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6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65화(365/466)
완전히 눈을 뜬 드래곤.
놈의 신체 내부에서 느껴지는 마나량은 이제껏 본 그 어떠한 마나량 보다 거대했다.
“간이 부어도 제대로 부었군. 설마 제 발로 여길 찾아오다니.”
드래곤의 앞에 자리 잡고 있는 마르코가 조소했다.
드래곤의 막대한 힘을 온몸으로 느끼며, 만끽하는 표정.
“드래곤을 직접 보고 나니 좀 후회가 되나? 한국의 작은 영웅?”
당연하게도, 놈은 나를 알고 있다.
딱히 페르소나를 이용해 얼굴을 바꾸고 온 것도 아니니만큼, 모를 수가 없겠지.
“왜 아무 말이 없지?”
마르코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마법으로 불을 붙였다.
“흠. 드래곤의 위용에 할 말을 잃은 건가.”
담배를 물고 있는 입에서 다시금 조소가 새어 나왔다.
핵폭탄의 스위치를 손에 넣은 악당다운 반응과 표정이었다.
“하나. 묻겠습니다.”
나는 그런 마르코를 보며 물었다.
“드래곤에게 부하들을 먹인 겁니까?”
마르코의 눈이 가늘어졌다.
반달처럼 휜 입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핥는다.
“소문으론 들었지만, 감이 상당히 좋군. 아니, 눈이 좋은 건가. 신안 소유자. 신하율.”
마르코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그래. 네 생각이 맞다. 이곳에 집결시킨 부하들은 모두 드래곤의 힘을 회복하기 위한 제물로 바쳤다.”
나는 마르코의 시선 너머, 아직까지 멀뚱멀뚱 서 있는 드래곤을 바라봤다.
다시 봐도 엄청난 마나량.
불완전하다고 보기 힘들 만큼 거대한 마나가 신체 내부에 자리 잡고 있다.
여기까진 별반 특이한 게 없다.
본디, 드래곤이란 저 정도 마나량을 품고 있는 게 당연한 존재니까.
특이한 건 놈이 지니고 있는 마나의 성질이다.
드래곤 본연의 마나가 아닌, 수백 가지 마나가 섞여 있는 듯한 마나.
아까 전, 건물 밖에서 감지한 수백 명 치의 마나가 모두 드래곤의 체내에 깃들어 있다.
“……제정신입니까?”
이 건물에 위치하고 있던 마르코의 부하들은 모두 드래곤에게 먹힌 거다.
산채로 드래곤의 뱃속에 처넣어져, 살아있는 마석이 되어, 드래곤의 마나 보충제가 되었다.
“뭘 그리 분노하는 거지? 네 부하도 아닌데.”
마르코가 담배를 입에 문 채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후우우-
날숨과 함께 대기 중을 가득 수놓은 담배 연기.
“내 부하들을 어떻게 사용하던, 그건 내 마음 아닌가?”
일렁이는 담배 연기 너머로 마르코가 악마처럼 웃었다.
부하들에게 미안한 감정 따윈 추호도 없어 보이는 표정.
“다들 기뻐하고 있을 거다. 보잘것없는 인생을 대가로, 이렇게 잠깐이나마 드래곤과 하나가 되었으니 말이지.”
담배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고 소리 내 웃는다.
너무나도 진부한 악당의 웃음이었다.
“큭큭. 누가 위선자 아니랄까 봐. 표정이 썩 볼 만하군.”
마르코가 내 표정을 보고 다시금 조소했다.
내 분노가 썩 재미있다는 표정.
마르코가 반도 채 흡입하지 않은 담배를 그대로 바닥에 던져버렸다.
아직 불이 붙어있는 담배를 발로 짓밟아 끄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후우우. 그럼 잡담은 이 정도로 해 둘까.”
그런 마르코에게 반응하듯, 드래곤이 움직였다.
“너 때문에 손해를 본 마나는 너를 먹여서 회복시키면 되겠지.”
드래곤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나를 완전히 타겟으로 지정한 것이다.
“자. 가라. 가서 놈을 집어삼켜.”
드래곤이 날개를 쫙 펼쳤다.
콰과과광-!
그 거체만큼이나 거대한 날개가 쫙 펴지며, 건물 내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어지간한 대형 운동장 보다 두 배는 거대하게 설계된 지하지만, 레드 드래곤의 거대함 앞에선 요람이나 다를 바 없었다.
쿠오오오오오오-!
드래곤이 포효했다.
마나를 담은 포효.
그 포효가 대기와 대지를 흔들었다.
나를 향해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피어.
피어가 얼마나 살벌한지,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불완전한 상태임에도 저 정도 위용이라니.
드래곤은 드래곤이라는 건가.
‘역시 1:1로는 무리인가.’
이놈은 이전 Rid 가구 공장에서 만났던 드래곤보다 확실히 강하다.
지금 내 실력으로 이길 수 있는 놈이 아니다.
1:1로 싸운다면 무조건 진다.
허나 이는 1:1로 싸웠을 시의 이야기일 뿐.
2:1이라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화르르르르륵-!
레드 드래곤의 이름에 걸맞게, 화염 마법을 펼쳤다.
주위를 가득 수놓은 화염의 꽃.
나는 그 마법을 보며 작게 심호흡을 했다.
“미미르.”
동시에 파트너의 이름을 불렀다.
“응.”
미미르가 짧게 답했다.
그걸로 충분했다.
그 이상의 문답은 우리 사이에 필요 없었다.
나와 미미르가 동시에 오른손을 내밀었다.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완벽하게 똑같은 각도와 속도로 레드 드래곤이 쏘아낸 화염을 향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우리의 오른손이 놈의 마법을 가르킨 순간.
‘파훼.’
‘파훼.’
쨍그랑!
놈의 마법은 형체도 남기지 않고, 산산이 부서졌다.
“……?”
마르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드래곤의 마법이 저렇게 간단히 무력화될 줄은 몰랐다는 표정.
표정에 티는 내지 않으려고 하나, 당황한 게 분명한 표정이었다.
“……너무 힘을 뺐나.”
그러나 그런 당황도 잠시.
마르코는 금세 여유를 되찾았다.
방금 전 드래곤이 사용한 마법은 전력이 아니었다.
나를 산채로 포획하기 위한, 다소 위력을 죽인 마법이었을 뿐.
그런 마법이 막혔다고 해서 당황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어디 이것도 막을 수 있나 볼까.”
마르코가 드래곤에게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드래곤의 기세가 한층 더 살벌해졌다.
화염, 전격, 바람.
세 가지 마법이 동시에 시전되었다.
모두 다 지금의 나로서는 막을 수 없는 수준의 고위력 마법.
드래곤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마법들이었다.
“죽어라.”
마르코가 위로 치켜들었던 오른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게 신호였던 듯, 드래곤이 마법을 쏘았다.
나를 향해 날아드는 세 개의 마법.
나와 미미르는 다시금 오른손을 내밀었다.
아니, 이번엔 오른손만이 아니라 왼손까지.
광범위하게 날아드는 마법을 향해 양손을 쫙 펼쳤다.
그리고 다시금.
‘파훼.’
‘파훼.’
파훼의 묘리대로, 마나를 방출하였다.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동시에 박살이 난 세 개의 마법.
세 속성의 마법은 순식간에 마나의 잔해가 되어, 허공을 흩날렸다.
마르코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방금 그 마법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력화될 줄은 몰랐다는 표정.
“모르십니까?”
나는 그런 마르코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제게 마법은 통하지 않습니다.”
내가 마법을 무효화 할 수 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다.
3년 전에 진행된 올림피아드 때 세간에 알려진 사실이다.
“드래곤의 마법까지 무효화 시킬 수 있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마르코가 여전히 크게 뜬 눈으로 말했다.
“너는 네 힘을 넘어선 마법은 무효화 시킬 수 없는 거 아니었나?”
안 그래도 커졌던 마르코의 눈이 한층 더 커졌다.
“설마, 네 힘이 드래곤과 동급이라는 건가?”
마르코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제 힘에 대해 상당히 자세히 알고 계시는군요.”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과거, 올림피아드에 출장한 이탈리아 팀은 마피아의 후원을 받고 있었으니까.
그 당시 마피아의 간부였던 마르코였으니만큼, 내 힘에 빠삭할 만도 하다.
“…….”
마르코의 눈에 경계심이 가득 담겼다.
나를 무시하는 기색이 완전히 사라졌다.
“레드 드래곤.”
이제 나와는 한 마디도 나누지 않겠다는 듯이.
대화는 사치라는 듯이.
그저 차가운 목소리로 레드 드래곤을 불렀다.
“브레스로 놈을 태워버려라.”
브레스.
드래곤만의 권능이자, 과거 신화시대 드래곤을 드래곤으로서 있게 해 준 힘.
“계승자.”
“알아. 막을 생각 없어.”
지금의 나로서는 절대 막을 수 없는 무자비한 폭력.
드래곤의 입에 막대한 마나가 집속되기 시작했다.
과거, Rid 가구 공장에서 마주했던 브레스 보다 훨씬 더 밀도 높은 브레스가 탄생하려 하고 있다.
저 브레스는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
발사 속도도, 분사 속도도, 내 속도를 아득히 초월한다.
‘역시. 1:1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어.’
그렇기에 1:1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고 한 것이다.
내게는 놈의 브레스에 대적할 방법이 없으니까.
‘하지만.’
쿠우우우우웅-!
빠르게 완성되어가는 브레스.
나는 그 브레스를 보며 마나를 움직였다.
‘이번 싸움은 2:1.’
참고로 미미르를 넣어서 내가 2인 게 아니다.
나는 1.
2는 저쪽이다.
“후우.”
내 마나가 박동했다.
미미르는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 내가 사용하려는 마법은, 미미르가 도울 수 있는 형태의 마법이 아니기에.
미미르는 조용히 나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레드 드래곤이 마르코라는 짐을 지고 있는 지금이라면. 이길 수 있다.’
내 마나가 순간적으로 모든 행동을 멈췄다.
역리와 순리의 중심.
그 어디로도 치우치지 않는 멈춰버린 세계.
‘완전한 중립.’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추었다.
마르코도, 드래곤도, 주위를 흩날리는 흙먼지조차도.
모든 것이 멈추었다.
터턱, 터벅.
나는 그 멈춰버린 세계를 걸어 나갔다.
대수롭지 않은 속도로 천천히.
그렇게 도착한 곳은 마르코가 서 있는 장소의 바로 옆.
나는 그 위치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완전한 중립을 해제했다.
“……!”
마르코의 눈이 커졌다.
갑작스레 자신의 코앞까지 이동한 날 보고 놀란 것이다.
날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입술을 떠는 마르코.
고고고고고고-!
바로 뒤에서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가 들끓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곧 저 브레스는 완성되어, 나를 노리고 쏟아져 나올 테지.
“……!”
그때, 마르코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눈치챈 듯,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멈춰라!”
드래곤의 아가리에서 들끓던 브레스가 그대로 정지했다.
마르코의 명령에 브레스의 사용을 캔슬한 것이다.
“네놈…….”
마르코가 나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지금 나는 마르코의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드래곤이 나를 향해 브레스를 쏘면 어떻게 될까.
마르코도 브레스에 먹혀, 그대로 생을 마감한다.
그래서 지금 드래곤의 브레스를 멈춘 것이다.
“잘했습니다.”
나는 나를 노려보는 마르코와 눈을 맞춘 뒤, 작게 웃어 보이고는 그대로 자리를 박찼다.
지면을 박참과 동시에 오른손에 모든 마나를 집중한 뒤. 멀뚱멀뚱 서 있는 드래곤의 오른쪽 날개에 그 손을 가져다 댔다.
‘이그니스.’
‘이그니스.’
나와 미미르의 시동어와 함께, 내 마나는 화염으로 변해, 레드 드래곤의 날개를 불태웠다.
제아무리 레드 드래곤이라고 해도, 신화 속 태초의 불꽃에도 면역일 수는 없는 법.
레드 드래곤의 오른쪽 날개가 그대로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만약 레드 드래곤이 평소 상태였다면, 마나로 신체 전체를 두르고 있는 상태였다면.
이렇게 쉽게 놈의 날개를 앗아 갈 수 없었을 테지.
허나, 지금 놈은 모든 마나를 아가리에 모으고 있는 상태.
하물며 그 마나를 강제로 멈추느라, 막대한 페널티를 짊어지고 있는 상태다.
지금 놈의 날개는 완전한 무방비 상태다.
그렇기에 이렇게 쉽게 놈의 날개를 앗아 갈 수 있었다.
“확실히 레드 드래곤은 강합니다.”
불타, 지면으로 떨어져 내리는 레드 드래곤의 비늘을 뒤로하고.
나는 경직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마르코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지금의 레드 드래곤은 약합니다.”
말했듯, 지금의 나로서는 레드 드래곤을 1:1로 이길 수 없다.
드래곤이 사용하는 마법은 ‘파훼’로 어찌어찌 막을 수 있지만.
드래곤만의 권능이자, 드래곤만 누릴 수 있는 신비인 브레스는 무슨 짓을 해도 막을 수 없다.
만약 1:1이었다면, 놈의 브레스에 그대로 녹아내려, 사망했을 것이다.
허나 이건 1:1이 아닌 2:1.
레드 드래곤은 마르코라는 짐을 짊어지고 있는 상태다.
“당신이 레드 드래곤의 억제기 역할을 하고 있는 이상. 레드 드래곤은 제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마르코를 이용하면, 브레스를 막을 수 있다.
마르코는 내 방패이자, 억제기다.
“감사합니다. 분에 맞지 않게 레드 드래곤을 컨트롤한다는 헛짓거리를 해 주셔서.”
이게 내가 승리를 확신했던 이유다.
“덕분에 승기가 생겼습니다.”
마르코라는 무능한 리더에게 통제되고 있는 상태의 레드 드래곤은 그렇게까지 무섭지 않다.
“네놈…….”
마르코의 표정이 분노로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