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47)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47화(347/466)
갑작스러운 드래곤의 등장에 순간적으로 넋이 나가버렸다.
“드래곤이라니…….”
바이테너 제국 탄생 이전.
신화가 아직 현실이던 시절.
수많은 신들 사이를 중재하고, 세계의 균형을 수호한다던 중임을 맡은 존재들이 있었다.
그들이 바로 드래곤이다.
“드래곤은 신화시대에 신들에 의해서 멸망했다고…… 분명 그렇게 들었는데, 어떻게……?”
엘레나 님이 경악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읊조렸다.
너무 놀라서 속마음이 말로 튀어나온 것이리라.
“……위험해.”
미미르의 표정도 엘레나 님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세상 놀란 표정으로, 입술을 짓씹고 있다.
“이놈이 진짜 드래곤이라면…… 승산은 없어.”
미미르의 말대로다.
이놈이 진짜 드래곤이라면, 우리에겐 승기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바이테너식의 기원이자, 흑마법의 기원인 원류 마법의 창시자임과 동시에 신들을 압도할 정도의 무력을 지닌 괴물.
드래곤을 쓰러트리는 건 스승님에게도 버거운 일이다.
지금의 내겐 승산이 없다.
“계승자. 도망가야 해.”
미미르가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도주하라 경고했다.
“아직 놈이 잠잠한 지금이라면…….”
“아니.”
나는 그런 다급한 미미르의 말을 끊었고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계승자?”
“이 괴물은 진짜 드래곤이 아니니까.”
만약 이 괴물이 진짜 드래곤이었다면 눈을 마주침과 동시에, 쏜살같이 도망쳐야 했을 것이다.
아니, 도망치기도 전에 그대로 삶을 마감하게 됐을 것이다.
드래곤은 그 정도의 힘을 지닌 괴물이다.
만약 진짜 드래곤이었다면, 이런 고민을 할 새도 없이 모두 사이좋게 손을 잡고 삼도천을 헤매고 있었을 테지.
“……저게 진짜가 아니라고?”
미미르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드래곤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바라봤다.
“내 눈엔 진짜로밖에 안 보이는데…….”
신화시대에 남겨진 서적에는 드래곤의 특징에 대한 게 정확히 기록되어 있었다.
이놈은 그 서적에 기록된 그대로의 외견과 풍채, 그리고 기세를 뿜고 있다.
미미르가 진짜라 단정 지을 만도 하다.
거기에 더해서 내 신안의 감지를 피했다는 특이성까지 지니고 있으니.
진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
“가짜야.”
하지만 아니다.
이놈은 진짜 드래곤이 아니다.
“아니, 반은 진짜고, 반은 가짜라고 해야 하나.”
이놈은 드래곤을 모방해, 재현한 무언가다.
진짜를 섞는 것으로, 진짜를 만들고자 했으나, 결국 모든 걸 재현하는 덴 실패해, 가짜가 되어버린 비운의 괴물.
그게 바로 이놈이다.
“그걸 어떻게 아시는 거죠?”
엘레나 님이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드래곤을 보고 놀란 감정을 완전히 추스르진 못하신 듯, 표정이 상당히 날카롭다.
“이 괴물한텐 신안이 아예 통하지 않는 거 아니었나요?”
“예. 안 통합니다. 여전히 아무것도 안 보여요.”
“안 보이는데 어떻게…….”
이놈이 가짜라고 확신할 수 있느냐.
이놈의 상태를 그리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느냐.
엘레나 님은 그렇게 묻고 계셨다.
“보이지 않는 것일수록 더 잘 보일 때가 있다고들 하잖아요?”
확실히 지금 내 신안은 완벽하게 무력화된 상태다.
이놈이 뿜어내는 모종의 기운이 내 신안을 완벽하게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신안 너머로 보이는 건 온통 시커먼 어둠뿐이다.
“그래서 알 수 있었습니다.”
멀리서 봤을 땐 그저, 이유 모를 어둠이었다.
단순히 내 신안이 통하지 않을 뿐인 미지의 무언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달랐다.
가까이서 보니, 내 신안이 먹통이 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신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어둠 속, 일말의 비틀림이 내게 깨달음을 주었다.
“……무슨 소리야? 두루뭉술하게 말고. 제대로 설명해 봐.”
미미르가 답답하다는 듯, 눈썹을 찡그리고는 닦달했다.
나는 그런 미미르와 잠시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델라의 심안과 내 신안. 두 마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영혼을 통한 감지가 가능하냐, 불가능하냐 야.”
아델라의 심안은 영혼을 볼 수 없다.
하지만 내 신안은 영혼을 볼 수 있다.
이게 두 마안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내 마안이 조금 더 심도 높은 탐지가 가능한 건, 개개인의 영혼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기운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야.”
괜히 스승님이 구미호를 파트너로 둔 게 아니다.
영혼을 통한 감지는 신안의 주요 기능 중 하나다.
“그래서 안 보였던 거고.”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나는 미미르를 바라보며 작게 웃고는, 천천히 드래곤에게 시선을 돌렸다.
“쉽게 말하자면, 이 괴물. 육체와 영혼이 서로 달라.”
“……뭐?”
“네?”
세 명이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드레이크의 몸에 드래곤의 영혼이 들어있어.”
그렇기에 이놈은 진짜 드래곤이 아니다.
드래곤이 되지 못한 불쌍한 드레이크일 뿐.
“드레이크요? 이게요?”
아델라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놈을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제가 아는 드레이크랑은 신체의 구조가 다른데요? 저렇게 거대한 날개가 달려 있지도 않고요.”
아델라의 말대로, 이놈의 신체 구조는 드레이크라 보기 힘들다.
“맞아. 이놈의 신체 구조는 문헌 속에 남아있던, 드래곤의 구조와 판박이야. 이놈이 드레이크일 리가 없어.”
미미르의 말도 맞는 말이다.
이놈의 신체 구조는 명백히 드래곤의 구조를 띠고 있다.
“그건 그냥 영혼의 격이 지나치게 높아서, 육체가 영혼을 따라서 변화한 거야.”
미미르가 ‘아!’ 소리를 냈다.
“영혼 또한 마땅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바로 그거야.”
스승님이 남기신 서적에 적혀 있는 문구 중 하나다.
영혼은 형태를 지니고 있기에, 그 형태에 맞는 신체로밖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런 말이었다.
“그래서 신체의 구조가 드래곤처럼 변했다 이거구나.”
미미르가 흥미롭단 표정으로 놈을 응시했다.
“흥미롭네. 나는 단순히 영혼이 육체에 적응하지 못하고, 파열하고 끝날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보통은 그렇게 되긴 해.”
서로 다른 신체와 영혼을 합친다는 건, 서로 A라는 장난감에 B라는 장난감의 포장지를 덮어씌우는 것과 마찬가지인 행위다.
대부분은 규격이 맞지 않아, 포장지를 망가트리게 된다.
“하지만 드레이크는 드래곤의 열화 카피라고 불리는 존재잖아? 어느 정도 규격은 맞을 테니까. 억지로라도 융합이 가능했던 거야.”
“아…….”
하지만 간혹, A라는 장난감에 B라는 장난감 포장지가 맞는 경우가 있다.
같은 제작사에서 만들거나, 우연찮게 크기가 같거나 한 경우.
포장지가 찌그러지고, 여기저기 뚫리긴 하겠지만, 어찌어찌 포장은 가능하다.
이게 바로 현재 이 괴물의 상황이다.
“그럼 이놈이 계속 움직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운 좋게 융합은 가능했지만, 강제로 변화한 육체를 움직일 만큼의 힘은 없는 거지.”
이게 지금 이 불쌍한 드레이크에게 벌어진 일들의 전모다.
“그래. 이제 알겠네. 서로 다른 영혼과 신체의 융합이란 말이지.”
미미르가 모든 걸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다른 육체와 영혼에서 흘러나오는 괴리가 계승자의 신안에 혼란을 줬고. 그 혼란의 결과가 탐지 불가의 어둠으로 수렴했다. 대충 이런 거지?”
“정확해.”
영혼과 관련이 있기에, 내 신안은 무력화되었고.
영혼과는 일절 관계가 없었기에, 아델라의 심안은 멀쩡했다.
“뭔가 엄청…… 복잡하게 엮였네요.”
줄곧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던 아델라가 넌지시 한 마디를 내뱉었다.
방금 전, 나와 미미르의 말을 100% 이해하진 못한 듯.
시원찮은 표정을 짓고 있다.
“그래도. 그런 이유면, 신안이 무력화될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요.”
100% 이해하진 못했지만, 어느 정도 핵심은 파악한 듯하다.
역시 아델라라고 해야 할까.
상당한 이해력이다.
“그치. 영혼과 육체의 괴리로 인한 탐지 불가라는 게, 안다고 해서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베일 스톨이 내 신안을 무시하고 행동할 가능성은 일단 사라졌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관건은…….”
그렇다고 마냥 모든 일이 해결된 건 아니다.
그냥 내 신안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없어졌을 뿐.
이번 일의 심각성은 변하지 않았다.
“이놈들이 어떻게 영혼과 육체를 융합시킨다는 생각에 미쳤는가랑…….”
영혼의 존재 여부는 공공연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나를 포함해, 극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는 사항이다.
그런 영혼의 존재를 어떻게, 누가 알아냈느냐.
어떻게 알아내고, 누가 이렇게 융합시킬 생각을 떠올렸는가.
그걸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드래곤의 영혼을 어디서 입수했는가. 이 두 가지야.”
신화시대에 멸망한 종족.
드래곤의 영혼을 어디서 얻었는가.
이걸 알아내야 한다.
“아닐 거라곤 생각하는데. 드래곤의 영혼을 추가로 지니고 있을 수도 있어.”
그땐, 여러모로 곤란한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놈들이 드래곤을 진짜 부활시킬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이 벌어지거나 하면, 그땐 정말 범세계적인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
그건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그럼 슬슬 마무리하고 빠져나가자.”
“마무리요?”
아델라가 어떤 마무리를 말하는 거냐는 의미를 담아 되물었다.
“이 불쌍한 드래곤의 영혼을 해방 시켜 줘야지.”
뒤에서 여전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는 드래곤을 가리키며 답했다.
“불쌍하다는 이유 외적으로도, 여기 이렇게 남겨두고 가면, 연구자들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고.”
“아하.”
위험은 미연에 차단해 둬야 한다.
“그럼 죽이실 건가요?”
“아니. 그거론 해결이 안 돼.”
단순히 죽이는 걸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우연찮게라곤 해도, 이놈은 지금 신체와 영혼이 엮여 있는 상태니까. 지금 이 상태로 죽이면, 신체와 영혼이 그대로 격돌하면서 붕괴할 수도 있어.”
그리고 드래곤이라는 거대한 격을 지닌 영혼의 붕괴는 재해라는 이름으로 치환되어, 우리를 찾아올 테지.
그건 안 될 일이다.
“그게 아니라도 지금 대놓고 이놈을 죽이거나 하면, 연구실 놈들이 침입자가 있었다는 걸 눈치챌 테니까.”
“아, 생각해 보니, 저희 잠입 중이었죠? ……너무 쉽다 보니 잊고 있었네요.”
아델라가 깜빡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럼 어떻게 하시려고요?”
“간단해.”
나는 그대로 목에 걸고 있는 붉은 목걸이를 쥐었다.
팩티오의 매개체이자, 나와 미호를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
언약의 돌.
“이런 속담이 있어. 약은 약사에게. 영혼은 미호에게.”
“아~”
아름다운 붉은색이 내 마나를 머금고 은은하게 빛났다.
미이-!
미호가 활기찬 울음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잘 쉬고 있었어?”
미호가 곧장 내 품에 안겨들었다.
방금 전까지 자고 있었던 듯, 눈에 큰 눈곱이 매달려 있다.
나는 그 눈곱을 떼 준 뒤에,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 내 손길이 기분 좋은 듯, 미호가 한층 더 간드러진 울음소리를 냈다.
“잘 자고 있던 중에 미안. 네 도움이 필요해서 불렀어.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미호의 귀와 꼬리가 쫑긋 솟았다.
자못 근엄한 표정.
내 부탁이라면 뭐든지 주겠다는 의지가 전해져 오는 표정이었다.
“저기 뒤에, 불쌍한 친구 보여?”
미호가 내 품에서 머리를 떼고,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 순간, 미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저게 대체 뭐냐는 표정.
…….
미호의 표정 속에, 일말의 혐오감과 다량의 분노가 엿보인다.
영혼의 수호자로서, 저런 끔찍한 존재를 만든 누군가를 용서할 수 없는 것이리라.
“부탁할게. 저 불쌍한 영혼에게 평온한 마지막을 선물해 줘.”
미호가 결의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만 달라는 표정이었다.
미호가 내 품에서 벗어나 대지에 우뚝 섰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드래곤이 되지 못한 무언가를 향해 다가갔다.
그렇게 세 걸음 째.
화르르르륵-!
미호의 신체가 새하얀 불에 휩싸였다.
“……미호, 쟤. 많이 컸네.”
“응. 많이 컸지.”
그렇게 다시 모습을 드러낸 미호는 어엿한 신수가 되어 있었다.
일곱 개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우아한 자태로 걸음을 이어나간다.
……!
그러던 중.
미호의 신체가 움찔 떨렸다.
무언가에 크게 놀란 듯한 반응.
“미호야?”
미호의 신체가 경직됐다.
뭔가에 겁을 먹은 듯한 모습.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리고.
“설마…….”
그 불안감은 이내 현실이 되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쿠오오오오오오오-!!
움직일 수 없어야 할 드래곤이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