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3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38화(338/466)
스텔라를 저택까지 바래다주고 난 뒤, 나는 곧장 저택을 떠났다.
스텔라는 차도 한 잔 마시지 않고 가는 내게 조금 섭섭함을 느끼는 듯했지만.
선약이 있다고 하니까 바로 서운한 기색을 지웠다.
뭐, 애초에 진심으로 서운해한 것도 아니었을 거다.
스텔라도 지금 마나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곧장 행동에 옮겨야 하는 처지인데, 차를 마실 시간이 있었겠는가.
그냥 나 서운해요~ 하고 무언의 어필을 했을 뿐이다.
‘점점 더 노골적이 되고 있는 거 같은데.’
세인 님이 돌아가신 뒤, 스텔라를 대신 맡은 지 어언 2년 반.
시간이 흐르며, 점점 스텔라의 대쉬가 노골적으로 되어가고 있다.
덕분에 요즘 좀 머리가 아프다.
아예 대놓고 들이대면 그냥 단칼에 거절하기라도 하겠는데.
뭔가 노골적이면서도, 아닌 거 같은 묘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서 대놓고 거절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평소처럼 대응하기도 좀 그렇고.
여러모로 애매한 상황이다.
‘순수했던 스텔라는 어디 가고……. 세인 비노슈 주니어만 남아서…….’
기분이 상당히 묘하다.
스텔라에게서 세인 님의 흔적이 엿보여서 기쁘기도 하면서도, 괜히 슬프기도 하고.
“뭘 그리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어?”
그때, 내 앞에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리춤까지 기른 긴 은발.
그리고 그 은색과 대비되는 붉은 눈동자.
신비로움을 아로새긴 듯한 이색적인 외모.
그 신비로운 분위기에 대비되는 편안함에 중점을 둔 용병복을 입고 있는 여성.
“오셨습니까.”
샤를.
그녀가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 웃고 있다.
“그럼 약속했는데, 오지 안 오냐?”
주머니에서 한 손을 빼고, 내가 앉아있는 벤치 옆에 거칠게 앉아,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런 것보다, 뭘 그리 고민하고 있냐니까?”
“별거 아닙니다.”
오늘따라 샤를 단장님의 분위기가 상당히 활발하다.
소피아 님이 행방불명된 뒤로 2년 반.
그리고 소피아 님이 사실상 사망했을 거라 판단이 난 뒤로는 1년 반.
그 사이에 샤를 단장님의 안색은 죽어가는 좀비나 다름없었다.
지금 저렇게 머리가 길어진 것도, 딱히 뭔가 꾸미기 위해 머리를 기른 게 아니라, 자르기 귀찮다고 방치하다 보니까 저렇게 된 것뿐이다.
그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별거 아니긴. 누가 봐도 별건데.”
물론 반년 전, 어떠한 사건을 기점으로 어느 정도 회복되시긴 했는데.
그래도 이 정도로 쾌활한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뭐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
“아. 알겠다.”
샤를 단장님이 치뜬 눈으로 장난스럽게 웃으셨다.
내 침묵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신 게 분명하다.
분명 성대한 헛다리를 짚고 계실 테지.
“여자 문제구나?”
……이걸 맞추네?
“대답 없는 거 보니까 맞네. 여자 문제. 역시 내 눈썰미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누가 봐도 얻어걸린 게 분명하긴 한데, 정답은 정답이라서 뭐라 대꾸할 말이 없었다.
“어디 보자. 지금 네가 여자 문제로 고민할 일이라고 치면…….”
단장님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눈웃음을 지었다.
“스텔라 비노슈. 맞지?”
“…….”
또 정답이다.
‘진짜 감 하나만큼은…….’
안 그래도 감이 좋으셨던 분이었긴 한데, 요즘 들어 감이 더 좋아지셨다.
뭔가 전에는 갈무리되지 않은 야생의 감이라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정제가 된 미래시에 가까운 감이라고 해야 하나.
얼마나 감이 좋냐면, ‘혹시 나를 몰래 관찰하고 있는 거 아냐?’라고 의심을 했을 정도다.
“흐음. 스텔라 비노슈와의 관계인가. 되게 어려운 문제네.”
“……예.”
이미 다 들킨 이상 숨길 이유는 없겠지.
“평범한 남자라면 옳다구나! 하고 낚아챘겠지만, 너는 평범이란 범주에 들어서 있는 남자가 아니니까.”
샤를 단장님이 도끼눈으로 내 전신을 훑었다.
“아니지. 그냥 남자가 아니라고 해야 하나?”
“남자가 아니라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말이 너무 심한 거 같은데요.”
“심하긴 개뿔. 심하다고 할 거면, 여자에 티끌만 한 관심이라도 가지고 나서 말해.”
“오해십니다. 저도 남들만큼의 관심은 있습니다.”
“지랄.”
샤를 단장님이 코웃음을 쳤다.
“너. 인간의 3대 욕구가 뭔지 말해 봐.”
“뜬금없이 뭡니까?”
“됐으니까 말해 보라고.”
“성욕, 수면욕, 식욕 아닙니까?”
“그럼 네 3대 욕구는?”
“제 3대 욕구가 따로 어딨습니까. 똑같죠.”
“아니. 달라.”
샤를 단장님이 아직까지 주머니에 넣고 있던 한 손을 빼서, 검지만 편 채, 쯧쯧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네 3대 욕구는 성취욕, 진취욕, 지식욕이야.”
“그건 또 무슨 신박한 3대 욕구입니까?”
“신하율의 3대 욕구라니까?”
샤를 단장님이 그대로 손가락을 하나씩 펴며 말을 이었다.
“일단, 너 잠 안 자잖아?”
“……그건 그렇죠.”
“말인즉, 너한텐 수면욕이 없다는 말이지.”
“…….”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거기에 식욕. 너 딱히 뭐 좋아하는 요리 같은 거 없잖아. 아니, 좋아하고 뭐고 이전에, 밥 먹는 시간 아깝다고 대충 영양 보충식으로 때우잖아.”
“…….”
“식욕이 있는 사람은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맛을 포기하거나 하진 않아. 즉, 너한텐 식욕도 없다는 거지.”
반박할 여지가 없는 정론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성욕은…… 뭐, 굳이 말 안 해도 되지? 1년 전 일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니까.”
“그때는 그냥 샤를 단장님이 걱정돼서…….”
“내가 걱정돼서 그랬긴 개뿔.”
샤를 단장님이 코웃음을 쳤다.
“그때 내가 여자로서의 자존심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는지 알아?”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1년 3개월 전.
소피아 님의 죽음이 사실상 확정된 직후.
폐인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샤를 님을 정신 차리게 하기 위해, 억지로 찾아갔던 그 날.
조금 불순한 일이 있었다.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과거다.
“백 보 양보해서 나와 있었던 일을 빼더라도, 네게 남자로서의 욕구가 없다는 건 확실해. 네 주위에 그 화려한 면면들을 두고서도 지금껏 아무런 사건 사고가 없었다는 게 그 증거야.”
샤를 단장님이, 모든 증명을 마친 탐정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그건…….”
순간 욱해서, 뭐라 반박하려 했지만, 참아냈다.
“……후. 아닙니다. 예. 그런 걸로 칩시다.”
이건 뭐,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들을 생각도 없어 보이고.
그냥 그러려니 해야지.
……뭐, 내게 인간의 3대 욕구보다 성취욕, 진취욕, 지식욕이 더 중요하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고.
솔직히 부족한 지식을 채워 넣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긴 하니까.
“그래. 인정하니까 얼마나 보기 좋아.”
샤를 단장님이 내 등을 탁탁 두드렸다.
“아, 그래, 맞아. 프로젝트 미미르 소식 들었어. 잘 됐다며?”
“네. 잘 됐습니다.”
“듣기론 오늘 여기로 이동한 거 섀도우의 마법을 써서 이동한 거라고 하던데.”
“예. 소식이 빠르시네요.”
“거리의 제약이 사라진 거야?”
“예. 이제 미미르의 보조만 있으면, 거리 상관 않고 어디든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이야. 대단하네. 이제 섀도우처럼 어디든 원할 때, 언제든지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게 된 거야?”
“그럼 좋겠습니다만, 아쉽게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접때 말씀드렸다시피, 움브라는 아직 완벽하게 신화 마법으로 벼린 게 아니라서요.”
“아, 맞다. 아직 그림자의 여신을 굴복시키지 못했다고 했던가?”
“제가 언제 그렇게 말했습니까? 제압하지 못했다고 했지.”
“제압이나 굴복이나 그게 그거지 뭐.”
“굴복은 누가 들으면 오해할 법한 어조잖습니까.”
“에이. 누가 듣는다고. 그런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
샤를 단장님이 너털웃음과 함께 손사래를 쳤다.
“아무튼 내 말이 맞다는 거지? 완벽하게 굴복시키지 못해서, 그림자 마법을 다루는 데 문제가 있다. 이거잖아.”
“그니까 굴복이 아니라…….”
……됐다.
더 말해봐야 내 입만 아프지.
“예. 움브라, 그림자 마법을 저출력으로 사용할 땐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미미르의 도움을 받아 강제로 출력을 올리고 나니까 이렇게…….”
나는 왼쪽 소매를 걷어, 팔뚝을 보여줬다.
그림자에 물든 듯, 검게 칠해진 팔뚝.
“움브라의 자아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샤를 단장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것도 저주야?”
검게 물든 신체를 통해, 소피아 님의 저주를 떠올린 것이리라.
“저주라고 부를 것까진 아닙니다. 그냥, 제 제어를 벗어난 그림자가 제 몸에 들러붙었을 뿐이라서요. 이 이상 확장되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놔두면 며칠 이내에 떨어질 테고요.”
다행히 첫 번째 사용이었기에, 그리 거창한 후유증이 남진 않았다.
“물론 그사이에 또 그림자 마법을 쓰거나 하면, 악화되겠지만요.”
“아~”
내 말에 샤를 단장님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림자는 마나 과부하에 가까운 느낌이라는 거네? 한번 사용하고 나면, 일정 시간 동안 사용하지 못한다는 거고.”
“예. 정확합니다.”
나는 다시 소매를 내렸다.
“미미르의 계산에 따르면 이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지기까진 약 3일. 그림자를 이용한 장거리 이동은 3일에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장거리 이동만 못 하는 거야? 아니면…….”
“후자입니다. 그 사이에는 아예 움브라 자체를 사용할 수 없어요.”
이게 움브라의 새로운 제약이다.
“흠. 크다고 보기엔 그리 중대하진 않고, 그렇다고 작다고 보기엔 또 크고…… 묘한 제약이네.”
“예. 딱 그런 느낌입니다.”
“그 여신이란 거. 지금 제압하면 안 되는 거야?”
“글쎄요. 뭔가 방법을 찾기 전까진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이제 이그니스를 통해 점유율을 빼앗아 오는 건 불가능하다.
뭔가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움브라를 제압하는 건 불가능하다.
“뭐, 일단은 이대로 두려고요. 3일에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대단한 거니까요.”
“그렇긴 하지. 3일이란 제약이 그리 크게 작용할 거 같지도 않고.”
“예.”
3일 사이에 뭔가 큰일이 연달아 벌어지지만 않는 이상, 아무 문제도 없다.
“애초에 움브라는 곁다리 같은 거기도 하고요.”
사실 3일 이내에 큰 사건이 연달아 터져도 별문제는 없다.
내겐 움브라만 있는 게 아니니까.
“곁다리라니?”
“미미르의 보조로 한 단계 진화한 건 움브라만이 아니거든요.”
“……아!”
샤를 단장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너…… 진짜로 신화 마법의 무영창화에 성공한 거야?”
“예. 성공했습니다.”
움브라를 제외한 다른 신화 마법은 모두 아무런 제약 없이, 무영창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그니스도?”
“당연하죠.”
“……이런 미친.”
샤를 단장님이 놀람의 욕설을 내뱉었다.
“너…… 진짜 괴물 다 됐구나?”
“음……. 원래라면 부정했을 텐데. 지금은 못 하겠네요.”
나도 아직 실전에서 힘을 사용해 본 건 아니라, 뭐라 단언은 못 하겠지만.
괴물이란 카테고리에 들어선 건 확실하다.
“보고 싶네.”
“뭐가요?”
“네가 이그니를 무영창으로 쓰는 거. 움브라의 건으로 봐서, 출력도 올랐을 거 아냐.”
“예. 움브라만큼은 아닙니다만, 이그니스의 출력도 소폭 상승했습니다.”
“……허허.”
샤를 단장님이 헛웃음을 지으며 주위를 살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찾는 듯한 모습이었다.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미미르라고 했던가? 확실히 네가 그렇게 입이 닳도록 자랑할만해.”
“제게 아까울 정도로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미미르를 찾고 있는 듯했다.
“지금 근처에 있는 거지?”
“예. 있긴 합니다.”
“그럼 인사나 좀 시켜 줘. 앞으로 종종 볼 텐데, 인사 정도는 해야지.”
“어……. 음…….”
나는 샤를 단장님의 머리 위, 미미르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미미르는 지금 다른 데 집중하고 있느라 바빠서요. 인사를 할 겨를이 없을 겁니다.”
“다른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게 뭔 말이야?”
“갑자기 프로젝트 미미르가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이 떠올랐다고 하더니, 정리 좀 하겠다고 한 뒤로, 계속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있습니다.”
미미르는 지금 메모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이런저런 수식을 적어나가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새롭게 나아갈 방향? 벌써? 깬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게요. 저도 놀랐습니다.”
“……이야.”
아까 프랑스에 오기 전, 뭔가를 깨달았다고 하더니.
작은 깨달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지금 미미르가 깨달은 게, 어떤 결과로 수렴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샤를 단장님이 아쉽다는 듯이 웃었다.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다음에 제대로 설비가 있는 장소에서 자리를 마련해 볼게요. 단장님도 얼굴 보고 인사하는 게 더 좋잖아요?”
“그건 맞지.”
샤를 단장님의 표정에서 아쉬움이 사라지고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그대로 벤치에 앉은 채, 양팔과 양다리를 쭉 늘리며 기지개를 켰다.
“후아. 어쩌다 보니 잡담이 길어졌네. 미안. 바쁠 텐데.”
“아뇨. 프로젝트가 일단락돼서, 딱히 바쁜 건 없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단장님이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내게 시선을 돌렸다.
조금 전까지의 말랑말랑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져, 용병 특유의 날카로운 기세만이 남았다.
“오늘 이렇게 너를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주머니에서 웬 수신 단말을 꺼내, 내게 건넸다.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서야.”
“보여주고 싶은 거요?”
“어.”
나는 그대로 수신 단말을 받아들었다.
수신 단말의 화면에는 하나의 동영상이 떠올라 있었다.
“여기. 보면 알 거야.”
나는 그대로 재생 버튼을 눌러, 영상을 재생시켰다.
“……!”
그리고 영상에 찍힌 인물을 확인함과 동시에, 경악했다.
“단장님…… 이 푸른 로브의 인물은 설마…….”
“네가 봐도 똑같지?”
어딘가 한적한 시골 마을의 편의점에서 찍힌 것으로 보이는 편의점 앞 CCTV 영상.
거기엔 한 여성이 찍혀 있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를 수가 없는 얼굴.
“소피아 님……인가요?”
소피아 아네체프리.
죽은 줄로만 알았던, 소피아 님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