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3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39화(339/466)
“진짜 마담인진 모르겠어. 그냥 닮은 사람일 수도 있고…….”
단장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흐렸다.
“……흑색 마탑의 잔당들이 수작질을 부리고 있는 걸 수도 있죠.”
다음 말을 내가 이어받았다.
“그치.”
흑마도왕은 죽었지만, 흑마법사들이 모두 사라진 건 아니다.
헤르메스와 섀도우를 비롯한, 굵직한 간부들이 모두 죽긴 했으나.
소수의 간부들은 살아남았다.
살아남아, 각각의 빌런 연합을 만들었다.
이들이 바로 흑색 마탑의 잔당들이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함정일 가능성이 더 크긴 하네요. 살아있는 흑마법사들 중에 메타몰포시스를 사용할 수 있는 흑마법사가 없을 리가 없으니까요.”
단순히 외견을 바꾸는 건, 6서클 마스터 정도의 성취로도 충분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지금 이 영상에 찍힌 소피아 님은 가짜일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진짜일 수도 있어.”
허나, 가짜일 확률이 100%는 아니다.
1% 남짓.
이 영상에 찍힌 여성이 진짜 소피아 아네체프리 님일 확률도 적게나마 존재한다.
“조사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해.”
샤를 단장님의 눈이 뜨겁게 일렁였다.
근 2년 만에 보는, 열정 넘치는 눈동자였다.
……이거 때문에 그렇게 신나 보였던 건가.
“조사 자체는 저도 찬성합니다. 진짜면 좋은 거고. 만약 가짜라면 정보 수집을 위해서라도 생포해야 하니까요.”
“정보 수집이라니?”
“이쪽의 정보가 어디서 유출되었는가에 대한 출처를 알아봐야죠.”
“아, 맞네. 지금 이 영상에 찍힌 마담이 가짜라면 놈들이 마담의 생사가 불명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말이니까…….”
“예. 저희 쪽 기밀 정보가 놈들에게 유출되었다는 말이 됩니다.”
우리 쪽 정보가 어떻게 흑색 마탑의 잔당 놈들에게 흘러 들어갔는가.
그걸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조사는 필수 불가결이다.
“이 영상, 어디서 찍힌 건가요?”
“이탈리아.”
“이탈리아라……. 머네요.”
“멀긴 한데……. 왜? 네가 직접 조사하러 가려고?”
“예. 그럴 생각입니다.”
“내가 가는 게 낫지 않겠어?”
조사는 단장님의 특기다.
단순히 일의 종류만 두고 봤을 땐, 단장님이 직접 조사에 임하는 게 맞다.
“아뇨.”
허나.
“이번 건은 제가 가는 게 맞습니다.”
이번엔 얘기가 좀 다르다.
“이 영상은 99% 확률로 가짜. 미끼입니다. 소피아 님의 모습을 이용해서 저나 샤를 단장님을 저곳으로 부르는 게 목적일 테죠.”
이번 임무는 단순 조사가 아니라, 적들의 소굴에 쳐들어가야 하는 잠입 미션이나 마찬가지다.
“단장님이 직접 가시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샤를 단장님을 보낼 수는 없다.
너무 위험하다.
“위험한 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네가 나보다 강한 건 알겠지만, 결국 너도 놈들의 타겟에 들어가 있는 이상…….”
“아뇨. 전 경우가 다릅니다.”
놈들이 소피아 님을 미끼로 건 이상, 목표는 나 아니면 샤를 단장님. 둘 중 하나다.
내가 가던, 샤를 단장님이 가던 위험하단 건 변함이 없다.
하지만.
“저는 외견을 바꿀 수 있잖습니까.”
“아…….”
그건 내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변장 정도밖에 할 수 없는 샤를 단장님과 달리, 나는 마법으로 내 외모를 바꿀 수 있다.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고, 조사에 임하면 될 뿐이다.
“만에 하나의 사태가 벌어져도, 지금의 제겐 움브라가 있고요. 여차하면 그대로 한국으로 도주하면 될 뿐입니다.”
그리고 내겐 움브라도 있다.
만에 하나, 내 정체가 발각되어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고 해도, 움브라를 사용해 한국으로 도주하면 될 뿐이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 외에도, 여러 변수를 생각했을 때. 제가 가는 게 맞습니다.”
애초에 이 일이 소피아 님과 관련된 일인 이상, 샤를 단장님을 보내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
소피아 님과 관련된 일인 만큼, 100%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건 불가능할 터.
아무리 봐도 이 일은 내가 맡는 게 맞다.
“…….”
샤를 단장님이 인상을 찡그린 채 시선을 내렸다.
머리로는 이해하겠는데, 가슴으론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
논리고, 이성이고 다 집어치우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임무는 자신이 맡고 싶다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역시.’
그 눈빛을 보고 다시금 확신했다.
절대 샤를 단장님을 보내선 안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게 제일 중요한 이유인데. 샤를 단장님께는 다른 임무를 부탁드리고 싶거든요.”
다행히 내게는 샤를 단장님을 설득시킬 방법이 존재한다.
“다른 임무?”
“예.”
나는 평소 내가 애용하는 홀로그램 태블릿을 가동시켜, 하나의 데이터를 열었다.
“이거…… 안티 마기아?”
“예.”
데이터의 이름은 [안티 마기아].
과거, 한국 인천 공항에서 안티 마기아라는 마석을 이용해 자살 테러를 벌인 전과가 있는 흉악 범죄 집단의 최근 행적 보고서였다.
“얘네가 왜?”
“보시면 아실 겁니다. 얘기를 듣고 보니, 이게 마냥 우연 같진 않아서요.”
나는 안티 마기아에 대한 보고서 중에서도 가장 최근의 보고서를 펼쳐, 단장님께 보여드렸다.
“여기. 이 부분을 봐주시겠습니까?”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이상한 움직임이 있음?”
“예.”
과거, 레비 사건 때.
나는 안티 마기아와 흑색 마탑 사이에 모종의 연관성이 있다는 결론을 냈다.
그 후, 곧바로 흑마도왕이 죽으며, 흑색 마탑이 와해되어 연관성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게 되긴 했지만서도.
“그리고 여기, 이것도 보시죠.”
나는 그대로 보고서를 닫고, 다른 데이터를 열었다.
이번엔 흑색 마탑의 잔당들에 대한 행적들이 기록되어 있는 보고서였다.
“빌런 연합, 디스트로이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테러……? 또 이탈리아야?”
빌런 연합 디스트로이어.
과거 흑색 마탑의 간부였던 디스트로이어가 세운 자신만의 범죄 단체.
그의 거만한 성정을 드러내듯, 자신의 코드 네임을 단체명으로 삼았다.
“이거, 언제 있던 일이야?”
“3일 전입니다.”
“진짜 최근이네?”
“예.”
나는 보고서를 닫고, 홀로그램 태블릿을 일단 가동 정지시켰다.
“안티 마기아가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곳도 이탈리아. 줄곧 아시아권에서만 활동하던 디스트로이어가 처음 서양권으로 와서 테러 행위를 벌인 것도 이탈리아. 그리고…….”
“마담으로 보이는 여성이 찍힌 곳도 이탈리아……. 확실히 이건…….”
샤를 단장님이 눈을 가늘게 뜨고 미간을 찌푸렸다.
“예. 저는 이게 단순한 우연이라곤 생각되지 않습니다.”
우연이라 치기엔 너무 작위적이다.
“확실히 우연 같진 않네.”
샤를 단장님이 깊게 숨을 내뱉었다.
“그럼 네가 나한테 부탁하고 싶다는 임무라는 밀라노 쪽의 조사야?”
“예. 디스트로이어와 안티 마기아의 조사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샤를 단장님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내 눈을 응시했다.
“마담의 흔적 추적과 범죄 집단 털기. 후자가 더 내 특기긴 하지.”
“예. 그런 쪽에선 샤를 단장님이 최고시니까요.”
“이해했어.”
샤를 단장님이 완벽하게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네 말대로 할게.”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걱정 안 해도 돼. 범죄자 새끼들을 터는 건 내 특기 중의 특기니까. 그쪽이야말로 잘 부탁할게.”
“예.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그렇게 내 이탈리아행이 결정되었다.
* * *
다음날 점심.
나는 이탈리아, 한 시골 마을의 편의점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어디든 아이스크림은 그게 그거네.”
내 옆에서 순찬이가 바보 같은 소리를 했다.
“한국 메이커를 먹으니까 그렇지 멍청아.”
지금 순찬이가 먹고 있는 건, 한국에서 만든 메론맛 아이스크림이다.
맛이 똑같을 수밖에.
“……공장별로 맛이 다를 수도 있잖아.”
“같은 공정으로 만들어진 아이스크림인데, 퍽이나 맛이 다르겠다.”
내 비아냥에 순찬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거, 감상 한번 말한 것뿐인데 되게 뭐라하네.”
“감상 같은 감상을 말해야 공감이라도 해 주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너, 표정 관리 좀 해. 그 표정이 지금 네 얼굴이랑 맞냐?”
“아, 맞네. 그랬지.”
딱히 순찬이의 얼굴을 비하한 건 아니다.
그냥 말 그대로의 의미일 뿐.
“쓰읍. 괜히 하드 보일드한 남자로 해 달라고 했나? 되게 귀찮네.”
현재 순찬이는 내 마법으로 얼굴을 바꾼 상태다.
지금 순찬이의 모습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와일드한 서양인이 되겠다.
“후회하긴 늦었어. 이미 수속 다 끝났으니까.”
“……끄응.”
현재 순찬이의 얼굴과 저 시무룩하게 토라진 표정은 안 어울려도 너무 안 어울린다.
마치 느와르물에 나올 법한 아저씨가 애교를 부리는 듯한 표정이라 괴리감이 장난이 아니다.
“그니까 생각 잘하라고 했잖아. 너랑 잘 어울리는 촐랑거리는 느낌의 서양인으로 했으면 좀 좋아?”
“……네가 촐랑거린다는 말을 하니까 괜히 반발심 생겨서, 이런 컨셉을 잡은 거잖아.”
순찬이가 욱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오. 그 표정 좋다. 아주 리얼해.”
저 얼굴로 욱해서 노려보니까, 위압감이 장난 아니다.
딱 느와르물에 나올 법한 먼치킨 주인공 같은 인상이 됐다.
“아, 그래? 이런 느낌이구만? 완벽히 이해했어.”
순찬이가 뭔가 깨달은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이런 거지?”
그러자 웬 빙구가 탄생했다.
억지로 표정 근육을 바꾸려고 해서 그런가, 되게 어색하다.
“넌 앞으로 연기 같은 건, 절대 하지 마라. 글러 먹었다 그냥.”
“그렇게 이상해?”
“어. 한국 찐따 남학생이 와일드한 서양인의 몸에 들어간 거 같아.”
“……그 정도라고?”
순찬이가 CCTV 거울 너머 자신의 얼굴을 살폈다.
턱을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각도를 바꾸기도 하며 자신의 얼굴을 살핀다.
“흠. 자연스러운 거 같은데.”
“자연스럽긴 개뿔. 그게 자연스러운거면, 바다 위에서 호랑이가 뛰어다니는 것도 자연스러운 거겠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자연스레 한숨이 나왔다.
‘괜히 데려왔나?’
도움이 필요해서 데려온 건데.
저 모습만 봐선,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지이이잉-
그때, 편의점 자동문이 열리며, 한 동양인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생머리.
브라운과 블랙 사이의 동공.
적당한 체구.
10명에게 물으면 10명 모두 평범한 동양인이라 답할 법한 여성이었다.
“아델…….”
순찬이가 그 여성을 향해 다가가며 뭐라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크흠. 수지야. 여기야.”
수지라 불린 여성이 우리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찾던 건 찾았어?”
“……아뇨.”
여성이 세상 시무룩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르바이트 분께서 가게 주인분한테까지 연락을 해 주셨는데, 1달 전엔 있었는데, 너무 인기가 없어서 빼 버렸대요…….”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주장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바나나 우유가 인기가 없을 수가 있다니. 믿을 수가 없네요.”
“그건 좀 놀랍긴 하네. 맛있는데. 우리랑 입맛이 많이 다른가?”
순찬이가 그건 진짜 의외라는 듯이 답했다.
“너무 시무룩해 하지 마. 조금 거리가 있긴 해도, 근처에 한인 마트가 있다고 하니까. 거기 가면 있을 거야.”
“아뇨, 한인 마트에 대한 건 아까 들어서 저도 아는데……. 너무 충격이라……. 바나나 우유가 인기가 없다니…….”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 검은 생머리 여성은 아델라다.
순찬이와 마찬가지로, 내 마법으로 외견을 바꾼 상태다.
이름은 아까 순찬이가 말했다시피 수지.
아델라의 원래 이름인 지수를 뒤집었을 뿐인 대충 지은 이름이다.
“어? 근데 바나나 우유가 인기 없다는 거치고는 같은 메이커로 메론맛 우유는 있던데. 그거 못 봤어? 그거라도 먹…….”
“스티브.”
아델라가 차갑게 냉소했다.
“그런 사도의 이름은 꺼내지도 마세요.”
“왜 사도야? 맛있던데.”
참고로 순찬이의 이름은 스티브.
성은 대충 폴라인으로 지었다.
“……그게 맛있다니.”
아델라가 혐오스러운 것을 보는 표정으로 순찬이를 올려다봤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었군요. 잘 알았습니다.”
“……어?”
“저흰 이 이상 친해질 수 없을 것 같네요.”
“저기, 그, ……어?”
순찬이가 진심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델라는 그런 순찬이의 반응은 어찌 되던 좋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 내게 다가왔다.
“시안.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기다리긴 무슨. 신경 안 써도 돼. 가자.”
“예.”
나는 그대로 몸을 돌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내 뒤로 아델라와 순찬이가 뒤따라왔다.
“저, 아델…… 크흠. 수지야? 내가 뭐 말실수라도…….”
“아니에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아니 그런 표정으로 신경을 쓰지 말라고 해도…….”
순찬이가 세상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흐렸다.
아델라는 그런 순찬이를 쳐다보지도 않으며,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시안. 어땠나요? 뭔가 찾았나요?”
“아니. 아무것도 못 찾았어.”
편의점에선 소피아 님의 흔적을 일절 찾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라는 건, 흑마법사의 마나만이 아니라,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다는 말인가요?”
“어.”
소피아 님의 마나는커녕, 흑마법사의 마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소피아 님이 찍힌 편의점 근처에선 그 어떠한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흑마법사의 마나만이 아니라, 그냥 마나의 흔적 자체가 일절 없었어.”
아델라가 눈을 날카롭게 떴다.
“마나의 흔적이 없다는 건, 그 편의점 근처에서 최근 1년 이내에, 단 한 번의 마나적 작용도 없었다는 말인데……. 그게 말이 되나요?”
“안 되지. 상식적으론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마나가 하루가 달리 불안정해져 가고 있는 지금.
무려 1년이나 마나의 작용이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뭐야, 그럼 누가 흔적을 다 지우기라도 했단 거야?”
뒤에서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던 순찬이가 한마디 거들었다.
“아마도.”
편의점 인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모든 마나의 흔적을 지웠다.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겠다는 듯이.
자신의 발자취를 일절 남길 수 없다는 듯이.
“이상하네요. 만약 함정이라면 이렇게 모든 흔적을 지우기보단…….”
“우리를 속일만한 가짜 흔적을 만들어 뒀어야 정상이지.”
만약 함정이라면, 이렇게 수상하게 흔적을 지워 두진 않았을 거다.
미끼를 낚기 위해선, 그에 준하는 준비가 필요한 법이니까.
“그렇다는 건…….”
이건 함정이 아니다.
누군가가 진심으로 자신의 발자취를 지우기 위해 한 행위다.
말인즉.
“소피아 님께서 정말로 살아계실 수도 있다는 말이네요?”
“어. 그럴 확률이 꽤 높아졌어.”
소피아 님이 살아있을 확률이 상당히 높아졌다.
이런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