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43)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43화(343/466)
그 후, 나는 곧장 샤를 단장님께 연락해, 새로 알게 된 정보를 모두 공유했다.
―몬스터 융합, 키메라 실험?
“예. 안티 마기아나, 디스트로이어의 주도하에 진행되는 실험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이곳 Rid 가구 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험의 주체는 안티 마기아, 혹은 디스트로이어다.
―글쎄. 나는 그 둘 보다, 마피아가 더 의심스러운데.
“마피아는 아니지 않을까요?”
이탈리아의 유명 범죄 조직, 마피아.
흑색 마탑처럼 대놓고 범죄 조직은 아닌 것이, 세계에 도움이 되는 단체도 아닌 애매한 선에 서 있던 단체.
2년 반 전의 마피아는 약간 검정색에 가까운 중립이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하얀색에 가까운 중립이다.
최근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 마나 재해 때문에 이탈리아 정부와 힘을 합치게 되면서, 어느 정도 온순한 성향으로 변화했다고 들었다.
―마피아는 네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거대한 조직이야. 온건파가 득세한 뒤로 잠잠해진 것처럼 보이긴 하는데. 그건 외부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야. 내부 항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하루라도 피가 흐르지 않은 날은 없어.
“강건파와 온건파의 항쟁…… 인가요?”
―맞아.
“항쟁. 그렇군요. 그럼 그 강건파 놈들이 일발 역전을 위해 이번 실험을 준비했다. 이렇게 봐도 되겠어요.”
―그렇지.
이탈리아에 한해선, 안티 마기아나 디스트로이어를 아득히 초월하는 영향력을 지녔기에, 이런 시골 공장에 실험장 정도는 거뜬히 세울 수 있는 힘을 지닌 단체.
“만약 이번 일의 주동자가 마피아라면, 안티 마기아와 디스트로이어는 마피아가 초대한 거라는 말이 되는 걸까요?”
―만약 마피아가 주동자라면, 그럴 확률이 높겠지. 몬스터 키메라화 실험은 흑색 마탑의 주요 연구 중 하나였으니까.
“협력을 요청하기 위해서, 두 조직을 이탈리아로 불러 모았다?”
―그렇지.
이 먼 타국의 땅에서, 안티 마기아와 디스트로이어가 실험실을 만들었다는 가설 보다.
저 가설이 훨씬 신빙성이 높다.
“그럼 소피아 님은 그 연구를 막기 위해 이탈리아로 오신 거란 말이네요.”
―응. 만약 진짜 마담이라면 그럴 확률이 높을 거야.
샤를 단장님이 자못 냉정한 모습을 가장하며 답했다.
만에 하나를 대비해, 필사적으로 기대감을 억누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일종의 자기방어인 거겠지.
1년 반 전의 그 상실감을 다시는 느끼고 싶진 않으실 테니까.
―아무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진 알았어. 내가 뭘 해야 할지도 알았고.
샤를 단장님이 여전한 톤으로 말을 이었다.
누가 봐도 억지로 감정을 컨트롤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지만. 굳이 그 사실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필사적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는 사람을 방해할 이유가 없을뿐더러.
―너네가 거기서 난동을 부리는 동안, 나는 나대로 이쪽에서…….
“죄송합니다.”
지금은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다.
“아무래도 통화는 여기까지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습격이야?
“예. 포위됐네요.”
지금 이 숙소는 포위되어 있다. 느껴지는 마나와 인기척, 그리고 영체의 에너지로 보아, 최소가 50명.
아직 내 탐지 범위 내에 들어서지 않은 습격자도 있을 테니, 약 100명 정도라 생각해야겠지.
“처음부터 저희를 노리고 습격을 감행한 놈들이겠다. 늑장 부리면 놈들이 먼저 습격해 올 거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상정했던 것보다 행동이 빠르네요.”
아까 전, 나와 순찬이가 습격자들을 도륙 낸 후로 아직 1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근데 벌써 저 정도 인원을 모으다니.
행동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
“아무래도 간부급, 혹은 리더격 인물이 근처에 있나 봅니다.”
이 속도는 단순, 지시만으로 나올 수 있는 속도가 아니다.
이건 현장에서 누군가가 직접 지휘해야 비로소 나올 수 있는 대응 속도다.
“운이 좋네요.”
나는 폰을 귀에 댄 채로, 천천히 거실로 걸음을 옮겼다.
거실로 나서자, 아델라와 순찬이를 비롯해.
미미르와 아스란 님, 그리고 엘레나 님까지. 다섯 명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다들 습격자의 존재는 이미 눈치챈 듯, 당장이라도 싸울 것처럼 살벌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다.
―운이 좋다고? 운이 나쁜 게 아니라?
“간부급쯤 되면. 얼굴이 알려져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요. 주모자를 특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래서 운이 좋다?
“그쵸.”
내 말에 폰 너머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진짜 너답다.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나는 그대로 동료들의 앞에 섰다.
“그럼 진짜 이만 끊겠습니다.”
―그래. 고생해. 몸조심…… 은. 뭐, 딱히 네 몸에 문제가 생길 일은 없긴 하겠지만. 아무튼 조심하고.
“예.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좋은 보고 기다릴게.
그리고 모두와 천천히 눈을 맞춘 뒤, 통화를 끊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시간이 없으니 빠르게 지시 사항만 전하겠습니다.”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두 다 알고 있다.
그런 세세한 브리핑은 필요 없다.
“일단…….”
나는 딱 필요한 지시만을 전했다.
“습격자는 순찬이 네가 맡아.”
“……뭐?”
순찬이가 벙찐 표정으로 되물었다.
“설마 습격자들을 나 혼자 상대하라는 건 아니지?”
“맞아. 잘 이해했네.”
나는 반쯤 입을 벌린 순찬이를 바라보며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뭐가 걱정이야? 거점 방어는 네 특기잖아?”
“그렇긴 한데…….”
순찬이가 미간을 찌푸린 채, 끄응 소리를 냈다.
“내가 혼자 싸우면… 그동안 너는 뭐하게?”
“우리는 Rid 가구 공장으로 갈 거야.”
“아하?”
순찬이가 ‘고건 몰랐네.’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마디로 나는 양동이라는 거구만? 놈들을 최대한 끌어당겨서 여기 묶어두고, 너희 본대가 조금 더 편하게 잠입 미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라는 거잖아?”
“비슷해.”
“오호라. 그런 거였구만. 그럼 뭐, 적당한 역할 배분이긴 하네.”
순찬이가 벌렸던 입을 다물고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내 한 몸 지키는 건 일도 아니고. 괜찮네. 맡겨 둬.”
자신의 가슴을 강하게 두드리며, 자신감을 표출한다.
“그럼 어디 보자, 일단 팔각문의 성흔을 새기는 것부터…….”
“스탑.”
허나 그 자신감의 표출도 잠시.
다음 이어진 내 말에, 순찬이의 자신감은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팔각문 시리즈는 쓰지 마.”
“……뭐요?”
“팔각문을 쓰면 네가 지순찬이라는 게 들통나잖아. 그럼 여러모로 곤란해져. 절대 쓰지마.”
순찬이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본다.
“……팔각문 없이 혼자 습격자들을 상대하라고?”
“어.”
“뭐 그딴……. 팔각문 없이 어떻게 막으라고? 나 팔각문 원툴인 거 알면서.”
“아니. 넌 이제 팔각문 원툴이 아니야. 투툴이지.”
나는 여전히 넋이 나간 순찬이에게서 시선을 떼고.
옆에서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나와 순찬이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고 있는 아스란 님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안 그렇습니까? 아스란 님?”
아스란 님이 세상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 * *
“……목표는 아직 숙소에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신하율네 일행이 묵고 있는 숙소 인근.
93명의 마법사가 숙소를 포위하고 있었다.
―준비는?
“통신 단절 준비만 마저 끝내면…….”
그 순간, 옆에서 뭔가에 집중하고 있던 남자가 손을 들고 말했다.
“통신 단절 준비 끝났습니다.”
보고를 들은 남자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정하겠습니다. 현시점으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빠르군.
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남성의 목소리는 꽤나 밝았다.
갑작스러운 습격이었음에도, 빠르게 준비를 마친 부하들의 모습이 썩 마음에 든 것이다.
―그럼 바로 작전을 수행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남자가 통신 단말을 든 채, 시선만 돌려서 부하들을 바라봤다.
턱짓과 눈짓을 하며, 작전을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 신호를 단숨에 받아들인 부하들이 일제히 행동을 개시했다.
주위 일대의 전기가 모두 꺼지고, 전파망이 흐트러지며, 통신이 단절되었다.
―목표물 중 하나는 상당한 실력의 검사다. 방심하지 말도록.
“예. 마음에 새겨두겠습니다. 그럼 작전이 끝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통신이 끊김과 동시에 똬리를 내린 어둠.
그 안에서 93명의 암수들이 일제히 행동을 개시했다.
……아니.
“……정지.”
개시하려고 했다.
“……아오. 돌겠네.”
만약 숙소 입구에서, 타겟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그리했을 테지.
“진짜 믿어도 되는 거죠?”
터프한 인상의 서양인.
그가 웬 미친 사람처럼 허공을 향해 말을 걸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메인 타겟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단 저놈부터 처리한 뒤에 잠입하겠다.”
“예.”
남자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93명의 암수들이 다시 일제히 몸을 감췄다.
타겟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일단 기척을 감추기 위함이었다.
“에이. 모르겠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남자가 세상 떨떠름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리곤 그대로 깊게 숨을 내쉬며, 정확히 지휘관 격 남자가 있는 곳을 응시하며 소리쳤다.
“거기 숨어있는 거, 다 아니까. 나와.”
정확한 시선.
살기등등한 목소리.
저건 페이크가 아니다.
“……어떻게 눈치챈 거지?”
지휘관격 남자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가명, 스티브. 실명 지순찬.
그가 코웃음 쳤다.
“당연히 알지. 우리 쪽에 누가 있는데. 그딴 허술한 은신이 통할 거 같아?”
신하율과 아델라.
둘 다, 감지에 있어선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마법사다.
그런 두 명이 함께 있는데, 이 정도 습격을 감지하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
“너 말고도 다 나와.”
지순찬이 뭔가를 포기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듯이 말했다.
“나오라고. 너 말고도 92명. 더 숨어있는 거 알고 있으니까.”
“……!”
92명
그 말에 지휘관 격 남자의 표정이 일변했다.
‘저쪽에 대마법사 급의 관찰안을 지닌 인물이 있다.’
습격자의 수를 정확히 맞추다니. 어지간한 수준의 마법사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기예다.
“동료 중 한 명이 상당한 실력의 마법사인가 보군.”
“상당한 수준이 아닐걸?”
“페이크…… 는 아니겠군.”
93명.
그 숫자를 정확히 알고 있는 이 이상, 허세는 아니다.
“네녀석들. 실력을 감추고 있었나?”
이곳으로 오기 전, 신분 조회를 통한 조사를 해 봤는데.
셋 다 별다른 특이점은 없었다.
“물론이지. 이곳저곳 오지를 여행해 다니려면, 어느 정도 힘을 감춰두는 건 필수라서. 이런 말도 있잖아? ‘가진바 힘의 80%는 숨겨 둬라.’ 라고.”
지순찬이 적당히 변명을 늘어놓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보다 다 튀어나오라니까? 굳이 다 보이는데, 숨어있을 이유가 있어?”
“…….”
지휘관 격 남자가 경계 어린 시선으로 지순찬을 노려봤다.
지금 저 남자를 상대로 어떤 대응을 보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었다.
“거, 참. 나오라니까 그러네.”
지순찬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드릅게 말 안 듣네.”
그리고는 그대로 깍지를 끼고 양손을 쭉 앞으로 뻗었다.
세상 여유만만한 자세와 표정이었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긴 하지.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그냥 처리하면 될 뿐이니까.”
그리고 다음 순간.
지순찬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그렇게 숨어있는 게 좋으면…….”
변한 건 분위기만이 아니다.
표정, 눈빛, 말투.
심지어 마나의 성질까지.
모든 게 형태를 바꾸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그대로 그냥 죽어라.”
천천히 들어 올린 오른손.
막대한 마나가 담긴 손이, 서서히 위에서 아래로 움직였다.
‘공간 절단.’
그리고 다음 순간.
공간이 잘려 나갔다.
* * *
한편, 그 시간.
신하율과 그 동료들이 머물고 있던 숙소에서 500미터가량 떨어진 위치.
근처에서 가장 높은 건물의 옥상.
전신을 로브로 뒤덮고 있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어딘가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
푸른 로브와 그 로브에 새겨진 십자 모양의 엠블렘.
푹 눌러 쓴 후드 아래로, 여성 특유의 날카로운 턱선이 눈에 띄었다.
“……다시 보질 않길 바랐는데 말이죠.”
온갖 감정으로 점철된 씁쓸한 목소리.
이 세상 모든 회한과 후회는 다 떠안은 듯한 눈빛으로, 숙소를 빠져나가는 신하율과 아델라를 바라본다.
“……그래도.”
쏟아지는 달빛 아래.
은은한 바람이 여성의 후드를 흩날렸다.
아주 살짝 흐트러진 로브.
달빛이 그녀의 얼굴을 아주 살짝 비추었다.
“다시 보니까 좋긴 하네요.”
여성의 얼굴은 소피아 아네체프리를 쏙 빼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