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4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41화(341/466)
“소피아 님을 봤다는 사람을 찾았어요.”
엘레나 님을 대신해 아델라가 말했다.
“……목격자가 있다고?”
이 정도로 깔끔하게 흔적을 지운 사람이 목격자에게 보인다는 실수를 했다고?
“확실히 봤대?”
“예. 확실한 것 같아요.”
아델라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인상착의를 정확히 알고 있더라고요.”
CCTV에 찍힌 소피아 님으로 보이는 인물의 인상착의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말이리라.
“푸른 로브만이 아니라 로브에 새겨져 있는 십자가 모양의 엠블럼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어요.”
“엠블럼까지 알고 있었다면, 진짜 봤다는 말이네.”
“예.”
그 정도로 자세히 알고 있다는 건 진짜 목격자가 맞다는 말이다.
“함정일 가능성은?”
“가능성이 없다곤 못 하겠지만, 그럴 확률은 낮을 거예요.”
이번엔 엘레나 님이 아델라를 대신해 대답했다.
“만약 이 정보가 거짓이라면, 그 남자는 저희를 유인하기 위해 파견된 빌런. 흑마법사일 확률이 높다는 말이잖아요?”
“그럴 확률이 높겠죠.”
“그래서 아니라는 거예요. 저희에게 이 정보를 준 남자는 흑마법사도 아니었을뿐더러…….”
“불치병에 걸려서 사망 선고를 받으신 분이시거든요.”
아델라가 이어 말했다.
“불치병?”
“예. 마나불응증 4기라고 하더라고요.”
“마나불응증…….”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저희를 속이기 위해 파견된 빌런이 그런 병에 걸려 있을 확률은 거의 없긴 하죠.”
체내에 마나를 흡수할 수 없는 체질에서 비롯된 병으로.
체내에 존재하는 마나. 그중에서도 선천지기라 불리는 생명을 잉태한 마나가 서서히 외부로 유출되어가는 병이다.
4기쯤 됐으면, 체내의 마나는 거의 남지 않았을 테지.
그런 남자가 흑마법사 쪽과 연결되어 있을 확률은 거의 없다.
“그, 계승자. 갑자기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마나불응증이 정확히 어떤 병이야?”
엘레나 님에게 안겨,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던 미미르가 물었다.
“음. 간단하게 설명하면…….”
마는 마나불응증의 증상과, 그 발생 원인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다.
“아, 그 병이구나.”
미미르가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응. 바이테너 제국 시절에도 그런 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거든.”
이해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싶었더니. 이미 연구해 본 적이 있었구나.
“너무 극소수기도 하고, 아직 제대로 된 분석도 안 된 병이라서, 제대로 된 명칭도 못 지었는데. 마나불응증이란 말이지. 응. 딱 알맞은 이름이라고 생각해.”
미미르가 썩 괜찮은 네이밍이라는 표정으로 작게 미소 지었다.
“만약 목격자가 마나불응증이라면 그 정체불명의 인물이 목격자를 놓친 것도 말이 되네.”
“그치. 마나불응증 4기쯤 되면, 아예 마나 감지 자체가 불가능해지니까.”
마나불응증 4기.
체내의 마나가 모조리 빠져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중증.
제아무리 소피아 님이라고 해도, 마나를 지니지 않은 인물을 감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그 인물이 소피아 님이 아닌 가짜였다면 더더욱 눈치 못 챘을 테고.
“목격자의 태생은요? 조사해 봤나요?”
“네. 이미 조사해 뒀어요.”
아델라가 메모지를 꺼내서, 내게 건넸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여길 떠난 적이 없어요.”
메모지에는 남자의 인적 사항이 적혀있었다.
“빌런 연합이나, 흑마법사들과 연결되어 있을 확률은 없다고 봐도 돼요.”
이 마을에서 태어나, 줄곧 이 마을에서 살았으며.
마나불응증을 안고 있기에, 마을 밖으로 나가 본 적도 없는 남자.
남자가 빌런일 확률은 거의 없다.
“엘레나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 남자를 보고, 뭔가 수상한 점을 발견하셨다거나. 그런 건 없었나요?”
“없었어요. 그 남자는 확실한 흰색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군요.”
거기에 더해서 엘레나 님의 확신까지.
목격자가 빌런일 가능성은 0%로 수렴할 테지.
“이해했습니다. 확실히 진짜 목격자라고 봐도 되겠네요.”
“네. 저도 진짜라고 생각해요.”
아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엘레나 님이 그런 날 보며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납득하셨으면 계속 얘기할게요.”
엘레나 님이 미미르에게 잠시 떨어지라는 제스처를 보낸 뒤, 나를 똑바로 마주 보는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
“아, 그 전에 여기. 남자의 증언을 제가 따로 기록해 뒀어요. 읽으면서 들으세요.”
그리곤 허공에 홀로그램 모니터를 띄웠다.
아까 전, 미미르가 사용하던 메모장 어플리케이션과 똑같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날. 목격자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산책을 하던 중이었다고 해요.”
나는 빠르게 메모를 훑으며, 엘레나 님의 말에 귀 기울였다.
“그 늦은 시간에 산책이라……. 원래라면 말도 안 되는 말이긴 한데…….”
“이번에 한해선 말이 안 되는 말이 아니죠. 목격자는 마나불응자니까요.”
“예. 마나불응증 4기라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죠. 햇빛이 품고 있는 강렬한 마나는 마나불응증 환자에겐 독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마나불응증 환자는 낯에 밖을 돌아다닐 수 없다.
산책은 밤에 하는 게 보편적이다.
“같은 이유로 사람이 많은 곳도 피해 다녀야 하니, 산책로는 공장 단지 인근의 인적이 드문 곳으로 고정되어 있었다고 하더군요.”
인적이 드문 밤 시간의 공장 단지.
마나불응증 환자로서 이보다 더 적당한 산책로는 없을 테지.
모두 납득이 되는 말이었다.
“그럼 목격자가 소피아 님으로 보이는 여성을 발견한 건, 공장 단지 내였다는 말이군요.”
“예. 맞아요.”
나는 홀로그램 모니터를 조작해,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마침 다음 페이지 첫 문단에 ‘목격 위치는 공장 단지’라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자세한 목격담이 서술되어 있었다.
“공장 단지 인근, Rid 가구 공장 근처 골목길에 놓여있는 낡은 의자에 앉아서 쉬는 중에 웬 푸르스름한 로브를 입고 있는 인물이 걸어오는 걸 봤다. 그는 그렇게 진술했어요.”
꽤나 생생한 목격담이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었다는 항목도 그렇고.
골목길 인근의 낡은 의자에 앉아있는 중이었다는 것도 그렇고.
목격담 하나하나가 지어냈다고 보기엔 어려울 만큼 자세했다.
“혹시 몰라서 목격자가 말한 위치로 가 봤는데. 근처 골목길에 실제로 낡은 의자 하나가 놓여있었어요. 웬 중년 남성분께서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계시더군요. 꽤나 후줄근한 복장으로요.”
“근처에 사는 분께서 평소, 담배를 피기 위한 목적으로 놓아둔 의자라는 말이네요.”
“예. 최소 십여 년가량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사용감이 있는 의자였어요.”
목격자의 말에 신빙성이 한층 더 더해졌다.
산책로가 공장 단지인 만큼, 벤치 같은 건 없을 테고.
앉아서 휴식을 취하려면 저러한 특수한 구조물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을 터.
“……증언이 상당히 세밀하네요. 이러한 점까지 고려해서, 남자의 말이 진실이라 확신하신 거였군요.”
“예. 지어낸 이야기라고 보기엔, 너무 리얼하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엘레나 님의 말에 백번 공감한다.
“목격자는 거기 앉아서 쉬는 중에, 웬 정체불명의 인물을 발견하고. 혹시 강도인가 싶어서 그대로 숨었다고 해요.”
“원래라면 숨었든 숨지 않았든, 들켰겠지만, 마나불응증 환자라서 들키지 않았다. 이거군요.”
“그렇죠.”
“완벽하네요.”
마나불응증 4기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평소 산책로를 이용 중 발견했단 거에, 들통 나지 않은 이유까지.
앞뒤가 딱딱 들어맞는다.
엘레나 님의 말마따나, 의심하는 게 이상할 정도로 완벽한 목격담이었다.
“증언은 여기까지인가 보네요.”
메모는 남자가 몸을 숨겼다에서 끝나 있었다.
그 이후는 백지다.
즉, 이 목격자의 정보는 그냥 ‘봤다.’에서 끝났다는 말이다.
“목격자가 있다.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한 정보죠.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홀로그램 모니터를 종료하고, 엘레나 님, 아델라와 차례대로 눈을 맞추며 말했다.
“CCTV의 영상이 가짜나 함정이 아니라는 건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네요. 그럼 이 인물이 진짜 존재한다는 걸 전제로 다시 조사를 해 보면…….”
“잠시만요.”
엘레나 님이 미소를 머금은 채로, 내 말을 끊었다.
“아직 제 말 안 끝났어요.”
아델라도 엘레나 님과 비슷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아직 뭐가 남았나요?”
“물론이죠. 고작 ‘목격자가 있었다.’ 정도로 끝났으면 이렇게 뜸을 들이지도 않았을 거예요.”
엘레나 님이 잠시 뜸을 들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체불명의 인물은 Rid 가구 공장 내부로 들어갔다고 해요.”
“……공장 쪽으로 걸어간 것도 아니고, 내부로 들어간 걸 봤다고요?”
“예. 담장을 넘어가는 모습까지 확실히 봤다고 하더군요.”
Rid 가구 공장 안으로 굳이 담장을 넘어서까지 이동했다.
이 말은 즉.
“Rid 가구 공장 안에 뭔가가 있을 확률이 크다는 말이네요.”
이런 말이다.
“예. 그 푸른 로브가 진짜 소피아 아네체프리라는 여인인진 모르겠지만…….”
엘레나 님이 진지한 눈빛으로 이어 말했다.
“그 가구 공장 안에 뭔가가 있을 확률이 높아요.”
* * *
그 후.
나는 곧장 순찬이에게 복귀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일단 오라고 해서 오긴 했는데……. 왜? 뭐 중요한 정보라도 얻었어?”
그로부터 20분이 흘러.
우리와 합류를 마친 순찬이에게 이번에 얻은 정보를 그대로 전했다.
“Rid 가구 공장이라…….”
모든 정보 전달이 끝나고.
아스란 님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꼬리를 흐렸다.
“아스란 님. 이건…….”
순찬이의 표정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의미심장과 심각함 그사이 어딘가 같은 표정으로 말을 흐린다.
“그래. 아무래도 그 남자의 말이 마냥 헛소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 남자의 말이 맞았다.
이 말은 즉.
“혹시 아스란 님 쪽에서도 Rid 가구 공장에 관련된 정보가 있었던 건가요?”
이런 말이 된다.
“그래. 술집에서 얻은 정보들 중, Rid 가구 공장과 연관된 정보가 있었다.”
“사실 정보라고 하기도 뭐한, 만취한 사람이 헛소리였거든. 그래서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었는데…….”
순찬이가 말을 흐렸다.
“이쪽에서도 Rid 가구 공장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면 얘기가 다르지.”
순찬이에 이어, 아스란 님이 말했다.
“그 취객. 뭔가를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두 명이 서로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서만 공감하지 말고, 우리한테도 제대로 설명해 봐.”
미미르가 답답하단 표정으로 아스란을 째려봤다.
둘이서만 얘기하지 말고 제대로 설명하라고 말하는 강압적인 눈빛이었다.
“지순찬.”
아스란이 그런 미미르의 말에 순찬이에게 눈짓했다.
네가 설명하라는 의도가 다분히 담긴 눈빛과 호명이었다.
“어……. 그러니까,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 저희가 정보를 수집하던 중. 술집에서 한 취객이 고성방가를 지르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거든요?”
미미르가 턱짓으로 계속 말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세상이 틀려먹었다느니, 나는 운이 없다느니, 이런 헛소리에 가까운 투정이었는데……. 그중에서 하나. 되게 이상한 말이 껴 있었어요.”
“이상한 말?”
“네.”
순찬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놔! 이 가축 새끼들아! Rid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도 모르는 병신들이…….’ 라고.”
순찬이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땐 그냥 만취한 진상의 헛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너희가 Rid 가구 공장에 뭔가가 있다고 하니까, 마냥 헛소리처럼 들리진 않아서.”
“같은 이름이 나온 이상, 우연일 확률은 거의 없지.”
“그치?”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Rid 가구 공장으로 들어선 소피아 님으로 보이는 누군가와.
그 Rid 가구 공장에서 무슨 짓을 한다고 주장하는 듯한 말을 한 취객.
둘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일단 그 취객부터 만나봐야겠네.”
그 취객이 뭘 알고 그런 말을 한 건지.
그것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미미르. 미안한데, 아스란 님이랑 같이 가상공간으로 가서 그 남자를 좀 찾아줄래? 생김새 같은 건 아스란 님이 알고 계실 테니까, 그걸 이용해서 데이터베이스를 뒤지면…….”
그렇게 미미르에게 취객을 찾아 달라 부탁을 하려 할 때였다.
“계승자. 아무래도 늦은 거 같은데?
미미르가 내 말을 끊고, 심각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10명…… 아니, 11명인가요?”
“아니, 50미터 밖에 4명이 더 있다. 그놈들까지 합하면 총 15명이다.”
엘레나 님과 아스란 님.
그리고 아델라와 순찬이도 마찬가지였다.
넷 다 살벌한 기색으로 주위를 경계하고 있다.
“……찾았습니다.”
다음 순간, 내 주위에 11명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예. 확실합니다. 터프한 인상의 서양인. CCTV에 찍힌 그대로입니다.”
그 중, 한 남자가 어둠을 뚫고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폰을 귀에 대고 있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듯하다.
“예. 확실히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길. 맡겨주십시오.”
남자가 전화를 끊고, 폰을 주머니에 넣은 뒤. 우리를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지만 너흰 여기서 죽어줘야겠다.”
남자의 말에 주위 사람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
남자의 명령이 떨어지면, 그 즉시 우리를 공격하겠다는 의지가 도드라진다.
“강도인가요? 만약 돈을 원하시는 거라면…….”
“돈? 푸하하.”
남자가 대소했다.
“돈. 확실히 좋긴 하지. 평소라면 그냥 돈만 받고 보내줬을 수도 있어. 아무것도 모르는 여행자들한테, 그 정도 자비는 보여 줄 수 있으니까. 근데…….”
남자가 돌연 정색하며 우리를 노려봤다.
“아쉽게도 이번엔 그럴 수가 없어. 너희. 아니, 거기 그 남자가 들어선 안 될 말을 들었거든.”
그중에서도 정확히 순찬이를 노려봤다.
“원망할 거면, 술에 취해서 해선 안 될 말을 지껄인 그 병신을 원망하도록 해.”
남자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걸 기점으로 더더욱 짙어져 가는 살기.
저 남자의 손이 내려가는 순간, 저들의 공격이 시작될 테지.
“억울하면 가서 따져도 좋고. 그놈은 먼저 염라대왕한테 가 있을 테니까. 뒤따라가서 따지면 될 거야.”
남자가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를 포위하고 있던 남자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