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66)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66화(366/466)
신하율이 레드 드래곤을 억제하고 있는 건물 지하 바로 위.
디스트로이어와 로퍼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빌어 처먹을.”
디스트로이어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분노가 한계치를 넘어서, 폭발하기 직전이다.
“이…… 비겁한 놈이!”
딱히 전세가 불리하다는 이유로 분노하고 있는 건 아니다.
만약 정정당당한 승부에서, 압도당한 거였다면, 디스트로이어는 오히려 미소를 띠고 있었을 테지.
현재 디스트로이어가 화를 내고 있는 이유는 밀리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전투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비겁이라…….”
이를 까드득 갈고 있는 디스트로이어를 보며, 지순찬이 차갑게 조소했다.
지순찬이라곤 생각되지 않는 거만하고도, 오만한 표정.
비아냥을 패시브처럼 달고 있는 입가.
“극찬이군.”
바야흐로 아스란 폴로함루인의 표정이었다.
“남자라면 남자답게 정정당당하게 싸워라!”
디스트로이어가 주먹을 꽉 쥐고, 그대로 대지를 박찼다.
지금 저 하늘 위에서 자신을 깔아보고 있는 거만한 남자의 머리통을 깨부술 기세로 주먹을 날린다.
“언제부터 정정당당이란 단어가, 네 룰대로 싸우는 행위라는 뜻이 됐지?”
지순찬.
아니, 아스란이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어, 그대로 오른쪽으로 휘둘렀다.
그 행위에 반응하듯, 허공이 스멀스멀 열린다.
후우우웅-!
그렇게 열린 공간으로, 디스트로이어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쨍그랑!
디스트로이어의 주먹과 무형의 공간이 부딪쳐 산산이 부서졌다.
디스트로이어의 ‘파괴’의 마나가 아스란의 공간 마법을 부숴버린 것이다.
“죽어라!!”
깨져서 흩날리는 마나의 잔해 사이.
디스트로이어가 반대쪽 손을 꽉 움켜쥐고, 주먹을 휘둘렀다.
“어휘가 정말 빈곤해도 너무 빈곤하군.”
아니, 휘두르려고 했다.
“매 공격마다, 그렇게 죽으라고밖에 못 하는 건가?”
만약 허공에 새로운 공간이 열리지 않았다면,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을 테지.
“다음에 공격할 땐 부디 다른 말을 준비해 오면 좋겠군.”
디스트로이어보다 한발 빠르게, 아스란이 새로운 공간 마법을 시전했다.
이번엔 방어를 위함이 아닌, 이동을 위해 연 공간.
10미터 남짓한 공간을 연결할 뿐인 가벼운 행위이기에, 준비에 그리 많은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이 씨발 새끼가아아아!”
그 공간이 디스트로이어를 삼켰다.
그리고 잠시 후, 디스트로이어는 아까 전 대지를 박차기 전, 서 있던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으아아아아아!!”
디스트로이어가 그대로 지면을 짓밟았다.
화를 억제할 수 없다는 듯이, 이렇게라도 분노를 풀어야 겠다는 듯이. 지면을 마구 파괴했다.
“욕도 진부하군.”
그런 디스트로이어를 내려다보며, 아스란이 다시금 비웃음을 지었다.
“분노를 해소하는 행위조차 진부해. 이 정도면 야생의 고릴라를 상대하는 편이 더 재밌겠어.”
“이…… 씹어 삼켜도 모자랄 새끼가…….”
“호오. 그 욕은 좀 좋았다. 그래도 3살 정도의 지능은 있는 모양이지?”
전투는 방금 전 구도의 반복이었다.
디스트로이어가 지순찬의 몸을 컨트롤하는 아스란을 쓰러트리기 위해 공격을 가하고.
아스란은 그런 디스트로이어의 공격을 흘려낸 뒤, 가벼운 공간 이동 마법을 이용해 디스트로이어를 다시 원래 서 있던 곳으로 되돌린다.
제대로 싸워주는 것도 아니고, 다가오면 그냥 다시 원래 위치로 되돌릴 뿐.
주먹과 주먹으로 말하는 전투를 선호하는 디스트로이어에게 이보다 더한 스트레스는 없었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더 스트레스인 것은, 지금 이 고착 상태를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내 주먹으론 놈의 방어를 뚫을 수 없다.’
디스트로이어의 공격과 아스란의 방어는 호각.
디스트로이어는 아스란을 뚫을 수 없다.
‘그리고. 이 또한 인정하기 싫지만, 다음 일격을 준비하는 속도는 놈이 나를 아득히 상회한다.’
초격으로 뚫을 수 없고, 2격에선 무조건 패배한다.
디스트로이어가 현재 아스란을 뚫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저쪽도 나를 뚫을 방법은 없어 보이지만…….’
물론 아스란 또한 디스트로이어에게 결정타를 박을 수단은 없다.
진짜 아스란이라면 모를까, 현재 아스란은 지순찬의 몸을 이용하고 있는 상태다.
지금의 미숙한 공간 마법으로는 디스트로이어의 강인한 육체를 뚫을 수 없다.
‘저쪽은 나를 뚫을 필요가 없다.’
허나 그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스란은 딱히 디스트로이어에게 결정타를 가하지 않아도 된다.
‘……이대로는 안 돼. 이대로는…….’
반대로 디스트로이어는 아스란을 무조건 뚫어야 한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로퍼가 쓰러지기 전에 어떻게든…….’
디스트로이어가 입술을 짓씹은 채, 저 멀리서 싸우고 있는 로퍼를 바라봤다.
디스트로이어와 달리, 진짜로 죽어가고 있는 로퍼.
현재 로퍼는 신인혁과 아델라의 콤비네이션에 속수무책으로 압도당하고 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로퍼는 쓰러질 테고, 자유의 몸이 된 신인혁과 아델라가 아스란과 합류해, 디스트로이어에게 합공을 가할 테지.
그렇게 되면 제 아무리 디스트로이어라고 해도 버틸 수 없다.
그렇기에 디스트로이어는 어떻게든 아스란을 뚫어야 한다.
아스란의 가드를 뚫고, 로퍼와 합류해 새로운 변수를 창출해야 한다.
이 상황이 대등해야 할 두 사람의 위치를 뒤흔들었다.
디스트로이어는 현재 을의 위치에 서 있고, 아스란은 압도적인 갑의 위치에 서 있다.
‘하지만 어떻게……?’
아스란의 가드를 뚫을 방법이 도저히 떠오르질 않는다.
전력을 다한 공격으로도 뚫을 수 없고.
그 후의 빈틈을 노릴 수도 없다.
‘놈을 무시할 수도 없고…….’
공간 마법을 다루는 마법사이기에, 무시는 불가능하다.
어디로 이동하려고 하던, 그 위치에 모습을 드러내, 디스트로이어의 가속을 막고, 다시 원래 위치로 되돌려 버린다.
‘어떻게 해야…….’
사면초가.
그 단어가 이만큼 잘 어울리는 상황이 달리 있을까.
디스트로이어의 조바심이 한층 더 커졌다.
‘잠깐.’
그때, 한 가지 생각이 디스트로이어의 뇌리를 강타했다.
‘내가 2격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는 초격에 전력을 쏟기 때문이다.’
현재 전투 구도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건, 초격 이후, 2격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이것만 어떻게든 해결하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해결된다.
‘그럼 초격에 힘을 빼고, 오히려 초격을 미끼로 삼아서 2격의 선수를 취하면 어떨까.’
디스트로이어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래. 이거야.’
초격을 미끼로 한 필살의 2격.
그거라면 저 비겁한 새끼를 쓰러트릴 수 있으리라.
디스트로이어가 주먹을 꽈악 쥐었다.
스으으으-!
디스트로이어의 주먹에 깃들기 시작한 파괴의 마나.
지금까지 담았던 마나 대비 30%밖에 되지 않는 마나가 디스트로이어의 오른손에 깃들었다.
‘나머지는 잘 갈무리해서, 왼손에 집중시킨다.’
남은 70%는 왼손에 몰래 준비시킨다.
이걸로 준비는 끝났다.
이 태세라면, 저놈이 공간 이동 마법을 준비하기 전에 이쪽이 먼저 2격을 날릴 수 있게 된다.
‘비루한 버러지 놈. 그대로 두개골을 박살내 주지.’
디스트로이어의 하체가 스프링 같은 탄성을 품었다.
당장이라도 튕겨 나갈 것처럼 불끈거리는 근육.
콰앙!
디스트로이어가 서 있던 지면이 거미줄처럼 쩌저적 갈라졌다.
그 충격을 반작용으로 삼아, 총알처럼 날아가는 디스트로이어.
“죽어라!”
디스트로이어가 30%의 힘이 담긴 오른손을 이용해 주먹을 휘둘렀다.
“흠.”
아스란이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오른손을 치켜들어, 그대로 휘둘렀다.
다시금 쩌저적 열린 허공.
‘됐다!’
그 허공을 보며 디스트로이어가 승리를 확신했다.
저 공간이 박살남과 동시에 왼손을 날리면, 저 빌어먹을 버러지 새끼의 대가리를 깰 수 있다.
그런 확신을 품고 주먹을 휘둘렀다.
그렇게 주먹과 허공이 격돌하기 직전.
“아까 했던 말. 정정하지.”
아스란이 조소했다.
“3살 정도의 지능은 된다고 했던 말. 정정하겠다.”
아스란의 오른손이 직각으로 꺾여, 위로 향했다.
“네 지능은 이제 갓 태어난 아이의 지능만도 못하다.”
아스란이 펼쳤던 공간 마법이 변화했다.
“악수도 그런 악수를 두다니.”
지금까진 공간을 의도적으로 붕괴시켜, 디스트로이어의 공격과 부딪치게 해 상쇄시키는 식으로 마법을 사용했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선, 디스트로이어의 ‘파괴’의 마나를 막을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멍청한 놈.”
허나, 그 전제는 지금 이 시점을 기점으로 깨졌다.
지금 디스트로이어의 주먹에 담긴 파괴의 마나는 보잘것없다.
저 정도 마나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쩌어어어억-!
위아래로 쩌억 벌어진 공간.
마치 공간의 틈새에 살고 있는 괴물이 아가리를 벌린 듯한 풍경.
그 괴물의 아가리로 디스트로이어의 오른손이 들어섰다.
“삼켜라.”
그때, 괴물이 그대로 아가리를 닫았다.
“끄아아아아악!”
디스트로이어의 오른손이 절단됐다.
예리한 칼날에 잘려 나간 것처럼.
팔뚝 아래가 완전히 사라졌다.
“내, 내 팔이이이!”
디스트로이어가 잘려 나간 오른팔의 단면부를 부여잡고 소리쳤다.
“이 시대에는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라는 속담이 있다고 하지.”
아스란의 옆에 허공이 열렸다.
그 안에서 디스트로이어의 잘려 나간 팔이 튀어나왔다.
아스란은 그 팔을 손에 쥐고, 던졌다, 받았다를 반복했다.
“누가 지은 속담인진 모르겠다만, 참으로 잘 지은 속담이야. 지금 이 상황이랑 아주 잘 어울려.”
디스트로이어의 마나는 사기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훌륭한 능력이다.
그 좋은 능력을 저렇게 썩히다니.
말 그대로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다.
“고작 그 정도 마나만 주먹에 담아 놓고, 미끼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거라 생각한 건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코웃음도 안 나온다.
설마 이렇게 허무하게 결착이 날 줄이야.
“설마 그쪽이 먼저 결착을 낼 줄은 몰랐는데.”
그런 아스란을 향해, 신인혁이 다가왔다.
“당연히 몰랐겠지. 나도 몰랐으니까.”
“…….”
아스란이 픽 웃으며 답했다.
신인혁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신하율의 친구에게 반말을 들은 거 같아서, 기분이 좋진 않았다.
“그리고 말은 똑바로 해라. 내 쪽이 먼저 결착을 낸 건 아니야. 나는 치명상을 입혔을 뿐.”
그런 신인혁의 뒤로 아델라가 다가왔다.
“먼저 결착을 낸 건 그쪽 아닌가.”
터벅터벅 걸어오는 아델라.
그런 아델라의 어깨 너머로 가시나무에 속박되어 있는 로퍼가 보인다.
일말의 미동도 없는 신체.
로퍼의 신체 기능은 완전히 정지했다.
“수고했다.”
아스란이 다가온 아델라에게 격려의 말을 건넸다.
정확히는 아델라가 아니라, 아델라의 신체에 깃들어 있는 엘레나에게 한 말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나 대답을 한 건 엘레나가 아니라 아델라였다.
손을 공손히 모으고 아스란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다.
“…….”
그 모습에 아스란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엘레나가 아니었나?”
“네?”
아델라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
아스란이 작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과연.”
당연히 엘레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델라가 사용하는 숲의 마법이 너무나도 완벽하기에, 당연히 엘레나가 아델라의 몸을 이용해 펼치는 마법일 거라 생각했다.
근데 설마 아델라 본인이 사용한 마법일 줄이야.
“제가 말했잖아요. 얘는 천재라는 말로 넘길 수준이 아니라고.”
그때 아델라와 감각을 링크하느라, 모습을 감추고 있던 엘레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득의양양한 표정.
딸 자랑을 하는 부모 같은 표정이었다.
“이해했다. 확실히 상식의 범주를 넘어서 있군.”
아스란의 눈이 가늘어졌다.
“지순찬. 이놈이 왜 자기를 둔재라 생각하는지도. 아주 잘 알았어.”
아델라 스테어트와 신하율.
두 명을 평범한 천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두 명에 비교하면 누구든 범재 내지 둔재가 될 테니까.
“오늘 알게 된 건, 추후 훈련에 반영해야겠군.”
흥미로 번들거리던 아스란의 시선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
셋이 대화를 하는 동안, 조금씩 뒷걸음질 치던 디스트로이어.
아스란이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포기를 모르는 그 정신만큼은 높게 사겠다.”
그리고 그대로 휙.
오른손을 수평으로 그었다.
서걱-!
순식간에 잘려 나간 디스트로이어의 목.
오른팔을 잃고, 마나 불균형 상태에 빠진 디스트로이어는 그대로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이제 남은 건 드래곤 하나인가.”
쿠구구구구-!
아직도 떨리고 있는 지면.
지하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떨림이 범상치가 않다.
지금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리라.
“그럼 이쪽 상황도 끝났겠다. 지원을…….”
그렇게 아스란이 신하율의 지원을 가자고 말을 꺼내려 할 때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미사일이 터진 듯한 폭음과 함께, 지면이 폭발해, 흙과 돌, 아스팔트가 분수처럼 휘날렸다.
쿠오오오오오오-!
지면을 뚫고 드래곤이 비상했다.
“아무래도 지원은 필요없을 것 같군.”
사태는 최종막으로 들어섰다.