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37)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37화(337/466)
프랑스.
마나 재해 대응팀.
비상 대책 본부.
회의에 참석한 11명의 고위 간부들을 중심으로 무거운 분위기가 똬리를 내리고 있었다.
“비노슈가의 가주는 아직도 연락이 안 되는 겁니까?”
11명 중, 누구보다도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있던 한 남자가 넌지시 화두를 열었다.
“예. 아직…….”
“쯧. 이런 심각한 상황에 연락 두절이라니. 기본이 안 돼 있군.”
남자의 인상이 한층 더 일그러졌다.
“이래서 반대했던 겁니다. 23살짜리 꼬맹이의 책임감이라고 해 봐야, 결국 이 정도일 뿐입니다.”
2년 반 전.
세인 비노슈와 소피아 아네체프리가 흑마도왕과 동귀어진한 직후.
세계는 크게 변화했다.
12명의 마탑주 중, 6명의 마탑주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파워 밸런스가 변한 것도, 변화의 이유 중 하나겠지만.
세계가 변화한 주된 이유는 마나 재해의 발생 빈도의 증가에 있다.
2년 전을 기점으로 마나 재해 빈도수가 매 달, 배 단위로 뛰면서, 안전국은 더 이상 안전국이 아니게 되었고.
전쟁국은 더 이상 전쟁을 할 상황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그 결과가 지금의 변화한 세계이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들끼리 싸우지 않는다.
테러리스트라든가, 범죄 연합 같은 건 여전히 존재하지만.
각국이 서로 전쟁을 벌인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자연이라는 거대한 재해를 앞에 두고, 손을 잡게 되었다.
그렇게 전쟁 국가가 사라지며, 강대국들 또한 태세를 정돈하기 시작했고.
조국의 안전이란 이름 아래 지금의 구조로 변화하게 되었다.
지금 이 자리가 바야흐로 변화의 증거다.
프랑스의 안전을 책임질 12명의 대표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대책 회의.
이런 회의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다.
“기사들의 희망이고 뭐고, 결국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마였을 뿐인 것을. 다들 스텔라 비노슈를 너무 높게 쳐 줬습니다.”
하물며 이 자리의 대표자로 23살밖에 안 된 스텔라 비노슈가 껴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이 회의에 스텔라를 옹호하는 권력자가 있지 않은 이상,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단 진정하시고, 기다려 보시지요. 그쪽도 나름 중요한 일이 있어서, 연락이 안 되는 걸 수도 있으니.”
12대표 중 한 명이자, 마법의 대표, 그리고 이 회의의 총지휘를 맡은 노신사가 화난 남자를 달랬다.
“핌 님의 말이 맞습니다. 아직 3분밖에 안 됐습니다. 그런 말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노신사의 이름은 핌 오퍼.
과거, 흑색 마탑 소탕 작전에 참여한 대마법사 중 한 명으로.
세인 비노슈의 위용을 제 눈으로 확인한 소수의 인물 중 한 명이다.
“……쯧.”
화난 남자가 혀를 찼다.
‘핌 오퍼. 저 양반이 제일 문제거늘.’
애초에 저 핌 오퍼가 스텔라 비노슈를 전적으로 지원해 주지만 않았더라면, 그 꼬맹이가 이런 중요한 자리의 대표로 선정될 일도 없었을 텐데.
‘화가 나는군.’
마법사 주제에, 검사인 세인 비노슈를 존경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마법사 주제에 검사들과의 화평을 꿈꾸고 있다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그냥 저 노마법사의 모든 게 다 마음에 안 든다.
“……좋습니다. 일단 비상 연락에 응답하기까진, 아직 2분 정도 남았으니. 그때까진 기다려 보죠.”
남자가 팔짱을 끼고, 입꼬리를 비틀었다.
“단, 만약 2분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면, 그땐 정식으로 비노슈 대표의 퇴출 요청을 하겠습니다. 규율을 어기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거니까요.”
핌 오퍼가 침묵했다.
남자의 말대로, 스텔라 비노슈의 연락 두절은 큰 안건이다.
애초에 연락을 받지 않아서야, 이 회의가 존재하는 의의가 없다.
말마따나, 이 회의 자체에서 퇴출되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그 침묵은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죠?”
남자가 득의양양하게 핌 오퍼를 몰아붙이려 할 때였다.
“그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회의장의 문이 활짝 열리며,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스텔라 비노슈.
비노슈가를 상징하는 엠블렘이 도드라지는 정복을 입은 채.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등장에 남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일찍도 오는군.”
남자가 화가 가득 난 표정으로 짜증을 토로했다.
‘2분만 더 늦었으면, 정식으로 퇴출 요청을 할 수 있었는데.’
이 상황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다.
“죄송합니다. 사태 파악을 하다 보니, 조금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태 파악? 하.”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
“마법에 대해서 잘 몰라서 모르나 본데. 이제 막 마나 재해의 징조가 발견되어, 비상령을 선포한 상태입니다. 사태 파악이고 뭐고,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스톰 타입의 마나 재해입니다.”
스텔라 비노슈가 자리에 앉으며 여유만만하게 말했다.
수없이 많은 마나 재해들 중.
정확히 스톰 타입의 마나 재해라고 단언하는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남자가 이젠 예의도 필요 없다는 듯 대놓고 비아냥대기 시작했다.
“요동치는 마나의 움직임과, 변화하는 파동, 그리고 근래의 변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하.”
남자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 쳤다.
“그런 사소한 변화를 통해 마나 재해를 특정 지을 수 있다는 말은 또 처음 듣는군. 그 정보의 출처는 어디지? 어떤 돌팔이가 그딴 헛소리를…….”
“마도신가에서 새로 개발한 탐지 장치로 얻은 결과입니다.”
“……뭐?”
남자가 할 말을 잃었다.
마도신가.
근 2년 반 사이에, 가장 크게 변화한 가문의 이름.
과거엔 한국 내에서만 유명세를 떨치던 작은 명가는, 이제 세계에서 발돋움하여, 세계적인 명가가 되었다.
“마도신가에서…… 그러한 기술을 새로 개발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만.”
남자가 다시 예의를 되찾았다.
다름 아닌, 마도신가의 이름이 나온 이상, 허투루 말을 해선 안 된다.
지금까지 마도신가와 엮여서, 패가망신한 정치인들을 한두 명 본 게 아니다.
“그럴 수밖에요. 극비리에 개발해서, 이번에 갓 시연을 마친 기술이니까요.”
“아직 검증이 안 된 기술로 그렇게 단정 짓기엔…….”
“그 건에 대해선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때, 열려 있는 회의실 문 너머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 프랑스를 뒤덮은 마나 재해는 스톰 타입의 마나 재해입니다.”
신하율.
“저와, 제 가문의 명예를 걸고. 보증하겠습니다.”
그가 여유로운 미소로 회의에 끼어들었다.
* * *
회의가 모두 끝나고.
나는 스텔라와 함께 비노슈가로 돌아가고 있었다.
“으으. 다시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해요. 2분만 늦었으면…….”
스텔라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2분 차이로, 검사들의 대표 자리를 빼앗길 뻔했다.
저런 반응을 보일 만도 하다.
“감사해요. 덕분에 살았어요.”
스텔라가 자신의 팔뚝을 문지르며 나를 바라봤다.
양쪽 팔에 닭살이 한껏 돋아있다.
대표 자리를 빼앗긴다. 그렇게 상상한 것만으로, 소름이 돋은 모양이다.
“별말씀을. 애초에 저 때문에 무리해서 한국에 오셨던 거니까요. 책임져야 할 일에 대해, 책임을 졌을 뿐입니다.”
“에이. 그렇게 따지면, 애초에 제가 꼭 제 눈으로 보고 싶다고 해서 이렇게 된 거잖아요. 감사해야 할 일이 맞죠.”
스텔라가 애교 섞인 표정으로 싱긋 웃었다.
“으음. 이 일의 보답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반달처럼 휜 눈가.
그 웃음은 자못 여우 같았다.
“혹시 원하는 거 있으세요?”
스텔라가 내 옆자리로 이동해, 내 어깨에 몸을 기댔다.
뭔가 눈가가 촉촉하다.
뭘 원하는지 아주 잘 알겠는 몸짓과 표정이었다.
……물론 그 바람에 응해 줄 생각은 전혀 없지만.
“……제대로 여우네.”
그때, 미미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전, 서포트와 함께 잠시 셧다운이 됐었는데.
다시 시스템이 복구된 모양이다.
“하율 씨?”
내가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는 걸 이상하다 생각한 듯.
스텔라가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물었다.
“아, 파트너가 눈을 떠서요.”
“파트너라 하시면……. AI요?”
“아뇨. AI가 아니라 파트너입니다.”
미미르는 AI가 아니다.
육체를 지니지 못했을 뿐.
엄연한 사람이며, 내 파트너다.
“……어, 음.”
스텔라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스텔라는 아직 미미르가 어떠한 존재인지에 대해 잘 모르니만큼, 저런 표정을 짓는 것도 당연하다.
“파트너…… 인가요?”
스텔라가 미미르가 있는 방향을 응시했다.
설비가 없기에, 진짜 보이는 건 아니고.
내 시선을 말미암아, 대충 그 위치에 있겠거니 하고 바라보는 것이었다.
“뭘 꼬나 봐? 확 그냥 먹물을 쪽 뽑아버릴라.”
미미르가 그런 스텔라를 깔아보며 사납게 웃었다.
“잘 모르겠지만, 일단 알겠어요. 파트너라고 하시는 덴, 다 이유가 있으실 테니. 그렇게 기억해 둘게요.”
“예.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텔라가 방긋 웃었다.
“아, 맞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이걸 여쭤보는 걸 깜빡했네요.”
웃는 낯으로 그대로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스텔라.
그 이름에 걸맞게, 별빛처럼 빛나는 눈빛이 도드라졌다.
“아까. 어떻게 한 건가요? 분명 한국에 있었는데, 이 짧은 시간 사이에 프랑스로 이동하다니. 혹시 순간이동 마법의 개발에 성공한 건가요?”
한국에서 프랑스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은 준비 시간을 포함해 고작 3초.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수만 킬로를 뛰어넘었다.
스텔라가 순간이동 마법이라 오해할 법도 하다.
“아뇨. 순간이동 마법은 아닙니다.”
“그럼요?”
점점 가까워지는 스텔라의 얼굴을 보며, 미미르가 코웃음을 쳤다.
“안 알려 줄 건데?”
그리곤 그대로 혀를 내밀었다.
아무래도 미미르는 스텔라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하다.
근데 이걸 어쩌나. 숨김없이 다 설명해 줄 생각인데.
“음. 저번에 슬쩍 말씀드린 적 있죠?”
“……계, 계승자?”
미미르가 배신당한 왕녀 같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그런 미미르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설명을 이었다.
“2년 반 전에 흑색 마탑을 습격할 때, 도움을 준 사람 중 섀도우라는 인물이 있었다고요.”
“아, 네. 분명 내부 밀고자로, 그림자 마법이라는 특이한 마법을 사용했다고……. 그게 왜요?”
“제가 사용한 건, 그 사람이 남긴 유산입니다.”
나는 그대로 손에서 그림자를 꺼내,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림자 마법. 본래의 이름은 움브라. 전에 말씀드린 이그니스와 동격인 신화 마법 중 하나입니다.”
“아! 신화 마법!”
스텔라가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그 신화 마법이라면 이해가 가네요. 그 섀도우라는 분은 분명 그림자를 통해서, 세계 이곳저곳을 이동해 다닐 수 있다고 하셨었죠. 그 힘을 이용한 거군요.”
“예. 맞습니다.”
나는 다시 그림자를 갈무리해서 몸속으로 흡수시켰다.
“……왜 그걸 다 곧이곧대로 설명해 줘?”
미미르가 다소 토라진 표정으로 투덜댔다.
“이미 다 알고 있는데, 숨겨서 뭐 해.”
“네?”
내 대답에 스텔라가 반응했다.
갑자기 뚱딴지같은 대답을 하니까, 이상하게 생각한 모양이다.
“아뇨. 미미르……. 파트너한테 말한 겁니다.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아하.”
스텔라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궁금증은 다 풀리셨습니까?”
“아뇨. 아직 하나.”
스텔라가 다시금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제가 하율 씨한테 들은 신화 마법은 강력한 위력을 지녔지만, 그 대가로 긴 영창을 해야 하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격 마법이라고 들었는데요.”
“예. 분명 그렇게 말씀드렸었죠.”
“근데, 이번에 사용하실 땐, 딱히 영창 같은 건 하지 않으신 것 같아서요.”
“예. 영창은 안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 신화 마법을 저장할 수 있는 스태프를 사용하신 것도 아닌 것 같고.”
“예. 카일룸도 사용 안 했습니다.”
“근데 어떻게 신화 마법을 그리 빠르게 사용하신 건가요?”
“어떻게일 것 같나요?”
나는 자못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림자 마법……. 움브라라고 하셨던가요? 그 신화 마법은 영창이 필요 없는 마법이라든가……. 그런 건가요?”
“아뇨. 아닙니다. 신화 마법 중에, 영창이 필요 없는 마법은 존재하지 않아요.”
팩티오 조차도, 최초 발동, 계약 시에는 긴 영창이 필요하다.
신화 마법 중에 영창이 필요 없는 마법은 단 하나도 없다.
“그럼 어떻게……?”
“저번에 말씀드렸었죠. 프로젝트 미미르. 제가 개발하고 있는 기술이 완성되면, 마법은 또 한 단계 진화하게 될 거라고.”
“예. 그러셨었죠.”
“이게 그겁니다.”
“네?”
나는 여전한 미소를 띤 채로 내 목의 초커를 검지로 두드렸다.
“이번 프로젝트 미미르의 성공으로 아델라와 순찬이의 마법이 한 단계 성장, 아니. 진화한 것처럼. 제 마법도 한 단계 진화했습니다.”
스텔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말은…….”
“예.”
“엣헴.”
옆에서 미미르가 팔짱을 낀 채, 으스댔다.
나는 그런 미미르를 힐끔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이제 제가 신화 마법을 사용하는 데 영창은 필요 없습니다.”
레이 벨 바이테너.
위대한 신화 속 대마법사조차 도달하지 못한 새로운 경지.
신화 마법의 무영창화.
“세상에…….”
미래를 위한 힘, 바이테너식.
그 이름에 걸맞게, 나는 한 걸음 더 높은 미래로 나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