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57)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57화(357/466)
수련을 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아델라에게 내가 익힐 힘, 역리에 대한 걸 설명했다.
“순리를 거스른다 하여 역리. 반대로 흐르는 힘이라는 말이군요.”
역리에 대한 개념을 대충 전해 들은 아델라가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읊조렸다.
역리에 대해 흥미를 주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기본적인 정의는 그게 맞아.”
역리의 개념 자체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그냥 순리의 반대라고 생각하면 알기 쉽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을 아래에서 위로 흐르게 하면 되고.
중력이 아래로 짓누르는 힘을 위로 짓누르게 하면 될 뿐.
개념 자체는 어렵긴커녕, 아주 쉽다고 할 수 있겠다.
“정의는 알겠는데. 이해가 잘 안되네요. 역리……. 얘기만 들었을 땐, 예전에 수행했던 파훼……. 마법의 무효화랑 비슷한 것처럼 들리는데. 다른 건가요?”
“전혀 달라.”
하지만 쉬운 건 표면적인 개념뿐이다.
깊게 파고들면 이보다 어려울 수가 없다.
“파훼는 상대 마나의 고유 파장을 읽어내서, 그와 상충된 파장을 쏘는 것으로 소멸시키는 행위를 의미해.”
“네. 상충된 파장을 발한다. 그게 방금 말씀하신 역리 아닌가 해서요.”
“엄밀히 따지면 이것도 역리는 맞아. 상반된 힘을 충돌시키는 것으로 마법을 파괴한 거니까.”
아델라의 말이 맞다.
파훼 또한 역리의 일종이다.
“근데, 그건 역리의 일부분일 뿐이야.”
“일부분……. 역리라는 큰 고리 안에, 파훼라는 작은 고리가 속해 있다. 이런 의미인가요?”
“정확해.”
허나 파훼는 역리에 속해 있는 무수한 것들 중 하나일 뿐이다.
“……음. 뉘앙스는 알겠는데. 여전히 이해가 잘 안 돼요. 파훼가 역리의 일부라니.”
아델라가 묘연한 표정으로 말을 흐렸다.
“음. 쉽게 설명하면 파훼는 역리가 아니라, 중립이라고 보면 돼.”
“중립……?”
역리와 순리.
두 가지 힘의 충돌에서 탄생하는 완전한 정적.
중립.
파훼는 역리의 일부분이기 이전에, 중립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상대의 마법이 순리. 내가 그 마법을 파훼하기 위해 사용한 힘을 역리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야.”
“아!”
아델라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
이해한 듯한 표정이다.
“파훼는 순리와 역리. 두 힘이 균형을 이루게 되네요. 그래서 중립이군요.”
“정확해.”
“이해했어요.”
일순 밝아졌던 아델라의 표정이 다시금 어두워졌다.
“근데…….”
해소된 의문 너머, 새로운 의문이 떠오른 것이리라.
“그러면 역리는 대체 뭔가요? 저는 파훼가 역리의 묘리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 뭘 어떻게 해야 역리가 되는 건가요?”
“간단해.”
나는 손에 마나를 집중시켜, 물을 생성했다.
그리고 천천히 손바닥을 기울여, 물이 자연의 이치에 따라 아래로 흐르게 만들었다.
쪼르르.
내 손에서 생성되는 물들이 지면으로 떨어져 내리며, 작은 폭포의 형상을 이뤘다.
“이게 순리고.”
흐르는 물줄기로 반대쪽 손을 가져갔다.
그대로 흐르는 물줄기와 크기가 같지만 구조는 정반대인 힘을 가했다.
“이게 중립.”
폭포가 멈췄다.
마치 시간이라도 멈춘 것처럼, 그대로 굳어버렸다.
일곱 번째 인피니티 서클.
중립의 고리가 자랑하는 ‘중립’의 힘을 간이로나마 펼쳐 보인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게…….”
체내의 인피니티 서클들이 요동친다.
지금 내가 하려는 행위가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를 증명하듯.
1~7서클까지. 모든 고리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역리.”
그 순간 폭포의 시간이 멈추었다.
“물이…… 반대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폭포는 이전과 정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에서 아래가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아까 전에 자연스레 흐르던 물줄기와 완벽하게 같은 힘과 속도로 흐른다.
“어떻게 하신 건가요?”
아델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뭐 저런 거에 놀라냐고 했을 테지.
고작 물을 아래에서 위로 움직이는 게 뭐가 어렵다고, 저런 걸 보고 저런 반응을 보이냐.
그렇게 생각하며 코웃음을 쳤을 게 분명하다.
“물리력을 이용해 폭포를 뒤집은 게 아니라, 폭포가 자연스레 아래에서 위로 흐르게 하다니…….”
허나 그건 모르는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지금 이 광경이 어떻게 펼쳐진 건지 알고 있는 사람은 놀랄 수밖에 없다.
“이게 역리야. 단순하게 물리력을 이용해, 형태만 반대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이 세상에 숱하게 똬리를 튼 당연한 개념 자체를 반대로 뒤집는 힘.”
내 양손 사이에 펼쳐진 폭포에는 아무런 마법적 작용도 펼쳐지지 않고 있다.
폭포는 당연하다는 듯이 아래에서 위로 흐르고 있다.
법칙이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진 듯이 자연스레 흐른다.
“지금은 아직 숙련도가 부족해서, 이 정도 작은 물줄기를 반대로 흐르게 하는 것 정도밖에 못……. 윽……. 미안. 잠시만.”
슬슬 버겁다.
인피니티 서클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고작 이 정도 작은 현상을 뒤집고, 이 작은 공간을 지배했을 뿐인데 이렇게 힘들다니.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억누르며, 마나를 거뒀다.
다시 원래의 법칙에 따라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시작하는 폭포.
나는 그 폭포를 이루는 물줄기마저 지워버리고 아델라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후우.”
이제야 좀 살겠다.
“많이 힘든가 보네요.”
“어……. 힘들어.”
솔직히 20초나 유지하고 있던 것도 기적이다.
“아무튼 하던 얘기 계속하면, 이 역리를 마스터하는 데 성공할 경우…….”
다시 손 위에 마나 구체를 띄워, 앞으로 날렸다.
“나는 내가 바랄 때, 모든 현상을 반대로 뒤집을 수가 있어.”
그 순간, 앞으로 날아가던 마나 구체가 그 속도 그대로 방향을 바꿔, 내 쪽으로 날아왔다.
이번엔 진짜 ‘역리’를 사용한 게 아니라, 형태만 보여주기 위한, 역리의 흉내였다.
……만.
“그러니까…….”
아델라를 놀라게 하기엔 형태만으로도 충분했던 모양이다.
아델라의 눈이 부릅떠졌다.
“역리를 마스터하면…… 상대의 마법을 그대로 상대에게 되돌려 줄 수도 있다……. 이런 말인가요?”
“정확해.”
역리를 마스터하면, 상대의 마법을 내 마법처럼 다룰 수 있게 된다.
“그럼 제 도움이 필요하다 하신 건…….”
“맞아. 네 마나는 내 마나 만큼이나 익숙하니까.”
“역시 그렇군요.”
아델라만큼 역리의 수행 상대로 적당한 인물은 없다.
“그럼 제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네요.”
아델라가 모두 다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뭘 원하시는지 알았어요. 바로 시작하죠.”
아델라의 마나 서클이 은은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나의 움직임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델라는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다.
“설명할 수고가 줄어서 좋네. 부탁할게.”
그렇게 내 훈련이 시작됐다.
* * *
일주일이 흘렀다.
그 사이의 내 일과는 꽤나 규칙적이었다.
인피니티 서클이 멀쩡할 때는 정신 집중 및, 서클 동기화 훈련을 시행하고.
고갈 직전이 되면, 밖으로 나가 단테로아의 서에서 가져온 서적들을 읽는다.
그렇게 책을 읽다가, 힘이 좀 회복되면 아델라와 만나 역리의 컨트롤 숙달을 위한 훈련을 한다.
지난 일주일은 이 세 가지 일과의 반복이었다.
“수고했어.”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일과도 여타 다를 바 없었다.
단테로아의 서에서 미미르와 테이 님의 지도 아래 무의 고리를 엮기 위한 훈련을 하고.
밖에 나와 쉴 겸, 책을 읽다가.
저녁을 먹은 뒤, 아델라와 훈련을 한다.
단순하지만 아주 알찬 하루였다.
“후우우…….”
나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뒤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다.
너무 힘들어서 뇌가 제대로 굴러가지도 않는다.
“여기. 물이요.”
“땡큐.”
이런 내 모습이 익숙한 듯.
아델라가 미리 준비해 온 수통을 건넸다.
내가 이렇게 드러누울 거라는 것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는 듯이, 누워서 마실 수 있도록 빨대까지 꽂혀 있다.
“벌써 1시간 채웠네요.”
하기야.
지난 일주일 간, 하루도 쓰러지지 않은 날이 없으니까.
저런 준비를 해 둘 법도 하다.
“그러게. 어찌어찌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네.”
처음 훈련에 임했을 때만 해도, 20분을 못 넘겼었는데.
일주일 만에 40분이 늘었다.
상당한 진보다.
“오늘 컨트롤이 상당히 안정되기도 했고. 내일부턴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될 거 같은데요?”
“아니. 내일까진 오늘 스케줄대로 하려고. 내일까지 해야 마스터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런가요? 이미 충분히 숙달되신 거 같은데…….”
“아직 부족해.”
나에 대한 건 내가 제일 잘 안다. 나는 아직 이번 단계의 훈련을 마스터하지 못했다.
그걸 완벽하게 극복하기 전엔 다음 단계로 넘어가선 안 된다.
“지루하겠지만 내일까지만 부탁할게.”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차근차근 한 걸음씩 걸어가는 거야말로, 제일 빠르게 나아가는 비법이니까.
“지루하진 않아요.”
아델라가 내 옆에 쭈그려 앉아, 나와 눈을 맞췄다.
“이렇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되거든요.”
차갑지만, 뜨겁다.
아델라 특유의 냉정함 속에 뜨거운 열정이 숨어있다.
아델라는 지금 그 누구보다도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고 있다.
“함께 훈련을 하면서 저도 새로 깨달은 게 있고요.”
“……깨달은 거? 내 훈련을 보고 깨달은 게 있어?”
“네.”
내 훈련을 보조하면서, 아델라가 얻을 만한 게 있나?
“뭔데?”
“지금은 비밀이에요. 완성되면 말씀드릴게요.”
아델라답지 않은 장난스러운 미소.
“아마 깜짝 놀라실걸요?”
미래가 기대된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근데, 아마 안 놀랄 거 같다.
“……오늘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 싶은데.”
오늘의 놀람이 너무 강렬해서, 솔직히 그러려니 할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아마 더 놀라실 거예요.”
“……일주일 만에 혼자 숲의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것보다 놀랄 일이 있다고?”
“예.”
아델라는 오늘 숲의 마법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데 성공했다.
미미르와 엘레나 님의 말에 따르면 최소 1달은 걸릴 거라고 했던 일인데.
1달은커녕, 1주일 만에 성공해 버렸다.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근데 더 놀랄 만한 일이 있다고?’
상상도 안 간다.
대체 무슨 깨달음을 얻은 걸까.
“되게 궁금하네. 그냥 말해주면 안 돼?”
“안 돼요.”
아델라의 표정은 아주 단호했다.
완성되기 전까진 절대 말해 줄 수 없다는 표정.
“……그렇게 단호하니까 더 궁금한데.”
“조금만 참으세요. 완성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까요.”
아델라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앞으로의 미래가 아주 기대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래. 뭐, 기대하면서 기다릴게.”
솔직히 지금도 궁금해 죽을 거 같긴 한데.
말해 줄 생각이 없다는데 어쩌겠는가.
기다려야지.
“후우.”
나는 다시금 빨대를 이용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그대로 상체를 들어 올렸다.
“벌써 일어나셔도 돼요?”
“괜찮아. 그 정도까진 아니야.”
아델라가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진짜 일주일 만에 많이 늘긴 했네요. 첫날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으셔서 제가 부축해 드렸어야 했는데.”
“늘어야지. 이렇게 훈련하는데.”
안 늘면 억울해서 못 산다.
“그럼 오늘은 부축해 드리지 않아도 되겠네요.”
“음. 글쎄. 아마 필요할 거 같은데.”
“……왜요?”
아델라의 고개가 살짝 기울었다.
아주 멀쩡해 보이는데 왜 부축이 필요하다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지금은 괜찮은데. 조금 있다가는 멀쩡하지 않을 거 같아서.”
“훈련. 더 하시려고요?”
“음. 훈련이라고 할까. 시험해 볼 게 좀 있어서.”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이 많이 빠지긴 했는지, 서 있을 뿐임에도 다리가 미세하게 떨린다.
“그때 말한 적 있지? 페르소나 이후. 신화 마법을 하나 더 얻었다고.”
“네. 8개월 전이었죠? 분명 이름이…….”
2년 반 사이에 내가 얻은 신화 마법은 총 두 개.
하나는 페르소나.
“‘디솔루티오’였던가요.”
“맞아. 기억하고 있네?”
그리고 다른 하나가 바로 ‘디솔루티오’다.
“근데, 그거. 사용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
“못 썼지.”
나는 아에스에서 디솔루티오의 상징물을 꺼냈다.
검다면 검고, 희다면 흰, 묘한 외형의 단검.
나는 그것을 손에 쥐었다.
“근데 아마……. 지금이라면 사용할 수 있을 거야.”
역리에 대해 알게 된 지금이라면.
탈진 직전까지 힘이 빠져, 컨트롤할 마나량 자체가 매우 적은 지금이라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