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32)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32화(332/466)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속 깊이, 간절히 바라왔던 꿈.
바라고, 바라며, 바랐던 미래의 꿈.
“저기. 운명이라는 건, 정말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미미르는 그 꿈을 바라보며 웃었다.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슬프게 웃었다.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 마지막까지 이렇게 희망을 보여주잖아.”
눈앞의 신하율과 눈을 맞추고.
세상 아련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만약 꿈을 다스리는 신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상당한 악질일 거야.”
조금 앞으로 다가가, 신하율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이렇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 줄 생각을 한 걸 보면…….”
미미르의 기억 속 신하율 보다 키가 크다.
얼굴에 젖살도 다 빠져서, 완전한 남자의 얼굴이 되었다.
“누가 보면 진짜인 줄 알겠어.”
그 모습은 미미르가 상상하던 미래의 신하율과 판박이라서.
이게 단순히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 주장하는 것 같아서.
“진짜 악질이라니까.”
가슴이 아팠다.
가짜라는 걸 아는 만큼, 가슴이 시리도록 아려왔다.
미미르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천천히 신하율의 얼굴을 향해 움직이는 손.
그렇게 미미르의 손이 신하율의 뺨에 닿으려던 바로 그때.
미미르의 손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왜 멈춰?”
그런 미미르를 내려다보며 신하율이 물었다.
“실망할 게 분명하니까.”
미미르의 눈동자에 물기가 가득 고였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눈동자였다.
“꿈에 대해선 제국에서 두 번째로 잘 알고 있거든.”
미미르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꿈은 일종의 신기루와 같아. 만지려고 하면, 그 순간 연기처럼 흩어져버려.”
당장이라도 손을 맞잡고 싶은데.
지금 눈앞의 남자를 껴안고 재회를 축하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멈추는 거야.”
만약 그렇게 한다면, 지금 눈앞의 남자는 연기처럼 사라져 버릴 테니까.
“손을 대지만 않으면…….”
미미르가 고개를 들어, 신하율을 올려다봤다.
“조금이라도 더 길게 널 볼 수 있으니까.”
닿을 수 없기에 더욱 애처롭다.
가질 수 없기에 더욱 마음 아프다.
미미르는 슬픔을 삼켜내며 웃었다.
신하율의 얼굴을 뚫어져라 올려다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누구 계승잔진 몰라도 참 잘났다니까.”
만약 꿈의 신이라는 게 있다면, 그 신은 분명 악질일 것이다.
마지막까지, 이런 꿈을 보여주며 희망 고문을 하는 걸 보면 확실하다.
“응……. 참, 잘났어.”
하지만 그에 준하는 자비로움 또한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신하율의 미래를 꿈으로나마 보고 갈 수 있게 되었으니.
미미르가 고개를 푹 숙였다.
이제 곧 이별할 것을 알기에.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신하율을 보고 싶지 않아서.
그대로 고개를 푹 숙였다.
“……벌은 이 정도면 되겠지?”
신하율이 희미한 미소와 함께 나직이 중얼거렸다.
“벌? 그게 무슨…….”
그리곤 그대로 손을 움직여.
탁!
어정쩡한 위치에 그대로 멈춰버린 미미르의 손을 잡았다.
미미르가 깜짝 놀라서 고개를 휙 들어 올렸다.
놀란 토끼처럼 동그래진 눈으로, 신하율을 올려다본다.
“너, 손, 이거, 어떻…….”
꿈의 구조에 대한 건 익히 알고 있다.
꿈속, 가상의 존재와는 이렇게 피부를 맞대는 게 불가능하다.
테룬 로바인의 결계 안이라면 모를까. 평범한 꿈은 접촉과 동시에 깨어나는 게 정상이다.
“아직도 모르겠어?”
신하율이 여전한 미소로 미미르를 직시했다.
미미르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양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그렇게 중얼거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진짜…… 야?”
진짜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미미르의 기억은 3년 전 시점에 멈춰있기에.
신하율과 이별하는 그 순간이 그녀의 마지막 기억이기에.
이 상황이 꿈이라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평범한 꿈은 대상과 접촉한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다. 테이 님한테 못 들었어?”
“알아, 모를 리가 없잖아. 내가 꿈의 구조에 대한 걸 알아내려고 얼마나 테이한테 붙어 다녔는데.”
“그럼 알겠네.”
미미르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진짜…….”
신하율의 손바닥에서 흘러나오는 온기를 느끼며, 남은 자신의 손을 그 위에 포갰다.
“진짜 계승자야……?”
그리곤 스멀스멀 손을 움직여 신하율의 뺨에 손을 얹었다.
“아…….”
그 순간, 무언가가 폭발했다.
미미르의 내면에 억눌려 있던 인내심과, 슬픔, 그리고 안도.
온갖 감정이 섞여 그대로 폭주하기 시작했다.
눈물을 참는 건 불가능했다.
“다행이야.”
신하율이 그대로 미미르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네 기억이 3년 전을 기점으로 멈춰서.”
그 손은 마치 수도꼭지 같았다.
“계속 기억이 이어졌으면 3년 동안 매일 울었을 거 아냐.”
눈물샘을 터트리는 수도꼭지.
그의 손이 닿음과 동시에 눈물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앙-!!”
미미르가 울었다.
엉엉 소리를 내며.
세상 모든 서러움을 다 털어내려는 듯이.
전력을 다해서 울었다.
“미안해. 나 딴엔 최선을 다해 본다고 했는데. 2년 반…… 3년이나 걸려 버렸어.”
미미르가 그대로 신하율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괜찮다고. 그런 거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그렇게 답하고 싶었으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울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
목이 너무 메어서.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다시 만나면 엄청 따지려고 했는데…….”
다시 만나면 가장 먼저 화부터 낼 생각이었다.
왜 아무 언질도 없이 사라지려 했는지.
왜 자신에게 아무런 상담도 없이, 혼자 모든 걸 떠안으려 한 건지.
하나부터 열까지 조목조목 따져가며 화를 낼 생각이었다.
“그렇게 처량하게 우니까 뭐라고 못 하겠잖아.”
근데 안 될 거 같다.
화를 내려고 해도, 화가 나질 않는다.
처량하게 우는 미미르를 보고 있자니,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아니. 이건 변명인가.’
신하율이 쓴웃음을 지었다.
미미르의 눈물을 보고, 화를 낼 수 없어진 게 아니다.
화 따윈 그 전에 이미 날아가 있었다.
미미르의 얼굴을 보자마자, 화 같은 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신하율이 그대로 미미르를 상냥하게 껴안았다.
“마음고생 많았지?”
그리고 그대로.
속에 담고 있던 말들을 진술되게 밖으로 꺼냈다.
“이제 괜찮아.”
재회의 기쁨을 마음에 품고.
환하게 웃으며. 미미르의 등을 쓸어내렸다.
“다 해결됐으니까.”
가슴팍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한층 더 뜨거워졌다.
미미르가 신하율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이제 이 손을 놓지 않을 거라는 것처럼. 놓을 수 없다는 것처럼 힘껏.
“다시 만나서 기뻐. 파트너.”
히끅.
신하율의 가슴에 꽉 눌려있는 미미르의 입에서, 웬 짐승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떻게든 울음을 참아내며, 어떻게든 목소리를 쥐어 짜내고 있었다.
이 대답만큼은 꼭 하고 싶어서.
어떻게든 지금, 말하고 싶어서.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아냈다.
“나도…….”
울다 지쳐,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아이 같은 목소리로.
미미르는 말했다.
“다시 만나서 돼서 기뻐……. 계승자.”
그렇게 두 명은 재회했다.
2년 하고도 232일 만의 재회였다.
* * *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인 건, 메인룸 천장의 전경이었다.
“수고했어.”
그런 내 시야로 테룬이 고개를 휙 밀어 넣으며 베시시 웃었다.
“이식은 완벽해. 적응도 잘 됐고. 뇌파부터 호르몬, 혈액 순환까지 모든 게 정상이야. 더 자세히 검사를 해 봐야겠지만, 아마 부작용은 없을 거야.”
만면의 미소.
연구가 완전한 성공을 거둔, 연구소장만 띄울 수 있는 순도 100% 기쁨의 미소였다.
“이제 남은 건 시술 전 후, 비교를 위한 간이 테스트 정돈데……. 아.”
테룬이 뭐라뭐라 말하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 정신 좀 봐. 일단 이것부터 풀어줘야지.”
그리곤 그대로 내 신체를 구속하고 있는 구속구들을 하나씩 해제하기 시작했다.
내 신체 구조에 맞춘 6중 마나 깁스부터 차례대로 해제하고.
이어 내 신체를 구속하고 있던 구속구들까지 해제한다.
“일어나도 돼.”
그렇게 총 9개의 구속 장치를 해제한 후에야, 나는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 내 신체 상태를 확인했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해 보기도 하고.
목과 어깨를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하고.
발목과 손목을 이리저리 비틀어보기도 했다.
“왜? 어디 불편한 데 있어?”
“아뇨. 멀쩡합니다.”
“……깜짝이야. 난 또 어디 문제 있다고.”
나는 마지막으로 기지개를 켜며, 스트레칭을 마쳤다.
“마나 깁스를 오래 차고 있어서 그런가, 찌뿌듯하긴 하네요.”
“당연하지. 일반 마나 깁스만 차도 다들 답답해 죽겠다고 하는데. 너는 특수 제작 마나 깁스를 여섯 개나 착용했으니.”
테룬이 해제를 마친 마나 깁스들을 훑어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런 걸 여섯 개나 차고 어떻게 버텼냐.”
“저런 걸 여섯 개나 만드신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닌 거 같은데요.”
“하긴. 그렇긴 해?”
나와 테룬이 서로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아무튼. 고생 많았어.”
“그 말은 2시간 뒤에 받겠습니다.”
“하기야. 아직 고생이 끝난 건 아니니까.”
아직 남은 검사가 태반이다.
고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려. 그럼 좀 더 고생하고. 이따 보자.”
테룬이 내 등을 탁 두드리곤 미소와 함께 몸을 돌렸다.
“아, 나가시기 전에 하나만 더……. 다른 분들은 다 어디 가셨나요?”
“아, 이걸 전하는 걸 깜빡했네.”
테룬이 깜빡했다는 표정으로 다시 내게 몸을 돌렸다.
“너희 아버지를 제외하곤 다들 평양에 가 있어. 몬스터 폭주가 터져서. 그걸 처리하러.”
“몬스터 폭주……. 이틀 연속이네요.”
“그러게. 점점 잦아지네. 뭔가 큰일이 나려고 하는 건지…….”
테룬이 대수롭지 않게 던지듯이 말했다.
“아무튼 뭐, 하던 얘기 계속하자면, 위험 레벨 5짜리 상황이고. 그 상황 정도면 아델라 스테어트랑 지순찬의 테스트에 적합할 거 같다 싶어서, 갔다 오라고 했어.”
“아, 그러고 보니 오늘 당직은 청색 마탑이었죠.”
“아, 그래? 그건 몰랐네. 그래서 김강인이 그런 제안을 했던 거구나.”
테룬이 이제야 모든 의문이 풀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들어보니까, 테스트 자체는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고. 성능이 너무 좋아서 김강인이랑 스텔라 비노슈가 기겁했을 정도였다고 하는데…….”
“현장에 스텔라 양까지 따라갔습니까?”
“어. 그렇다던데?”
“…….”
자기가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고 있으면서 또…….
“나중에 김강인 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려야겠네요.”
이번 검사가 다 끝나면, 스텔라의 어리광 때문에 곤란한 위치에 놓였을 김강인 님에게 사과부터 해야 할 거 같다.
“에이. 뭘 사과까지 해. 잘 끝난 거 같더만. 그냥 그러려니 해.”
“그럴 순 없죠.”
잘 끝났고 뭐고, 문제가 생길 뻔했던 건 사실이다.
나 때문에 생긴 일이니 사과드리는 게 맞다.
“딱딱한 놈. 넌 나이를 먹을수록 어떻게 신인혁 그 양반을 닮아가냐.”
“괜히 부자지간이겠습니까.”
“그렇긴 하다만.”
테룬이 픽 웃었다.
“암튼 궁금한 건 더 없지? 그럼 난 먼저 간다.”
“되게 서두르시네요.”
“안 서두르게 생겼냐. 검사가 끝나기 전에 자료 정리하려면, 빨리 움직여야 해.”
테룬이 ‘네 검사 결과가 좀 비범해야지.’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무섭게 웃었다.
“아무튼 난 진짜 간다. 이따 보자.”
“네.”
그렇게 테룬이 크게 손을 흔들며 메인룸 밖으로 떠났다.
“…….”
그렇게 메인룸에 혼자 남은 나는 스리슬쩍 시선을 돌려, 내 옆에서 쭈그려 앉아 있는 미미르를 바라봤다.
내 눈에만 보이는, 반투명한 상태의 미미르.
무릎을 끌어안은 채, 쭈그려 앉아 세상 토라진 티를 팍팍 내고 있다.
“어때. 진정하고 나니까 좀 부끄러워졌어?”
“……큭.”
미미르의 신체가 크게 움찔거렸다.
“뭐라고 했더라. 분명 꿈이라도 좋으니까, 날 좀 더 오래 보고 싶다고…….”
“아아아아아아! 안 들려! 안 들려어!”
미미르가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한껏 붉어진 얼굴로 어떻게든 내 입을 막으려 안간힘을 쓴다.
“아쉽지만 실제로 몸이 있는 건 아니라서 입을 막는 건 불가능해.”
“씨잉…….”
미미르가 분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계승자 너어……. 일부러 나 부끄럽게 만들려고 말 안 하고 기다린 거지?”
“맞아.”
나는 태연하게 답했다.
“말했잖아. 나한테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지려 했던 벌이라고. 그 정도 흑역사로 넘긴 거면 싸게 넘긴 거야.”
“…….”
미미르가 입술을 삐죽였다.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긍정하긴 싫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나쁜 놈…….”
미미르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그런 미미르의 표정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래서. 싫어?”
“……싫어.”
미미르가 그대로 고개를 돌리고, 다시 쭈그려 앉았다.
“……진짜 싫어.”
부끄러움에 어찌할 줄을 모르는 애처로운 몸짓이 도드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