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33)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33화(333/466)
그 후, 약 2시간 반가량의 종합 검진이 끝나고.
검사실 밖으로 나선 나를 순찬이가 반겼다.
“뭔 놈의 검사가 그렇게 오래 걸리냐?”
“어쩔 수 있냐. 내 체질이 워낙 특이해야지. 이 정도면 그래도 빨리 끝난 편이야.”
“이게?”
“어. 여긴 내 정보가 기록되어 있어서 망정이지. 일반 병원이었으면 10시간은 족히 걸렸을걸?”
“……돌았네. 그 지루한 검사를 10시간이나?”
“심지어 난 잠도 못 자. 체질부터 하나하나 검사해야 하니까.”
“……난 못 할 듯.”
순찬이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넌 방금 복귀한 거야?”
“어. 옷 보면 알잖아. 10분 전에 막 복귀했어.”
순찬이는 현재 청색 마탑의 제복을 입고 있다.
저걸 아직까지 입고 있다는 건, 지금 막 복귀했다는 것이다.
“근데 왜 바로 씻으러 안 가고.”
“너 검사 다 끝났다고 해서, 보고 가려고 했지.”
“……왜 그래? 역겹게.”
얘가 왜 안 하던 짓을 하지?
평소라면 그냥 무지성으로 씻으러 가서, 후다닥 씻고 머리에 수건을 얹은 채로 ‘검사 끝났냐?’라고 하고 끝냈을 놈이.
“그게 검사를 기다려 준 친구한테 할 말이냐?”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 내가 너를 이렇게 기다리고 있으면 어떨 거 같냐?”
“음…….”
순찬이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역겹네. 토할 거 같아.”
“그치? 지금 내 기분이 그래.”
얘가 뭐 잘못 먹었나 싶다.
“……납득했어.”
순찬이가 나를 바라보며 픽 웃었다.
“음. 사실대로 말하자면, 딱히 네가 걱정돼서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니야.”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빼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와 똑바로 눈을 마주했다.
“그, 뭐라고 해야 하지.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해야 하나. 기분이 붕 떴다고 해야 하나.”
“……갑자기 뭔 개소리야?”
“아니. 개소리가 아니라.”
순찬이가 세상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 이식이 끝나고 바로 몬스터 폭주를 해결하고 왔잖아?”
“어.”
“위험 레벨 5였는데. 나랑 아델라랑 단둘이서 처리했단 말이지?”
“……단둘이서?”
“어.”
위험 레벨 5.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7서클 마법사 셋 정도면 무사히 제압할 수 있는 레벨을 일컫는다.
제아무리 아델라가 경지를 뛰어넘은 규격 외 마법사라곤 하나.
6서클 마법사 둘이서 어찌할 수 있는 레벨의 재해가 아니다.
“마치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지금까지 내가 썼던 마법이 애들 장난처럼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
순찬이가 자신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아무런 이물감도 느껴지지 않게 개발된 특수 개발 초커.
그것을 어루만지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냥. 돌아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일단 너랑 만나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아, 나도 내가 뭐라는지 모르겠네. 미안.”
웃으며 답답하다는 듯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누가 보면 미친 사람인 줄 알 것 같다.
웃으면서 답답해하고, 답답해하면서 기뻐하고.
“그니까. 갑자기 실력이 대폭 상승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거야?”
“어, 음……. 아니. 조금 달라.”
순찬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상념에 잠겼다.
필사적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듯하다.
“기쁘긴 한데. 기쁘다기보다, 고마움이 더 크다고 해야 하나.”
“뭔 고마움?”
“나한테 이런 기회를 준 너에 대한 고마움?”
“또 역겨운 소리 하네. 진짜 한 대 맞을래?”
진심으로 닭살이 돋았다.
“아니. 역겨운 소리가 아니라. 이거 이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잖아?”
순찬이가 목에 차고 있는 초커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물었다.
“초커 자체는 양산 가능해.”
“초커 말고. 이 안에 담겨 있는 내용물……이라고 해야 하나. 그분 말이야.”
“아스란 님?”
“그래. 아스란 폴로함루인 님.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분이시잖아?”
“아스란 님의 데이터는 하나뿐이긴 하지. 엘레나 님의 데이터도 마찬가지고.”
이게 신세대 AI 초커의 양산이 불가능한 이유다.
초커 자체는 얼마든지 양산할 수 있는데. 그 안에 담을 데이터가 없다.
요컨대 육체를 만드는 덴 성공했는데, 그 육체에 넣을 영혼이 없다는 말이다.
“세상에 딱 세 개밖에 없는 대단한 걸, 나 같은 평범한 마법사한테 준 거잖아? 그래서…….”
그래서 고맙다.
이건가.
“아닌데.”
“뭐가?”
“너. 평범한 마법사 아니라고.”
평범? 얘가? 어딜 봐서.
“22살에 6서클 마스터를 노려보고 있는 마법사가 평범하다니. 밖에 나가서 그런 말 해 봐. 돌 날아 올걸?”
“……그런가?”
“비교 대상이 나랑 아델라라서 그렇지. 너도 충분히 괴물 같은 재능을 지닌 마법사야.”
“음…….”
이게 순찬이의 나쁜 버릇이다.
주위 사람들이 워낙 대단하기 때문인지, 자신을 지나치게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틀린 거 하나 더. 내가 너한테 아스란 님의 AI를 이식하기로 결정한 건 네가 내 친구라서가 아니라. 네가 내 주위의 그 누구보다도 싱크로율이 높았기 때문이야.”
“……그래?”
“그래 인마.”
내 입으로 말하기 뭐하지만.
나는 공과 사를 철저하게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내가 순찬이에게 아스란 님의 데이터를 이식하기로 결정한 건, 친구라서가 아니라. 지표가 그렇게 나왔기 때문이다.
“너 외에도 총 13명을 대상으로 싱크로율을 확인해 봤는데. 네가 압도적으로 높았어. 이건 아델라도 마찬가지고.”
순찬이와 아스란 님의 데이터는 궁합이 아주 좋았다.
얼마나 좋았냐면, 순찬이의 상관인 김강인 님보다 3배가량 높았다.
다른 후보자들 중, 가장 높은 사람과 비교해도 순찬이가 두 배가량 높았으니 말 다 한 거다.
……아, 참고로 아델라는 그런 순찬이보다 1.5배가량 싱크로율이 좋았다.
처음 보고, 오류가 뜬 게 아닌가 의심했을 정도였다.
“네가 그 힘을 지니게 된 건, 네 복이야. 나한테 감사할 이유가 전혀 없어.”
“…….”
“오히려 감사는 내가 해야지. AI를 교체해야 한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마나 깁스를 착용하는 것까지 마다않아 줬으니.”
AI를 바꾼다.
그것도 아직 안정성이 100% 검증되지 않은 신세대 AI로 교체한다.
그 막대한 리스크를 떠안고 첫 시연자가 되어 주었다.
감사해야 할 건 순찬이가 아니라 내 쪽이다.
“그렇게 말하니까 할 말이 없긴 한데…….”
순찬이가 뻘쭘한 표정으로 뺨을 긁적였다.
“알았으면 역겨운 소리 그만하고 가서 씻기나 해. 이따 희윤 선배랑 데이트하기로 했다며?”
“어? 아……? 아!”
순찬이의 동공이 축소되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눈빛.
표정과 눈빛 하나하나에서 ‘망했다.’라는 감정이 전해져 온다.
“조졌다…….”
시간을 보면서 중얼거리는 말로, 현재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약속 시간에 늦은 게 분명하다.
“야, 나, 그, 미안. 빨리 가 봐야 할 거 같아.”
지각한 사람 특유의 다급한 몸짓과 빨라진 말투.
순찬이가 허겁지겁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들었다.
“그래. 어여 가 봐.”
“어, 어! 나 갈게! 다른 얘긴 또 나중에 하자!”
그리고 그대로 폭풍 같은 손놀림으로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희윤 선배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이리라.
“아, 맞다. 이 말을 전하는 걸 깜빡했다.”
순찬이가 문자를 치다 말고,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또 고맙다는 개소리를 지껄일 생각이면…….”
“아델라랑 스텔라 양이 전해달래.”
“……응?”
갑자기?
“둘이 서로 싸워보고 싶다고. 대련할 거라던데? 심판 좀 봐 달래.”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 * *
순찬이가 호다닥 먼저 연구소를 떠나고.
나는 빠르게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후에 연구소 지하에 준비되어 있는 대련실로 향했다.
“어디 가?”
대련실로 향하는 길.
미미르가 내게 물었다.
“대련장.”
“대련장은 왜? 성능 테스트 때문에?”
“아니. 그건 아니고.”
아까 전, 순찬이와 대화할 때.
나는 검사를 위해 초커를 잠시 해제하고 있던 상태였다.
미미르는 나와 순찬이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
상황 파악이 안 될 만도 하다.
“내 지인 둘이서 대련을 할 건데, 나한테 심판을 좀 봐달라고 하네.”
“아하.”
미미르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인이면 뭐냐. 지순찬이랑 아델라 스테어튼가. 걔네 둘?”
“아델라는 맞는데. 순찬이는 아니야.”
“그럼 한 명은 누군데?”
“스텔라.”
“스텔라면, 스텔라 비노슈? 비노슈가의 괴물 검사 딸내미?”
“어.”
“걔랑 아델라 스테어트랑 붙는다고? 상대가 안 될 텐데.”
미미르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가르침을 청하기 위한 대련 같은 거야?”
미미르의 의문은 마땅했다.
미미르의 기억은 3년 전에 머물러 있다.
미미르의 기억 속에서, 현대의 기사란 마법사를 절대 이길 수 없는 약자다.
“보면 알 거야.”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3년 전의 검사와 지금의 검사는 다른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뭐가 많이 변했나 보네.”
“많은 게 변했지. 들으면 놀랄걸?”
“……그 정도란 말이지.”
미미르가 오묘한 표정으로 눈을 빛냈다.
“그럼 일단 내 지식을 현대와 동기화시키는 게 최우선이겠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게 즐겁다는 표정이었다.
“한동안 바쁘겠어.”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
“아니. 그냥. 너 답구나 싶어서.”
그 모습이 너무나도 미미르다워서.
미미르가 돌아왔다는 게 실감이 나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버렸다.
“뭐야 그게. 놀리는 거야?”
“놀리는 거 아닌데.”
나는 걸음을 잠시 멈추고, 미미르를 바라봤다.
“놀릴 거였으면 이렇게 안 하고, 아까 전에 엉엉 울었던 얘기를 했겠…….”
“아아아아! 안 들려! 안 들린다아! 시스템이 다운됐나? 목소리가 안 들리네에에!!”
미미르가 귀를 막았다, 열었다 반복하며 안 들리는 시늉을 했다.
누가 봐도 들리는 게 분명한데, 필사적으로 안 들리는 척을 하는 게 조금 귀여웠다.
“……씨잉.”
미미르가 입술을 삐죽였다.
아무래도 나도 모르게 웃음이 입 밖으로 샌 모양이다.
안 되지. 이러다가 진짜 삐질라.
“아, 맞아. 그러고 보니 중요한 얘기를 안 했네.”
“마음대로 놀렸다가 마음대로 화제 전환하고. 아주 신나시겠어요.”
미미르가 토라진 티를 팍팍 내며 팔짱을 꼈다.
내 예상대로, 삐지기 직전이었던 모양이다.
“엘레나 님이랑 아스란 님도 돌아오셨어.”
“안 들어. 그런 어거지 화제 전환에 속을 내가……? 응?”
미미르가 눈을 부릅뜨고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지, 지금 뭐라고 했어?”
“아스란 폴로함루인 님이랑, 엘레나 로 그린우드 님. 두 분의 영적 데이터도 너처럼 AI 초커를 통해 재기동 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진짜로?”
“어.”
미미르의 표정이 점점 환해져 갔다.
“평상시엔 좀 힘들겠지만, 이 연구소의 대련장에서라면 대화도 가능할 거야.”
환해져 가던 미소는, 이윽고 만개한 꽃처럼 활짝 피었다.
“진짜? 진짜로? 나, 엘레나랑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야?”
“어. 만날 수 있어.”
이 이상 밝아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만면의 미소가, 한층 더 밝아졌다.
순도 100% 행복한 웃음.
얼마나 행복하게 웃는지, 보고 있는 사람마저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다.
“마침 지금 대련장에 있는 아델라가 엘레나 님의 새 파트너기도 하고. 대화 정도는 바로…….”
그렇게 단언하려다가, 문득 아까 전 순찬이가 떠올랐다.
“……음. 아니다. 바로는 안 되겠네.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다.”
“시간? 왜?”
“아델라는 방금 막 전투를 끝내고 왔거든. 어느 정도 수준으로 초커를 가동시켰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무리를 했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1~2시간 정도는 잠들어 계실 거야.”
현대의 기술력을 모두 집결시킨 최신식 AI 초커라고 해도, 엘레나 로 그린우드라는 위대한 영혼을 온전히 담는 건 힘들다.
엘레나 님이 전력을 다하게 되면, 초커에 무리가 발생하며, 시스템적인 이유로 쿨다운 상태에 들어선다.
그래서 아까 순찬이와 대화할 때, 따로 아스란 님이 끼어들거나 하지 않은 것이다.
만약 잠들어 계시지 않았다면, 도중에 순찬이에게 말을 걸든 해서 나한테 인사라도 하셨을 거다.
“난 또 뭐 며칠 걸린다고……. 1~2시간 정도야 뭐.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지.”
미미르가 다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어? 근데 그러면 아델라 스테어트 걔는 엘레나의 도움 없이 싸운다는 거네?”
“그렇지 않을까?”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바삐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대련장에 도착했다.
나는 천천히 대련장의 문을 열었다.
“미안 많이 기다렸지. 나 왔……. 어?”
그리고 대련장 너머의 전경을 확인함과 동시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건 또 뭔…….”
온통 은색으로 도배되어 있어야 할 최신식 대련장의 내부는 온통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왜 엘레나 님의 마법이…….”
숲의 마법사, 엘레나 로 그린우드가 다루던 특수 마법.
목(木) 속성 마법이 대련장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