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62)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62화(362/466)
신화 속 드래곤은 오만하기 짝이 없는 지배자로서 묘사된다.
신들의 경고를 받아들였다면, 종이 멸망하는 것만큼은 피할 수 있었을 텐데.
그들은 오만함과 거만함에 사로잡혀, 끝끝내 신들의 경고를 무시했다.
끝까지 신들에게 대항하다가, 멸망했다.
억압되느니, 죽음을 택하고 만다. 드래곤은 그런 종족이다.
그런 드래곤이 현재 빌런 연합의 통제를 받고 있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뿐이다.
‘레드 드래곤은 아직 자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레드 드래곤은 아직 드래곤으로서의 자아를 되찾지 못했기에, 놈들의 통제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레드 드래곤이 아직 자아를 되찾지 못했다는 말은, 아직 놈이 온전한 드래곤으로서 부활하지 못했다는 말과 같다.
말인즉, 레드 드래곤이 놈들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말은, 레드 드래곤이 불완전한 상태임을 증명하는 증거라는 말이다.
“만약 레드 드래곤이 그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상태였다면……. 모든 자의식을 회복하고 본연의 드래곤으로서 활동하고 있었다면, 그땐 정말 어쩔 도리가 없었을 겁니다.”
만약 그 레드 드래곤이 만전의 상태였다면?
그땐 정말 손 쓸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놈이 불완전한 상태라면 얘기는 다릅니다. 지금의 전력으로도 쓰러트릴 수 있어요.”
아까 전, 디스트로이어의 방송을 보고 얼마나 안심했는지 모른다.
“……근데, 드래곤이 놈들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해서, 꼭 불완전한 상태일 거라 단정 지을 순 없잖아.”
샤를 단장님이 의문을 토로했다.
“놈들이 모종의 방법으로 드래곤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데 성공한 거라면?”
“이번에 한해서,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원래라면 저럴 가능성도 없는 게 아니다.
무려 신화 속 드래곤을 다시 부활시키는 데 성공한 놈들이다.
드래곤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방법을 찾아냈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번에 한해선 그럴 가능성이 없다.
“아까, 디스트로이어가 전 세계에 동시 송출한 인터넷 방송. 거기서 놈이 드래곤을 보여줬던 거. 기억하십니까?”
증거는 아까 전 디스트로이어가 전 세계를 협박할 목적으로 송출한 인터넷 방송이다.
“그게 왜?”
“그 방송에서 공개된 레드 드래곤은 자고 있었죠?”
“자고 있었긴 한데…….”
디스트로이어는 협박을 위해 드래곤을 살짝 카메라에 비췄었다.
그때, 레드 드래곤이 자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잠을 잔다는 말은, 지쳤다는 말이다.
즉, 놈이 잠을 자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놈의 불완전함을 증명하는 증거나 마찬가지다.
“자고 있었다고 해서, 놈이 불완전한 상태일 거라 단정 짓긴 힘들지 않아? 그냥 통제상의 이유로 재워둔 걸 수도 있잖아.”
“다른 몬스터라면 그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드래곤은 달라요.”
“왜?”
“드래곤은 잠을 안 자거든요.”
“……아예?”
“예. 마나의 축복을 받고 태어난 종족이라서요. 아시죠? 제 아에스의 효과. 그거랑 비슷한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내가 아에스를 쓰고 있으면 잠을 안 자도 되는 것과 같다.
드래곤은 잠을 자지 않아도, 상시 베스트 컨디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거기에 추가로. 드래곤은 정신력 고갈 같은 것도 없어요. 마나에서 태어난 종족이라, 마나를 다루는 데 부담 같은 게 생길 수가 없는 구조로 신체가 형성돼 있어서요.”
“……그 미친 숨결……. 브레스라고 했나? 그걸 수십, 수백 번 쏴도 괜찮다고?”
“음. 백번은 못 쓰겠죠. 정신력 고갈 이전에, 그 인근의 마나가 모조리 메말라 버릴 테니까요.”
“……뭐야 그 또라이 같은 종족은.”
“괜히 신화시대의 괴물이라 불리겠습니까.”
드래곤은 명실상부 신화시대 중간계의 최강자였다.
신들의 개입이 아니었다면, 지금껏 최강자의 자리에 군림하고 있었을 테지.
“아무튼 간에, 그런 드래곤이 기절한 듯이 자고 있었단 말이죠?”
“그니까 이런 말이네?”
샤를 단장님이 검지로 탁자를 두 번 두드리고 말을 이었다.
“놈이 완전한 상태였다면, 잠 따윌 자고 있었을 리가 없다?”
“예.”
“……일리 있네.”
샤를 단장님이 엄지로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내 말을 이해할 겸, 내 말에 논리적 결함은 없나 생각하시는 것이리라.
“하나만 여쭤도 될까요.”
그때, 조용히 얘기만 듣고 있던 김강인 님이 처음으로 말을 꺼냈다.
하나 궁금한 게 있다는 표정.
“드래곤의 특이성에 대한 건 이해했습니다. 근데 그건 샤를 단장님의 의견에 대한 답은 못됩니다. 놈들이 모종의 방법으로 드래곤을 통제할 방법을 찾았고, 그 통제 방법 중에 놈을 강제로 재우는 방법을 획득한 거라면, 모든 논제가 깨져요.”
청색 마탑주님 다운 예리한 질문이었다.
확실히 내 대답은 저 가설에 대한 답은 되지 못한다.
“드래곤에 대한 걸 설명하다 보니 말이 좀 샜네요.”
근데, 딱히 저 질문에 대해 답할 방법이 없어서 말을 돌린 건 아니다.
설명할 게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설명하다 보니, 말이 좀 샜을 뿐.
“그 건도 이미 검증 끝났습니다.”
“어떻게 검증이 끝난 건지. 여쭤도 될까요?”
“물론이죠.”
나는 회의실 중앙 홀로그램 모니터에 각국의 대표들이 디스트로이어에게 송신한 공문들을 띄웠다.
“여기. 이 공문들 보이십니까?”
“각국의 정식 공문이네요.”
각국의 대표들이 보낸 선전포고에 가까운 공문들.
8할 이상의 나라들이 악에겐 굴복하지 않겠다 선언했다.
“이게 증거입니다.”
김강인 님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이 공문이 어떻게 증거가 되는지 생각하는 표정.
“만약 김강인 님이 디스트로이어나 로퍼, 마르코 셋 중 한 명이었다면, 이 공문을 받자마자 어떻게 하셨을 거 같습니까?”
“제가 그들일 경우 말입니까? 그거야 당연히 보복을……. 아.”
김강인 님의 눈이 서서히 커져갔다.
“이런 대답을 받았음에도 보복 행위를 벌이지 않고 있다……?”
눈치채신 듯하다.
“예. 각국에서 싸울 의지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놈들은 지금까지 레드 드래곤을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놈들이 레드 드래곤을 자유자재로 운용할 수 있었다면, 지금쯤 2개 내지 3개의 국가는 추가로 멸망했을 것이다.
각국이 대항할 의지를 꺾어버리기 위해서라도 본보기로 2개 국가 정도는 추가로 잿더미로 만들었어야 한다.
하지만 놈들은 레드 드래곤을 움직이지 않았다.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스위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적대국에게 핵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뭘까.
답은 하나밖에 없다.
“놈들은 현재 레드 드래곤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핵미사일 스위치에는 문제가 없지만, 핵미사일에 문제가 있다.
그것뿐인 이야기다.
“신화시대의 전승부터, 제가 지닌 정보, 현재 상황. 모든 요소들이 레드 드래곤이 불완전하다 주장하고 있습니다.”
모든 정황이 딱딱 들어맞는다.
레드 드래곤은 불완전한 상태다.
“불완전하다면, 쓰러트릴 수 있습니다.”
희망은 아직 완전히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 * *
대책 회의가 끝나고.
건물 밖에서 바람을 쐬고 있는 내게 샤를 단장님이 다가왔다.
“왜 여기서 궁상떨고 있냐?”
“그냥. 한숨 돌릴 겸, 바람 좀 쐬고 있었습니다.”
샤를 단장님이 내 옆에 나란히 섰다.
“단장님은요?”
“나도 뭐, 똑같지.”
살랑살랑 불어오는 밤바람.
지구 반대편에선 그런 참사가 벌어졌음에도, 한반도에 부는 바람은 싱그럽기 그지없다.
“진짜…… 세상 살기 참 힘들다.”
쓴웃음을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신다.
“나중에 마담이랑 다시 만났을 때, 칭찬 좀 받아 보려고, 안 하던 짓까지 하면서 노력해 봤는데. 잘 안되네.”
표정에 담겨있는 감정이 너무 다양하고, 또 복잡해서.
뭐라 표현하기 힘든 표정이 되었다.
“……나중에 다시 만나면 또 한 소리 듣겠어. 2년 동안 뭘 했냐느니, 드래곤이 부활할 동안 뭘 하고 있었냐느니…….”
싫은 소리를 하는 것치곤, 표정은 그렇게까지 싫은 것 같지 않았다.
싫어하기는커녕, 뭔가를 기대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밤새……. 해가 뜰 때까지 잔소리 듣겠지? 아, 싫다.”
잔소리를 들어도 좋으니까, 소피아 님과 다시 만나고 싶다.
소피아 님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어쩌겠습니까. 잘못했으면, 혼나야죠.”
“매정한 놈.”
단장님이 나를 째려봤다.
“여자가 상심한 표정으로 이런 말을 할 땐, ‘저도 같이 혼나 드리겠습니다.’ 하면서 스윗한 멘트 하나 날려줘야 되는 거 아냐?”
“저도 상심한 여성분이 앞에 있으면 그렇게 합니다.”
“근데 왜 나한텐 안 해?”
“단장님은 단장님이잖습니까.”
“뭐?”
단장님이 날 향해 몸을 돌리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무서운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은. 내가 여자로 안 보인다는 뜻?”
나는 슬쩍 시선을 피했다.
“이 자식이……?”
샤를 단장님이 그대로 내게 달려들어, 헤드락을 걸었다.
“오냐. 네가 날 남자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대해주마.”
아프진 않았다.
일부러 약하게 힘을 주고 있다기보단, 상처가 워낙 커서 힘을 줄 수 없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격하게 움직이시면, 또 상처 터지십니다.”
“내 알 바야?”
샤를 단장님의 옆구리에서 비릿한 혈향이 느껴진다.
지금 상처가 터진 건 아니고.
아까 전에 살짝 터진 상처에서 흐른 피의 혈향이었다.
‘……이러다가 진짜 상처 터지시겠는데.’
나는 그대로 샤를 단장님께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힘을 가해.
헤드락을 벗어나, 샤를 단장님의 양손을 붙잡았다.
“그러다 진짜 또 상처 벌어지십니다.”
샤를 단장님이 ‘어쭈?’ 하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본다.
“불만은 나중에 상처가 다 낫고 나신 뒤에 들어드릴 테니까. 일단 좀 진정하세요.”
“지금도 충분히 진정하고 있으니까, 이거 놔.”
“놓으면 또 달려드실 거잖습니까.”
“당연하지.”
“그럼 안 됩니다.”
내 손에서 벗어나려는 샤를 단장님의 움직임에 맞춰, 나도 이리저리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약 3분 정도가 흘러.
샤를 단장님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에이씨.”
무슨 짓을 해도 지금의 상태론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 확신하신 거겠지.
“그 귀여웠던 신하율은 어디가고, 능글맞은 신인혁 2세만 남아서……. 에휴. 에휴우!”
나 들으라는 듯, 요란하게 혀를 끌끌 차곤.
마지막으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
그로부터, 잠시 침묵이 흘렀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샤를 단장님은 그런 표정을 짓고 계셨다.
아마 나도 비슷한 표정일 테지.
“……그, 갑자기 떠오른 건데. 마담한테 연락해서 도와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소피아 님한테요?”
“어. Rid 가구 공장에서도 드래곤을 그대로 일도양단 냈다면서. 마담이랑 세인 비노슈가 도와주면 쉽게 해결될 일 아닐까 해서.”
“확실히 그 두 분이 도와주시면 쉽게 해결될 일이긴 합니다.”
소피아 님도 소피아 님이지만, 세인 님의 전투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불완전한 레드 드래곤 따위.
순식간에 이 세상에서 지워버려 주실 테지.
“근데. 아마 안 될 겁니다.”
하지만 안 된다.
“소피아 님이랑 세인 님은, 흑마도왕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실 거예요.”
내게 접근하며, 흑마도왕이 본격적으로 각성하기 시작했다.
두 분은 그런 흑마도왕을 억누르는 데 전력을 다하고 계시다.
지금 다른 데 신경을 팔 여유는 없으실 터.
‘만약 움직일 수 있으셨다면, 내가 뭔가를 말하기도 전에. 먼저 레드 드래곤을 처리하기 위해 움직이셨을 거야.’
프랑스가 멸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지 않으셨다는 게 그 증거다.
이번 일에 한해서, 세인 님과 소피아 님의 도움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 역시 안 되는구나.”
샤를 단장님이 고개를 푹 숙였다.
“아쉽네.”
소피아 님을 만날 기회라 생각했는데.
그럴 수 없어서 아쉽다.
그렇게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럼. 레드 드래곤 토벌 작전은 우리 넷이서 해야겠네.”
나, 아버지, 샤를 단장님, 그리고 청색 마탑주 님.
넷이란 이 넷을 의미하시는 거겠지.
“아뇨. 이번 임무에 투입될 인원은 다섯 명입니다.”
“다섯?”
“네.”
“누가 또 있던가? 아. 아델라 스테어트까지?”
“아델라도 포함되어 있긴 합니다.”
“……응?”
샤를 단장님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우리 넷에. 아델라 스테어트까지 포함하면 다섯 아냐? 포함되어 있다는 건 뭔 소리야?”
“이번 임무에 투입되는 인원은 총 다섯. 저, 아버지, 아델라, 순찬이. 그리고 스텔라입니다.”
“……뭐?”
샤를 단장님이 눈을 부릅뜨고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나는?”
“샤를 단장님이랑 김강인 님은 상처를 치료하는 데 전념해 주세요.”
“난 괜찮아. 이 정도 상처 결행일인 내일까진 다 나을…….”
“마나. 제대로 안 움직이시잖아요.”
두 분의 부상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전투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신체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데 더해, 마나 또한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문제없어.”
“문제없으시면, 지금 염력을 사용해 보세요. 평소처럼. 제가 사용한 마법을 염력으로 유도하는 데 성공하시면, 납득하겠습니다.”
“…….”
샤를 단장님이 입을 다물었다.
스스로도 알고 있는 거다.
지금 자신의 상태론 내 마법의 궤도를 꺾긴커녕, 제대로 된 염력조차 사용할 수 없다는 걸.
“지, 지금은 사용할 수 없지만, 분명 내일이면…….”
“만약 조금 나아졌다고 해도.”
나는 다소 차가운 눈으로 단장님을 노려봤다.
“그건 말 그대로 조금 나아졌을 뿐입니다. 그런 상태론 임무에 도움이 되긴커녕, 방해밖에 안 됩니다.”
조금 심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이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샤를 단장님은 고집을 꺾지 않으실 테니까.
“그러니. 이번엔 쉬고 계세요. 앞으로도 전투는 숱하게 일어날 겁니다. 그때를 위해 힘을 회복하는 데 전념해 주세요.”
이건 전초전이다.
6개월 뒤 있을 베일 스톨과의 전쟁의 서막.
지금은 사력을 다할 때가 아니다.
“마피아, 안티 마기아, 디스트로이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드 드래곤까지. 제가 전부 다 어떻게든 할 테니까요.”
현재 시간은 새벽 1시 30분.
레드 드래곤 암습 작전이 5시간 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