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4화(34/466)
배틀 서바이벌 시험.
강원도 산간지방의 방대한 훈련용 부지를 이용해 치르는 대규모 시험이다.
1박 2일 총 32시간 동안 치러지는 시험으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줄어드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오래 살아남으면 되는 간단하다면 간단한 시험이다.
물론 룰이 간단하다 뿐이지. 절대 쉬운 훈련은 아니다.
랜덤으로 배치되어 있는 몬스터들의 습격에서도 살아남아야 하며.
다른 학생들의 습격에도 대비해야 한다.
점점 줄어드는 시험장 범위 때문에 싸움을 피할 수도 없고, 습격에 대한 걱정 때문에 제대로 쉴 수도 없다.
여러모로 사람의 피를 말리는 극악한 시험이라 할 수 있겠다.
‘올해 이 시험은 안 칠 줄 알았는데.’
배틀 서바이벌 시험.
이건 렝 스미스 때문에 한번 취소됐던 시험이다.
그가 보조용 아티팩트에 손을 댄 흔적도 발견됐겠다. 최소 올해는 이 시험을 안 치를 줄 알았는데.
아무리 그래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정규 대회의 룰을 따 만든 시험인 만큼, 아예 안 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뭐, 나야 올림피아드를 대비해서 연습을 할 수 있으니 좋다만.’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시험이기도 하고.
아주 흡족하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1등을 챙겨 볼까.’
그렇게 숲속을 걸어가던 중.
“죽어! 신하율!”
갑작스런 기성과 함께 마나의 유동이 감지되었다.
수풀 사이에서 몸을 감추고 있던 학생이 기성을 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양손에 든 화염구를 차례대로 던진 뒤, 내 신체 아래를 파고든다.
“뭐, 기습한다고 홍보해?”
나는 적당히 화염구를 피한 뒤, 달려드는 습격자의 옆구리를 노리고 뛰어들었다.
“하! 주먹으로 뭘 하겠다고!”
내 주먹질을 경계한 습격자가 배리어를 시전했다.
나와 습격자의 사이로 솟구치는 반투명한 배리어.
이 순간 선택지는 두 개로 나뉘었다.
‘이대로 배리어의 범위 밖으로 나가 마법을 사용하느냐. 아니면 이대로 배리어 채로 습격자를 박살내느냐.’
생각은 빨랐고, 선택은 그보다 더 빨랐다.
‘정했어. 배리어 채로 부순다.’
탁-
나는 습격자의 배리어에 손을 댔다.
‘간섭을 연습해 볼 좋을 기회기도 하고.’
동시에 서클을 순환시켜, 상대의 마나와 내 마나를 일치화 시켰다.
‘마법식은 확인 됐고.’
아주 간단한 기초 마법이기에, 마법식은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마나도 크게 특이하진 않네. 마나 동기화도 완료.’
마나 동기화도 무사히 완료했다.
‘위치 정보도 확인됐고. 비거리는 제로.’
마법에 간섭하기 위한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다.
‘간섭(干涉) 조건 올 클리어.’
내 인피니티 서클이 거세게 회전했다.
‘간섭(干涉).’
‘배리어의 중앙 30cm 반경의 강도를 낮춘다.’
순식간에 습격자의 배리어를 향해 스며드는 마나.
그것은 내가 구상한 간섭식에 따라 배리어의 중간에 30cm 정도의 빈틈을 만들었다.
‘성공했다.’
여기까지 성공했으면 다음은 간단하다.
30cm의 틈새에 마법을 찔러 넣으면 될 뿐.
‘어스 스피어.’
간섭과 동시에 흙으로 만들어진 직경 30cm의 창이 배리어를 향해 날아갔다.
“어스 스피어 따위로 내 배리어를 깰 수 있을 것 같아?”
습격자가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어.”
여유로워하는 표정이 자못 가소로워서, 나도 맞 코웃음을 쳐 줬다.
쨍그랑!
내 어스 스피어가 습격자의 배리어를 산산이 박살냈다.
배리어의 빈틈을 노렸기에, 아무런 위력의 감소도 없이 날아드는 어스 스피어.
“고생했어. 푹 쉬어.”
“컥!”
흙창은 정확히 습격자의 가슴팍을 후려쳤고.
습격자를 기절시키기에 이른다.
털썩-
순식간에 지면과 키스를 하게 된 습격자.
삐이!
[강기학 학생 탈락.]팔목에 착용하고 있는 시험 보조 아티팩트에서 붉은 빛이 흘러나오며, 습격자의 탈락을 알렸다.
[킬 포인트 + 10점]내 손목의 팔찌에는 킬 포인트 10점이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시작부터 운이 좋네.”
이렇게 킬 포인트가 공짜로 들어오다니.
시작이 좋다.
이걸로 한층 더 1등에 가까워졌다.
‘간섭도 한층 수월해졌고.’
손에 딱 맞닿아 있었고, 아주 간단한 마법이었기에 간섭하기 쉬웠다는 것도 있긴 한데.
뭐가 됐던 어제보단 훨씬 수월했다.
‘슬슬 요령이 잡히네.’
이론과 경험이 일체화되기 시작한 건지, 뭔가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다.
‘서바이벌이 끝나기 전에 2서클 간섭은 무조건 마스터 하겠는데?’
이 기세면 최소가 2서클 간섭 마스터.
운이 좋으면 3서클 마법 간섭도 가능할 것 같다.
푸스스!
‘풀 밟는 소리?’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 중, 수풀이 요동치는 소리가 들렸다.
크릉!
재빨리 소리가 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피갈퀴 울프.’
수풀을 헤치고 세 마리의 피갈퀴 울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투 소리를 듣고 찾아 왔나보네.’
피갈퀴 울프의 특징은 뛰어난 청각이다.
필히 전투 소리를 듣고 경계해 찾아 온 거겠지.
‘마침 잘 됐네. 찾으려고 했는데.’
평범한 학생이었다면 ‘연속 전투라니 이건 아니지!’ 라고 소리칠 만한 불운한 상황이겠지만.
압도적으로 1등을 따 내기 위해서 킬 포인트가 필요한 내게는 행운이나 다름없다.
‘파이어볼.’
화륵!
나는 곧바로 파이어볼 하나를 날림과 동시에 피갈퀴 울프들 사이로 몸을 날렸다.
3서클이 되며, 한층 더 강화된 신체 능력 덕분에 별 다른 신체 강화 마법 없이도 무사히 목표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크르르!
순식간에 경계태세를 취하는 놈들.
“늦었어.”
하지만 너무 늦었다.
‘우드 바인드.’
나는 곧바로 제일 왼쪽 놈의 발을 묶었다.
발이 묶인 놈에게 미리 던져둔 파이어볼이 적중했다.
[킬 포인트 + 1점.]‘이걸로 한 마리.’
그 틈에 내게 달려드는 두 마리의 피갈퀴 울프.
‘배리어.’
‘윈드 커터.’
좌우로 산개해서 다가오는 두 마리 늑대를 향해 나는 각각 배리어와 윈드 커터를 선사해 줬다.
[킬 포인트 + 1점.]윈드 커터에 미간을 꿰뚫린 놈이 그대로 절명하고.
깨갱!
배리어에 머리를 부딪친 한 놈이 깨갱 소리를 내며 엄살을 부렸다.
“얌전히 있어.”
나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피갈퀴 울프의 배후를 잡아, 놈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크릉, 캬릉!
내게서 벗어나기 위해 거세게 반항하지만, 소용없었다.
고작 E랭크 4티어일 뿐인 피갈퀴 울프의 발버둥에 꿈쩍할 내가 아니었다.
나는 놈의 발길질을 적당히 흘려내며 시간을 끌었다.
“발버둥치지만 말고 친구들을 불러.”
말했듯이, 피갈퀴 울프는 귀가 밝다.
동료애도 강하기에 특히나 동료의 울부짖음에 아주 민감하다.
상처입은 동료의 울음소리라면, 5km 밖에서도 들을 수 있다.
“빨리 울어.”
즉, 포획에만 성공하면 놈들을 유인해 내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아우우우우우-!
놈이 드디어 울음소리를 냈다.
“옳지. 잘했어.”
피갈퀴 울프의 헬프 콜.
이제 전방 5km의 피갈퀴 울프들은 모조리 이쪽으로 달려 올 테지.
“그럼 이제 잘 가.”
푸욱!
[킬 포인트 + 1점.]나는 용무가 끝난 피갈퀴 울프를 편하게 보내줬다.
사그작, 사그작!
저 멀리서 모래와 수풀을 밟는 소리가 대량으로 들려온다.
피갈퀴 울프들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크르릉!
“어서 와.”
나는 가장 먼저 달려온 피갈퀴 늑대를 향해 윈드 스피어를 선물해 줬다.
미간을 꿰뚫려 쓰러지는 늑대 뒤로, 6마리의 늑대가 추가로 보였다.
‘몰려온다, 몰려 와.’
역시 사냥은 몰이사냥이 최고지.
나는 달려드는 피갈퀴 울프들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대충 60점 정도는 얻을 수 있으려나.’
달려드는 피갈퀴 울프들이 점수로 보였다.
* * *
“이번 2학년들의 수준이 높긴 하네요.”
훈련장 곳곳의 카메라와 학생들이 착용 중인 보조 아티팩트의 감시 마법을 통해 시험을 관찰하는 중이던 교관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감탄을 표현하고 있었다.
“아델라, 지순찬, 김강수, 마재학…….”
아델라와 지순찬을 포함해 몇몇 학생들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현재 서바이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이 학생들은 독보적이네요. 이대로 무사히 마지막까지 살아 남기만한다면, 탑 10 안에 무조건 들겠어요.”
배틀 서바이벌 시험의 최종적인 점수는 생존 포인트와 킬 포인트의 합산으로 정해진다.
이중 제일 큰 건 생존 포인트다.
끝까지 살아남지 못하면 고득점을 받긴 힘들다.
“그 마지막으로 살아남는 게 힘든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긴 하죠. 근데 뭐, 국제 대회처럼 72시간 동안 서바이벌을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32시간 정도는 무사히 살아남지 않겠습니까? 다들 유능한 학생들이니까요.”
교관들이 뿌듯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나저나, 이제 신하율 학생의 실력에 대해 회의감을 품을 사람은 없겠군요.”
조용히 훈련장을 관찰하고 있던 신하율의 담임. 고창수 교관이 넌지시 말을 꺼냈다.
“……예. 뭐.”
“부적합자라고 무시당할 만한 폼이 아니니까요.”
“앞선 훈련에서 모두 압도적으로 1등을 차지하기도 했고…….”
중간 종합 평가가 끝난 직후부터 떠돌던 ‘신하율 거품설’은 이제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지금도 압도적인 점수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거품은 절대 아니죠. 하하.”
중간 종합 평가 이후 신하율은 압도적으로 모든 훈련의 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훈련도 마찬가지다.
2위인 아델라의 점수도 결코 낮은 건 아닌데도 불구하고, 1위인 신하율과 비교하면 낮아 보인다.
무려 점수가 두 배 차이다.
“개변 마법이라. 참으로 신하율 학생에게 어울리는 마법입니다.”
“어쩜 저렇게 마법을 신묘하게 구사하는지. 보고 있다 보면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져 있지 뭡니까! 하하!”
교관들이 서로 너스레를 떨며 신하율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이 기세면, 정말 내년 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신하율 학생의 개변 마법이라는 조커 카드에, 4서클로 성장한 아델라 학생까지…….”
“이거, 김강인 님에 이어 두 번째 은메달을 따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교관으로서 가장 보람찬 순간은 맡았던 학생들이 좋은 모습을 보일 때다.
특히나 졸업한 후에 두각을 드러내면 이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그런 제자가 스승의 날에 찾아 와 고맙다고 하는 날에는 정말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다.
이 기분을 느껴 본 사람이라면 절대 교관을 그만 둘 수 없을 거다.
물론 이런 감정적인 이유만으로 이렇게 기뻐하는 건 아니다.
“고창수 교관님은 좋으시겠습니다. 신하율 학생 덕분에 올해 수당이 짭짤하시겠어요.”
“예.”
오벨리스크 아카데미는 철저한 실적제를 도입하고 있다.
맡고 있는 학생이 뛰어난 모습을 보이면 해당 담임 교관에게 특별 수당이 지급된다.
물론 꼭 돈 때문에 학생들을 키우는 건 아니다.
돈도 벌고, 훌륭한 인재들도 육성하고. 얼마나 좋은가.
“아, 수당을 생각하니 갑자기 화나네요. 렝 그놈만 아니었어도…….”
참고로 실적제인 만큼, 무슨 일이 있을 경우엔 수당이 깎인다.
이번 흑색 마탑 스캔들에서 아무도 눈치를 못 챘다는 이유로 수당을 깎였다.
“자자. 이미 지나간 일. 너무 신경 쓰지 맙시다.”
“그래요. 액땜이라고 생각합시다. 깎인 수당이야 다시 채우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올림피아드는 힘들다고 해도, 현재 2학년의 폼이라면 몇몇 국제 대회 정도는 우승할 수 있을 겁니다. 다들 힘내봅시다.”
“따로 특별 강습을 좀 열어 봐야겠네요.”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열정은 사람을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돈은 사람을 움직인다.
오벨리스크 아카데미의 이사장은 누구보다도 그걸 잘 알기에, 교관들에게 실적 수당 제도를 도입했다.
“그 전에 일단 이번 시험부터 무사히 끝내야지요. 다들 이제 잡담은 그만하고 집중합시다.”
약하긴 해도, 실제 몬스터를 이용한 훈련이기도 하고.
학생 사이에도 수시로 전투가 벌어지기에 부상의 위험이 크다.
위험한 시험인 만큼 한 시라도 눈을 떼선 안 된다.
“마침 범위가 축소될 시기기도 하고.”
“다들 긴장합시다.”
범위가 축소되면, 그만큼 인구 밀도는 높아진다.
그만큼 전투의 빈도가 늘어나게 되고, 전투가 늘어난 만큼 부상자도 늘어난다.
지금부턴 한 시도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
“저, 저……!”
한 교관이 기성을 지른 건 그때였다.
“시, 신하율 학생이 네임드 몬스터 공략에 들어섰습니다!”
배틀 서바이벌 시험은 국제 규격 대회. 즉, 엔터테이먼트용 대회에 룰을 맞춘 시험인 만큼,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저 ‘네임드 몬스터 시스템’이다.
네임드 몬스터를 처리한 자에겐 생존 포인트에 준하는 막대한 킬 포인트가 제공된다.
……만.
보통은 쳐다도 안 본다.
그만큼 네임드 몬스터를 공략하는 건 어렵다.
“에메랄드 터틀을 공략하겠다고 나서는 학생이 있을 줄은…….”
심지어 이번에 준비한 네임드 몬스터는 에메랄드 터틀이다.
C랭크 4티어에 해당하는 파충강 거북목 몬스터로, 무지막지한 마법 방어력을 자랑하는 마법사의 천적 같은 놈이다.
이 몬스터를 단독으로 토벌하는 건 어지간한 5서클 유저도 무리다.
“무슨 자신감이지?”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고 있는 건가?”
그런 몬스터를 신하율은 단독으로 토벌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