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36)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36화(336/466)
그 이후.
나는 미미르와 엘레나 님의 영적 데이터가 담겨있는 각각의 초커를 연구실에 놔두고 밖으로 나왔다.
딱히 정비의 목적으로 초커의 장착을 해제한 건 아니다.
그냥 미미르가 엘레나 님과 단둘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것 같아서 자리를 마련해 줬을 뿐.
‘지금쯤 엘레나 님한테 안겨서 펑펑 울고 있으려나.’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으며, 미소를 지으려 하는 미미르.
그리고 그런 미미르를 향해 진심을 담아 속마음을 털어놓는 엘레나 님.
그 과정 끝에 미미르는 펑펑 눈물을 쏟았으리라.
울면서 웃는 미미르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테니까. 내일 아침까지는 둘이 두자.’
마침 아델라도 마나 폭주 때문에 마나를 안정화 시켜야 하는 상태라서 초커를 벗어둬야 하는 상태고.
나도 딱히 미미르의 도움이 필요 없는 상태니까.
저렇게 따로 놔둔다고 해서 문제 될 일은 없다.
‘아, 맞다. 테룬 님한텐 미리 말해둬야지.’
나는 천천히 테룬 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밤, 연구실에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해 주세요.]이 정도만 적어도 될 테지.
이번 연구의 메인 개발자인 테룬 님은 나 다음으로 미미르와 엘레나 님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 정도만 말해 둬도 어떤 상황인지 다 눈치채실 거다.
‘뭐, 사실 이렇게 언질 안 해 놔도. 오늘 테룬 님은 아델라의 질문 공세에 시달리느라 연구실에 갈 생각도 못 하긴 하실 테지만.’
오늘 테룬 님의 방엔 아델라가 가 있다.
이번 신세대 AI 기술에 흥미진진한 아델라에게 테룬이 손수 자세한 설명을 해 주기로 약속해서, 지금 절찬 그 약속을 지키고 있는 중이다.
아델라의 바다 같은 호기심을 생각하면 오늘 새벽 내내 시달릴 게 분명하다.
테룬 님이 오늘 밤이나 새벽에 연구실에 갈 수 있을 확률은 0%에 수렴한다.
‘뭐,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니까.’
연구실로 갈 확률이 0%에 수렴한다고 해도, 완벽한 0%는 아니다.
만에 하나의 경우가 있을 수도 있으니, 이런 건 미리 연락을 해 두는 게 맞다.
‘아, 그래. 하는 김에…….’
나는 주머니에 넣었던 폰을 다시 꺼내, 다른 연구원 세 명에게도 연락을 보냈다.
오늘 하루만큼은 연구실에 가지 말아 달라.
그런 내용을 담아서, 최대한 정중하게 연락을 보냈다.
‘됐다.’
이렇게 말해 두면, 굳이 연구실로 가진 않을 테지.
나는 다시 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방해가 들어 올 가능성은 다 제거해 뒀습니다. 부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나는 그렇게 엘레나 님과 미미르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엇. 빨리 오셨네요?”
그렇게 걸어가는 중.
3층으로 향하는 계단에서 스텔라와 딱 마주쳤다.
“마침 방으로 가고 있었는데.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방에서 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까 전에 폭주한 아델라를 상대하며, 상당한 무리를 했을 텐데.
벌써 몸이 괜찮아진 건가?
“음. 솔직히 말해서 괜찮진 않은데요…….”
스텔라가 쓰게 웃으며 오른손에 쥐고 있는 바구니를 들어 올렸다.
샌드위치와 음료가 들어있다.
“배가 너무 고파서요.”
“아, 죄송합니다. 제 배려가 부족했네요.”
대련은 저녁 식사 전에 치러졌다. 즉, 스텔라는 점심 이후로 지금까지 어떠한 음식도 입에 대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 생각을 못 하다니.
여러모로 배려가 부족했다.
“에이. 제가 뭐 애도 아니고. 밥 정도는 제가 알아서 챙겨 먹는답니다. 사과 안 하셔도 돼요.”
스텔라가 방긋 웃었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제가 쓰러져 누웠는데도, 바로 따라오지 않으셨다는 점에 대해선 조금 서운함을 느끼고 있긴 하지만요.”
“그건…….”
아델라의 폭주가 멈추고, 아델라가 쓰러진 직후.
스텔라 또한 아델라를 따르듯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심검이라는 아직은 분에 맞지 않는 힘을 다룬 대가로,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린 것이다.
나는 그런 스텔라를 다른 스태프에게 맡겨, 별도의 의무실로 옮기게 하고, 아델라를 데리고 다른 의무실로 향했다.
스텔라의 입장에서 서운함을 느낄 만도 하다.
“이해해요. 소꿉친구라고 들었으니, 저보다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실 만도 하죠.”
“그런 게 아니라……. 사태의 중대함을 생각해서 일단 아델라 쪽을 먼저…….”
“변명 안 하셔도 돼요. 저는 다 이해하니까요.”
스텔라가 서운한 티를 팍팍 내며 미소 지었다.
묘하게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분명 내가 잘못한 건 없는 거 같은데, 뭔가 크게 잘못한 느낌이다.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까.
그렇게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였다.
“……농담이에요.”
스텔라가 서운한 기색을 싹 지우고, 만면의 미소를 띄웠다.
“알아요. 굳이 아델라 양을 우선한 게 아니라, 마나 폭주라는 사태의 심각성을 우선시했다는 거. 만약 폭주를 일으킨 게 저였다면, 당신은 분명 저를 우선시해 주셨을 테죠.”
스텔라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모든 걸 이해한다는 표정.
“지금은 그 정도로 만족해요. 아델라 양과 저. 둘이 서로 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요.”
그 표정으로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두고 보세요. 몇 년 내에 저를 우선시하게 만들어 드릴 테니까요.”
그 웃음 사이로, 아주 작은 서운함이 엿보였다.
나는 그런 스텔라와 눈을 맞추며,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다.
스텔라의 호의는 언제나 직설적이라, 뭐라 반응하기가 힘들었다.
“자, 그럼 가요.”
스텔라가 그런 내 손을 잡았다.
“딱 보니까, 아까 점심 이후로 아무것도 안 드셨죠? 같이 먹어요.”
그리고 반대 손에 쥐고 있는 샌드위치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들어 올려 보인 뒤.
내 팔을 당겨, 3층 자신의 방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 참.”
그렇게 나를 끌고 가다가, 돌연 걸음을 멈추고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아직 감상을 못 들었네요.”
“감상이라 하심은?”
스텔라가 내 손에서 자신의 손을 떼고, 옆구리에 팔을 척 올린 채 당당한 소공녀 같은 포즈를 취했다.
“제 심검이요. 어때요? 좀 놀랐나요?”
“아. 그 얘기를 하는 걸 까먹었네요.”
거만한 소공녀처럼, 으스대는 표정으로 환하게 웃는다.
“예. 확실히 놀라긴 했습니다.”
안 그래도 한껏 올라갔던 턱이 한층 더 올라갔다.
자, 어서 이 몸을 칭찬하거라.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과 몸짓이었다.
“아직 제대로 익히지도 못한, 어설픈 경지의 기술을 실전 형식 대련에서 쓴다는 바보 같은 짓을 하실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습니다.”
“……예?”
스텔라의 표정이 굳었다.
“제가 누누이 말씀드렸을 텐데요. 검이든, 마법이든, 연습을 통해 100% 이상으로 연마하지 않은 기술은 실전에서 사용해선 안 된다고. 이건 저만이 아니라, 세인 님의 가르침이기도 할 텐데요.”
“그게…… 어, 그러니까…….”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말 나온 김에 잘 됐네요. 공복감을 느끼시는 걸 보면 컨디션도 어느 정도 회복되신 것 같고. 거기 무릎 꿇고 앉으세요. 세인 님에게 당신을 맡아 달라 부탁받은 사람으로서, 할 말이 아주 많습니다.”
스텔라의 동공이 마구 떨렸다.
이게 아닌데.
그렇게 말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기뻐하세요. 제가 오늘 제 두 번째 스승님의 훈계 과정을 보고 깨달은 게 많습니다.”
나는 싱긋 웃었다.
변명은 됐으니까, 어서 꿇어앉으십시오.
“제가 지금까진 너무 상냥했죠?”
그런 사념을 담아 아주 환하게 웃었다.
“아뇨. 그, 저기…….”
“제 말 못 들으셨나요?”
“……예.”
스텔라가 입술을 벌벌 떨며 그대로 자리에 꿇어앉았다.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인 샌드위치 바구니가 상당히 애처롭다.
“아시겠습니까? 심검이란 그렇게 수박 겉핥기 정도의 접근으로 다룰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한 짓은 천장 위 선반에 손이 닿게 됐다는 것만으로, 선반에 놓여있는 식칼을 꺼내려 하는 아이와 다를 바 없는 행위입니다. 애당초…….”
나는 엘레나 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스텔라를 혼냈다.
“예. 죄송합니다아…….”
스텔라가 세상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 * *
다음날 아침.
나는 미미르와 함께 훈련장으로 향했다.
“어젠 잘 울었어?”
“……울긴 누가 울었다고.”
미미르가 시치미를 뗐다.
“거짓말을 할 거면, 네 상태를 보고 해. 알아? 너. 지금 눈이 퉁퉁 부어있어.”
“뭐?”
미미르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자신의 눈을 어루만졌다.
“거, 거짓말하지마. 내가 진짜 몸을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니고. 홀로그램 이미지가 어떻게 눈이 붓는다고…….”
“거짓말 아닌데.”
나는 그대로 초커의 기능을 통해 미미르의 모습을 찍었다.
그리고 그대로 미미르에게 보여줬다.
“봐. 부어있지?”
“…….”
미미르가 할 말을 잃었다.
놀란 표정.
대체 어떻게 실체를 갖지 않은 자신에게 저런 변화가 있을 수 있냐는 표정이다.
나는 그런 미미르를 보며 미소만 짓고 있었다.
“……어떻게 한 거야?”
결국 미미르가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물었다.
혼자 생각해선 답이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간단해.”
나는 득의양양한 미소와 함께 답했다.
“이번 신세대 AI의 개발에는 페르소나의 힘이 들어갔거든.”
“페, 페르소나?”
미미르의 눈이 한층 더 커졌다.
“신화 마법, 페르소나 말하는 거 맞지?”
“맞아.”
2년 반 동안, 나는 두 개의 신화 마법을 추가로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그중 하나가 페르소나다.
“전에 스승님과 만난 날. 네가 먼저 떠나고, 스승님과 남겨졌을 때. 이드레드의 서와 미미르의 서의 구조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했었는데. 거기서 두 권의 책을 만드는 데 페르소나라는 마법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걸 알게 됐어.”
페르소나.
직역하면 가면.
이 마법은 신화 마법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특이하다.
특이한 만큼, 사용에 따른 바리에이션도 굉장히 많다.
“그니까, 우리의 영혼을 페르소나의 계약으로 고정시켜서 책 속에 정착시켰다는 말이야?”
“맞아.”
그 사용법 중 하나가 지금 미미르가 말한 것이다.
누군가의 영혼을 어딘가에 정착시키는 것.
스승님은 그 힘으로 미미르를 미미르의 서에 정착시키신 거였다.
“잠깐만. 그 말은…….”
미미르가 눈을 부릅떴다.
“내가…… 단순한 카피가 아니라는 말이야?”
“아니야.”
엘레나 로 그린우드.
아스란 폴로함루인.
미미르 벨 바이테너.
셋은 모두 자신들이 본래의 자신들의 복제라고 알고 있었다.
본래의 자신은 따로 있으며, 그 자신은 이미 죽었고. 자신은 그 오리지널에서 파생된 가짜라고. 그렇게 알고 있다.
“너도, 아스란 님도, 엘레나 님도. 모두 진짜 본인이야.”
하지만 아니다.
셋은 가짜 같은 게 아니다.
본래 자신의 영혼이 페르소나와 작용하여, 의지를 얻게 된 것뿐인. 진짜 본인들이다.
“페르소나를 통해 맺는 영혼의 계약은, 당장의 영혼을 빼앗는 게 아니라, 대상의 사후에 적용되는 계약이야. 그래서 오해를 한 걸 거야.”
나는 페르소나의 특이성과, 이드레드의 서, 그리고 미미르의 서의 구조 및 특성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설명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1%도 채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이론의 연속이었지만.
이번에 설명을 듣는 상대는 다름 아닌 미미르.
평범함과는 1억 광년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는 천재 중의 천재다.
“……그런 구조였구나. 그렇다면, 내 기억이 계약을 맺을 당시에 멈춰있는 것도 말이 되네.”
미미르는 단번에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럼 지금 내게 몸이 있는 것 같은 변화가 발생하는 건, 페르소나로 형성된 내 영체의 틈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라는 말이네?”
아니, 단번에 이해하는 걸 넘어서, 그 이상의 개념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천재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고 하던가.
바야흐로 지금의 미미르에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아델라 스테어트가 엘레나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납득이 돼.”
“……응?”
……아니, 조금 틀린가.
“페르소나의 구조를 생각하면, 지금 초커를 통해 연결된 건, 단순 외면이나 정신만의 연결이 아니라 영체와 영체의 연결. 정신을 넘어선 무언가의 연결이라고 봐야 해.”
미미르의 천재성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아내는 정도가 아니었다.
하나를 가르치면 백, 아니, 천을 알아내는 수준이라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강한 연결이라면, 엘레나의 고유 마나와 성질이 아델라 스테어트에게 흘러 들어가는 것도 마냥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미미르의 눈이 빛났다.
새로운 연구의 실마리를 얻은 학자의 눈이었다.
“이건 큰 발견이야. 이 이론이 참이라 증명된다면, 이 연구는 한층 더 진화하게 될 거야.”
미미르가 말을 하다 말고 내게 시선을 돌렸다.
“계승자. 메모할 거 없어? 아니, 메모할 방법 없어?”
“있기야 한데…….”
초커의 기능 중에 홀로그램형 필기 기능이 존재한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미미르도 메모가 가능할 테지.
“그럼 그 기능을…….”
“잠시만.”
나는 그런 미미르의 말을 끊었다.
“미안한데. 생각을 정리하는 건 조금 나중에 해 줄 수 있을까?”
“왜?”
“그 전에 도와줘야 할 게 있어서.”
슬슬 목적지에 도착했다.
나는 훈련장의 문을 열었다.
훈련장에선 스텔라가 만전의 채비를 한 채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네 서포트가 좀 필요해.”
“……쟤랑 싸우게?”
“아니. 그건 아니고.”
대련이었으면, 굳이 미미르의 도움을 받을 필요까지도 없었다.
“지금 프랑스 쪽에 묘한 움직임이 관측됐거든. 그래서 스텔라 양을 몰래 돌려보내기가 힘들어진 상황이야.”
지금 필요한 건, 대련의 지원이 아니라, 신화 마법의 보조.
“그래서 스텔라 양을 돌려보내는 데 움브라를 써 보려 해.”
“아하.”
미미르의 서포트를 통해 새로 진화한 신화 마법.
“신화 마법의 보조. 부탁해.”
오늘은 새로운 신화가 탄생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