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5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54화(354/466)
그 후.
나는 테이 님의 도움을 받아, 여덟 번째 인피니티 서클을 엮기 위한 수행에 몰두했다.
뭐, 수행이라고 해서 거창한 행위를 한 건 아니었다.
새로운 순환법을 체득한 것뿐.
“거기까지. 오늘 실전 훈련은 여기까지 하자.”
그렇게 대충 8시간이 흘러.
테이 님이 훈련 종료를 알렸다.
“예.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그 즉시 쓰러지듯 바닥에 누웠다.
숨이 이 이상 없을 만큼 가쁘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완벽에 가까운 탈진.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한계다.
할짝.
미호가 내게 다가와 내 얼굴을 핥았다.
날 바라보는 눈빛에 걱정이 가득 맺혀있다.
“괜찮아.”
미소와 함께 미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아무리 탈진이라고 해도, 손을 움직이는 것 정도는 문제없다.
미호가 내 손에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내 표정을 보고 안심을 한 듯, 걱정스런 시선을 거뒀다.
“지금부터 8시간 정도는 마나를 쓰지 마.”
테이 님이 내게 다가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왜 그런진 알지? 네 몸 상태는 네가 제일 잘 알 테니까.”
“예.”
말했듯, 내 몸은 이미 한계에 접어든 상태다.
그중에서도 정신력은 한계를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이 상태에서 마나를 썼다간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쩔 수 없이 마법을 써야 할 상황이 아니면, 써선 안 된다.
“쉬는 동안은 여기. 이것들이나 읽어.”
테이 님이 손가락에 마나를 집중시킨 채, 적당히 까딱거렸다.
그러자 서고 이곳저곳에서 책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일단 10권. 8시간이면 충분하지?”
“기억하는 것 정도는 5시간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래? 그럼 여기. 4권 더. 8시간 안에 다 읽고 와.”
“예.”
테이 님이 다시금 마나를 움직여, 네 권의 책을 더 움직였다.
이렇게 책상 위엔 총 14권의 서적이 준비되었다.
“여기서 읽어도 되고, 밖에 나가서 읽어도 되고. 네 마음대로 해.”
단테로아의 서에 비치되어 있는 책들은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있다.
미미르의 서보다 점유율적인 측면으로 훨씬 여유롭기 때문인지, 서적의 실물화가 가능하다.
“그럼 바람도 좀 쐴 겸, 밖에서 읽고 오겠습니다.”
샤워도 할 겸.
밖에서 읽고 오는 게 나을 것 같다.
미이-!
미호가 울었다.
“미호 너도 같이 갈래?”
자기도 같이 가겠다는 의사 표현이었다.
“그래. 같이 가자.”
미호가 날 방해할 것도 아니고.
내가 책을 읽는 동안, 내 무릎 위에 누워있기만 할 텐데, 뭐가 문제겠는가.
“그럼 8시간 뒤에 뵙겠습니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에스’를 꺼내 둘렀다.
아에스 특유의 노곤노곤한 감각이 내 전신을 가득 채웠다.
“황녀님은?”
“뭐, 한동안은 저대로 둬야죠.”
집중하고 있는데, 굳이 방해하고 싶지 않다.
아까 전, 하루 동안 집중 좀 한다고 하기도 했고.
하루 정도는 저대로 두는 게 맞을 테지.
“그래?”
테이 님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위로 솟았다.
“구미호도 너랑 같이 밖으로 가면…… 여긴 나랑 황녀님. 둘 뿐이네?”
좋지 않은 생각을 하는 건 확실해 보였다.
뭐,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해 봐야, 조금 과한 장난을 치는 것 정도일 뿐이겠지만…….
“괴롭히지 말라고는 안 하는데요. 하루 정도는 저대로 놔둬 주세요.”
적어도 하루 정도는 가만히 놔뒀으면 좋겠다.
“내가 황녀님을 뭐하러 건드려.”
테이 님이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으로 답했다.
“걱정 마. 한동안은 가만히 둘 거니까.”
‘한동안은’이라는 말이 묘하게 무서웠다.
* * *
단테로아의 서 밖으로 나서.
테이가 건네준 책들을 읽던 중.
[발신 : 샤를 단장님]샤를 단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 받았습니다.”
수화음이 1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
―바로 받네? 거기, 지금 새벽 4시 아니야?
“예. 새벽 4시 21분입니다.”
내 빠른 수신에 다소 놀라신 듯했다.
―이 시간에 전화를 건 사람이 할 말은 아니긴 한데. 안 자?
아니, 빠른 수신에 놀란 게 아니라 이 시간에 깨 있다는 것에 놀라신 건가?
“저번에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저, 따로 잠 같은 건 안 자도 되는 몸이라고.”
아에스에 대한 건 말씀드렸던 거 같은데.
―……그랬나? 음. 들었던 거 같기도 하고.
목소리에서 아리송함이 한가득 묻어나온다.
―뭐, 솔직히 기억 안 나긴 하는데. 아무튼 딱히 자는 데 방해한 건 아니라는 말이지?
“예.”
공부하는 걸 방해받긴 했는데,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 시간에 전화를 거신 것으로 보아, 뭔가 심각한 사안이 있는 것일 테지.
거기에 비하면 내 집중력 따윈 아무래도 좋은 문제일 뿐이다.
―뭐, 별건 아니고.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
―마피아의 현 대표. 온건파의 수장이 20분 전에 죽었어.
그러나 그 말에 담긴 내용은 자못 대수로웠다.
“……볼살로가 죽었다고요?”
―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안이었다.
“강건파의 소행인가요?”
―아직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그런 걸로 보여.
현 마피아 대표가 죽었다는 건, 마피아 내 온건파의 입지가 약해졌다는 말과 같다.
“……귀찮아졌네요.”
그리고 온건파의 입지가 약해진 만큼, 강건파의 입지가 올라간다.
“이러면 마피아 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건 힘들어진 거 아닌가요?”
말인즉, 우리가 예상했던 온건파가 강건파를 숙청하는 그림은 이제 나올 수 없게 됐다는 말이다.
―힘들 거야. 2인자가 최대한 사태를 수습하고 있긴 한데. 내부적으로 동요가 커서.
“당장은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겠군요.”
―아마도.
온건파의 2인자는 자신이 온전한 1인자가 되기 위해, 일단 조직 내 내실을 다지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강건파는 어느 정도 방치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키메라화 실험에 대한 것도 뒤로 미뤄질 테지.
―아무래도 내가 직접 나서야 할 것 같아.
그리고 해당 조사가 뒤로 미뤄지면, 키메라화 실험에 대한 연구 사실 자체가 모두 사라질지도 모른다.
아니, 십중팔구 사라질 테지.
온건파가 내실을 다질 때까지 필요한 시간은 약 2주.
2주면 실험실을 완전히 소거시키고, 모든 기록을 폐쇄하고도 남을 시간이니까.
그럼 여러모로 곤란해진다.
물론 우리가 이번에 확보한 데이터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0%는 아니다.
하지만 조작된 증거라고 반대로 조작을 당한다거나 할 수도 있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샤를 단장님이 직접 움직일 필요가 있다.
“괜찮으시겠어요?”
―뭐가?
“안티 마기아. 디스트로이어. 마피아 내 강건파. 셋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거잖아요.”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뭐야. 지금 나 걱정 받은 거야?
수화기 너머로 단장님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걱정 마. 내가 누군데. 저딴 놈들 한 다스로 덤벼도 나한텐 안 돼.
자신만만한 웃음이었다.
―그리고 내가 뭐, 바보처럼 혼자 뭘 하려 하겠냐. 이쪽도 이쪽 나름대로 지원을 부를 생각이야.
“지원이요?”
지금 샤를 단장님을 지원해 줄 사람이라고 해 봐야, 둘 정도밖에 없다.
아버지.
그리고 김강인 님.
“아버지는 아닐 테고……. 김강인 님인가요?”
―정확해.
맞구나.
“김강인 님의 지원이면, 만에 하나라도 위험한 일은 없겠네요.”
―뭐야. 지금 나보다 김강인 그놈을 더 높게 쳐 주는 거야?
목소리가 ‘나 빈정 상했어.’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럴 리가요. 당연히 샤를 단장님을 더 높게 보고 있죠.”
사실 두 분 다, 동일선상에 두고 생각하고 있긴 한데.
이런 건,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왜. 호랑이 등에 날개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그런 느낌입니다.”
―내가 호랑이고. 김강인이 날개다?
“그렇죠.”
―흐음. 그래?
샤를 단장님의 목소리에 웃음이 담겼다.
―내가 호랑이란 말이지?
꽤나 마음에 드는 비유였나보다.
―뭐, 하기야. 김강인이 백업으로서는 최고긴 하지. 메인으론 조금 모자라지만.
“……하하.”
저 말엔 대답을 아끼기로 했다. 저런 말에 일일이 대꾸했다가, 나중에 어떤 후폭풍으로 돌아올지 알 수 없다.
이런 건 그냥 어정쩡하게 웃어넘기는 게 좋다.
―아, 그래. 그래서 말인데. 김강인이랑 정보를 좀 공유해야 할 거 같거든?
정보.
이번에 내가 이탈리아를 조사하며 얻은 정보 일체.
그것을 공유한다는 말이었다.
―괜찮지?
“예. 물론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강인 님인데. 뭐가 문제겠는가.
‘애초에 근시일 내에 말씀드리러 갈 생각이었는데.’
샤를 단장님 쪽에서 설명해 주신다니. 수고가 줄었다.
―오케이. 그럼 부담 없이 말할게.
샤를 단장님이 작게 침음을 흘렸다.
―근데, 사실 내가 잘 설명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상황이 너무 복잡해서…….
“괜찮을 겁니다.”
샤를 단장님의 설명이 기괴해도, 김강인 님이 찰떡같이 알아들으실 게 분명하다.
그리고 진짜 이해 안 되는 게 있으면 나한테 연락하시겠지 뭐.
―너무 신뢰받아도 좀 부담스러운데…….
목소리에 쑥스러움이 묻어나온다.
내 말을 샤를 단장님을 믿는다는 말로 받아들이신 듯하다.
―아무튼. 알았어. 잘해 볼게.
굳이 오해를 정정하진 않았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그럼 끊을게. 안 자도 되고 뭐고, 조금은 자. 사람은 잠을 자야 돼.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진짜 안 자도 되긴 하지만.
굳이 날 걱정해 주시는 분께 ‘아뇨 안 자도 됩니다.’라고 하긴 뭐해서, 그냥 적당히 답했다.
―그래. 그럼 진짜…….
“아, 잠시만요.”
전화를 끊기 직전.
뭔가가 떠올랐다.
―왜?
“그,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부탁?
“네.”
―뭔데?
“조사를 좀 부탁드리고 싶어요.”
―조사? 무슨 조사?
나는 잠시 뜸을 들이고 말했다.
“실험에 사용된 드래곤의 영혼 있잖습니까.”
―어. 그거. 왜?
단장님의 목소리가 굳었다.
“놈들이 그 영혼을 어디서 얻었는지. 그런 영혼이 추가로 있는지. 그에 대한 조사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실험실의 데이터에도 존재하지 않는 극비 정보.
드래곤의 영혼의 출처.
그걸 꼭 알아내야 한다.
* * *
이탈리아.
밀라노.
마피아가 소유하고 있는 한 저택의 지하 비밀 회합장.
철저한 보안으로 지켜지고 있는 살풍경한 방 내부.
세 명의 남자가 각각의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들었던 얘기랑 좀 다른 거 같습니다만.”
어두컴컴한 인상의 호리호리한 남성.
안티 마기아의 수장 잭.
그가 인상을 한껏 찌푸리고 있었다.
“……그래. 어디 한번 지껄여 봐. 뭐라 변명하는지나 좀 들어 보자.”
그런 잭의 옆에는 잭과 대비되는 거구의 남자가 팔짱을 낀 채, 살기등등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각오하고 말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변명이 시답잖으면, 그대로 두개골을 부숴버릴 거니까.”
디스트로이어의 수장.
디스트로이어.
체구가 2년 반 전보다, 한층 커졌다.
“그거참 무섭군. 자네의 말은 도통 농담으로 들리질 않는단 말이야.”
그런 둘의 시선을 받으며, 한 금발의 남성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전신에 두르고 있는 명품들과 깔끔한 외견.
마치 성공한 사업가처럼 보이는 이 남자의 이름은 마르코.
마피아 강건파의 대표다.
“농담으로 들리나?”
디스트로이어가 주먹을 쥐고, 가볍게 허공을 후렸다.
후우우웅-!
무지막지한 파공음과 함께, 대기가 폭발했다.
마치 소형 폭탄이라도 터진 듯했다.
“마나를 사용할 수 없든 말든, 이 자리에서 네 대가리를 깨부수는 건 일도 아니야.”
마르코의 표정이 아주 살짝 굳었다.
“그 불같은 성정도 여전하군.”
그러나 그런 표정도 잠시.
곧바로 웃는 낯으로 돌아왔다.
“잡담은 거기까지 해 두시죠.”
안티 마기아의 수장, 잭이 깍지를 끼고, 그 위에 턱을 기댄 채, 눈을 찌푸렸다.
“저는 잡담이나 들으러 여기까지 온 게 아닙니다.”
그딴 잡담이나 할 시간이 있으면, 제대로 상황 설명이나 시작해라.
그런 의미가 담겨 있는 말과 동작이었다.
“성질이 급한 건, 둘 다 똑같단 말이지.”
마르코가 픽 웃었다.
“뭐, 좋아. 이쪽도 길게 얘기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마르코가 주머니에서 시가를 꺼내, 입에 물었다.
“자네들이 그렇게 길길이 날뛰는 이유는 이번에. 우리 쪽 실험실 하나가 붕괴됐기 때문이겠지?”
“정확히는 실험실의 파괴로, 저희가 건네받기로 한 물건을 받지 못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죠.”
마르코가 손에 쥐고 있던 지포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붙였다.
“후읍. 후우.”
담배 연기가 세 남자의 사이로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남자가 손에 쥔 지포 라이터를 열었다, 닫았다 반복했다.
“그 실험실은 프로토 타입을 연구하는 서브 실험실. 메인은 별도로 있으니까.”
딸그닥, 턱! 딸그닥, 턱!
지포 라이터 특유의 열고 닫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양도하기로 한, 키메라 드래곤은 제때 양도해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