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4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49화(349/466)
방금 전의 일격으로, 형체를 유지할 수 없어진 듯.
빠르게 붕괴되기 시작한 드래곤.
붕괴된 뼈와 살은 마나로 변해 허공을 흩날렸다.
그 사이에서 하나, 붕괴되지 않는 반투명한 에너지가 일렁였다.
영혼.
드레이크의 신체에 깃들었던 드래곤의 영혼이다.
“미호야.”
육체와 달리 영혼은 사라지지 않는다.
육체가 썩어문드러지더라도, 영혼만큼은 영원히 사라지는 일이 없다.
이 영혼을 구제하기 위해선 별도의 방법이 필요하다.
“보내줘.”
성불.
떠날 때를 놓친 영혼을 마땅히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영혼의 수호자, 신수 구미호만이 행할 수 있는 기적.
아우우-!
미호가 작게 울었다.
마치 지금 방황하는 영혼을 위로하듯이.
떠나는 영혼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듯이.
길었던 생을 마감하고, 새 생을 찾을 영혼을 기렸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 저게 미호가 하늘에게 부여받은 사명이구나…….”
미미르가 진심으로 감동한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신수라는 존재는 단순히, 강해서 신수라 불리는 게 아니다.
신수로서, 본연의 역할을 지니고 있기에.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사명을 지니고 있기에 하늘의 사자, 신수라 불리는 것이다.
‘감사…한다.’
드래곤의 영혼이 마지막 의사를 전했다.
진심을 담아서, 자신의 마지막을 기려 준 미호에게 생애 마지막 감사를 전했다.
아우우우-!
미호의 레퀴엠이 만든 영혼의 길은 드래곤의 영혼을 영혼들의 쉼터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남은 미련이 불타오르듯, 영체는 훨씬 찬연하게 빛났다.
반딧불이처럼 변해, 사방으로 흩날려가는 영체.
그 영체와 미호의 울음소리가 자아내는 심포니만이 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흐음. 네 여우는 저런 것도 가능했는가.”
그 심포니 사이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익숙하고도 그리운 목소리.
“과연 신수 구미호. 영혼의 수호자라는 이름은 겉멋이 아니라는 건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푸른 로브에 새겨진 특수한 십자 엠블럼.
그 위로 내가 계속 찾아 헤매던 여인의 얼굴이 있었다.
이제 와서 얼굴을 가릴 생각은 없다는 듯이, 후드를 아예 젖히고 있다.
“흠.”
소피아 아네체프리.
소피아 님의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시선이 꽤나 부담스럽군.”
그러나 소피아 님을 연상케 하는 건 얼굴뿐. 외면뿐이다.
내면은 다른 사람을 연상케 하고 있다.
“……진짜 세인 님…이십니까?”
세인 비노슈.
2년 반 전, 흑마도왕을 죽이고 함께 죽은 영웅.
정점의 검사.
지금 이 여인의 눈빛과 행동, 그리고 말투는 세인 님 그 자체다.
“글쎄. 스스로는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곤 있다만…… 모르겠군.”
세인 님이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놓아버렸다.
세인 님의 손에서 떨어지자마자, 마나로 변해 흩날리기 시작한 검.
마나로 만든 검이 다시 마나로 돌아간 것이다.
“과연 지금의 나는 세인 비노슈라고 할 수 있을까.”
세인 님이 픽 웃었다.
소피아 님의 얼굴로, 세인 님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내가 세인 비노슈라는 자각은 있다. 내 기술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세인 비노슈로서의 기억 또한 또렷하다. 허나.”
그때, 미소가 변하기 시작했다.
날카롭고 강인한 미소에서, 자비롭고 우아한 미소로.
“지금의 나는 세인 비노슈로선 알지 못하는 기억 또한 지니고 있다.”
세인 님의 표정이 일변했다.
“……!”
놀라울 정도로 극적인 변화.
나는 저 미소가 누구의 것인지 알고 있다.
“소피아…… 님?”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따스한 미소.
저 미소는 소피아 님이 항상 내게 지어보이셨던 태양 같은 미소다.
“오랜만이에요.”
소피아 님이 2년 반 전과 다름없는 부드러운 미소로 나를 반겼다.
“2년 반 만인가요?”
그때, 또 다시 표정이 변화했다.
“정확히는 2년하고도 201일 만이다.”
소피아 님의 표정에서, 세인 님의 표정으로 변했다.
“……갑자기 끼어들지 마세요. 날짜는 저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요. 그냥 적당히 표현한 것뿐이에요.”
그리고 곧바로 다시 세인 님의 표정에서 다시 소피아 님의 표정이 되었다.
“딱히 비아냥댈 속셈은 없었다만. 비아냥처럼 들린 모양이군.”
“예. 누가 봐도 비아냥이었답니다.”
표정과 말투가 계속해서 바뀐다.
말하는 건 한 명인데,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마치 다중인격을 연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들렸다면 사과하겠다. 네가 내 지나가는 말을 비아냥으로 받아들일 만큼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을 줄은 몰랐다. 혹, 아까 내 반성하라는 말이 그리 서운했던 건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도 사과하지.”
“……그거야 말로 진짜 비아냥대는 거죠?”
“이런. 들켰군.”
말이 연기하는 것처럼 보인다지, 연기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게, 표정이 너무 휙휙 바뀐다.
제 아무리 대단한 연기자라 할지라도, 저런 연기는 불가능하다.
저건 연기 같은 게 아니다.
“소피아 님의 신체에…… 세인 님의 영혼과 소피아 님의 영혼이 공존하고 있는 겁니까?”
저건 진짜 두 분이 한 신체에 공존하고 있는 거다.
“여전한 상황파악 능력이로다.”
“네. 정답이에요.”
두 분이 차례대로 답했다.
봐도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0.1초 만에 변화하는 저 표정과 말투는 도저히 익숙해 질 것 같지 않다.
“한 육체에 두 개의 영혼이 공존하고 있다니…….”
그때, 뒤에서 조용히 있던 미미르가 의문을 말로서 내뱉었다.
자신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
“어떻게 된 건가요?”
나도 아마 미미르와 비슷한 표정이겠지.
어떻게 저 두 분이 저런 상태가 된 건지, 전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어떻게 이런 상태가 됐는가…… 에 대한 건. 저희도 잘 몰라요.”
“다시 눈을 떴을 땐, 이미 이런 상태였다.”
소피아 님이 쓴웃음을 짓고, 세인 님이 마땅찮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된 건지, 조사해 보기 위해서 이 연구소에 잠입했던 거였다만…….”
“딱히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없었어요.”
“아……. 그래서 이 연구소를…….”
소피아 님이 이 연구소를 습격할 이유가 있나 싶었는데.
드레이크와 드래곤이라는 서로 다른 육체와 영혼을 키메라화 시킨다는 실험을 통해, 자신들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함이었구나.
“이해했습니다.”
이제야 어느 정도 퍼즐이 맞춰져가는 기분이다.
“근데…….”
그러나 하나.
해결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는 퍼즐이 하나 있다.
“그게 목적이셨다면 제게 도움을 청하시는 게 훨씬 좋았을 텐데요.”
소피아 님은 어째서 우리에게 접근하지 않았는가.
“어째서 제게 두 분의 생존 사실을 감추고 계셨던 건가요?”
어째서 자신들의 생환 사실을 감추고 있었는가.
이게 의문이다.
“무얼. 아주 간단한 이유다.”
세인 님이 대수롭지 않은 질문이라는 듯이, 건조하게 답했다.
“네게 접근하면, 그놈이 깨어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대수롭지 않은 말에 담겨있는 의미는 퍽 대수로웠다.
“……그놈이라 하시면……?”
예상가는 바는 있다.
이 자리에서, 세인 님이 그놈이라 표현할 인물은 한 명뿐이니까.
예상하고 있음에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만에 하나라도 그렇지 않기를 바라며, 일말의 희망을 담고 모르는 척 되물었다.
“흑마도왕.”
그러나 희망은 희망이었을 뿐.
“그의 영혼 또한 제 몸에 깃들어 있어요.”
내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소피아 님의 신체에…… 세 명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상태라는 건가요?”
“예.”
소피아 님이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눈살을 찌푸리셨다.
“지금은 잠들어 있지만, 그의 영혼은 확실히 제 안에 존재해요.”
세상 통탄스럽다는 표정.
이 답이 없는 상황을 앞에 두고, 어찌할 방도도 찾지 못한 무력한 자신을 책망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흑마도왕의 영혼이 함께라면 더더욱 제게 도움을…….”
“말했을 텐데.”
세인 님이 내 말을 끊었다.
“네게 접근하면 그놈이 일어나려 한다고.”
“아…….”
세인 님이 세상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우리도 네게 도움을 청하지 않으려 한 건 아니다. 허나,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놈의 영혼이 격렬하게 요동친다. 너만이 아니라, 네 주위 누군가에게 다가가려고 만해도, 당장이라도 깨어날 것처럼 격렬히 요동치더군.”
원망과 분노, 그리고 증오가 깃든 표정이었다.
“문헌으로라도 저희의 상태를 알리려곤 했습니다만, 안 되더군요. 저희 안에 잠들어있는 흑마도왕의 영혼은 그조차 허락하지 않았어요.”
“무슨 수로라던 너희에게 접근하려 하면 바로 반응했지. 귀찮은 놈.”
“……예. 음습한 것이, 참으로 흑마도왕 다운 영혼이에요.”
두 분의 표정이 하나가 되었다.
진심이 담긴 짜증.
흑마도왕의 음습한 영혼이 짜증나기 짝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그냥 죽으려고도 생각해 봤다만…….”
“죽으려 시도하고자 하면 또…….”
흑마도왕이 깨어나려 했다.
그런 말이리라.
“죽을 수도 없고. 너희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상황.”
“저희에게 남은 선택지는 홀로 방법을 찾는 것뿐이었어요.”
두 분이 번갈아가며 말했다.
“우리의 생환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홀로 방법을 찾아, 우리 안의 흑마도왕을 제거한다.”
“저희의 영혼 채로 놈을 죽일 방법을 찾아 헤맸어요.”
딴지를 걸고 싶었다.
자신의 목숨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두 분의 말에 순간 욱하는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그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두 분의 각오를 알고 있기에.
두 분의 각오가 어느 정도의 무게를 지니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결과는 보시다시피, 이꼴입니다.”
“방법 따윈 찾지 못했다. 2년하고도 201일이란 시간 동안, 그 어떠한 실마리도 찾지 못했다.”
두 분이 고개를 숙였다.
자신들의 무능함에 치가 떨린다는 표정.
진심으로 부끄럽다는 표정이었다.
“저, 그러면…….”
그때, 줄곧 조용히 있던 아델라가 손을 들고 말을 꺼냈다.
“지금 이렇게 저희에게 다가오신 건…… 어떻게 된 건가요?”
“아, 지금 상황 말인가? 이건…….”
세인 님이 누군가를 원망하는 듯, 날카로운 시선으로 변했다.
“지금 이런 상황이 된 건, 순전히 소피아 아네체프리의 실수 때문이다.”
“…….”
원래대로라면 곧장 세인 님의 말에 반응했을 텐데.
소피아 님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내가 그렇게 죽여두자고 했거늘. 혹시 모른다고 살려두자고 해서…….”
아마 드래곤을 말하는 것이리라.
세인 님은 드래곤을 죽이자 하였고, 소피아 님은 혹시 모르니 살려두자 했다.
이런 말이리라.
“심지어 CCTV에 우리의 흔적을 남긴다는 치명적인 실수까지 범했지.”
순간 소피아 님의 표정이 겉으로 드러났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 결과 너희를 이곳으로 부르고, 너희를 이렇게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다.”
세인 님의 표정은 점점 더 험악해져갔다.
“우리 때문에 위험에 빠진 너희를 구하기 위해 우린 너희에게 접근할 수밖에 없게 됐고…….”
세인 님이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대로 손아귀에 힘을 준다.
마치 자신의 심장을 짓이겨 버리고 싶다는 듯이. 온 힘을 다해서.
“그놈의 각성이 시작됐다.”
그놈.
흑마도왕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말이리라.
“다시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군. 이 책임을 어떻게 질 생각이지? 소피아 아네체프리.”
“…….”
소피아 님이 고개를 푹 숙였다.
변명할 수도 없다.
그런 표정이었다.
“……그래서 아까,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는 말을 하신 거군요.”
“그래. 리스크가 얼마나 크던, 너희를 잃는 것만큼 리스크가 크진 않으니.”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진다.
소피아 님이 지금껏 종적을 감추고 있었던 이유도.
이탈리아에 모습을 드러내신 이유도.
이 연구소에 잠입하신 이유도.
모든 게 다 납득이 간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네요.”
소피아 님이 세상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개미가 기어가는 것보다 작은 목소리였다.
진심으로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는 사람의 표정과 말투였다.
“정말……. 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어요.”
그때 다시금 표정이 변했다.
세인 님이다.
“흠. 그렇게까지 자조할 필욘 없다.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곤 하나, 결과적으로 얻은 게 없는 건 아니니.”
세인 님이 픽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어차피. 근 시일 내에 찾아갈 생각이었지 않은가. 조금 계획이 앞당겨졌다. 그뿐인 이야기긴 하다.”
“그렇긴 합니다만…….”
“물론 이렇게 대놓고 만날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리스크가 커지긴 했군.”
“…….”
아마 두 분은 내게 문헌으로서 정보를 전할 생각이셨을 테지.
흑마도왕의 영혼이 반응을 보이는 주체는 ‘나’이기에.
내게 접근하는 것보다 내게 문헌으로 정보를 전하는 게, 훨씬 리스크가 적을 테니까.
“너 때문에 흑마도왕의 각성이 조금 앞당겨지긴 했지만, 너무 신경 쓰진 않아도 된다. 소피아 아네체프리.”
“…….”
소피아 님의 고개가 시들고 있는 해바라기처럼 빠르게 숙여진다.
“큭큭. 농담이다.”
그런 소피아 님의 반응이 썩 재미있는 듯. 세인 님이 환하게 웃었다.
“이 상황은 이 상황 나름대로 장점이 크다. 단순 문헌으로 전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야.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
소피아 님의 격려에도 불구하고 소피아 님의 표정은 여전했다.
진심으로 좌절하고 있다.
“흠. 완전히 좌절 모드에 들어섰군. 너무 과하게 놀렸나.”
세인 님이 턱을 쓰다듬으며, ‘이건 예상 밖인데.’라는 표정을 지었다.
“소피아 아네체프리. 정말 농담이었다. 너무 좌절할 필요…….”
그때였다.
돌연 세인 님이 눈을 부릅떴다.
뭔가 크게 놀란 표정.
“……고작 5분밖에 안 됐거늘. 벌써 시간이 다 됐는가. 조급한 놈.”
뉘앙스로 보았을 때, 흑마도왕의 영혼에 또 다시 반응이 생긴 듯하다.
“시간이 없으니 결론만 간략하게 말하겠다.”
세인 님이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떠날 듯이, 채비를 한 채로 빠르게 말을 시작했다.
“다음. 이 세상에서 태양이 한번 모습을 감출 때.”
태양이 모습을 감출 때.
일식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어둠의 왕이 부활할 것이다.”
“……네?”
어둠의 왕이 부활한다.
말인즉.
“……이번 일식 때, 베일 스톨이 부활한다는 말인가요?”
“그러하다.”
내 입술이 당황으로 떨렸다.
“일식이면……”
올해 일식은 10월 13일.
그리고 오늘은 4월 8일.
“6개월 뒤.”
“…….”
베일 스톨의 부활까지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