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2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29화(329/466)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어언 2년하고도 187일.
세인 비노슈 님의 죽음이 모두의 마음속에서 서서히 흐릿해지기 시작하고.
소피아 아네체프리 님의 죽음을 잊어 갈 시기.
세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큰 변화를 이루었다.
먼저 검사들의 입지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올라갔다.
기사들의 부흥과 함께 사라졌던 기사 아카데미들이 우후죽순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기사 지망생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어느 정도냐면, 마법사를 지망하는 사람보다 기사를 지망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을 정도였다.
모두 세인 님이 남기신 유언장의 여파다.
그녀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너무나도 강렬해서, 2년 반이 지난 지금도 모두의 마음속 한편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지금 기사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모두 세인 님이 남기신 메시지를 가슴에 품고, 기사를 꿈꾸고 있는 자들이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국립 기사 아카데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기사들이 몰락해가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남아 굳건하게 기사들의 입지를 다지고자 했던 마지막 방주.
세인 비노슈의 모교.
세계 최고의 기사 학교.
그런 학교에 사람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프랑스 국립 기사 아카데미, 올해 합격 경쟁률 194:1. 작년 대비 또다시 2.9배 상승.]이런 기사까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니, 말 다 한 거다.
[각 국, 기사 아카데미의 지원자율이 마법사 아카데미의 지원자율을 뛰어넘었다.]세상은 바야흐로, 대 검의 시대…… 라고 하는 것까진 좀 과언이고.
마법과 검이 적절하게 양분된, 균형 잡힌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이 상승세면, 내년엔 검사와 마법사의 위치가 바뀔 수도 있겠네요.”
―네?
홀로그램 너머.
스텔라 비노슈가 그건 또 무슨 말이냐는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렇게까지 놀랄 말이었나요?”
방금 전까지 검을 휘두르다 전화를 받은 것인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으로 흥건하다.
“검사들의 수준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어요. 그에 반해, 마법사들은 2년 반 동안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고요. 머지않은 미래 입장이 역전될 만도 하지 않나요?”
스텔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거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당신이 그런 말을 하니까, 좀 그렇네요.
도끼눈으로, 나를 째려보듯이 응시한다.
―그게 프로젝트 미미르의 책임자가 할 말인가요?
나는 적당히 시선을 피했다.
이런 불리한 화제는 피하는 게 제일이다.
―그 시선 처리 뭐에요. 너무 귀여운 거 아니에요?
그런 날 보며, 스텔라가 작게 웃음을 지었다.
“귀엽다는 건 좀…….”
―아, 남성분에게 귀엽다는 말은 좀 실례였나요?
스텔라가 다소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그래도 어떡하겠어요. 진짜 귀여웠는데. 불리해질 것 같다고 바로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
뭐라고 해야 할까.
요즘 들어 느낀 건데.
말투나 행동, 표정 등에서 세인 님의 느낌이 물씬 풍기기 시작했다.
특히나 저런 장난스러운 태도 하나하나가 아주 판박이다.
역시 피는 못 속인다는 걸까.
“……2년 전에는 스텔라 양도 꽤나 귀여웠는데 말이죠.”
―어? 뭐에요. 그거. 프로포즈 한 거예요?
스텔라가 눈을 부릅떴다.
―기쁘긴 한데. 안 돼요. 그런 얼버무리는 식의 프로포즈는 받아드릴 수 없어요. 제대로 형식을 맞춰서, 적어도 직접 만나고 난 뒤에 해 주시지 않으면…….
“프로포즈 아닙니다.”
―……체엣.
스텔라가 아쉽다는 듯이 입술을 삐죽였다.
진짜 능글맞아졌단 말이지.
세인 님이 저 나이 때, 딱 저러지 않으셨을까 싶다.
저기에 연륜과 경험이 더해지면 딱 세인 님 같은 성격이 되는 거지.
음. 상당히 그럴싸하다.
―아쉽네요. 드디어 본심을 깨달아 주신 거라고 생각했는데.
“본심을 깨닫는 건 또 뭡니까…….”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 잠들어 있던 저를 사랑하는 마음을 자각했다던가?
스텔라가 다시금 장난스럽게 웃었다.
내가 또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오늘 이렇게 연락드린 건 다름이 아니라.”
―또 또. 이 화제만 나오면 이렇게 모르는 척을 하신다니까…….
나는 굳이 그런 스텔라의 반응에 맞춰주지 않고, 화제를 전환했다.
벌써 1년이나 이런 대화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보니,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
나는 내가 할 말을 계속해서 말했다.
“오늘. 프로젝트 미미르의 최초 시연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그런 뻔한 화제 전환은 이제 안 통…… 네?
스텔라의 표정이 멍해졌다.
지금 뭘 들은 거지 싶은 표정.
―프로젝트 미미르가…… 벌써 시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요?
“예. 아직 양산 단계까진 멀었습니다만, 그래도 프로토타입 세 개를 제작하는 덴 성공했습니다.”
―와…….
스텔라가 진심으로 탄복한 표정으로 탄성을 흘렸다.
―그럼 오늘 제게 이렇게 연락을 하신 건…….
“예전부터 말씀하셨잖아요? 완성품을 직접 보고 싶으시다고.”
홀로그램 너머 스텔라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한국으로 오시죠. 이동 수단은 이미 준비해 뒀습니다.”
* * *
서울, 마도신가의 저택 인근 연구소.
테룬 시트레아는 마지막 조율에 힘쓰고 있었다.
어제 아침부터 오늘 저녁까지.
이미 수십 번이나 최종 조율을 끝마쳤음에도.
어김없이 조율을 다시 시행하고 있다.
“이미 확인은 충분하리만큼 끝내지 않으셨었나요?”
방금 막 연구소에 복귀한 신하율이 테룬을 향해 다가갔다.
“그렇긴 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내가 놓친 게 있을 수도 있잖아.”
“그런 거 없어요. 이미 준비는 완벽합니다. 저도 몇 번이고 확인했고요.”
“아니.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야. 너랑 나 둘 다 눈치 못 챈 치명적인 결함이 있으면…….”
“그런 거 없다니까요.”
신하율이 그대로 테룬에게 다가가, 강제로 테룬을 안아 들었다.
“너, 이, 뭐하…….”
테룬이 신하율에게 안긴 채, 어버버거렸다.
대관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은 표정.
“좀 쉬세요. 그러다가 시연회 도중에 쓰러지시겠어요.”
“아, 알겠으니까. 쉴 테니까 내려 줘!”
“아뇨. 안 됩니다.”
“왜, 왜?”
“여기서 내려드리면 또 제 눈을 피해서 뭔가를 하실 거잖아요. 방에 도착한 뒤에 내려드릴 거예요.”
“안 해! 안 할 테니까. 푹 쉴 테니까! 내려 줘!”
테룬이 손과 발을 마구 흔들며 아등바등했다.
이 상황 자체가 너무 부끄럽다는 듯. 얼굴이 사과처럼 붉다.
“다, 다른 애들이 이 광경을 보면……. 빨리 내려줘! 내려달란 말이야!”
“예. 예. 내려드리겠습니다. 방에 도착하면요.”
“아, 안 돼! 복도로 나가면……!”
“앗.”
아니나 다를까 밖에 나가자마자, 한 연구원과 딱 조우했다.
편안한 분위기를 옷처럼 입고 있는 여성.
“연구소장님이랑…… 어라? 투자…자님?”
테룬의 보조를 전담하고 있는 비서이자, 이 연구원에 셋밖에 없는 연구원 중 한 명이었다.
“이건……. 아!”
여성이 뭔가 눈치챈 표정으로 입을 가리고, 자못 능글맞은 표정으로 웃었다.
근데 평온한 분위기와 나긋나긋한 표정이 디폴트인 여성이니만큼, 능글맞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아, 그런 거군요! 이해했습니다.”
여성이 빠르게 몸을 돌렸다.
“그럼 전, 눈치껏 빠져드리겠습니다!”
“야! 뭘 눈치껏 빠져!”
테룬이 기겁해서 소리쳤다.
“에이. 제가 연구에 미쳐 살아서 눈치가 좀 없다곤 해도. 그 정도 눈치는 있어요. 지금 그, 음. 대충 N극과 S극 같은 느낌인 거죠?”
“뭐, 뭘 N극과 S극이야! 이 또라이야!”
“저는 다 알고 있답니다. 그럼 이따 뵐게요~”
“야! 김송아! 일로 안 와!”
한층 더 격하게 아등바등거리는 테룬.
신하율은 그런 테룬을 놓칠 생각이 없다는 듯이 꽉 껴안았다.
“신경 쓰지 마시고 갑시다. 시연회까지 남은 시간은 3시간. 그 시간만큼은 푹 주무셔 주셔야겠어요.”
“아니, 잔다고오! 잔다니까! 그니까 내려줘. 내려달라고오! 만약 이 모습을 송아가 아니라 그 빌어먹을 새끼가 보면…….”
“……호오.”
갑작스레 들려온 희열 섞인 감탄사와 함께 테룬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흠. 그렇군요. 과연.”
안경이 잘 어울리는 지적인 분위기의 남성.
다크서클이 도드라지고, 비아냥이 버릇처럼 입꼬리에 걸려 있는 어두운 인상의 중년 남성.
그가 테룬을 보며 오묘한 분위기의 말을 흘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멀어져갔다.
“……끝났다.”
테룬의 몸에 힘이 쫘악 풀렸다.
이 세상의 종말을 맞이하게 된 주인공 같은 표정이었다.
“시발. 시바알. 망했어……. 하필이면 저 새끼한테 이런 약점을 잡히다니……. 난 이제 끝이야. 끝이라고오…….”
테룬이 절망했다.
저놈의 성격을 생각하면 앞으로 1년 정도는 이 약점을 이용해서 수시로 멘탈 공격을 퍼부을 테지.
악랄하고 교묘하고, 치졸하게 약점을 파고들 것이다.
테룬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게 일일이 반응해 주시니까, 더 신나서 놀리시는 거잖아요. 그냥 얼굴에 철판을 깔아버리세요.”
“지금까지도 깔고 있었거든?”
“……그게요?”
“왜? 티 났어?”
“티가 났다는 수준이 아니라…….”
“아니라?”
“어, 음……. 아닙니다.”
신하율이 말을 아꼈다.
뭔가, 아이의 동심을 깨버리는 거 같아서 말하기가 좀 꺼려진다.
“에휴. 모르겠다.”
테룬이 다 포기한 표정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모르겠다. 이미 걸린 거 어쩌겠냐. 감내해야지.”
테룬이 그대로 아등바등하던 걸 멈추고 신하율의 품에 몸을 맡겼다.
“그럼 그대로 3시간 동안 잘 부탁한다.”
“네?”
“3시간 동안. 잘 안고 있으라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테룬이 싱긋 웃었다.
묘하게 무서운 미소였다.
“내가 내려달라, 내려달라 애원해도 안 내려 줬으니까. 3시간 동안 그러고 있으라고. 나한테 이런 수치를 느끼게 했으니, 너도 그 정돈 감내해야지. 안 그래?”
“…….”
“참고로 내리면 그 즉시, 다른 점검을 하러 갈 거니까. 알아 둬.”
“그건 무슨 협박입니까.”
“너한테만 통하는 특효 협박이지.”
일종의 나만 당할 수 없지 심보였다.
“그럼 난 좀 잔다. 이따 시작하기 10분 전에 깨워.”
“……예.”
신하율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여기서 이렇게 3시간을 보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신하율이 테룬의 잠든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래도 뭐, 푹 잠드셨으니까…….’
신하율이 그대로 테룬을 껴안은 채, 자리에 앉았다.
이대로 3시간.
간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 * *
3시간이 훌쩍 흘러.
프로젝트 미미르의 시연회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프로젝트이기에, 많은 사람이 참석하진 않았다.
자리에 참석한 건, 딱 다섯 명.
아버지.
김강인 님.
스텔라 비노슈.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델라와 순찬이.
이렇게 딱 다섯이다.
“……이 자리에 내가 있는 게 왜 이렇게 어색하냐.”
순찬이가 굉장히 불편하단 표정으로 뺨을 긁적였다.
난다긴다하는 면면들 사이에 자기가 껴 있는 게 굉장히 어색한 모양이다.
“걱정 마. 너는 참관인이 아니라 모르모트의 신분으로 이 자리에 있는 거니까. 부담 안 가져도 돼.”
“……이 새끼야. 그게 위로냐?”
순찬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봤다.
“모르모트?”
아델라가 크게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모르모트…….”
이번 시연회에서 아델라가 맡은 역할 또한 순찬이와 같다.
요컨대 순찬이가 모르모트라는 건, 아델라 또한 모르모트라는 말이다.
그래서 저렇게 충격받은 표정을 짓고 있는 거다.
“뭘 그렇게 충격받아. 다소 위험이 동반될 수 있다는 건 미리 말해 뒀잖아.”
테룬이 아델라의 등 뒤를 찰싹 두드렸다.
“그리고 순찬이 쟤는 모를까 넌 모르모트까진 아냐.”
“아니 테룬 누님……?”
순찬이가 불안한 표정으로 테룬을 바라봤다.
“쟤는 저급이고, 너는 고급이니까.”
“와, 진짜. 테룬 누님까지…….”
순찬이가 용사에게 배신당한 히로인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푹 숙인 고개 아래에서, ‘너무해.’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테룬이 그런 순찬이의 등도 찰싹 때렸다.
“푸하하! 농담이야 농담. 짜식. 서운해하긴.”
테룬이 연달아 순찬이의 등을 찰싹찰싹 두드렸다.
“누님, 아파요! 아픕니다!”
순찬이가 아픈 시늉을 하며 엄살을 부렸다.
“하나도 안 아프면서. 엄살은.”
테룬이 픽 웃었다.
우우우웅-!
그때, 신호음이 울렸다.
시연 시작을 알리는 사이렌이었다.
“자. 그럼 여기.”
테룬이 나와 아델라, 순찬이를 차례대로 바라보며 초커를 하나씩 건넸다.
“이게 그거야?”
아델라가 초커를 건네받으며 물었다.
“어. 차세대 AI. 완전 자율형 고성능 AI…… 음. AI라고 하긴 그렇구나. 보조 인격? 뭐라고 해야 하지? 생각해 보니 아직 명칭을 못 정했네.”
“……?”
아델라와 순찬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튼. 차세대 AI 기술의 집대성이라 보면 돼. 일단 목에 차 줄래?”
“……아, 네.”
“예압.”
순찬이가 초커를 목에다 가져가고.
아델라는 그 전에 확인부터 하겠다는 듯, 초커를 이리저리 살폈다.
그러다가 문득 무언가 눈에 들어 온 듯,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코드네임. 엘레나 로 그린우드……?”
“잉? 그런 게 적혀있어?”
순찬이가 초커를 착용하려다 말고, 내부를 살폈다.
“오. 적혀있네. 코드네임…… 응? 나랑 다른데?”
“그래요?”
“어. 내 거엔 코드네임…….”
순찬이가 천천히 적혀있는 이름을 읊었다.
“아스란 폴로함루인이라고 적혀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