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30)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30화(330/466)
순찬이와 아델라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둘 다 궁금한 게 많아 보이는 표정이다.
“프로토타입이면 똑같아야 하는 거 아니야? 왜 나랑 아델라 거랑 코드명이 달라?”
본디 프로토타입이란 양산을 위한 시범기를 일컫는다.
그렇기에 보통 프로토타입은 가장 베이직한 형태의 오리지널 타입이 준비되는 게 보통이다.
두 명이 의문을 품는 건 당연했다.
“왜? 코드가 달라서 걱정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순찬이의 걱정은 당연하다.
온전한 하나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힘든 일인데, 두 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단다.
하나에 온전히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집중력이 분산됐다는 말이다.
시연을 하는 입장에서 안정성을 걱정할 법도 하다.
“걱정 안 해도 돼. 기기 자체의 성능은 둘 다 동일하니까.”
“그럼 왜 코드네임이 다른 건가요?”
아델라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델라의 질문은 순찬이처럼 걱정을 가라앉히기 위한 질문이 아니었다.
아델라의 두 눈에는 일말의 걱정도 담겨져 있지 않다.
아델라는 그냥 궁금할 뿐이다.
같은 스펙의 기기가 어째서 서로 다른 코드네임을 지니고 있는지.
그게 그냥 순수하게 신경 쓰일 뿐.
“착용해 보면 알 거야.”
“극비 사항인가 보군요.”
아델라의 눈이 살짝 날카로워졌다.
“그래도 첫 시동을 맡은 저희들에게까지 비밀을 엄수하는 건…….”
“딱히 비밀이라서 말 못 한다는 게 아니야.”
나는 아델라의 말을 끊고 말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잖아. 이건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몸으로 겪는 게 더 이해하기 쉬울 거야. 솔직히 말로 설명하긴 좀 힘들기도 하고. 아델라 너라면 모를까, 순찬이 쟤를 이해시키려면 하루는 족히 걸릴걸?”
“음…….”
아델라가 아리송하단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길 일은 없으니까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하기야.”
순찬이가 픽 웃었다.
“위험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네가 우리를 시연자로 앉혔을 리가 없지.”
“응? 아닌데?”
나도 픽 웃었다.
“왜 슬쩍 너까지 포함시켜? 아델라라면 모를까, 네 위험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이 새끼가?”
순찬이가 설마설마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너 설마……. 나랑 아델라의 코드네임이 다른 게…… 내 기기가 더 위험해서 그런 건 아니지?”
순찬이가 진심 반, 농담 반의 표정으로 자신의 초커와 아델라의 초커를 번갈아 가며 노려봤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
순찬이의 표정이 단숨에 불안으로 물들었다.
“이 자식……. 요즘 내 알콩달콩 러브라이프를 부러워하는 거 같더니. 이렇게 암살각을 잡는다고?”
“부럽긴 개뿔.”
나는 진심을 담아 코웃음을 쳤다.
“어허. 친구. 아닌 척하지 마. 저번에 같이 밥 먹을 때, 표정 굳어있는 거 다 봤거든? 부러워서 그랬던 거 다 알아.”
“그건 그냥 네 애교를 보고 표정이 썩었던 거고.”
그날 뭘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순찬이의 행위가 너무나도 역겨워서, 그날의 일이 모두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닌 척해도 네가 내 행복한 삶을 부러워한다는 건 명백한 사실…….”
“한마디만 더 해 봐. 진짜 네 기기만 따로 만져버릴 테니까.”
“…….”
순찬이가 단숨에 입을 다물었다.
내 표정과 말투에서 진심을 느낀 모양이다.
“이해했으면 입 다문 채로 초커나 목에 걸어. 짜증 나게 하지 말고.”
“옙.”
순찬이가 그대로 목에 초커를 걸었다.
“아델라. 너도. 관찰은 나중에 하고 일단 착용해 줘.”
“네에.”
시종일관 초커의 내부 코드만 보고 있던 아델라도, 순찬이에 이어 초커를 목에 걸었다.
철컥!
두 명의 초커가 철컥 소리를 내며 기계틱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두 명의 목 크기에 맞춰, 사이즈가 조정되고 있는 것이다.
“오……. 뭐야. 이것만으로 이미 최신기술인데?”
순찬이가 신가하다는 듯이 자신의 목을 만졌다.
“이물감이…… 전혀 없네요?”
아델라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목에 찬 초커를 만지작거리며 탄성을 내뱉었다.
“목에 뭘 차고 있단 느낌이 전혀 없지?”
“어. 아예 없어.”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죠?”
순찬이가 진심으로 놀랐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고.
아델라가 아주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그거에 대한 건 나중에 테룬 연구장님한테 여쭤봐. 아주 자세히 알려주실 테니까.”
“야 인마. 왜 설명을 나한테 떠넘겨?”
옆에서 쉴 새 없이 타자를 두드리고 있던 테룬이 날 노려봤다.
그런 귀찮은 역할, 나한테 떠넘기지 말라고 따지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런 테룬과 눈을 맞추며 싱긋 웃었다.
“오늘 밤 일정 없으시잖아요. 후진양성을 위해 힘쓴다고 생각하세요.”
“아니, 후진양성이고 뭐고 네가 설명해 주면 되잖아. 반쯤은 네 이론이 섞여 있는 기술이니까.”
“메인은 연구장님의 이론에서 파생된 기술이잖아요? 저는 그냥 한 손 거들었을 뿐이고.”
“그렇긴 한데…….”
“그니까 메인 발안자인 테룬 님께서 설명해 주시는 게 맞죠.”
“그거랑 이거랑은 얘기가…….”
테룬이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아 놔.”
내 옆에서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는 아델라를 보고, 거절할 의지를 잃은 것이리라.
“알았어. 알았다고. 설명하는 건 잘 못 하는데…….”
머리를 벅벅 긁으며 귀찮다는 티를 낸다.
“너. 운 좋은 줄 알아. 나랑 1:1로 연구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흔한 게 아니니까.”
“네. 감사합니다.”
“에휴. 내 팔자야.”
테룬이 작게 혀를 차고, 다시 홀로그램 화면에 집중했다.
이제 슬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듯, 코드들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아무튼 몸에 이상은 없는 거지?”
“네. 아무 이상도 없습니다.”
“저도 괜찮습니다.”
두 명이 차례대로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래. 그럼 됐어.”
테룬이 작업을 완전히 마무리한 듯,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그럼 시작하자. 너희 둘. 안으로 들어가.”
“어? 저희 둘만요?”
순찬이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하율이는요?”
“얜 너희 다음이야. 이놈 장치가 너네 거보다 훨씬 무거워서, 동시 처리가 안 돼.”
“아. 하긴. 쟤 체질을 생각하면…….”
순찬이와 아델라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내 것만 다르냐고 묻지도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하는 표정들이다.
내 체질에 대한 걸 알고 있는 둘이니만큼, 그냥 당연하겠거니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해했으면 빨리 들어가. VIP석에 있는 사람들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전에.”
“넵.”
순찬이가 각 잡힌 경례와 함께 메인룸으로 들어서고.
아델라가 작게 고개를 숙인 후에 순찬이를 뒤따랐다.
“아아. 아아. 마이크 테스트.”
테룬이 메인 컨트롤 단말 옆에 준비되어 있는 음성 송신 기계를 통해 VIP룸에서 대기 중인 세 명에게 알림을 보냈다.
“현 시간부로 프로젝트 미미르의 시연회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지금부터 신세대 AI의 수여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메인룸에 들어가 있는 아델라와 순찬이 뒤로 기계틱한 의자 두 개가 스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편하게 앉아.”
두 명이 테룬의 지시대로 각각의 의자에 앉았다.
“긴장하지 마. 눈만 감았다 뜨면 끝나 있을 테니까.”
테룬이 두 명을 안심시키며, 메인 단말을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기계틱한 의자에 내장되어 있는 마나 깁스가 두 명의 신체를 구속하며 마나 서클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힘 빼고. 깊게 호흡해.”
마나가 멈추었기 때문일까.
두 명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극도로 긴장한 모양새.
“긴장 풀고. 진짜 별거 아니니까.”
테룬이 두 명을 어떻게든 안심시키려 했으나, 두 명의 긴장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마나를 다룰 수 없다는 건 마법사로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다.
두 명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쩌냐? 저 정도로 긴장하면, 싱크로율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
테룬이 나를 바라봤다.
도움을 청하는 눈빛이었다.
“제가 말해 볼게요.”
나는 그런 테룬에게 다가가, 마이크에 내 입을 가져다 댔다.
“긴장 풀어. 진짜 별거 아니니까.”
나는 카메라 너머의 두 명에게 천천히 말을 걸었다.
“그냥 꿈 하나 꾸고 돌아오는 것뿐이야.”
내 목소리 덕분일까.
두 명의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델라. 너는 아름다운 여성과 만나, 차를 마시는 꿈을 꾸게 될 거야. 그냥 그렇게 차를 마시다가 돌아오면 돼. 쉽지?”
아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순찬이 넌……. 음……. 조금 괴팍한 분이랑 만나게 될 텐데.”
괴팍하다는 말에 순찬이의 표정이 굳었다.
“성격만 좀 그럴 뿐이고, 좋은 분이시니까. 잘 들러붙어 봐. 파리처럼 손을 비비는 건, 네 특기잖아?”
화면 속 순찬이가 버럭했다.
내부에서 외부론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는 구조이기에, 뭐라고 하는지 들을 수는 없었지만.
입 모양으로 말미암아, 뭐라 소리치는지 대충은 알 수 있었다.
“워워. 그렇다고 쌍욕은 하지 말고.”
옆에서 아델라가 작게 웃는다.
순찬이의 급발진에 웃음이 터진 모양이다.
화면 속, 순찬이가 ‘아오.’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그런 순찬이와 아델라를 보며, 마이크에서 입을 뗐다.
“됐어요.”
테룬이 묘하게 뜨뜻미지근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너네 진짜 사이좋네.”
“뭐, 그렇죠.”
“부정 안 하네?”
“사실이니까요.”
순찬이가 앞에 있었다면 극구 부정했겠지만.
지금 순찬이는 저 안에 있으니까.
“조금 부럽네.”
테룬이 작게 웃으며 타자를 두드렸다.
마나 깁스 이후의 공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어 간다.
“나는 너희 같은 친구는커녕, 친구라 부를 사람도 없으니…….”
화면 속 아델라와 순찬이는 아주 태연했다.
언제 긴장했었냐는 듯이, 아주 태연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다.
“제가 있잖습니까.”
“뭐?”
테룬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놈 봐라. 너랑 내가 친구라고 부를 만한 나이 차이냐?”
“7살 차이밖에 안 나잖아요.”
“78살 차이겠지.”
“전생의 기억까지 포함하는 게 어딨습니까?”
“어딨긴. 여깄지.”
테룬이 조작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내 머리를 검지로 툭 눌렀다.
“확 그냥. 어딜 맞먹으려고.”
그렇게 말하는 테룬 님의 표정에선 아까 전 느껴졌던 허무함과 공허함이 눈 녹듯이 사라져 있었다.
* * *
약 3시간 반의 시간이 흘러.
아델라와 지순찬이 잠에서 깨어났다.
“…….”
“…….”
둘 다, 백일몽이라도 꾸고 온 것처럼 멍한 표정이다.
지이잉-!
메인룸의 문이 열리고 밖에서 테룬과 김강인, 신인혁이 들어왔다.
“이식은 이 이상 없을 만큼 잘 됐어.”
테룬이 수동으로 두 명의 마나 깁스를 해제하고.
움직일 수 없게 고정시켜 뒀던 구속구도 풀었다.
“일어나도 돼.”
“……네? 아, 네.”
지순찬이 멍한 표정으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
반면 아델라는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아델라 양?”
“…….”
김강인의 부름에도 아무 반응이 없다.
정신이 완전히 다른 데 가 있다.
“시술이 실패한 건 아니겠죠?”
김강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테룬에게 물었다.
아델라의 멍한 반응에 걱정이 밀려온 표정이다.
“아니. 이식은 이 이상 없을 만큼 완벽해.”
“그럼 아델라 양은 왜 저렇게…….”
“쟤?”
테룬이 픽 웃으며 아델라를 바라봤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며,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다.
“저건 그냥. 싱크로율이 높아서 저러는 거야. 벌써 보이나 보네.”
“싱크로율이 높은 거랑 저 상태가 무슨 상관이…….”
“있어.”
그때 아델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아, 네에. 하율이는 밖에 있나 봐요.”
마치 유령과 대화라도 나누는 것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싱크로율이 높으면 AI와 언제든지 대화를 할 수 있거든. 상대방의 모습도 흐릿하게나마 보일 거고.”
“AI가…… 형체를 갖고 있는 데다가, 대화까지 나눌 수 있단 말씀이십니까?”
“응. 말했잖아. 이번에 이식할 AI는 이전까지의 단순 작업 처리형 AI가 아니라, 완전 자율형 AI라고.”
테룬이 아델라를 직시했다.
여전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아델라.
“네. 맞아요. 이건 하율이가…….”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진 듯,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금 쟤 귀엔 AI의 목소리밖에 안 들릴 거야. 그래서 우리 말에 반응이 없는 거고.”
“AI와 저렇게까지 깊게 연결되는 건…… 위험한 거 아닌가요?”
“아니. 괜찮아. 말이 AI지, 진짜 AI라는 건 아니니까. 그냥 사람이랑 대화하는 거라고 보면 돼.”
테룬이 김강인에게 자료 하나를 건넸다.
김강인이 천천히 자료를 훑었다.
“엘레나 로 그린우드? 이건 뭐죠?”
“지금 아델라와 대화하고 있는 사람. 머나먼 과거, 전설 속의 마법사야.”
“그건 또 무슨…….”
숲의 마법사.
엘레나 로 그린우드.
신하율과 테룬은 오랜 연구 끝에, 그녀의 데이터를 다시 재기동 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 아스란 님?! 왜, 왜 여기에……!?”
그때, 지순찬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저쪽도 슬슬 보이나 보네. 아델라에 비해선 모자라긴 한데, 저쪽도 싱크로율이 상당했으니까.”
두 명의 이식은 무사히 끝났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신하율의 이식뿐이다.
‘이제 본방이구만.’
테룬이 미소를 머금고, 메인룸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기대되네. 즉석에서, 아무런 연구 자재도 없이 그저 가설만으로 이 정도의 연구 결과를 만들어 낸 희대의 천재는 과연 어떤 사람일지.’
테룬이 메인룸의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신하율이 서 있었다.
오만가지 감정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손에 쥔 초커를 노려보고 있다.
“시작하자.”
“네.”
신하율이 마지막으로 초커 내부의 코드를 검지로 훑었다.
[Code Name. Mimir]미미르.
그녀와의 재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