다.
솔직히 원망할 거라고 생각했다.
어째서 어머니를 지켜주지 못한 거냐고. 울분을 토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럴 리가요.”
내게 울분을 토하긴커녕, 내게 감사 인사를 할 줄은.
정말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 달 반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저는 아직 강하지 않아요. 무려 한 달 반이나 끙끙대고 있었는걸요.”
“한 달이고, 반년이고. 끝까지 떨쳐내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극복해 내셨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강하다는 증거입니다.”
“아뇨.”
스텔라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는 강하지 않아요. 몸도 마음도. 아직 어려요.”
자신이 부족하다 말하는 것치고는 일말의 비굴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느껴지는 건 당당함과 진취적 욕구뿐이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강해지려고요.”
스텔라가 미소 지었다.
모든 걸 떨쳐 낸 자의 망설임 없는 미소였다.
“……그렇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을 강하다고 하는 겁니다.”
“아뇨. 아직 멀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강함은 어머니 같은 강함이라서요.”
“비교 대상이 세인 님 같은 강함이라면……. 조금 이해가 가네요.”
“그쵸?”
나도 작게 웃었다.
저렇게 웃을 수 있게 된 스텔라를 보고 있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무튼…… 다행입니다. 그렇게 웃을 수 있게 되셔서.”
“걱정을 끼쳐드렸습니다.”
스텔라가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지금의 당신에게라면 모든 걸 다 털어놔도 될 것 같네요.”
“……모든 것이라뇨?”
“아직 세간에 공개하지 않은, 흑색 마탑과 저희 사이의 악연에 대한 것. 그리고 세인 님의 유언에 담겨져 있는 진짜 의미에 대한 것들…… 이라고 해야 할까요.”
스텔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머니의 유언장에 담긴 숨겨진 의미……?”
“예.”
세인 님의 유언장은 마법사와 검사의 평화를 생각하는 평범한 마지막 바람처럼 보이지만.
세인 님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
“세인 님이 마법사와 검사의 화합을 바라는 유언을 남기신 건, 미래를 위함입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모두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아뇨. 그런 추상적인 방향이 아니라. 진짜 미래를 위해서라는 의미입니다.”
“……진짜 미래?”
“네.”
나는 잠시 뜸을 들이고, 천천히 그 남자의 이름을 읊었다.
“베일 스톨. 머지않은 미래에 부활할 마신. 세인 님은 그와의 전투를 대비하게 하고자, 그런 유언을 남기신 겁니다.”
세인 님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세계를 위하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