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6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61화(361/466)
이탈리아 밀라노 남동부에 위치한 피렌체.
이탈리아 전역에 깔려 있는 마피아의 거점 중 하나.
피렌체라는 거대 도시에 세워져 있으니만큼, 꽤나 으리으리한 외견을 자랑하는 고층 빌딩의 최상층에서 세 남자가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크하하하하! 자자, 한 번에 쭉 들이키라고. 오늘 같은 날 안 마시면 또 언제 마시겠어!”
근육질의 거구.
디스트로이어가 그 거구에 걸맞게 자기 머리보다 큰 술잔에 담겨 있는 위스키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렇게 마시면 맛은 느껴집니까?”
좀비 같은 안색의 어두운 분위기를 품고 있는 남자.
안티 마기아의 수장, 로퍼가 인상을 찡그렸다.
옆에서 술을 물처럼 들이키는 디스트로이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
저 비싼 술을 저렇게 아무런 감흥도 없이 들이키다니.
저건 술에 대한 모독이다.
“그럼! 느껴지지! 위스키잖아?”
디스트로이어가 호탕하게 웃으며, 빈 술잔에 술을 가득 담았다.
슬쩍 보이는 라벨을 보니, 천상의 인증표가 찍혀 있다.
가볍게 수십억을 호가하는 고급품이자, 세상에 10병도 채 남지 않은 희귀품이다.
“크하! 좋구만.”
그런 술을 무슨 맥주라도 마시는 것처럼 꼴깍꼴깍 들이키고 있다.
애주가인 로퍼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원래 술을 마시는 방법이야 제각각인 법이야. 각자의 방법으로 즐기자고.”
마피아 강건파의 수장이자, 이제는 마피아의 실질적 주인이 된 남자. 마르코.
그가 술잔을 들어 올렸다.
“크하하. 그 말도 일리가 있군.”
디스트로이어가 순식간에 술을 마셔버리고, 옆에 구비되어 있는 다른 술을 꺼내 들었다.
이번엔 와인이었다.
디스트로이어가 마법을 이용해 가볍게 마개를 따고, 그대로 병 채로 와인을 들이켰다.
“크으. 좋구만.”
와인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비싼 와인이라 그런가 꽤나 맛이 좋다.
“그 와인을 그따위로…….”
로퍼의 표정이 이 이상 없을 만큼 와락 구겨졌다.
애주가이자, 와인 애호가로서 저 와인을 저렇게 마시는 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자자. 로퍼. 진정해. 어차피 저런 술. 이제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지 손에 넣을 수 있으니까.”
마르코가 로퍼를 진정시켰다.
손바닥을 아래로 내린 채, 위아래로 흔들며,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보낸다.
“……좋은 술은 그 수에 제한이 있는 법입니다. 무한정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죠.”
좋은 술의 탄생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저런 술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걱정 마. 어차피 세상이 우리 손에 들어왔는데. 세상 전체를 뒤지면 저런 술, 수백, 수천 개는 얻을 수 있어.”
마르코의 말이 맞다.
이미 세계는 자신들의 손안에 들어왔다.
저 정도 술.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저런 술에 대한 모욕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구할 수 있는 것과 별도로.
디스트로이어의 만행은 차마 눈뜨고 지켜볼 수가 없다.
저건 술에 대한 모독이다.
“진정하라니까 그러네.”
마르코가 자리에서 일어나 로퍼를 말렸다.
꽤나 당황한 표정.
‘로퍼가 문제를 일으킬 줄이야.’
문제가 발생한다면, 디스트로이어 쪽일 거라 확신했는데.
설마 로퍼가 먼저 시비를 걸 줄은 몰랐다.
‘……아니. 술은 명목인가?’
참을 수 없다는 것치곤 그렇게까지 화가 난 것 같지 않았다.
저 표정은 뭔가 꿍꿍이가 있는 표정이다.
‘맞는 거 같군. 술을 빌미로 디스트로이어의 기를 죽여 두겠다. 이건가.’
술은 그냥 빌미.
진짜 목적은 디스트로이어에 대한 견제.
디스트로이어에게 시비를 걸어, 싸움을 일으키는 것으로. 자기가 디스트로이어의 위에 서겠다는 계략으로 보인다.
‘앞날이 걱정되는구만……. 벌써부터 이래서야.’
마르코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다시 로퍼에게 말을 걸려고 할 때였다.
크르르르…….
뒤에서 드래곤이 으르렁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세 남자가 동시에 행동을 멈췄다.
“벌써 소화가 끝났나 보군요.”
방금 전까지 한껏 흐트러져 있던 로퍼의 표정이 단숨에 냉정함을 되찾았다.
“흐음. 괴물은 괴물이란 말이야. 그 많은 마석을 벌써 다 소화시키다니.”
디스트로이어의 표정도 로퍼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웃음기가 싹 사라진 표정.
언제 술에 취했었냐는 듯이 냉정한 표정이 되었다.
“이러면 이제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된 건가?”
마르코가 키메라 연구를 통해 완성시킨 드래곤 복구 기술은 완전하지 않다.
조건만 맞으면 100%에 가까운 수준으로 신화 속 드래곤의 힘을 재현해 낼 수 있지만.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그래. 아직 마석이 부족해서 만전의 상태는 아니긴 한데. 움직이는 것 정도는 문제없어.”
그 조건이란 다름 아닌 마석.
드래곤의 힘을 유지시킬 만큼의 방대한 양의 마석이다.
영혼을 이용해 구현한 몬스터이니만큼, 다른 몬스터들과 마찬가지로 마나를 만들 수 있는 기관이 없기에, 마석의 보충이 필수 불가결이다.
“아, 물론 그 전에 둘이 최종 세팅을 해 줘야 하지만 말이야.”
단, 마석을 그냥 먹이는 것만으론 안 된다.
마석을 드래곤의 에너지원으로 ‘변환’시킬 필요가 있다.
“로퍼. 부탁하지.”
그리고 그 변환은 로퍼만이 가능하다.
“예. 다녀오겠습니다.”
안티 마기아를 상시 몸에 지니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는 마나를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되었다.
그가 드래곤의 내부에 자리 잡은 마석을 드래곤의 성질에 걸맞게 변환해 주지 않으면, 드래곤은 움직일 수 없다.
로퍼가 드래곤의 복부, 소화된 마석이 자리 잡은 장소에 손을 얹고, 마나를 움직였다.
서로 다른 성질의 마석들이 로퍼의 통제에 따라 하나의 마나로 집속되었다.
“끝났습니다.”
로퍼가 마나를 변환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분.
어지간한 S랭크 몬스터 20마리 정도는 될 법한 마나량인 것을 감안하면, 말이 안 되는 속도였다.
“흐음. 볼 때마다 탐난단 말이지.”
디스트로이어가 눈을 빛냈다.
저 마나 컨트롤 능력은 볼 때마다 탐이 난다.
“나한테 그 능력이 있었으면, 진짜 저딴 도마뱀 없이도 세상을 손에 넣었을 텐데 말이야.”
디스트로이어가 입술을 핥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래 남이 떡이 커 보인다고들 하죠.”
자리로 돌아온 로퍼가 디스트로이어와 눈을 맞추고 넌지시 말했다.
“제 입장에선 당신의 마나가 훨씬 더 탐납니다.”
“흐흐. 뭐, 내 마나가 탐나는 거야 당연한 거니까.”
디스트로이어가 끌끌 웃었다.
뭐 그런 당연한 얘길 하냐는 표정이었다.
크오오오오오오-!
그때, 드래곤이 다시금 포효했다.
아까 전의 잠꼬대 같은 으르렁거림과는 다른 살의로 점철된 포효.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살벌한 울음 소리였다.
“디스트로이어.”
마르코가 날카로운 표정으로 디스트로이어를 노려봤다.
“잔소리 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디스트로이어가 어깨를 붕붕 돌리며 천천히 드래곤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확실히 마나량이 많이 줄긴 했구만. 4시간 전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야.”
당장이라도 눈을 뜰 것처럼 바들바들 떨리는 눈꺼풀.
디스트로이어는 그 눈꺼풀의 사이, 드래곤의 미간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이 정도면 30초도 필요 없겠어.”
디스트로이어의 오른손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드래곤의 신체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디스트로이어.
파괴라는 이름에 걸맞은 흉폭하기 짝이 없는 마나.
그것이 드래곤의 뇌 속 마나를 산산이 부수기 시작했다.
크르…….
그러자, 드래곤의 울부짖음이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포효 속에 담겨 있던 살의는 물론이고, 눈꺼풀의 떨림도 완전히 멎었다.
마치 감정을 되찾기 시작하던 인형이 모종의 이유로 다시 감정을 잃고 인형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파괴 완료.”
디스트로이어가 드래곤에게서 손을 떼고, 호쾌한 웃음과 함께 몸을 돌렸다.
“아까랑 마찬가지로, 네가 말한 구역의 마나만 제거했는데. 어때?”
“완벽해.”
마르코가 옆에 놓아둔 태블릿을 확인한 뒤, 박수를 쳤다.
“수치가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해. 아름다울 정도로.”
태블릿 화면 내에 떠 있는 드래곤의 상태표는 완벽한 안정 상태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건 디스트로이어가 ‘파괴’의 마나를 이용해 드래곤의 자의식에 영향을 주는 마나를 완벽하게 파괴시키지 않았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수치였다.
“당연한 걸로 칭찬하지 마. 내가 완벽한 거야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음하하!”
디스트로이어가 고개를 치켜올리곤 대소했다.
아주 기분 좋아 보이는 모습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한참을 웃던 디스트로이어가 웃음을 멈추고 드래곤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걸로 다시 한 방. 장전됐구만.”
팔짱을 낀 채, 입술을 핥는다.
“그래. 이번엔 어딜 지울 건데?”
“글쎄.”
마르코가 씨익 웃었다.
“아직 못 정했어. 우리한테 반항하는 놈들이 워낙 많아야지.”
“프랑스를 보고도 아직 정신 못 차린 데가 있다고?”
“많아.”
고작 그 정도로 포기할 리가 있겠는가.
아직 이빨을 세우고 있는 나라는 무수히 많다.
“흐음. 어느 나라를 지워야 사람들이 꼬리를 말고 고개를 숙이려나.”
마르코의 미소가 짙어졌다.
“파급력을 생각하면 미국이나, 한국. 둘 중 하나가 좋을 거 같긴 한데.”
* * *
마도신가 저택 내에 존재하는 회의실에서 우리는 대책 회의를 하고 있었다.
“레드 드래곤이 마피아의 통제하에 있다니…….”
“……시발. 엿같네.”
방금 막 한국에 도착한 김강인 님과 샤를 단장님이 차례대로 감상을 늘어놓았다.
두 분 다, 밀라노에서 레드 드래곤과 대치하다 생긴 상처가 심각한 듯, 전신에 붕대를 감고 계시다.
“그 개같은 놈들. 어떻게 드래곤을 길들인 거야? 아니. 드래곤을 어떻게 만들어 낸 거야?”
샤를 단장님이 억울해서 말도 안 나온다는 표정으로 투덜댔다.
“Rid 가구 공장에서 얻은 연구 결과에는 사실상 재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며?”
“예. 그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근데 어떻게……! 윽…….”
샤를 단장님이 소리를 치다 말고, 옆구리를 부여잡았다.
감고 있는 붕대가 붉게 물들어 있다.
너무 열을 내서, 상처가 터진 모양이다.
“사냥개. 진정해라. 화를 낸다고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
옆에서 조용히 생각에 잠겨 계시던 아버지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평소라면 세상 감정적인 샤를 단장님을 한심하단 표정으로 바라보셨을 텐데.
오늘은 웬일로 걱정 어린 기색이 한가득 서려 있다.
“내가 화를 안 내게 생겼어? 그 괴물 같은 몬스터가 그 개같은 놈들의 사유물화 됐는데. 시발, 진짜 개 시발!”
샤를 단장님이 연신 욕을 내뱉는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움직였으면,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분한 것이리라.
안티 마기아, 디스트로이어, 마피아. 세 단체를 일찍부터 조사하는 임무를 맡고 있던 사람으로서, 오늘의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데, 책임감을 느끼고 계실 테지.
“단장님 책임이 아닙니다. 단장님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셨어요.”
“아니. 다 못 했어. 괜히 거기서 간 좀 본다고 대기하지만 않았어도…….”
샤를 단장님이 주먹을 꽉 쥐고 그대로 테이블을 세게 내리쳤다.
아니, 내리치려 했다.
“진정하라고 했을 텐데.”
만약 아버지가 샤를 단장님의 손을 막아주지 않았다면, 그렇게 됐을 테지.
아버지가 샤를 단장님의 손을 손바닥으로 받아낸 뒤. 그대로 손을 떨쳐내듯이 털었다.
샤를 단장님의 손이 빠르게 본인의 무릎으로 날아갔다.
“말했잖아! 지금 이 상황에 어떻게 화를 안 낼 수가 있냐고! 네가 내 상황이라면…….”
아버지가 듣기 싫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시고는 마나를 움직이셨다.
“너 때문에 얘기가 진행이 되질 않고 있다. 조금 닥치고 있도록.”
사일런스.
샤를 단장님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표정의 샤를 단장님이 사일런스를 풀기 위해 마나를 움직이려 했다.
“그리고. 현재 상황은 네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까지 나쁜 상황이 아니야.”
샤를 단장님의 움직임이 멈췄다.
“……한 나라가 멸망했는데. 그리 나쁜 상황이 아니라고?”
현재 상태로도 가벼운 마법을 푸는 것 정도는 문제없다는 걸까.
샤를 단장님이 사일런스를 해제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읊조렸다.
“그래.”
아버지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다음은 네가 말해라.
그런 의미가 담겨 있는 시선이었다.
“제가 이어 설명하겠습니다.”
나는 곧장 말을 이었다.
“아버지는 레드 드래곤이 마피아의 통제하에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얘기를 하신 겁니다.”
“……그 괴물이 빌런들의 사유물화 되어 있는 지금 상황이. 그리 나쁜 상황이 아니라고?”
“예.”
“핵폭탄의 스위치가 악당의 손에 들어갔는데, 나쁜 상황이 아니라고? 왜?”
“간단한 이유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레드 드래곤이 놈들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말은. 레드 드래곤이 불완전한 상태일 확률이 높습니다.”
나는 내가 이번 상황을 보고 분석하며 얻은 정보들을 기반으로 세운 가설들을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