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63)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63화(363/466)
작전 결행 20분 전.
우리는 마지막으로 작전을 재검토하고 있었다.
“작전 자체는 굉장히 간단합니다. 이탈리아 피렌체 마피아 소유 건물에 잠들어 있는 레드 드래곤의 숨통을 끊는다. 이것뿐이에요.”
내 왼쪽편에 서 계시는 아버지부터, 아델라, 순찬이, 스텔라 양을 차례대로 바라보며 최대한 간략하게 작전의 개요를 요약해서 설명했다.
“아버지는 디스트로이어를 상대해 주시면 됩니다. 만약, 디스트로이어가 현장에 없을 경우, 제 보조를 맡아주시면 됩니다.”
아버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디스트로이어의 마나는 굉장히 성가시다.
과거, 한번 싸워 본 적이 있는 아버지가 아니고선, 초견에 완벽하게 대처하는 건 힘들다.
“아델라는 로퍼의 상대를 부탁해. 마찬가지로, 로퍼가 없을 경우엔 내 보조로 붙어주면 되고.”
“예.”
안티 마기아의 수장 로퍼.
안티 마기아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에겐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
그에게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나나 아델라뿐일 거다.
아델라가 로퍼를 맡아주지 않으면, 작전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그리고 순찬이 너는 두 간부를 제외한 나머지의 상대를 부탁할게. 괜찮지?”
“괜찮긴 한데……. 다시 생각해도 나만 되게 수수한 역할이란 말이지.”
디스트로이어와 로퍼.
두 강적 외에 건물에 배치되어 있을 전력의 상대는 순찬이에게 맡겨두기로 했다.
“눈에 띄진 않겠지만, 모두의 뒤를 받쳐줘야 하는 중요한 임무야.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건 너뿐이야.”
방어 특화 마법사임과 동시에, 유일무이한 공간 속성 마법 사용자.
순찬이의 공간 장악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지금의 순찬이라면 건물 전체를 통제하며, 적재적소에 지원을 할 수도 있을 테지.
“아하. 그니까 체스로 치면 내가 플레이어라는 거네?”
“비슷해.”
순찬이의 임무는 결국 판 전체의 조율이다.
순찬이가 판단을 그르치면, 우리 넷이 위험해진다.
“……그렇게 들으니까 갑자기 걱정되기 시작하는데.”
“괜찮아. 딱히 널 믿어서 그런 중요한 임무를 맡긴 건 아니니까.”
“잉?”
순찬이의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판 전체를 조율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못 된다.
“내가 믿는 건 네가 아니라 아스란 님이거든.”
하지만 지금의 순찬이는 혼자가 아니다.
아스란 님이 붙어있는 이상, 판단을 그르쳐 문제가 생길 일은 없다.
“그니까 너는 괜히 부담 갖지 말고 뇌 빼고 아스란 님이 시키는 대로만 해.”
“……내 친구지만 참, 말을 예쁘게 한단 말이지.”
순찬이가 싱긋 웃으며 주먹을 바르르 떨었다.
“맞는 말이잖아.”
“맞는 말이라도 표현을 좀 예쁘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친구?”
“최대한 예쁘게 표현한 거야. 넌 생각할 가치도 없는 빡대가리니까 그냥 기계처럼 명령만 따르라곤 안 했잖아.”
“이 새끼가……?”
순찬이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당장이라도 날 한대 후려버리겠다. 그런 의지가 느껴지는 반응이었다.
“진짜…… 작전 실행 직전이라 참는다.”
이를 바득바득 가는 순찬이.
표정이 상당히 말랑말랑해졌다.
‘좋아.’
딱 좋은 긴장감만 남아, 작전을 수행하기 가장 좋은 표정이 되었다. 저러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나는 순찬이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마지막으로 내 오른편에 위치해 있는 스텔라를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스텔라 양은…….”
어두컴컴하다는 표현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없는, 침체된 표정.
프랑스의 멸망을 막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데서 오는 죄책감과 그 자리에 있었어도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었을 거라는 무력감. 그 외에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한데 모여 섞인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눈동자에 서려 있는 허무함과 허탈감이 무서울 수준이다.
그 눈동자와 눈을 맞추고 있다 보니, 순간 할 말을 잃었을 정도.
“……계승자. 얘 괜찮은 거 맞아?”
조용히 내 작전 브리핑이 끝나는 것만 기다리고 있던 미미르가 슬쩍 말을 걸었다.
스텔라의 상태를 보고 걱정이 치솟은 것이리라.
“그냥 쉬게 하고, 넷이 가는 게 더 나을 거 같은데…….”
“…….”
미미르의 의견도 일리가 있다.
이 정도로 상태가 안 좋으면, 데려가는 의미가 없다.
데려가 봐야 짐밖에 안 될 테지. 원래대로라면 두고 가는 게 맞다.
‘……원래라면 그렇게 했겠지만, 이번에 한해선 스텔라 양의 힘이 꼭 필요한데…….’
허나, 이번에 한해선 그럴 수가 없다.
이번 작전에 스텔라의 존재는 중요하다.
어지간하면 두고 가고 싶지 않다.
“스텔라 양. 아니, 스텔라.”
나는 천천히 스텔라의 앞으로 자리를 옮겨, 스텔라와 눈을 맞췄다.
“지금 어떤 심경일지. 나는 몰라. 나는 아직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으니까.”
스텔라가 느끼는 허탈감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일순간에 나라를 잃고, 친구를 잃고, 가족을 잃은 사람의 심경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이해한다고 하는 건, 위선일 뿐이다.
“지금 내가 네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어.”
힘내라는 말조차 할 수 없다.
진정 힘든 사람에게 힘내라는 말은 격려가 아니라 비아냥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테니까.
“만약 네가 너무 힘들다고 하면. 두고 갈게.”
이번 작전에 스텔라의 존재는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필요한 건 의지를 지닌 스텔라지, 모든 의지를 잃은 스텔라가 아니다.
지금 이 상태라면 그냥 두고 가는 게 맞다.
‘복수심에 불타고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스텔라가 일어나면, 당연히 작전에 참여할 거라 할 줄 알았다.
프랑스를 멸망시킨 악적에게 복수하기 위해, 없던 의지도 끌어내 결의를 다질 거라 생각했다.
허나 그건 내 오산이었다.
스텔라는 복수심을 불태우기는커녕,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프랑스가 멸망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그대로 실이 끊긴 인형처럼 망가져 버렸다.
“……이제, 제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어요.”
스텔라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어머니의 의지를 따라, 비노슈가를 세계 최고의 기사 가문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어요. 제 조국의 안녕을 위해…… 모든 걸 걸었어요.”
마치 절망이 노래하는 것 같았다.
“근데……. 모두 사라졌어요. 어머니도, 비노슈가도, 비노슈가의 가족들도. 조국마저도.”
스텔라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제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어요.”
모든 감정이 사라진 표정.
죽음이 형상화된 듯한 절망.
“제가……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요?”
과거, 소피아 님의 죽음에 절망해 죽어가던 샤를 단장님보다도 훨씬 큰 절망이 거기에 있었다.
“복수를 한다고 해도……. 무엇이 달라질까요?”
스텔라의 표정엔 절망만이 가득했다.
“……지쳤어요. 이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어머니의 죽음과 가문의 멸문, 그리고 조국의 붕괴.
20대 초중반.
아직 어린 스텔라에겐 감당할 수 없는 절망이었을 테지.
이제 갓 어머니의 죽음을 이겨낸 스텔라에겐, 너무도 무거운 시련이다.
“……그래.”
지금의 스텔라에겐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다.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절망을 극복해 낼 시간이 필요하다.
“알겠어. 그럼 스텔라 너는 쉬고 있어.”
지금의 스텔라는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쉬게 하는 게 옳다.
“푹 쉬고 있어. 금방 돌아올 테니까.”
나는 스텔라의 머리를 최대한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스텔라가 그대로 고개를 푹 숙였다.
내 눈을 직시할 면목이 없다는 듯, 주먹을 꽉 쥐고 바닥을 노려본다.
“죄송해요……. 하지만…….”
“알아. 더 말 안 해도 돼. 이해하니까.”
나는 스텔라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그대로 다른 세 명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죄송합니다. 얘기가 길어졌네요. 동선을 비롯한, 다른 것들은 다들 이미 숙지하고 계실 거라 생각하고, 생략하겠습니다.”
세 명의 표정을 확인하기도 전에, 미미르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미미르. 움브라 준비 부탁해.”
“알았어.”
그렇게 미미르가 내 신경에 동조해, 움브라를 준비하려 할 때였다.
“그, 스텔라 양의 빈자리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건…….”
아델라가 작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스텔라에게 들리지 않도록 신경을 써 주는 것이리라.
날 바라보는 두 눈동자에 걱정이 가득 서려 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다른 방법이 있으니까.”
스텔라가 빈자리가 뼈아프긴 하지만, 아예 작전 수행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조금 리스크가 크긴 하지만서도.
“아델라 넌 다른 생각 하지 말고, 로퍼를 쓰러트리는 데만 집중해 줘.”
“……예. 알겠어요.”
아델라가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잠시 뜸을 들이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궁금한 건 더 없는 걸로 알고. 진짜 이동할게.”
나는 다시금 미미르에게 눈짓했다.
미미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내 신경과 동조해, 마나를 움직였다.
“움브라.”
‘움브라.’
그리고 다음 순간, 우리 넷은 움브라의 그림자로 빨려 들어갔다.
* * *
이탈리아 피렌체.
마피아가 소유하고 있는 고층 건물의 입구.
“아델라. 어때? 느껴져?”
“예. 느껴져요. 이 안에 있어요. Rid 가구 공장에서 느꼈던 기운과 매우 흡사해요.”
“……그래. 그럼 이게 드래곤의 마나가 맞나 보구나.”
나와 아델라가 각각 신안과 심안을 통해 건물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레드 드래곤의 기운을 포착했다.
“감지돼요?”
“어. 되네.”
아델라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Rid 가구 공장 때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때 내 신안은 드래곤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으니, 이번에도 파악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 거겠지.
“왜……?”
“나도 보일 줄 몰랐어.”
솔직히 나도 놀랐다.
이번에도 안 보일 줄 알았는데.
“저번에 만난 놈이랑 다르게, 영혼이랑 육체의 괴리감이 그렇게까지 크진 않아서 그런가? 흐릿하게나마 보이네.”
아델라의 표정이 경직됐다.
“그 말은…… 이전에 만났던 그 드래곤보다 지금 이 위에 있는 드래곤이 더 강하다는 말인가요?”
“아마도.”
영혼과 육체의 괴리가 크지 않다. 이 말은 즉, 영혼과 육체가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룬 상태라는 말이다.
이전에 우리가 만났던 개체보다 확실히 강할 테지.
“……이길 수 있을까요?”
우리는 드래곤의 강함을 우리 몸으로 실감했다.
Rid 가구 공장에서 만났던 놈도 그렇게 강했는데, 그보다 더 강하다니. 아델라가 불안해하는 건 당연했다.
“만전의 상태라면 못 이기겠지. 근데 말했듯이 지금 이 위에 있는 레드 드래곤은 만전의 상태가 아닐 거거든.”
아직까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게 그 증거다.
레드 드래곤은 아직 힘을 다 회복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면 쓰러트릴 수 있어.”
놈은 프랑스에서 모든 힘을 다 소모했다.
지금이라면 처리할 수 있다.
‘놈이 어느 정도 힘을 회복했냐가 관건이긴 한데…….’
레드 드래곤이 아직 100% 힘을 회복하지 못한 건 확실하다.
근데, 확신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다.
놈이 힘을 30% 회복했는지, 50% 회복했는지, 80% 회복했는지는 알 수 없다.
만약 놈이 50% 이상 힘을 회복했다면 좀 힘들어질 수도 있다.
80% 이상 회복했다면, 도주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고.
“디스트로이어와 로퍼의 위치는 확인됐나?”
아버지가 내게 물었다.
“예. 둘 다 건물 안에 있어요.”
건물 최상층에 둘로 보이는 마나가 확인된다.
“……그렇군.”
아버지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2년 반 전, 승부를 내지 못했던 디스트로이어와 드디어 승부를 낼 수 있다.
과거의 과오를 씻을 수 있다.
그 사실에 기뻐하시는 듯했다.
“그럼 계획에 변동은 없는 건가?”
“예. 예정대로 움직여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
아버지가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신 뒤, 마나를 움직였다.
“그럼 더 시간 끌 필요 없겠지. 바로 시작하겠다.”
아버지의 체내 마나가 미칠듯한 속도로 회전한다.
“예. 큰 거 한방. 부탁드리겠습니다.”
반년 전 봤을 때보다, 한층 더 빨라진 마나 회전 속도로.
한층 더 거대한 마나를 오른손에 집속시킨다.
“시작하겠다.”
그 마나는 이내 하나의 검은 덩어리로 압축되었다.
“블랙 코어.”
그리고 곧바로.
“디스토션.”
일그러졌다.
키이이이이이이이이잉-!
비틀린 블랙홀이 건물을 짓이겨, 집어삼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