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5화(35/466)
나는 코끼리보다 두 배는 큰 거대한 거북이를 올려다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이게 거북이야 뱀이야?”
에메랄드 특유의 초록빛을 빛내는 보석 같은 등딱지.
나무 외피처럼 까칠까칠한 네 개의 발.
여기까진 거북이 그 자체다.
문제는 머리와 꼬리, 그리고 혀다.
뭔 놈의 머리랑 꼬리가 저렇게 긴지. 등딱지를 지닌 뱀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목을 쭈욱 내빼고 혀까지 날름거리니, 진짜 뱀이 따로 없다.
“초면이지? 반가워.”
나를 노려보며 혀를 날름거리는 에메랄드 터틀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쿠웅! 쿠웅!
그런 내 여유로운 모습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일까, 앞발로 바닥을 강하게 찍어 누르며 나를 노려본다.
누가 대형 몬스터 아니랄까 봐, 위압감이 제법이다.
스으윽! 스으윽!
에메랄드 터틀이 마치 붉은 천을 본 황소라도 된 양, 앞발로 바닥을 쓸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내게 달려들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이는 모습이었다.
에메랄드 터틀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고작 거북이 따위가 달려들어서 어쩔 건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해한다.
거북이는 느린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니까.
하지만 이놈은 그냥 거북이가 아니다.
C랭크에 집계되어 있는 몬스터로, 마나를 체내에 품고 있는 몬스터다.
외견만 보고 느릴 거라 판단했다간 큰 코 다친다.
‘온다.’
놈이 발로 바닥을 쓰는 걸 멈췄다. 그리고 잠시 후.
쿠우우우웅-!
놈이 서 있던 지면이 산산이 부서지며, 내 망막에 비춘 놈의 거체가 빙그르르 돌더니.
‘빨라!’
빠르게 커져갔다.
놈이 엄청난 속도로 내게 날아들고 있는 것이다.
‘각력 강화.’
나는 곧바로 마나를 하체에 둘러, 있는 힘껏 강화한 뒤에 자리를 박찼다.
수직 방향으로 몸을 날리는 것으로, 에메랄드 터틀의 돌진 범위에서 벗어났다.
쿠웅!
내가 원래 서 있던 장소에서 흙먼지를 동반한 폭음이 울렸다.
어마어마한 파괴력이었다.
‘책에서 읽은 것보다 빠른 거 같은데.’
속도나 힘이나 내가 알고 있던 정보보다 뛰어난 것 같다.
에메랄드 터틀 중에서도 유독 강한 개체인 것 같다.
‘예상보다 고생 좀 하겠어.’
그렇게 생각한 순간, 다시금 폭음이 울렸다.
에메랄드 터틀을 중심으로 흙먼지가 파문처럼 퍼져 나가며.
놈의 신체가 다시 내게 날아들었다.
나는 다시 놈의 돌진 방향의 직각.
수직 동작으로 몸을 날려 놈의 몸통 박치기를 피했다.
쿠웅!
지면에 격돌한 에메랄드 터틀이 그대로 공처럼 튀어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왔구나. 이중 돌격.’
마치 스핀이 걸린 테니스공 같은 움직임이었다.
‘이것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라!’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한계까지 각력을 강화한 내 속도로도 피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쩔 수 없지.
‘배리어.’
공처럼 날아오는 에메랄드 터틀의 신체.
에메랄드 터틀이 회전하는 방향에 맞춰서 배리어를 생성.
놈의 궤도를 비튼다.
끼기긱-!
과연 C랭크 몬스터.
무지막지한 힘이었다.
‘힘이 무슨……!’
나름 전력을 다해서 만든 배리어인데.
놈의 돌격을 막기는커녕 흘려내는 것도 힘들었다.
이건 계산을 잘못한 내 실수다.
어쩔 수 없지.
‘공명(共鳴) 강화.’
나는 그 즉시 공명의 고리를 이용하여 배리어를 강화했다.
마찰과 함께 마나의 잔해를 흩날리던 배리어가 단번에 견고해졌다.
그리고 이내 놈의 돌격을 완벽하게 흘려냈다.
쿠웅!
에메랄드 터틀이 지면에 격돌하며 또 다시 폭음이 울렸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흙먼지를 잔뜩 피우며 모습을 감춘 에메랄드 터틀.
평범한 사람이라면, 조금 전의 무지막지한 돌격에 대비할 테지.
하지만 그건 하책이다.
‘에메랄드 터틀은 이중 돌진을 사용한 후에, 잠시 힘이 빠진다.’
방금 전, 테니스공처럼 튕겨 날아든 신묘한 돌격은 마구 사용할 수 없다.
그만큼 이중 돌진은 각력에 무리가 가는 공격이다.
에메랄드 터틀은 앞으로 약 6초 동안 돌진을 사용하지 못한다.
나는 곧바로 윈드를 사용해 흙먼지를 제거하며, 놈에게 달려갔다.
‘뭐, 돌진을 못 하는 상태라고 해서 빈틈이 생겼다는 건 아니긴 한데.’
에메랄드 터틀은 이중 돌격을 사용한 직후엔 몸을 웅크려 방어에만 전념한다.
각력이 회복될 때까지 방어에 전념한다.
여러모로 귀찮은 몬스터가 아닐 수 없겠다.
탁-
나는 그대로 놈의 등딱지에 손을 댔다.
그리고 그대로 눈을 감고, 에메랄드 터틀의 갑각에 흐르는 마나를 느꼈다.
‘에메랄드 터틀은 마나를 보유하고 있는 C랭크 몬스터. 놈이 지니고 있는 마나의 7할은 갑각을 보호하는 데 쓰인다.’
이 갑각을 뚫기 위해선 최소 5서클 급의 마법이 필요하다.
즉, 4서클 이하의 마법사들은 절대 뚫을 수 없다는 말이다.
‘머리를 노리면 3서클의 마법으로도 데미지를 줄 수는 있겠지만, 그 미친 돌격의 틈을 노려서 반격을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참으로 골치 아픈 몬스터다.
‘다시 생각해도 웃기네. 이걸 어떻게 네임드 몬스터로 넣어 둘 생각을 했지?’
그냥 구색 맞추기식으로 넣어 둔 거 같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공략 불가능한 놈을 넣어 두냐.
‘하기야. 그걸 공략하겠다고 나선 내가 할 말은 아닌가.’
도긴개긴이다.
이런 걸 넣어 놓은 교사 측이나, 그걸 공략하겠다고 나선 나나.
‘마나가 제법 특이하네.’
에메랄드 터틀의 갑각에서 느껴지는 마나를 느끼며, 서서히 내 마나를 놈의 마나와 일치화시켜갔다.
‘이걸로 간섭의 첫 번째 조건은 달성.’
그 순간, 놈의 신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회복까지 대충 6초 정도 걸렸나.
‘일단 물러나서 다음 기회를 노리자.’
나는 곧바로 놈에게서 멀어졌다.
목과 꼬리를 쭉 빼고, 나를 노려보면서 앞발을 지면에 비빈다.
콰앙!
그리고 다시 돌격.
이후는 앞선 격돌의 반복이었다.
‘이번엔 배리어 없이 완벽하게 피한다.’
놈의 돌진을 피하며, 놈이 이중 돌격을 하는 걸 유도하고.
이중 돌격이 실패한 뒤, 몸을 웅크린 놈에게 접근해, 갑각에 손을 댄다.
‘마법식의 구조도 파악 완료.’
이 공방이 4회 정도 반복되었을 쯤.
나는 간섭의 두 번째 조건, 마법식의 파악을 끝마쳤다.
‘위치 정보도 파악 완료.’
몸을 웅크린 채 가만히 서 있으므로 간섭의 세 번째 조건도 클리어.
‘사정거리도 문제없음.’
간섭의 사정거리인 30cm도 해결됐다.
‘준비 끝.’
마법에 간섭하기 위한 모든 조건이 클리어 됐다.
“후우…….”
에메랄드 터틀이 움직이기까진 3초의 시간이 남았다.
시간은 충분하다.
우우우웅-!
나는 심호흡과 함께 나는 간섭의 고리를 회전시켰다.
간섭의 고리를 타고 흐르던 마나가 내 손을 따라 에메랄드 터틀의 갑각으로 흘러들어간다.
‘간섭(干涉).’
파악한 마법식을 기본값으로 두고, 위치 정보를 추가 기입.
미미르의 샘에서 습득한 지식을 기반으로 간섭 마법식을 즉석에서 구현한다.
‘손을 대고 있는 갑각의 중심. 반경 30cm의 구역의 강도를 약화.’
에메랄드 터틀의 고유 마나와 완벽하게 일치화된 내 마나가 놈의 갑각에 스며들었다.
‘간섭 성공.’
반경 30cm의 초록빛이 빠르게 사위었다.
‘공명(共鳴)의 고리. 강화.’
약해진 갑각을 느끼며, 나는 간섭의 고리와 함께 돌고 있는 두 번째 고리.
공명의 고리를 회전시켰다.
이어서.
‘3서클, 아이시클 랜스.’
공명의 고리로 강화된 빙결의 창이 에메랄드 터틀의 갑각을 관통했다.
그게 끝이었다.
에메랄드 터틀은 단말마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숨을 멎었다.
“예스.”
단말기에 떠오른 문구가 내 입꼬리를 춤추게 했다.
* * *
그 시간.
마도신가의 저택.
신인혁은 자신의 서재에서 배틀 서바이벌 시험의 영상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에메랄드 터틀의 시체 위에 앉아 보조 아티팩트를 조작하고 있는 신하율.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 나왔다.
“설마 진짜로 에메랄드 터틀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데 성공할 줄은…….”
신인혁의 옆에 서 있던 김석현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에메랄드 터틀이 빙(氷) 속성에 약하다곤 하지만, 고작 3서클로 어떻게…….”
“글쎄. 나도 모르겠군.”
신인혁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김석현의 놀람이 더욱 커졌다.
8서클 마법사 신인혁이 고작 3서클 마법을 보고 ‘모른다.’라고 답한 게 충격이었다.
“아무리 나라도 익히지 않은 학문에 대한 건 알지 못 한다. 하물며 하율이의 마법처럼 현대 마법과 궤를 달리하는 규격 외 마법은 더더욱.”
김석현의 표정을 읽은 신인혁이 픽 웃으며 말했다.
“아, 실례했습니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김석현이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됐다. 신경 안 쓴다.”
신인혁이 여전히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채 모니터를 응시한다.
에메랄드 터틀의 사체를 도축하여, 식량을 준비하는 것이 꽤나 능숙했다.
“저런 모습은 여전하시네요. 나이를 생각하면 거부감이 있을 만도 한데.”
“그렇게 약하게 키우지 않았다.”
“……아, 그랬죠.”
6살부터 시작된 신하율의 영재 교육을 떠올리며, 김석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주님. 하나만 여쭤도 되겠습니까?”
“뭐지?”
신인혁이 시선은 신하율에게 고정한 채로 답했다.
“하율 도련님은 어째서 저렇게 눈에 띄는 짓을 하신 걸까요?”
신하율이 에메랄드 터틀을 공략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후부터 줄곧 의문이었다.
신하율은 왜 저런 짓을 한 걸까.
“지한 도련님이나, 세아 아가씨의 견제를 생각하면, 지금 저렇게 눈에 띄는 건 독일 텐데요.”
신하율은 현재 아무런 세력도 지니지 못한 상태다.
그런 상태에서 저렇게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간, 차기 가주 경쟁에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신지한과 신세아에게 집중 견제를 받을 수도 있다.
아니, 십중팔구 무지막지한 견제를 받게 될 테지.
“백사혁 습격 사건 때까지 3서클을 숨기고 계셨던 것으로 보아, 자신의 상황을 모르고 계신 것 같지도 않고…….”
만약 김석현이 신하율의 입장이었다면, 절대 저렇게 눈에 띄는 짓은 하지 않을 터였다.
일단 힘과 세력을 쌓을 때까지, 최대한 힘을 감췄을 것이다.
눈에 띄는 건 그 후에 해도 된다.
“혹여 하율 도련님께서 자신의 힘에 취해 판단력을 상실하신 게 아닐까 걱정됩니다.”
김석현이 걱정스런 눈으로 말했다.
그런 김석현을 바라보며 신인혁이 픽 웃었다.
“하율이가 판단력을 상실했다고?”
그럴 리가.
모니터 너머 신하율을 바라보는 신인혁의 미소가 서서히 짙어진다.
“하율이는 더할 나위 없이 냉정하다. 아주 냉정하게 자신의 상황을 판단해서, 일부러 저렇게 눈에 띄게 힘을 드러내고 있는 거야.”
“일부러 말입니까?”
“그래. 2달 간 내가 보호해 주기로 한 걸 믿고서.”
“아!”
중간 종합 평가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 사이에 가문 내에서 처참한 자신의 입지를 어떻게든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다.”
확실히 신인혁의 보호가 있는 이상, 신지한과 신세아는 신하율에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
“하지만 보호라고 해 봐야, 고작 2달입니다. 그 후에 찾아 올 후폭풍을 생각하면, 저렇게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건 독입니다.”
지금 저렇게 눈에 띄는 행동을 한 이상, 신하율은 2달 뒤부터 신지한과 신세아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게 될 거다.
“하율이가 가문에 복귀한 이상, 몸을 웅크리고 있던, 눈에 띄는 행동을 하던 달라지는 건 없다. 지한이랑 세아가 하율이를 두려워하는 이상에는.”
신하율의 빛나는 재능에 경외심을 품었던 두 명인 만큼, 신하율을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하율이도 그걸 알기에, 지금 이 타이밍에 어떻게든 지금 두각을 드러내려 하고 있는 거다. 그 둘의 공격에 대비할 세력을 하루라도 빨리 쌓기 위해서.”
“아…….”
어차피 견제 받을 거, 미약하게나마 자신의 세력을 쌓기 위해서.
신하율은 그걸 위해서 현재 행동을 개시한 것이다.
“그리고…….”
모니터 너머.
신하율이 누군가와 교전을 벌이고 있다.
“2달 뒤면, 지한이나 세아의 견제 따위는 자신에게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을 거라 자신하는 거겠지.”
신인혁의 기억에도 있는 나름 괜찮은 집안의 3서클 유저였음에도, 신하율의 상대는 되지 않는다.
압도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이, 딱 마도신가의 직계다웠다.
나쁘지 않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2달 뒤. 월드 아카데미 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만 따 내면, 전세가 뒤바뀔 테니까.”
신하율은 자신이 있는 거다.
2달 뒤 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딸 자신이.
금메달을 따기만 하면, 신지한과 신세아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마도신가의 다음 대 주인이 될 자신이.
그리고.
“……당돌한 놈.”
세계 최고의 대마법사가 될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